데드풀 (Deadpool)

Movie 2016. 3. 18. 17:58


데드풀 (Deadpool)


 

수퍼 히어로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등장한 수많은 작품들 속의 수퍼 히어로들, 예를 들어 마블 사의 캡틴 아메리카나 아이언맨, 그리고 워너브라더스사의 배트맨이나 수퍼맨 같은 존재들은 수퍼 히어로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오로지 정의와 선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각자마다 정의와 선의 기준은 조금씩 달랐지만, 어찌되었건 수퍼 히어로라면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서 이를 개인보다는 지구 평화를 위해 (혹은 우주 평화를 위해) 활용하는 인물, 즉 쉽게 말해 초능력 자원봉사자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오늘 다룰 수퍼 히어로는 이러한 관념에서 와장창 빗겨나간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수퍼 히어로라고 부를 자격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더라도 일단 능력은 인간 이상이니 수퍼 어쩌구의 자격은 갖추고 있으니 수퍼 히어로가 될지 수퍼 빌런이 될지는 모르는 애매모호한 인물이다. 우스운 것은 이 캐릭터가 히어로로서의 정의구현을 하는 것도 아니고, 빌런으로서의 지구파괴를 일삼는 것도 아니다. 순전히 뭐 꼴리는 대로 살아가는 인생인 수퍼 인간, 바로 데드풀에 대한 영화를 리뷰해 보고자 한다.


<포스터부터 정신이 대략 멍해지는 비주얼과 텍스트의 연속이다>



#1. 스토리 - 발렌타인데이 러브스토리인줄 알았으나 호러스토리인 것 같더니 엽기 액션으로 마무리되는 어느 한 젊은이의 병맛 인생

 

영화 시작부터 나뒹구는 SUV 차량 안에서 총알받이가 되고 있는 사람들과 빨간 쫄쫄이 의상을 입은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의 뒤죽박죽 난장판이 연출된다. 그리고 영화는 곧 약 15분 전으로 이야기를 돌린다. 대체 이들에겐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일까?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데드풀. 그에게 있어서 오늘은 바로 그 동안 벼르고 벼르던 복수의 날. 이 날을 위해 무려 1년이 넘게 기다렸다고 한다. 택시 기사 도핀더(카란 소니)는 이 괴상망칙한 손님의 수다를 받아주며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데드풀은 그야말로 숨쉴 틈 없이 수다를 작렬하다가 도핀더에게 여자친구 이야기를 한다. 도핀더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더 잘난 경쟁자가 있어서 사랑 쟁취가 어렵다고 말하자, 데드풀은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사랑을 놓치지 말라고 충고한다. 제발 자기처럼 되지 말라고.

 

고가도로 한 복판에 택시를 멈춰 선 데드풀은 하이파이브 한 방으로 할증을 받아도 모자랄 택시요금을 외상 처리해 버리고, 고가도로 난간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그림을 그리는 둥 시간을 보낸다. 그 곳에서 철천지원수인 프란시스(에드 스크레인)을 기다리던 데드풀. 그러다가 마침내 프란시스의 부하들이 나타나자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이들을 도륙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가도로에서의 격투 끝에 데드풀은 악당 무리 중 마지막 남은 한 놈을 꼬치로 만든 채 자신의 기구한 팔자에 대해서 읊조리기 시작한다.

 

데드풀에게는 가슴 아픈 과거가 있었으니.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했던 것. 그는 한 때 해결사 업계에서 꽤 잘나가는 해결사 웨이드 윌슨이었다. 단지 한 가지 흠이라면 더럽게 말이 많고 까불쟁이라는 것. 그런 그에게 유일한 친구가 있다면 바로 해결사들의 둥지이자 일자리 알선장소인 바의 바텐더 위즐(티제이 밀러)이다. 위즐은 매일 웨이드의 수다를 들어주면서도 한 편으로는 바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인 데드풀에 웨이드의 이름에 200 달러를 베팅하고서 다음 죽을 차례가 웨이드이길 바라는 살인적인 농담을 하기도 한다.


<확실히 데드풀의 시작과 끝은 사랑이기는 하다. 믿거나 말거나>


 

이 지저분한 세계에서 영원히 넝마 인생을 살 것만 같았던 웨이드에게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나타나니, 바로 길거리 매춘부 바네사 칼리슨(모레나 바카린)였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 바네사에게 한 눈에 뻑간 웨이드는 특유의 수다로 작업질을 시전하는데, 엉뚱하게도 뻐꾸기 날리는 내용은 누가 더 비참한가였던 것. 나름 비참하기 그지없는 인생을 살아왔다는 바네사에게 더 엽기적이고 비참한 과거사를 남발하는 웨이드가 결국 승리. 이렇게 해서 웨이드는 가진 돈 275달러로 48분동안 웨이드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바네사와 딜을 하게 된다.

 

48분동안 둘이 심혈을 기울여 한 짓은 과연 무엇이던가.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관객들의 기대감을 처절하게 짓밟으며 그 둘은 오락실에서 공던지기 게임을 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놀라운 솜씨로 득템에 성공한 웨이드는 선물 한가득을 선사하며 이미 초과해버린 48분에 추가로 3분의 시간을 더 벌어서 드디어 그 3분동안 마치 3시간과도 같은 열정적인 사랑의 육체적 화음을 만들기에 성공한 것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 일을 계기로 둘은 사랑에 빠지고, 웨이드와 바네사는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 같은 커플들이 별의 별 기념일 챙기며 손발 오그라드는 행위를 능가하는 수준의 기념일 챙기기를 통해 매번 육체적 화음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서로를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게 된 웨이드는 드디어 바네사에게 프로포즈를 하게 되고, 둘은 결국 결혼까지도 약속하게 된다. 그리고 프로포즈 기념으로 또 한방 거사를 치르려는 찰나, 갑자기 나자빠지는 웨이드.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알고 보니 폐암 말기로 오늘내일 하는 인생이 되어버린 웨이드. 이에 바네사는 임상실험을 받아서라도 웨이드가 나을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이미 마음 속 한 구석에 이 것이 마지막임을 직감하게 된 웨이드이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이제 남은 하루하루는 사건 해결이 아니라 생명 연장을 위한 사투가 되어버렸다. 그런 웨이드에게 어떤 손님이 찾아왔다고 위즐이 얘기하고, 전화번호 적힌 명함 하나만 띡 던진 작자가 누군지 궁금해 일단 만나보는 웨이드. 자신을 단지 영업사원일 뿐이라고 소개하는 이 남자(제드 리스)는 웨이드의 특수부대 시절 과거도 알고 있으며 심지어 시한부 인생까지 알고 있는 의문의 존재가 아닌가. 그리고 웨이드에게 넌지시 새 삶과 새 능력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게 된다. 이에 당연히 미친 소리라고 빠구먹이는 웨이드. 그러나, 점점 죽어만 가는 자신 때문에 점점 더 힘들어해 하는 바네사가 걱정되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하는 웨이드. 마침내 웨이드는 바네사에게 말 한마디 없이 조용히 작별을 하고 그렇게 영업사원에게 전화를 걸어 거래를 하기로 한다.

 

거래 직후 끌려간 곳은 위생시설이 형편없는 생체 실험실 같은 곳. 이 곳에서 웨이드는 자신을 에이잭스(에드 스크레인)라고 소개하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에이잭스의 말에 의하면 이 곳은 인공적으로 돌연변이를 만들어 수퍼 인간을 만들어내는 곳이며, 이 수술이 성공한다면 암세포도 말끔히 사라지고 가공할만한 능력까지 얻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에이잭스 역시 그 시술을 통해 엄청난 반사신경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의 동료인 엔젤더스트(지나 카라노)는 어마어마한 힘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부작용도 있었으니, 에이잭스의 경우는 말초신경이 다 타버려서 고통을 느낄 수 없게 되는 등 어떠한 능력이 발현되는 대신 무언가를 잃을 수 밖에 없는 위험한 시술이었던 것.

 

<이거슨 악당에게 주는 나의 그림 편지>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음을 깨달은 웨이드이지만 이미 되돌리기에는 늦은 웨이드. 특히 돌연변이 유전자를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필요하여 웨이드는 시술 이후 지속적으로 엄청난 고문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특유의 낙관주의와 수다정신으로 이 난관마저 즐거움으로 승화시켜 버리는 웨이드. 그리고 그런 그에게 말벗이 되어주는 같은 실험체 처지인 데이빗(휴 스콧) 덕분에 웨이드는 스트레스 없이 계속해서 평범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면서 날리는 조크가 있었으니, 바로 간지 하나로 먹고 사는 에이잭스의 본명이 프란시스라는 여성스러운 이름이라는 것. 이에 제대로 뚜껑열린 프란시스는 웨이드를 각성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처방을 실시하고, 지속적으로 산소 농도를 늘이고 줄여서 숨쉬는 것이 힘들도록 만듦으로써 저승길 문턱까지 가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이 고통은 화생방 가스실 훈련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그러자 드디어 돌연변이 능력을 발생하게 된 웨이드. 그러나 그 대가는 실로 참혹했으니, 온 몸의 피부가 목욕탕에 진득하니 담은 것처럼 쭈끌쭈글해져버린 것이다. 이에 당연히 분노로 화답하는 웨이드. 그러자 프란시스는 그 찌그러진 얼굴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며 말 잘 들으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웨이드가 아니었으니. 기어이 기지를 발휘해 시험관 속에서 탈출에 성공하고 화염 속에서 프란시스와 결투를 벌인다. 그러나 프란시스의 공격에 웨이드는 꼬치구이가 되어버리고, 그렇게 그는 화염에 휩싸여 무너져 내리는 건물더미와 함께 사라진다.

 

죽은 줄 알았던 웨이드는 돌연변이 능력으로 인해 불사의 힘과 치유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 때문에 겨우 목숨을 건진 웨이드는 자신의 흉측한 몰골을 숨긴 채 힘겹게 살게 되었고,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해 차마 바네사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일 자신이 없었던 웨이드는 위즐에게 도움을 청해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초능력을 발휘하여 복수를 꿈꾸는 존재로서 데드풀이라는 이름을 정하고, 이후 자신이 직접 코스튬을 제작하여 얼굴을 숨긴 채 자기를 이 꼴로 만든 프란시스를 잡기 위해 쫄따구들부터 하나 둘씩 처단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복수의 순간이 오늘에서야 온 것이다.


<강남 성형외과 의사선생님들이 데드풀의 저 얼굴을 좋아합니다>

 


한 편, 평소 데드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던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엑스맨 양성으로 유명한 자비에르 영재학교의 보디가드 콜로서스(스테판 카피식)이다. 그는 그 고지식한 티타늄 몸뚱아리만큼이나 사고방식도 고지식해서 오로지 데드풀을 정의로운 존재로 개화시켜 엑스맨에 합류시키기를 소망하던 인물이다. 그런데 데드풀이 고가도로에서 난장판을 피운다는 소식을 듣자 친히 정신교육을 위해 마침 학교에서 죽치고 있던 또 다른 뮤턴트인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브리아나 힐데브란드)와 함께 고가도로로 향한다.

 

데드풀이 드디어 프란시스를 찾아내서 도망가려던 프란시스를 잡아 복수의 종지부를 지으려 할 때, 훈수쟁이 콜로서스가 나타나서 그런 데드풀을 막아선다. 그러자 훈수라면 이골이 나는 데드풀이 콜로서스와 말다툼을 하게 되고, 그 틈을 타서 프란시스는 도망쳐 버리고 만다. 결국 자신의 계획을 망친 콜로서스에 화가 난 데드풀은 회심의 주먹과 발차기를 날리지만, 온 몸이 티타늄으로 된 콜러서스인지라 때리는 족족 뽀사지는 데드풀의 육체. 그리고 마침내 콜로서스가 데드풀에 수갑을 채워 엑스맨 아지트로 데려가려고 시도하자, 친히 영화 <128시간>을 스포일러하면서까지 자신의 손목을 잘라 탈출에 성공하는 데드풀.


<원작에서도 티격태격 하더니 영화에서까지도 그 질긴 인연을 자랑하는 두 뮤턴트>

 


이후 데드풀은 그 동안 자신을 챙겨주었던 룸메이트인 맹인 알 할머니(레슬리 우감스)의 집으로 몸을 숨기고 서서히 자라나는 손과 함께 다시 시간을 두고 복수의 기회를 다진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 바네사에게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일그러진 얼굴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프란시스가 절실히 필요한 그였다. 그러나 그 동안 죽은 줄 알았던 웨이드가 데드풀로 멀쩡히 살아있음을 알게 된 프란시스는 반대로 이번에야말로 자신을 이름가지고 능욕한 데드풀을 반드시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하고, 그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위즐을 찾아가 협박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바네사와 웨이드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 프란시스는 곧바로 바네사에게 향한다.




 



#2. 기존의 통념을 산산히 박살내는 이단아같은 작품

 

간만의 포스팅이라 그런지 스토리 리뷰가 너무너무 길어졌다. 마치 데드풀이 수시로 떠드는 듯 필자 역시 리뷰 하나만으로 줄줄 늘어지는 느낌이다. 아무튼 이 작품은 기존의 수퍼히어로물과는 철저하게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캐릭터에 대한 개성 때문만이 아니라 영화 자체를 캐릭터에 걸맞게 아주 엽기적이고 황당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하나하나 천천히 따져보자면, 가장 먼저 오프닝에서 표기되는 크레딧에 대한 신랄한 시도부터 아주 주옥같다. 보통은 등장 배우들의 이름과 감독, 기타 연출진들에 대한 이름이 나오는데, 이 영화는 이름 대신 이들을 조롱하는 듯한 장난스러운 문구로 나타내고 있다. 가령 주연배우인 라이언 레이놀즈의 이름 대신 쎄끈한 매력남이라는 표현을 쓰거나, 감독에 대해서는 돈만 많이 쳐받는 초짜라고 하질 않나, 제작진에 대해서는 이들이 진정한 히어로라는 식으로 우스꽝스럽게 비꼬고 있다. 필자가 극장에서 보는 통에 모두 정확한 표기가 기억나지도 않고 영어식 표현을 한글로 번역하면서 의역한 부분이 있어서 정확한 표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런 식으로 초반부터 기발하게 배꼽잡으며 시작하는 영화이다. 이러한 병맛 개드립은 영화 내내 시종일관 진행되는데, 아예 엔딩 크레딧에서까지도 등장 배우들의 이름이 나오면 겁내 섹시이런 식으로 드립을 치기도 한다. 그리고 병맛의 수준이 고정관념을 완전 깨버리는 수준이기 때문에, 사춘기 소녀로 등장하는 워헤드에게 색드립을 치는가 하면, 막판에도 콜로서스의 장엄한 연설에도 불구하고 확 깨는 행동을 하는 등 그야말로 상상초월 병맛과 드립의 연속이라 할 수 있겠다.


<중간중간 터지는 이런 장면 때문에 이 영화가 로맨스코미디 장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두 번째로는 데드풀의 정체성이다. 그는 다른 영화작품과 달리 자신이 영화 속 캐릭터임을 알고 있는 아주 황당한 존재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우리들 즉 관객들에게 대화를 건낸다. 데드풀은 영화 속의 자신과 현실 속의 우리들 사이에 놓인 벽을 4의 벽이라고 말하며, 이를 깨는 것이 하나의 목표인 것처럼 말하곤 한다. 이러한 설정이다 보니 데드풀은 또한 작품 중간중간 자신이 겪는 상황에 대해서 영화 컨셉임을 알고 말하는 엽기발랄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자비에르 학교로 콜로서스를 찾아갔을 때, 콜로서스와 워헤드만 있는 것을 보고 제작진이 예산이 부족해서 두 명 밖에 캐스팅 못한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콜로서스가 학교로 가서 자비에르 교수를 만나면 얼굴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데드풀이 맥어보이? 스튜어트? 시대가 마구 바뀌어서 헷갈린다는 식으로 드립을 친다. 실제로 과거 엑스맨 영화에서 늙은 자비에르 교수는 패트릭 스튜어트가, 젊은 시절은 제임스 맥어보이가 연기했는데, 실제와 영화를 완전히 허무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세 번째로 데드풀은 관객들을 대놓고 조롱하는 발칙한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온갖 잡설로 영화의 스토리를 앞으로 당겼다 풀었다 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영화의 시간대를 비틀어버린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이 영화는 사실 러브스토리였다는 둥, 사실은 호러무비 였다는 둥의 관객 스스로의 평가를 아예 통제해버리기까지 한다. 이러한 장난질의 백미는 바로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 나오는 쿠키영상에서 나타나는데, 이전의 수퍼히어로 무비에서 엔딩 크레딧은 후속편을 위한 암시라던가 주인공들의 재미있는 후일담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던 반면, 이 작품에서는 데드풀이 목욕 가운을 입고 슬금슬금 나오더니 관객들에게 영화 끝났다고 왜 아직까지 멍청히 앉아 있냐며 어서 가라고 핀잔을 준다.


<분명 포스터에는 발렌타인데이 때 보는 러브스토리였더랬다. 여성 관객들은 정말 속았을까?>

 


여기에 데드풀만의 코믹하면서도 잔인한 영상은 또 다른 매력이다. 데드풀은 마블 수퍼히어로 무비 최초로 19금 청소년 불가 영화로 등급 판정을 받았는데, 그 이유로 바로 잔인한 영상이 수두룩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총알이 신체 구석구석을 뚫고 지나가는 장면은 아주 그냥 애교 수준이며, 머리가 숭덩숭덩 잘려 날라다닌다거나 사지가 절단되어서 나뒹구는 장면이 아주 감칠맛나게 등장한다. 게다가 데드풀이 자신의 손목을 거침없이 자르는 장면은 이걸 웃으면서 봐야 할지 토하면서 봐야 할지 딜레마에 빠지는 개그와 거북함이 공존하는 묘한 장면이 되기도 하였다.


데드풀이 19금 판정을 받은 이유는 단연 피비린내 나는 사지절단 액션 때문만은 아니다. 당연히 19세 이상의 관객들의 심장 박동수를 향상시키는 배드신도 등장하는데, 어차피 제대로 19금으로 가기로 작정했는지 아주 적나라하게 남녀 주인공의 맨살이 도드라진다. 아마도 마블 수퍼히어로 무비 역사상 최초로 붕가붕가 장면을 보여준 히어로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 더해서 데드풀 특유의 수다정신을 배가시켜 주는 찰진 욕설과 거친 입담도 청소년 불가 판정에 한 몫 하였다. 데드풀의 말투 자체가 온갖 비속어와 욕으로 점철되었다 해도 무방하며, 어차피 정의로운 수퍼 히어로라는 딱지를 걷어찬 이상 아무런 말이나 거침없이 질러댄다. 오죽하면 콜로서스가 계속 입조심 하라고 훈계를 둘까.



#3. 아는 만큼 더 배꼽빠지는 깨알같은 셀프디스

 

이러한 깨알 같은 발칙함과 고정관념의 붕괴, 그리고 유쾌한 유머 코드는 필자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하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필자가 오히려 이 작품에서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었던 부분은 바로 중간 중간 터져나오는 셀프디스 때문이었다. 아마도 이러한 셀프디스가 이 작품을 가장 독특한 마블 히어로 작품으로 인정받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단순히 자기 비하의 수준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배우 자체의 이력에 대한 셀프디스가 이루어지는 경지에까지 오른다. 이미 필자의 블로그에서 다룬 <엑스맨 탄생 : 울버린>에서도 데드풀이 등장한다고 리뷰를 했었는데, 여기에서 데드풀 역을 맡은 배우가 바로 라이언 레이놀즈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 작품에서의 데드풀이 원작과 많이 동떨어진 그야말로 안습의 캐릭터가 되었음을 알고 있다. 오죽하면 그 나불대는 주둥아리가 원망스러워 입까지 막히는 비운의 캐릭터가 되질 않았던가. 그리고 <데드풀>에서 이제서야 제대로 된 데드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라이언 레이놀즈는 바로 과거 자신의 흑역사와도 같은 그 배역에 대해 대놓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분들이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는 장면이겠지만, 초반에 데드풀이 궁댕이에 총알 박힌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장 쪽팔린 모습이라고 얘기를 한 후 과거를 회상할 때 등장하는 액션피규어가 바로 그 문제의 흑역사를 장식한 데드풀 캐릭터의 피규어이다. 필자마저도 해당 작품을 리뷰할 때 눈물을 애써 닦아내며 글을 썼을 만큼 황당함이 너무도 컸던 캐릭터이긴 하였더랬다.


<이 녹색 수트가 그의 평생 쪽팔림이 될 지는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다>


 

셀프디스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또 하나의 수퍼히어로 캐릭터를 연기한 경력이 있는데, 바로 DC가 대표하는 히어로 중 하나인 그린 랜턴 되시겠다. 나름 상당한 비주얼과 원작에 준하는 설정으로 꽤 퀄리티가 우수한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은 평가는 그야말로 폭망. 덕분에 라이언 레이놀즈의 두 번째 히어로무비 도전기 역시 흑역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이 역시 흑역사로 치부하며 간접 디스를 하는데, 주인공이 뮤턴트 실험을 당하기 전 최초로 실려가는 장면에서 “내 수퍼 수트는 초록색으로 만들지 말아. 애니메이션도 안돼"라고 농담을 치는 장면이 그 문제의 장면 되시겠다. 왜냐하면 <그린 랜턴>에서 라이언 레이놀즈는 시종일관 캐릭터의 비주얼 아이덴티티인 녹색 쫄쫄이 스판을 입고 다녔기 때문이다.

 

실로 이러한 실제 배우의 이력에 대한 셀프디스는 데드풀이 지향하는 제 4의 벽 돌파와 관련된 설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앞서 제 4의 벽이 현실과 작품간의 갭이라고 말하였는데, 작품 속에서의 데드풀을 연기하는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배우의 현실에서의 이력에 대해서 디스를 하고 있는 셈이니 이미 제 4의 벽은 그 때부터 무너졌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그는 또 다른 실존 배우에 대한 디스까지 뻗치면서 그 정점을 치닫게 된다. 바로 맨 중의 맨 휴 잭맨에 대한 일편단심 디스이다. 초장부터 휴 잭맨에 대해 풀버린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명까지 말하며 비하하는가 하면, 계속해서 이제는 자기가 <데드풀> 영화로 인해 휴 잭맨을 능가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개드립을 치기도 한다. 막판에도 휴 잭맨의 마스크로 괴상한 장난까지 치는데, 어찌나 질기고도 우습던지 아주 찰지기 그지없다.


<데드풀에게 평생 까일 팔자인 비운의 두 캐릭터, 흑역사 시절 데드풀과 울버린>


 

그렇다면 대체 왜 그토록 휴 잭맨을 까고 보는 것일까. 그것은 앞서 말한 안습 데드풀 캐릭터에 대한 흑역사 때문이다. 사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 캐릭터의 광팬이었고, <엑스맨 탄생 : 울버린> 제작 발표와 함께 데드풀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알려지자 본인이 나서서 데드풀 역을 꼭 맡고 싶다고 바지가랑이 붙들고 매달릴 정도였다. 결국 그 배역을 따내며 이제 나의 세상이 왔다라고 생각하고 신나게 연기인생을 펼쳤지만, 되돌아 온 것은 안습의 데드풀 캐릭터 설정과, 막판에 배우까지 뒤바뀌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초반에 데드풀은 라이언 레이놀즈가 연기하다가, 막판 웨폰XI가 된 후로는 스콧 앳킨스가 연기하였다). 그러다보니 배우로서도 캐릭터로서도 휴 잭맨이 라이벌이 되어버린 셈이니, 계속해서 그를 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라이언 레이놀즈는 제대로 된 데드풀 캐릭터의 연기를 통해 휴 잭맨을 능가했다고 스스로 영화 속에서 자뻑하는 꼬라지인 것이다.



#4. 저예산으로 놀라운 결과물을 낸 역대 최강 능력의 제작진과 배우들

 

, 그럼 이제 이토록 발칙한 영화를 만들어낸 제작진과 배우들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먼저 감독은 팀 밀러인데, 놀랍게도 <데드풀>이 이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사실 데드풀 캐릭터에 대한 스핀오프 시리즈 제작에 대해서는 <엑스맨 탄생 : 오리진> 이후부터 급격히 거론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당시 수퍼히어로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했던 시기인지라 이에 어긋나는 캐릭터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커서 제작사에서 많은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본래 2000 5, 아티산 엔터테인먼트는 마블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데드풀 영화를 공동제작 하고 투자 및 배포를 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2004 1, 뉴라인 시네마와 영화에 대한 개발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2005 3, 흥행에 대한 의심때문에 뉴 라인 시네마는 영화에 대한 관심을 돌리면서 관심이 줄어들었고 대신 20세기 폭스사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그리고 마침내 2009 5, 20세기 폭스사가 작가들에게 미완성된 영화를 보여주었고, 2011 4월에 팀 밀러가 감독으로 고용되었다. 그러나 이때도 사실 20세기 폭스사는 흥행에 대한 보장이 없어 계속 투자를 망설이고 있었기 때문에, 제작진은 2012년 1월 3분짜리 잛은 footage 영상을 만들어 제작사 간부들을 설득시키고자 하였다. 그런데 이 footage 영상이 2014년에 어쩌다가 뒤늦게 유출되면서 의외로 네티즌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몰게 되자 흥행의 가능성을 직감한 제작사가 급히 입장을 바꿔 본격적으로 제작에 착수하게 되었고, 저예산이다보니 신예 팀 밀러가 감독의 체제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 발칙한 자세를 보라. 그만큼 영화의 모든 것이 발칙하다. 심지어 제작진까지>



사실 팀 밀러는 전문 감독이라기 보다는 시각효과 전문가에 가까웠다. 그는 장기를 살려 단편 애니메이션 <Gopher Broke>로 수상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우수한 시각효과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가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 <토르 : 다크월드>의 오프닝 영상을 제작하면서 그 진가를 세간에 알리기 시작했는데, 그가 보여주었던 독창적인 비주얼에 감명받은 제작사가 비주얼 센세이션을 노렸던 <데드풀>에 팀 밀러가 적격이라고 판단하여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제 겨우 감독으로서 명함을 들이민 팀 밀러가 초장부터 이렇게 대박을 쳐버리니, 앞으로 그의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주연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의 흑역사에 대해서는 앞에서도 조금씩 설명을 했지만,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이 친구는 데드풀을 위해 태어난 영화배우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만화 매니아였던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 캐릭터를 유독 좋아해서 성격이나 말투까지도 데드풀을 따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자신의 연기인생에서 드디어 꿈을 이룰 기회가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을 통해 열리게 되자 나 아니면 안된다는 죽기살기 각오로 매달려 배역을 따내고 데드풀 연기를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결과는 당연히 흑역사였기 때문에 상심이 무척 컸을 터. 그러나 그는 그에 굴하지 않고 진정한 데드풀 작품을 위해 계속해서 배역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정성이 빛을 발하게 된 것이 바로 앞서 <데드풀>이 본격 제작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 footage 영상이다. 그 영상에서 데드풀 코스튬을 입은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짧은 시간이나마 연기하였는데,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그 모습 그대로의 데드풀을 연기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센세이션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그 영상은 의도적으로 유출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의 이러한 노력과 가치를 알아준 것이 바로 관객들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데드풀이 제대로 된 모습으로 다시 관객 앞에 설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필자는 라이언 레이놀즈를 과거부터 참 애매한 배우라고 생각해 왔다. 전형적인 미국적 호남형 얼굴에 건장한 체격, 그리고 꽤 훌륭한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 그러나 한 편으로는 무언가 너무 식상한, 그야말로 특별한 개성이 없는 배우라는 느낌이 강했더랬다. 솔직히 그가 처음에 영화계에 뛰어들었을 때에는 작품들이 다 고만고만했고, 역할도 조연에 불과했다. 그나마 <저스트 프렌드>에서 주연으로 등장하여 김아중에 버금가는 과체중 연기력을 보여주어서 이름이 알려졌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필자에게는 <블레이드 3>를 통해 액션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각인되었는데, 사실 그 때의 이미지는 진정한 액션보다는 껄렁껄렁하게 입방정떠는 개그 액션 전문 배우로서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가 <엑스맨 탄생 : 울버린> <그린 랜턴>에서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보니 이 친구는 한계가 있는가 싶은 느낌이었다. 이후 최근에 <셀프리스>에서 진지한 액션을 보여주기도 하였지만, 그 작품이 SF스릴러이다 보니 차라리 그 분야에 내공이 깊은 톰 크루즈가 배역을 맡았더라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이러한 껄렁껄렁하고 여유넘치는 가벼운 액션 배우로서의 모습이 실은 데드풀의 성격과 너무나도 흡사했던 것이다. 역시 그의 회고에서처럼 꼬꼬마였을 때부터 말과 행동이 데드풀을 따라했다고 하니, 그것이 그의 연기의 아이덴티티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여겨진다. 아무쪼록 이제 제대로 된 데드풀 캐릭터를 통해 확고한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성공하였으니, 앞으로도 지속적인 <데드풀> 시리즈를 통해 <아이언 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능가하는 고유의 히어로 배역을 가진 배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오로지 데드풀이 되기 위해 살아 오다가 꿈을 이룬 라이언 레이놀즈. 과연 심형탁은 도라에몽이 될 수 있을까?>

 


여자 주인공 바네사 칼리슨 역을 꿰찬 모레나 바카린은 이 작품이 그녀의 첫 주연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도 감독만큼이나 거의 신예에 가까운데, 2015년 초유머대작 <스파이>에서 조연을 통해 처음으로 영화에 데뷔한 신참내기 배우이다. 이후 TV시리즈 <고담 시즌 2>에서 조연으로 등장하면서 조금씩 연기력을 쌓았는데, 이렇게 검증안 된 조연 배우가 덜컥 주연배우로 캐스팅되었다니, 그야말로 모든 것들이 허를 찌르는 영화가 아닐 수 없겠다. 짧은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매력과 몸매를 과시해주었으니 앞으로도 좋은 연기를 기대해본다.

 

악당 프란시스 역을 맡은 에드 스크레인 역시 모레나 바카린만큼이나 신참 배우이다. 이 친구는 2012년 처음으로 데뷔하여 줄곧 액션 연기만 한 외길인생 사나이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딱 봐도 비주얼이 무척 액션스럽지 않은가. 그래도 나름 탄탄한 연기력과 액션을 선보인 탓에 택배기사들의 삶의 애환(?)을 그린 시리즈물의 최신작 <트랜스포터 : 리퓰드>에서 주연을 맡아 선 굵은 액션을 선보였다. 잘 알다시피 <트랜스포터> 시리즈의 단골 신사였던 제이슨 스타뎀이 영국 출신 배우인 만큼, 에드 스크레인 역시 그 정통성을 이어받아 대머리에 영국 출신 배우로서 계속해서 시리즈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킬 유어 프렌즈>, <타이거 하우스>, <스워드 오브 벤전스>, <왕자의 게임> 등 영국 영화와 드라마 업계에서 활약하면서 연기력을 쌓은 배우이다.


<살짝 니콜라스 홀트와 닮기도 한 에드 스크레인. 대머리로 바꾸면서 제 2대 트랜스포터의 자격을 얻었다고 한다>


 

또 다른 악당 엔젤더스트 역을 맡은 지나 카라노는 어지간한 격투기 매니아라면 다 아는 유명한 배우이자 전직 격투기 선수이다. 과거에 이종격투기 선수였던 그녀의 경력은 화려하였는데, 2006년부터 2008년까지 7승 무패의 무서운 실력을 뽐내여 여성 격투기 계의 최강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2009년 스트라이크포스 대회에서 크리스티안 저스티노에게 패하면서 돌연 격투기계를 떠나 영화계에서 투잡 활동을 하게 되기에 이른다. 173cm의 남성에 꿀리지 않는 체격과 격투기로 다져진 맨 몸 액션으로 인해 그녀는 이내 영화 내에서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하였고, 2013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에서 미셀 로드리게즈와 지하철에서 미모와 액션을 버무린 엄청난 격투 연기를 펼쳐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미모도 나름 괜찮았기 때문에 <인 더 블러드>라는 작품에서는 아예 주연을 꿰차며 평범했지만 알고 봤더니 무서운 여자라는 설정으로 멋진 액션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이번 <데드풀>에서는 두 눈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벌크업을 감행하여 엔젤 더스트 역을 소화했는데, 괴력이 컨셉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예전의 밸런스잡힌 몸매를 포기하고 드럼통 같은 통짜허리의 몸매를 선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지만, 아무튼 콜로서스와의 힘 대결은 나름 찰진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어째 여주인공의 슴가는 보여주면 지나 카라노의 슴가는 가리는 것이냐 콜러서스!!


<결국 격투기보다 영화가 돈벌이에 좋다는 것을 증명한 지나 카라노. 최근 론다 로우지도 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고 한다>


 

택시기사 도핀더 역으로 분한 카란 소니는 인도 출신답게 인도식 영어가 아주 찰지게 나왔는데, 최신작 <구스범스>에서 조연으로 등장해 우리에겐 크게 낯설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친구 앞으로의 연기 인생이 기대되는 것이, 올해 리부트 예정인 여성판 <고스트 버스터즈>에서도 중요한 역할로 등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 역을 맡은 브리아나 힐데브란드와 위즐 역의 티제이 밀러 모두 신인 배우들인데, 나름 짧지만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주어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다만, 브리아나 힐데브란드는 컨셉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실제 발연기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딱봐도 연기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정말로 데드풀 말대로 예산이 적어서 그나마 싼 값에 불러서 출연시킨 배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종일관 CG로 등장하는 티타늄 부랄을 자랑하는 콜로서스는 스테판 카피식이란 배우가 목소리를 맡아서 러시안스러운 딱딱한 억양을 선보였는데, 그의 우직한 성격이 그대로 억양에도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이번 작품에도 마블 히어로 무비에 줄창 등장하시는 마블 히어로의 아버지 스탠 리가 역시 등장하는데, 눈이 휙휙 돌아가는 스트립클럽에서 DJ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이 바로 스탠 리 옹 되시겠다. 영감님 이 작품으로 눈 호강 좀 하셨을 듯.


<이름도 거시기한데 연기력마저 더더욱 거시기한 10대 일진 소녀 뮤턴트 워헤드>



#5. 원작에 충실한 데드풀의 스크린 데뷔

 

갈수록 글이 늘어지는데, 간만의 포스팅이니 참아주기를 바란다. 이제 거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으며, 이번에는 만화 원작에서의 데드풀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사실 필자는 마블 히어로 만화를 좋아하면서도 생각만큼 많이 보지는 못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그래픽 노블이 번역되어 발간되어 점차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모든 세계관을 접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필자가 아는 한도 내에서 데드풀에 대해 썰을 풀어볼까 한다.

 

데드풀은 19912 <뉴 뮤턴츠 #92>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다. 본명인 웨이드 윌슨은 본래 DC 히어로 중 하나인 데스스트로크의 본명인 슬레이드 윌슨을 패러디한 것이다. 본래 캐나다 태생으로 스페셜 포스 등 특수부대와 용병으로 맹활약하다가 뇌종양에 걸리게 되자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쫑내기 위해 웨폰X 프로젝트에 자원하게 된다. 웨폰X 프로젝트는 울버린을 탄생시킨 그 유명한 문제적 프로젝트였는데, 바로 여기서 울버린의 대표 능력으로 꼽힌 힐링 팩터가 획득되고 이를 다시 데드풀에게 주입하면서 그 능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힐링 팩터가 뇌종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더더욱 성장시켜버려서 종양이 온 몸에 퍼지게 되고, 결국 데드풀은 힐링 팩터로 인해 끊임없이 종양에 의한 세포 손상과 회복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로 인해 데드풀은 외모가 끔찍하게 변한 것이고, 지속적인 괴로움으로 인해 점차 이성이 마비되면서 지금의 병맛스러운 캐릭터로 거듭나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데드풀은 이러한 설정 때문에 자신이 만화 속 존재라는 것을 각성하게 되면서 자꾸만 제 4의 벽을 뚫어야 한다는 소리를 지껄이게 되고, 심지어 이중 인격도 아닌 4중 인격까지 형성되어 지 혼자서 쉴틈없이 수다떠는 모습을 선사하기도 한다.


<원작에서도 호러와 병맛이 공존하는 아주 개성넘치는 캐릭터이다>

 


데드풀은 본래 수퍼 히어로를 꿈꾸었지만 점차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그래서 이후 마블 세계관에서 전 우주적 사건이 터져 모든 히어로와 빌런들이 힘을 합쳐 생존을 건 전투를 할 때에도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나마 데드풀과 친한 수퍼 히어로가 스파이더맨인데, 이는 그 둘의 유쾌하고 수다스러운 성격이 잘 들어맞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다만, 데드풀은 진심으로 스파이더맨을 좋아해서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쫓아다니는데 반해, 스파이더맨은 정신나간 데드풀이기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사실이다


또다른 데드풀과 인연이 있는 존재로는 바로 마블 세계관에서 우주의 4대 본질 중 하나로 꼽히는 데스이다. 데드풀이 종양으로 인해 계속해서 요단강 앞에서 왔다리 갔다리를 반복하기 때문에 어느덧 데스의 존재를 느끼게 되는데, 데스 역시도 자신의 존재를 인지한 데드풀이 신기해서 서로 호감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웃긴 것은 설정 상으로 데스는 여성이기 때문에 데드풀이 데스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고, 그 때문에 사상 최강의 빌런과 사랑의 라이벌이 되기도 한다. 바로 데스의 공식 연인인 타노스가 그 라이벌이다. 참고로, 원작에서 설정된 데드풀의 국적과 신체 사이즈가 실제 라이언 레이놀즈와 동일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정말로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을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여겨질 법도 하다.



#6. 마블 세계관을 위한 떡밥 투척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다른 마블 히어로 영화들과 갖는 관계성에 대해서 언급해 보고 끝내겠다. 다른 마블 히어로들은 어찌되었던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떡밥을 던져주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영화 판권은 20세기 폭스와 마블이 서로 쪼개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세계관을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각자의 회사가 가지고 있는 판권 내에서는 어느 정도 떡밥을 뿌리며 관객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데드풀> 역시 이러한 재미를 선사하는 떡밥들이 존재하는데, 몇 가지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렇게 찰떡궁합 커플인데 속편에서는 같이 나올 수 있을랑가 아몰랑>


 

영화 후반부에 데드풀이 프란시스의 부하들과 한바탕 대결을 치른 후에 부하 중 한 명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그 부하의 이름이 밥인데, 사실 밥은 원작에서 데드풀과 매우 친한 쉴드의 요원이자 하이드라의 스파이이다. 안타깝게도 20세기 폭스사는 하이드라 판권이 없기 때문에 대놓고 소속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원작에서 절친으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터라 그만큼 원작의 설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마 앞으로 판권이 합쳐져서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된다면 데드풀과 밥과의 관계가 더욱 알차게 꾸며질 수도 있겠다.

 

최후의 결투 장소로 등장하는 거대한 항공모함도 쉴드와 연관이 깊다. 이것은 누가 봐도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에서 등장하여 막판에 박살나는 쉴드의 공중부양요새 헬리캐리어인데, 역시 판권 문제로 이게 쉴드 것이다라고 대놓고 말하진 않고 그냥 배경으로만 등장한다. 어쨌든 시대적인 배경을 본다면 이 작품은 캡틴 아메리카와 하이드라가 싸우고 난 후의 시기로 볼 수 있겠다.

 

데드풀의 연인 바네사 칼리슨의 정체는 또 다른 떡밥이 될 수도 있다. 영화에서는 그냥 평범한 매춘부로 나오지만, 원작에서는 칼리캣이라는 코드명을 가진 뮤턴트이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그녀는 미스틱에 버금갈 정도로 여러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등장하는데, 영화에서 그녀가 아이잭스에게 던진 대사인 나는 많은 역을 해왔지만, 비탄에 빠진 여자 역할은 안 맞아에서 마치 칼리캣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만약 속편이 나온다면 이 또한 지켜 볼 설정이다.


<바네사 칼리슨과 그녀의 정체로 의심되고 있는 뮤턴트 칼리캣>


 

영화에서 그나마 대놓고 나오는 엑스맨의 아지트인 자비에르 영재학교는 당연히 20세기 폭스사가 판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음놓고 쓴 케이스이다. 사실 데드풀과 엑스맨은 원작에서도 어느 정도 질긴 인연이 있다. 스파이더맨 만큼은 아니지만 울버린은 데드풀에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아마 같은 웨폰X 프로젝트 동기생이라서 그런 것인지, 똑같이 힐링팩터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중립적인 위치에서 겉도는 데드풀에게 그나마 엑스맨에서 연결고리를 갖는 것은 울버린이다. 아마 예산이 많았더라면 이 영화에서 당연히 휴 잭맨이 울버린으로 까메오 출연하여 멋진 장면을 선사했을 것이라 보여진다. 따라서 이번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 만큼 더 이상 흥행 걱정으로 저예산으로 편성한 제작사의 만행은 없을 테니, 후속작에서는 막강한 예산으로 후덜덜한 엑스맨 멤버들의 캐스팅을 기대해 볼 만 하겠다.



#7. 개봉 전부터 회자되었던 병맛 크리의 진수

 

, 여기까지 썰을 풀어봤는데, 설마 이게 진짜 끝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제 마음 놓고 창닫기 버튼을 누르려 했는가? 그렇다면 실로 안습이 아닐 수 없겠다. 실은 아직 끝이 아니라는 사실!!! 데드풀도 관객들을 농락하는데 나라고 못 할 쏘냐!!!

 

진심 마지막 코너는 바로 이 작품이 제작이 예정된 시기부터 펼쳐진 기상천외한 영화 홍보에 대한 것이다. <데드풀>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게 된 부분은 역시 입소문이 가장 효과가 컸는데, 그도 그럴 것이 2015년부터 무슨 특정한 날만 되면 여기저기서 뜬금포로 병맛 같은 데드풀의 마케팅 이미지나 영상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특별한 날마다 그 짓을 하듯이, 실제에서도 그렇게 영화를 홍보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홍보 방식이 기존의 바이럴 마케팅과도 또 다르게 아주 기상천외해서 특히 이슈가 되었는데, 예를 들어 대중 장소에서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 복장을 입은 채 평범하게 돌아다니기도 하였고, 트위터에선 시종일관 데드풀 복장을 하고 여러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트윗을 하면서 특유의 병맛 개그를 구사하기도 하였다. 때때로 일부 홍보 영상이나 이미지는 대놓고 다른 작품들을 패러디하면서 개그를 시전하였고, 한국에서도 대선후보 포스터 같은 패러디 컨셉을 통해 병맛을 마음껏 선보이기도 하였다.


<나도 모르게 218번 후보에 투표할 뻔 했다>


 

<어벤저스>가 히어로 무비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면, 역사에도 없었던 새로운 구강액션을 선보여 또 다른 역사의 행보를 만들어가고 있는 <데드풀>. 그 유쾌하고 통렬한 개그와 액션 만큼이나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선한 스토리와 컨셉으로 단순 액션이 질린 수퍼 히어로 무비에 새로운 기준이 되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데드풀은 입으로 떠드니 그나마 나을 텐데, 필자는 손으로 줄창 떠들어 버리니 손가락에 마비 증세가 온다그러나 필자에겐 힐링 팩터가 없다는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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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까

후덜덜할 정도로 집요하고도 상세하게 스포까지 좔좔좔 유출해 버리는 무시무시한 영화 리뷰 블로그!!! 그러나 주인장은 참으로 게으른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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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필자가 2009년 4월에 구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퍼니셔 2 (The Punisher : War Zone)



#1. 얼굴에 고생의 흔적이 깃든 노력형 히어로


학창시절 하교길에 필수 코스였던 오락실에서 필자가 단짝 친구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게임이 있다. 바로 2인용 횡스크롤 액션 게임 “퍼니셔”. 당시 필자로서는 가슴에 해골 마크 달고 터프한 인상으로 적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는 캐릭터에 묘한 매력을 느껴 퍼니셔를 굉장히 좋아했더랬다.


<옛날에는 백골 마크가 하록의 트레이드 마크였으나, 이제는 퍼니셔의 것으로 대체된 듯>



어디서 이렇게 멋진 캐릭터가 나왔을까 하고 궁금증을 실증적 차원에서 접근해 본 결과, 히어로 대량 생산 공장인 마블 코믹스의 제품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블 히어로 하면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엑스맨, 데어데블 등 인도의 신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히어로들로 유명하다. 그런 슈퍼 히어로 들 속에서 퍼니셔는 조금 다른 개성과 컨셉을 가지고 있었던 몇 안 되는 히어로. 


퍼니셔는 다른 슈퍼 히어로들과는 달리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도 없을 뿐더러, 지구 문화를 이해 못하는 외계인도 아니고, 아이언맨 처럼 초특급 갑부도 아니면서, 남들처럼 가면이나 쓰고 다니면서 상판떼기를 숨기는 이중적인 캐릭터도 아니다. 그저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인간일 뿐인데도 당당히 히어로 리스트에 들어간 후천적 노력형 히어로인 셈이다. 어째서 이렇게 후천적 노력형 엘리트가 되었는가 하면, 그것은 바로 처절할 정도로 비참한 자신의 운명에 대한 저항 때문이다. 남들은 갑부라서 돈지랄 하기 위해 재미삼아 히어로를 한다지만, 퍼니셔는 억울하게 살해당한 자신의 가족을 위해 복수심 하나로 세상 모든 악당들을 때려잡는다는 파격적이고도 철밥통 같은 독고다이 인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마블코믹스 원작에서의 퍼니셔. 다시한번 말하지만 악당이 아니라 어엿한 히어로 주인공이다>



#2. 퍼니셔 원작에 대한 고찰


그렇담 짤막하게 원작의 퍼니셔를 리마인드 해보자. 재미있게도 원작에서는 퍼니셔에 대한 배경 설명이 거의 없다. 처음부터 묻지마 해결사로 등장하는 컨셉이었기 때문에, 원작 내내 오로지 악당 쓸어버리기에만 전념을 다하는 시퀀스를 보여주었다. 


방금 전에 히어로라고 했지만, 사실 원작만 놓고 보면 악당을 닥치는 대로 쓸어버리는 것 외에는 히어로라고 불릴만한 요소가 없다. 왜냐하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죽인다는 이유 때문이다. 악당들도 다 처자식이 있고 소중한 목숨일진데 일단 퍼니셔한테 걸렸다 하면 콘택600...이 아니라 무조건 황천길이기 때문이다. 허구한날 인상만 쓰고 시거 피워대며 다니는 무차별 총지랄 중년남성의 이미지 외에는 이 인간이 왜 이런 잔혹한 청소부가 되었는지, 과거에는 뭐로 먹고 살던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해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선과 악의 경계도 모호한 인물이다. 무차별 무자비 독고다이 인생이기 때문에 이걸 히어로라 불러야 할 지 살인마로 불러야 할 지 애매한 것이다. 마블코믹스의 전형적인 연출 기법으로, 간혹 각기 다른 히어로들이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작품 속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퍼니셔의 경우에는 스파이더맨과 겨루기도 할 정도로 무언가 개운한 구석은 없어 보인다. 100% 순도높은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눈에는 퍼니셔도 일종의 악당으로 보일 뿐이었고, 퍼니셔는 일단 자기 일에 끼어드는 놈들조차 다 쏴죽이는 버릇이 있어서 스파이더맨을 방해물로 여기고 죽이려 했을 정도이다.


<그나마 가장 완벽한 몸매를 선보여 준 2대 퍼니셔 토마스 제인. 연기도 나름 괜찮았다>



어쨌든 밝은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연쇄살인범스러운 아저씨의 일대기는 나름 성공을 거두어 헐리우드의 필수 코스인 실사화를 거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무려 2번의 재탕을 거치는 사골국 신세가 되었다니 놀랍지 않은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람보와 쌍벽을 이루던 돌프 룬드그렌이 특유의 카리스마를 내세워 최초의 퍼니셔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고,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2004년에 크리스토퍼 램버트랑 비슷한 안면을 자랑하는 토마스 제인이 리메이크 버전의 주인공이 되어 남다른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였다. 그러다가 2008년에 또다시 재탕하기에 이르러 <퍼니셔 : 워존>이라는 작품이 제작되기에 이른다.


<돌프 룬드그렌의 오리지널 퍼니셔. 생각보다 원작과 싱크로율이 꽤 높다>



#3. 스토리 - 은퇴후 노후 설계에 들어간 퍼니셔의 눈물 투혼기


오늘 필자가 평하고자 싶은 작품은 3편의 작품 중 가장 괴이한 결과물을 보여준 <퍼니셔 : 워존>이다. 최신 개봉작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이 작품 대단히 독특한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겠다. 비록 매번 우려먹은 스토리이지만 다시 한번 이번 작품에서 그려진 스토리를 나열해 보겠다. 


암흑가를 지배하고 있는 마피아계의 거장 빌리 루소(도미닉 웨스트)는 오늘도 어김없이 거만한 자세를 보이며 마피아 모임에 등장한다. 영어를 야매로 배워 영어 발음이 쥐약인 링거 투혼의 대부 앞에 선 빌리는 러시아 마피아가 생물학 무기를 부두를 통해 들여오려고 하고 있으며, 자신이 그 짓을 도와서 돈 좀 만져볼 예정이라고 한다. 신이 난 대부와 빌리, 그리고 똘마니들은 저녁식사를 하려고 식탁 앞에 앉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들어온 불청객 퍼니셔(레이 스티븐슨)에 의해 순식간에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만다.


<지하철 노숙자로 전락한 퍼니셔. 피흘리고 중무장한 괴인이 지하철역을 활보해도 그 누구도 꿈쩍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냐!!>



나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마피아 일당을 숙청하는 퍼니셔는 잠시 자리를 비우고 있었던 빌리와 그의 똘마니들을 놓치고 만다. 건물을 빠져나오는 퍼니셔 앞에 나타난 것은 계속 퍼니셔를 잡겠다고 나불대고 있던 잠복근무 중인 형사. 일촉즉발의 위기지만, 사실 이 형사는 암묵적으로 퍼니셔를 도와주고 있었던 것. 덕분에 빌리가 도망친 곳을 알게 된 퍼니셔는 빌리를 쫓아 그의 아지트로 간다. 


아지트에서는 나름 숨 좀 돌리게 된 빌리가 똘마니들과 함께 다른 작전을 구상하지만, 휴식시간조차 주지 않는 퍼니셔에 의해 또다시 아지트는 쑥대밭이 된다. 그런데 퍼니셔가 무의식적으로 방아쇠를 당겨 숨지게 한 첫 번째 희생자이자 빌리의 오른팔 격 똘마니가 알고보니 FBI가 빌리를 잡기 위해 심어놓은 비밀요원이었던 것. 후회도 잠시, 결국 모든 똘마니들을 지옥행 급행열차에 태워보내고 빌리마저 유리병 분쇄기계로 던져버린다.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실수로 FBI 요원을 죽인 죄책감에 끙끙 앓는 퍼니셔.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빌리가 안면리모델링을 성공리(?)에 마치고 현업에 복귀했다는 소식에 자신이 죽인 FBI 요원의 가족인 안젤라(줄리 벤즈)와 그의 딸을 보호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을 죽인 살인자를 어느 누가 방긋 웃으며 받아주겠는가? 결국 문전박대당하며 용서를 빌 기회도 얻지 못한 퍼니셔는 그 길로 빌리의 뒤를 밟아 질긴 인연을 끝내려고 한다. 


한편 얼굴 개조하고 이름도 직쏘로 바꾼 빌리는 자신의 든든한 서포터즈인 친형 래니 빈 짐을 정신병원에서 탈출시킨다. 이후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형제애를 선사하며 퍼니셔 하나만을 죽이기 위해 온갖 복수의 장치를 마련하는데, 우선 자금 마련을 위해 안젤라의 집에 침입해 안젤라를 인질로 삼고 돈을 챙기려 한다.


<썩소를 날려주고 있는 빌리 루소, 그리고 의외로 심플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똘마니들>



한편 직쏘의 똘마니 중 한명을 처리하고 퇴근하려던 퍼니셔는 그를 체포하기 위해 특파된 FBI 요원 버디안스키(콜린 샐먼)에게 걸려 쇠고랑 신세가 된다. 하지만 안젤라가 잡혀있다는 사실을 알고 버디안스키 요원이 안젤라의 집으로 달려가 영웅 행세를 하려고 시도, 그러나 역시 조연답게 싱겁게 인질이 되고 만다. 퍼니셔의 숨은 조력자였던 FBI 요원 소업은 퍼니셔를 풀어주고, 퍼니셔는 역시나 이름값하며 간단하게 진압을 한다. 


퍼니셔의 포스에 홀딱 반한 안젤라와 딸래미는 그 길로 퍼니셔의 아지트인 지하철 보일러실로 몸을 숨기고, 퍼니셔는 슬슬 은퇴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쇠고랑 신세였던 직쏘와 래니의 또라이 형제들은 러시아 마피아들이 계획하고 있는 생물학무기 밀반입 사건을 해결하려는 FBI와의 협상으로 사건 해결을 대가로 자유의 몸이 된다. 또라이 형제는 퍼니셔를 죽이기 위해 도시의 모든 갱단을 단합하려는 궐기 대회를 열고, 퍼니셔의 무기공급업자이자 유일한 친구인 마이크로칩(웨인 나이트)를 협박하여 퍼니셔의 소굴로 쳐들어가 안젤라와 딸래미마저 납치해간다. 이후 후줄근한 호텔을 한 채 빌려서 무장 갱단들을 집결시키고 꼭대기층에 안젤라와 마이크로칩을 인질로 두고 최후의 결전을 벌이려는 또라이 형제.


<얼굴 리모델링에 대만족(?)하는 직쏘. 얼굴 바꿨다고 이름까지 바꾸냐?>






자,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나름 흠잡을 데 없는 스토리라인이다. 하지만 왜 이 영화를 필자가 괴이한 작품이라고 칭했는 지에 대해 이제부터 파헤쳐 보겠다.


<측은해 보이기까지 하는 주름살 투성이 퍼니셔. 설정상 은퇴를 고려한 시점으로 보인다>



#4. 원작의 분위기를 말아먹은 미스 캐스팅


우선 등장인물들에 대해 한 마디 하겠다. 주인공인 퍼니셔부터 건드려보자. 2004년작 퍼니셔와 동일선상에서 이해하자면 초장부터 실수이다. 2004년작 퍼니셔는 이제 막 퍼니셔로 각성한 전직 FBI 특수요원 프랭크 캐슬을 보여주고 있다. 친절하게도 영화 초반부에 가족을 억울하게 잃고 겨우 혼자 살아남아 복수심에 불탄다는 배경 설명을 잘 해주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젊고, 강인하고, 그러면서도 아직 자신의 복수심에 대한 선과 악의 구분을 하지 못하는 내면적 갈등에 시달리는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번 퍼니셔는 2004년과 2008년의 4년이라는 공백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파삭 늙어버렸다. 퍼니셔 역의 레이 스티븐슨의 실제 나이가 65년생이다. 결국 전작에서 10년 이상 지난 시대적 배경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늙어버린 퍼니셔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하긴, 전작의 토마스 제인이 너무 젊어서 원작의 인상 더러운 아저씨 삘이 전혀 안 살았지만, 레이 스티븐슨은 적절히 그 느낌을 뿜어내주고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근육질 하나 없는 중년 아저씨는 좀 아니지 않은가? 리쒤 웨폰에서도 그러했듯이, 세월의 무력함에 굴복해야만 하는 히어로의 현실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고 이해한다고 치자면, 것두 좋다. 하지만 캐릭터 문제는 다른 등장인물들에서 더욱 과감하게 나타난다. 


<어디서 본 건 참 많아가지고, 별의 별 총지랄을 다 한다. 일명 전등에 거꾸로 매달려 360도 회전풍차샷>



악당이 가장 큰 문제이다. 2004년작의 악당이었던 하워드 세인트(존 트라볼타)는 나름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프랭크 캐슬이 현직이었을 때 임무 도중 자신의 아들을 죽였던 것. 이에 격분해 세인트 역시 복수의 차원에서 프랭크의 가족을 몰살했던 것이다. 참으로 얄궂게도 복수가 복수를 낳은 운명이었던 셈이고, 그 시작은 바로 프랭크 캐슬 자체에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악당과 주인공 간의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했던 복잡한 연결고리 속에서 아주 끈적하게 풀어나갔던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의 악당인 직쏘와 비니 또라이 형제는 그야말로 노홍철 저리가라의 돌+아이 정신을 백분 발휘하는 개그 캐릭터로 나오고 있다. 퍼니셔와의 질긴 인연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저 퍼니셔가 그의 본업에 충실하던 중 재수없어서 놓친 악당 중 하나일 뿐이다. 나름 직쏘도 복수라는 컨셉을 들고 나오지만, 그 복수가 세인트의 그것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바로 자신의 쌩얼(잘 생기지도 않았다)을 리모델링하게 했다는 이유 하나. 이름도 직쏘로 바꾸다니, 이건 뭐 지가 쏘우의 매니아라도 된단 말인가? 아무리 원작 만화에서 빌런으로 직쏘가 나오니 그 설정을 채용했다고 하지만 설정이 너무나도 다르지 않은가. 온갖 똥폼 잡으면서 징그러운 얼굴 비추면서 내뱉는 대사 “빌리는 죽었어. 이제부터 나는 직쏘다”에서 필자는 그만 대략 정신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삼류 B급 엽기호러물을 보는 듯한 시퀀스. 이 또라이 형제들만 나왔다 하면 뿜을 준비 하시라>



또 다른 악당인 직쏘의 형 래니 빈 짐은 더 심각하다. 처음에는 엄청 대단한 악당인 것처럼 나온다. 어찌나 흉악하고 엽기적인 살인마이길래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온 몸이 꽁꽁 묶여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 멍때리는 표정 하며. 그야말로 초반 컨셉은 양들의 침묵의 닥터 한니발에 버금가는 그것이었다. 하지만, 멍때리는 표정이 풀리자마자 또라이 근성이 나타나고, 이후부터는 그저 노홍철 같은 아이 보는구나 하는 심정으로 실소를 터뜨리며 보게 된다. 짝달막한 키에 번쩍이는 대머리, 노홍철스러운 페이스, 그러면서도 온갖 아양과 애교섞인 말투와 표정. 거기에 더해 틈만 나면 악력기를 가지고 손운동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정신상태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는 KTX 열차.


악당이 이 정도인데 다른 떨거지들도 나을 것은 없지 않겠는가. 나름 강렬한 인상과 카리스마로 퍼니셔와 긴장감넘치는 갈등구조를 그려나갈 것만 같았던 버디안스키 요원도 어찌나 퐝당한 자태를 보이던지. 나름 진지하게 경찰차에 올라 퍼니셔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구상하던 중 퍼니셔가 옥상에서 떨어뜨린 직쏘의 똘마니를 보고 “Oh~ Shit!!”하는 장면에서 필자는 그만 뿜어버리고 말았다. 이 얼마나 일관성 떨어지는 캐릭터들의 유치찬란한 행각이란 말인가? 나름 범죄적 포스를 뿜어내겠다는 마피아들의 자태도 어찌나 우습던지, <옹박>의 목소리 마이크 영감님 이후 이렇게 어설프고 웃긴 마피아 대부는 실로 오랜만이다. 이런 악당들을 상대로 하는 퍼니셔이다 보니, 뭐 어려울 것 하나도 없어 보인다.


<결국 퍼니셔편을 들어주는 띨빵한 FBI 요원들. 오른쪽의 버디안스키는 깨는 캐릭터 중 하나>



#5. 원작의 분위기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안습유발 액션


이번에는 퍼니셔가 그토록 강조하는 초특급 울트라 다이나믹 하드고어 액션을 살펴보자. 퍼니셔의 컨셉 자체가 무차별 무자비 살인 위주의 액션이다보니 이러한 연출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얼마나 더 하드고어하고 리얼하면서 다이나믹하느냐가 영화의 평가에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이미 1988년작 돌프 룬드그렌의 액션에서도 충분히 발휘되었고, 2004년작 토마스 제인도 흠잡을 데 없는 액션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중년 남성이 펼치는 액션 느와르는 어떠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엽기황당이다. 마치 스티븐 시걸의 무뚝뚝한 액션과 쿠웬틴 타란티노의 엽기 하드고어가 짬뽕되어버린 느낌이랄까? 


레이 스티븐슨의 액션은 정말이지 리얼하다기 보다는 스티븐 시걸스러운 무언가 딱딱한 느낌이 진부하다. 시걸 아저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어디 한번이라도 신나게 두들겨 맞은 적이 있던가? 시걸한테 걸리기만 하면 초특급 슈퍼 악당도 간난아기가 되고 마는 일방적 개갈굼 액션이 레이 스티븐슨에게로 옮겨진 느낌이다. 


게다가 아무리 전직 특수요원이라지만 수십명의 갱단이 총격전에서 단 1명에게 깔끔하게 쓰러지는 모습은 마치 과거 홍콩느와르의 대표적 총질 액션을 보여주는 듯하다. 주윤발이 쏘는 총은 눈감도 엎드려 쏴도 맞는데, 악당들이 쏘는 총은 서서쏴 정자세로 심호흡을 하고 쏴도 안맞는 황당무계 시츄에이션이 퍼니셔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게다가 무한 탄창도 빠지지 않는 설정. 대략 4~5개 정도의 무기를 달고 갱단을 처리하는 퍼니셔인데, 권총만 따지면 1개의 탄창당 대략 10발로 계산시 50발 정도 소모가 가능하다. 여기에 예비 탄창을 10개 정도 챙겼다고 해도 100발이 한계이다. 그렇다면 갱단 한 명 죽이는데 2~3발 정도로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영화에서 하는 짓은 그야말로 무차별 난사. 게다가 총맞아 죽어가는 떡실신 상태에도 불구하고 확인사살까지 해주시는 퍼니셔의 애프터 서비스는 그 많은 총알을 대체 어디서 수급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한다. 총기 자체는 아주 리얼하고 레이 스티븐슨도 총기 다루는 모습이 프로처럼 보이지만, 무제한 총알 자체는 게임에서나 가능한 것 아니던가?


<어이, 목이 근질근질한데 내 목에 낀 생선가시좀 빼주겠나 친구?>



총격전도 문제이지만, 그 외의 격투씬은 더욱 퐝당하다. 킬빌 저리가라 할 정도로 엽기 격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목젖에 숟가락 비슷한 것을 관통시키지를 않나, 칼을 그대로 머리통에 쑤셔박지를 않나, 주먹으로 얼굴 치니 얼굴이 폭발하지 않나. 이거 무슨 북두의권도 아니고, 보고있자니 충격적인 액션이라기 보다는 B급 슬래셔 무비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연출 면에서도 많은 문제가 느껴진다. 몇몇 장면을 보다 보면 “어라? 저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맨 처음 퍼니셔가 등장하는 씬. 탁자 위에 올라서서 조명탄을 비추며 해골마크를 드러내는 장면은, 처음에는 “와우!! 연출 대박!!”이라며 기뻐했는데, 그 이후의 액션에서 그만 필자는 <킬빌>의 따사로운 추억을 느낄 수 있었다. <킬빌>에서 오렌이 테이블 위로 쪼로록 달려가 칼로 목을 베는 장면이 퍼니셔에서도 똑같이 연출된 것이다. 정말 쪼로로 달려가서 영어발음 잘 안되는 마피아 영감님의 목을 댕강 잘라버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표절의 대표 시퀀스. 이 외에도 <야마카시>를 패러디한 듯한 악당들의 건물옥상 날아다니기 장면이라던지,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360도 회전 총질이라던지 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얼마나 참신함이 떨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연출. 


이런 패러디도 웃긴데, 여기에 더 안습인 몇몇 장면은 악당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잔인하다기보다는 너무도 우습다는 것이다. 건물 옥상을 날아다니는 야마카시 타입 악당 중 한명의 사살 장면은 그야말로 대 안습. 공중에서 꾸에르보 3단 틀기를 선보이며 옆 건물로 점핑하여 날아가는 순간, 어디서 난데없이 날아오는 미사일에 맞아 터져죽고 만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못말리는 시리즈”식 연출이라고 밖에 할 수 없겠다. 게다가 얼굴 잡고 돌리기만 하면 소리없이 인생 하직하시는 연출을 보면 이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원작과 달리 빈약한 몸매를 가리고 목숨부지하기 위해 해골마크없는 민무늬 방탄조끼를 입는다>



#6. 이거 웃어야 해? 말아야 해?


퍼니셔의 행동거지에도 퐝당한 요소는 수차례 찾아볼 수 있는데, 격투 중에 한 대 얻어맞아 비뚤어진 코를 제자리로 원상복귀 시키는 장면이 압권이다. 연필을 쑤셔 넣어 뚝!하고 제자리 찾아주시는 쎈쓰는 200% 진지한 표정의 퍼니셔의 얼굴과 도저히 매칭이 안된다. 한 마디로 블랙 코미디의 진수로 재평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조연들의 연기도 어설프다는 데서 안구가 자꾸만 축축해져 온다. 나름 비장한 시퀀스를 보여줘야 하는 장면에서 조연들의 연기가 억지같다는 느낌이 너무 피부로 느껴진다. 순간 이 영화는 저예산 쌈마이 영화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하였다. 하여 감독을 찾아보니 렉시 알렉산더라는 놀랍게도 여성 감독이라는 것. 아무래도 정신상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차세대 B급 쌈마이 영화계의 여성 감독으로 이름을 날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7.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한번만 더 참아보자


그리고 앞서 설명한 스토리를 보면 알겠지만, 퍼니셔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안 나온다. 즉, 어디서든 퍼니셔의 옛날 이야기는 듣고 와야 이야기가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속편 격으로 내는 것이다 보니 2004년작의 배경 설명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낀 것 같다. 하지만 퍼니셔가 어떻게 해서 FBI의 도움을 받게 되었는지, 마이크로칩하고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쏭달쏭이다. 


원작에서 퍼니셔는 말 그대로 독고다이 인생이다. 마이크로칩만이 유일한 동료로서 그를 그림자처럼 도와줄 뿐이다. FBI나 경찰에서도 퍼니셔는 일개 살인자일 뿐이다. 오죽하면 정의의 사도인 슈퍼 히어로들 조차도 퍼니셔와 대립했을 정도. 여기서 조금 우스운 부분은,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의 시대 설정이 모두 제각각이라 이를 하나로 묶어서 동시대에 등장시키다 보면 엉뚱한 전개가 나오곤 한다.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퍼니셔만 해도, 시대가 살짝 미래인 만큼 별의 별 첨단기기가 등장하는데, 퍼니셔는 여기서 어떤 비밀단체(그러나 여러분이 너무나도 잘 아는 그 단체)에 의한 협조를 받기도 한다. 


이렇듯 단독 출연이 아닌 이상 뭐든 꼬이기 마련임을 명심하자. 어찌되었던 가슴팍에 새하얀 해골 마크를 보는 것만이라도 가슴 설레게 만드는 퍼니셔. 하지만 정작 가슴팍에 해골 나오는 장면은 단 2번 뿐이라는 데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찡하게 만드는 영화 퍼니셔. 이제는 늙어버린 중년 퍼니셔의 액기스 쪽쪽 빠진 액션을 보고 있노라면 후련함 보다는 무언가 씁쓸함이 느껴지는 2번째 리메이크 작품인 이 영화는, 앞으로 전개될 <어벤져스>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퍼니셔를 등장시킬 지에 대한 많은 궁금증과 걱정을 함께 안기고 있는 작품이다.


<진정한 퍼니셔의 가치를 느끼고 싶다면, 영화보다 만화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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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까

후덜덜할 정도로 집요하고도 상세하게 스포까지 좔좔좔 유출해 버리는 무시무시한 영화 리뷰 블로그!!! 그러나 주인장은 참으로 게으른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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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필자가 2009년 5월에 구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엑스맨 탄생 : 울버린 (X-Men Origins : Wolverine)


<엑스맨의 초막강 캐릭터 울버린을 다룬 다큐멘터리 필름?>



#1. 울버린, 그는 원초적으로 고뇌로 가득한 인물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카프카의 ‘변신’ 中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을 보면 주인공 고르고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면서 자신의 몸에 변화가 생겼음을 깨닫게 된다. 하루 사이에 바퀴벌레가 되어 버린 고르고. 그리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게 되는 고통스러운 삶의 이면. 주인공에게 닥친 일련의 신체적 변화가 가져오는 비극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늘 새롭고 신선할 것만 같은 변화가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기도 한다. 


미국에서 연재된 마블의 대표적인 만화 엑스맨의 주인공들도 바로 이러한 고르고의 모순을 간직한 인물들이다. 갑작스레 진행된 인류의 유전자 변이. 그로 인해 탄생한 돌연변이 생명체들. 모두가 보통 인간을 뛰어 넘는 특수한 능력을 지녔지만, 사회로부터 차별당하고 소외 당해야 하는 아픔을 지닌 존재들. 결코 화려하지만 않은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의 얘기를 다룬 엑스맨은 우리가 결코 가볍게 보고 넘어가야 할 작품은 아니다.


<형보다 나은 동생 없다지만, 이 두 형제는 동생이 더 낫다>



수 많은 엑스맨의 등장 인물들 중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이중적인 가치를 지니는 인물이 바로 울버린 되겠다. 원작에서는 촌티나는 코스튬과 물불안가리는 성질 머리로 ‘나름 까다로운 캐릭터’ 신세였으나, 울버린이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인간적인 갈등에 나름 삘을 받았던지, 영화에서는 덜커덕 주인공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그러면서 더욱 강화된 인간적 갈등의 면모와 외모. 특히나 휴 잭맨의 섹시한 매력까지 200% 싱크로된 완벽한 캐릭터 울버린. 그의 영화속 숨은 이야기가 모두 파헤쳐진 작품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을 살펴보겠다.



#2. 울버린에 대한 고찰


일단 원작의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고찰을 해보겠다. 원작을 접하기 어려운 한국 팬이라면 영화의 울버린만 보고 원작과 동일하다고 오해할 여지가 상당히 크다. 하지만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축소하고, 게다가 원작의 여러 메인 캐릭터 중 하나인 존재를 영화에서는 오직 하나의 메인 캐릭터로 가져오다 보니 설정 상의 변화가 꽤 존재한다.


<역시 목욕은 반신욕이 최고여!!>



울버린은 원작에서 처음부터 등장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최초 등장은 엑스맨이 아닌 전혀 엉뚱한 작품이었으니, 그것이 바로 인크레더블 헐크였다. 헐크 만화판 181회에서 악당으로 등장하였는데, 정말 쌩뚱맞지 않은가? 늑대같이 난폭한 돌연변이 악당 울버린에 맞서 싸우는 녹색 아저씨 헐크 (참고로 헐크는 회색이 원래 색깔이나 인쇄상의 어려움으로 녹색이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나름 매력을 느꼈던지 원작자인 스탠 리 할아버지가 덜커덕 엑스맨에 등장을 시켜버렸다. 그래서 졸지에 대머리 자비에 교수님의 똘마니들로 구성된 엑스맨의 멤버가 된 것. 우습게도 악당으로 등장했다가 선한 편으로 재등장하게 된 것은 그만큼 울버린의 잠재된 캐릭터적 가치가 컸다는 것일지도. 이후 매그니토를 중심으로 한 브라더후드에 대항하는 선한 세력 엑스맨의 일원으로 대활약하는 울버린은, 때로는 가차없이 난폭한 늑대본성의 사나이로, 때로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뇌하는 인간으로 그려지며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3. 영화 엑스맨 시리즈 되새김질


어쨌든 원작에서도 꽤나 껌 좀 씹어주었다는 울버린이 영화에서는 대체 어떻게 업그레이드된 것일까? 일단 이미 개봉된 엑스맨 1, 2, 3편을 대충 훑어보자. 여기서는 주인공 울버린의 관점으로 핵심만 짚고 넘어가겠다.


<영원한 라이벌 세이버투스와 울버린의 오리지널 일러스트. 둘 다 인간이 아니라 괴수 수준이다>



1편에서 세상은 갑작스레 늘어나는 돌연변이들에 의해 시끄러운 상황이 되었고, 인간을 증오하는 매그니토에 의해 돌연변이들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집단이 결성된다. 이에 대항하고자 형성된 또 다른 돌연변이 집단 엑스맨은 매그니토가 울버린에게 접근하자 울버린을 구출하고 액스멘의 일원으로 참여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깡다구 있는 울버린은 계속 안티하게 행동하지만, 나름 매력적인 여성 돌연변이 학자 진의 매력에 푹 빠져 자기도 모르게 엑스맨의 한 축이 되어버린다. 


엑스맨 일당은 매그니토가 왜 울버린에 집착하는가에 대해 다같이 고민하지만, 정작 매그니토는 울버린이 아닌 로그에 관심이 있었던 것. 결국 뒤통수 제대로 얻어맞은 울버린은 개분노하고 마침내 매그니토의 음모를 괴멸시키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울버린의 과거는 무엇? 


2편에서는 울버린의 과거를 추적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돌연변이라면 닥치는 대로 잡아 없애려고 하는 스트라이커 대령이 등장하면서, 엑스맨과 브라더후드는 공통된 위험에 빠지게 되고, 이를 타계하고자 일시적인 연합 전선을 구축하게 된다. 하지만 울버린 앞에 등장한 스트라이커 대령은 울버린의 과거를 알고 있는 듯이 말하고, 울버린은 이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라이커의 돌연변이 말살 정책이 밝혀지고, 이에 맞서는 용감한 깡다구 사나이 울버린. 결국 자신이 스트라이커 대령의 모종의 비밀 실험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울버린은 자신의 과거를 증오하면서 닥치는대로 박살내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쓰라린 과거에 종지부를 찍으려던 찰나, 엑스맨들을 구하고 숭고하게 희생하는 진을 향해 울부짖는 울버린. 


대충 재밌게 흘러가던 시리즈물이 3편에서는 어떻게든 종지부를 찍어야 했기에 극단적인 설정을 가져오고야 말았다. 인류가 드디어 돌연변이 치료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이에 위험을 느낀 브라더후드는 치료약을 없애고 인류를 작살내기 위해 최후의 대결을 벌이게 된다. 밥줄 끊기기 두려운 엑스맨들이기에 역시 브라더후드에 대항하여 인류의 공존과 평화를 선택하게 되고, 악의 화신 피닉스로 부활한 진을 사랑의 힘으로 달래며 최후의 결전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울버린의 대 활약. 그리고 어이없게도 치료약을 맞아버린 매그니토는 그 이후 파고다공원에서 체스나 두는 신세로 전락하고, 세상은 다시 인간과 인간을 지키는 선한 돌연변이들의 세계가 되고 만다. 하지만 사랑했던 여인 진을 잃은 슬픔에 울버린은 다시 여행을 훌쩍 떠난다 (막판에 매그니토의 능력이 부활했음직한 암시를 던져 쓸데없이 속편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밤송이를 까라면 까란 말이다!! 군대가서 개념없다고 줘터지는 두 형제>



자, 이렇게 전개된 3부작이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원작과 많이 틀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2편에서 매우 흥미롭게 다뤄진 울버린의 과거에 대해 많은 팬들의 기대가 한층 커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 원작에서도 울버린이 스트라이커 대령의 실험체였다는 과거가 있었던 만큼, 울버린의 과거에 대한 추가적인 내용이 더 다뤄지기를 필자 역시 간절히 바랬었다. 그러한 기대가 너무나도 컸던 것일까? 마침내 스핀오프격인 이번 작품이 만들어졌으니, 필자를 비롯해 또 얼마나 많은 팬들이 광분했겠는가? 



#4. 스토리 - 울버린에 대한 뼈아픈 과거의 폭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 작품에 대해 들어가보자. 일단 스토리부터 살짝 살펴보자. 스포일러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설정이니 읽는 분들은 알아서 조심스레 읽어주시길.


<그 무엇으로도 부술 수 없는 아다만티움 최초 탑재인간이 바로 울버린 되시겠다>



때는 바야흐로 1880년대. 나름 막장드라마틱한 분위기의 가정에 불어닥친 괴이한 사건. 그것은 바로 늘 병약하기만 하던 소년 제임스(트로예 시반/훗날의 울버린)가 욱하는 성질에 그만 손에서 삐져나오는 가시로 자신의 의붓 아버지를 살해한 것. 자신의 돌연변이 성질을 들킨 제임스는 자신의 형 도그(마이클-제임스 올슨/훗날의 빅터)와 함께 줄행랑을 친다. 


형제가 모두 돌연변이의 능력을 갖게 된 그들은 이후 30세에서 성장을 멈춘 듯 영원불사로 삶을 살게 된다. 형제이기에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자고 굳게 맹세한 두 사나이는 이후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면서 전장 속에서 맹활약을 하게 된다. 하지만 돌연변이는 결국 인간으로부터 두려움을 사게 되고 소외당하게 되는 것이 진리. 


그러던 와중 돌연변이들로만 구성된 특수부대를 편성하고자 하는 스트라이커(대니 휴스턴)의 권유에 두 형제도 힘을 합하게 된다. 하지만 작전을 수행하면서 스트라이커의 분별없는 무차별 작전에 크게 실망한 제임스(휴 잭맨)는, 갈수록 살인의 희열에 빠져드는 형 빅터(리브 슈라이버)의 모습에 반감을 가지고 결국 생이별을 하게 된다. 세월은 흐르고 이름을 제임스에서 로건(휴 잭맨)으로 바꾼 후 어느덧 애인도 만들어 버젓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도끼청년 로건. 하지만 과거 돌연변이 특수부대 멤버들이 하나둘씩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그 마수가 마침내 로건에게까지 뻗쳐지게 된다. 


마수의 정체는 다름아닌 빅터. 로건의 애인 카일라(릴 콜린스)는 빅터에 의해 살해당하고 이에 분개하는 로건. 오로지 복수심에 불타 빅터와 한판 대결을 펼치지만 빅터에 패하고 결국 자신의 팔뚝 이쑤시개마저 두동강이 나는 굴욕을 당하게 된다. 이 때 굿 타이밍으로 등장하는 스트라이커 대령. 절규하는 로건에게 빅터를 이길 초강력 파워를 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그를 자신의 비밀실험인 웨폰X 실험실로 초대한다.


<네일케어가 절실히 필요한 세이버투스. 코딱지 팔 때 정말 조심해야...>



실험의 목적은 돌연변이를 대상으로 초강력 합금이라는 아다만티움을 주입하여 가장 강력한 돌연변이를 만들어 내는 것. 로건의 특수 능력인 재생능력이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스트라이커 대령의 시도였고, 절망의 분노 속에서 새롭게 눈을 뜬 로건은 울버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아다만티움으로 튜닝한 초강력 돌연변이 생물체가 되었다. 하지만 동물적 감각이 뛰어난 개코와 고양이 귀로 이 모든 실험이 실은 빅터와 스트라이커가 짜고치는 고스톱을 벌여 자신을 실험체삼아 더 강력한 돌연변이 웨폰 XI를 만들려는 스트라이커의 음모임을 알게 된다. 


이후 전개는 뻔할 뻔자. 닥치는대로 박살내고 도망가는 울버린.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스트라이커의 충실한 쪼수 에이전트 제로(다니엘 헤니). 하지만 에이전트 제로도 필사의 추적 끝에 울버린의 저항에 황천길로 비명횡사하시고, 울버린은 이후 복수심 하나만으로 웨폰X 실험을 끝장낼 것을 다짐한다. 


빅터와 스트라이커를 박살내기 위해 과거의 동료들을 찾은 울버린. 거기에서 빅터가 스트라이커의 명령으로 돌연변이 청소년들을 어떤 섬으로 납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섬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돌연변이 겜빗(테일러 키취)을 만나 피터지게 싸우며 속사정을 듣고 난 후, 겜빗과 함께 정의를 행사하고자 외딴 섬(비행기로 이동했는데 알고보니 도시 옆에 붙어 있다)으로 향한다. 


<울버린의 가슴 속 깊은 사랑 실버폭스. 너무나 깊어 나중에는 기억도 안 난다는..>






<그노무 주둥아리 때문에 인생 망치는 안습의 데드풀>



#5. 전작 시리즈와 이번 작품의 모호한 연결 고리


스토리만 놓고 보면 전작의 3부작 시리즈와 적절히 연결이 되는 느낌이다. 감독이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조금씩 바뀌기는 하였지만, 영화 본연의 느낌은 그대로 지속되는 느낌이라서 그런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로 기획된 듯한 간결한 느낌이다. 사실 감독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이미 전작에서 충분히 울버린의 과거에 대한 청사진을 전면에 잘 깔아놓았었기 때문에 짜집기만 잘하면 되는 멍석 깔아주기 시츄에이션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울버린 외의 인물들, 즉 울버린의 잃어버린 과거에 한 부분을 차지하는 다른 캐릭터들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였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필자의 입장에서 다소 논란의 요소가 있다고 본다. 이번 작품과 전작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세이버투스, 사이클롭스, 그리고 막판에 얼굴만 합성해서 비춰주는 막장 쎈쓰의 자비에르 교수 되겠다. 이중 세이버투스는 엑스맨 3부작 중 1편에서 등장하여 정말 원작의 세이버투스다운 면모를 보여주면서 나름의 조연 역할을 잘 했다가,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격으로 격상되는 영광을 맛본 행운의 캐릭터. 


하지만 연결고리는 사뭇 이해가 쉽지 않다. 이번 작품에서 세이버투스와 울버린의 설정은 바로 피를 나눈 형제지간이라는 것. 둘이 같은 돌연변이 능력을 타고 났고, 10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하다보니 그 형제애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증오도 깊다는 설정인데, 정작 3부작의 1편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세이버투스는 더 띨뻥해진 짐승으로 나오고, 울버린이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해도 세이버투스는 울버린이 자기 동생이라는 것을 기억할텐데도 그런 묘사가 전혀 안 나온다. 그런데 스핀오프에서는 둘이 지겹도록 의지하며 살아오고 배신도 하고 복수심에 불타 치고받고 싸우는 것으로 묘사되고, 더욱이 세이버투스가 너무나도 인간적이지 않은가!!


<완전 시골 촌동네 타짜로 전락한 겜빗. 대리운전까지 하며 먹고사는 팔자..>



실제 원작을 살펴보면 세이버투스는 울버린과 형제 관계가 아니다. 둘은 치열한 라이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앙숙의 관계는 거부할 수 없는 형재라는 운명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가 알게 된 너무나도 서로가 비슷한 느낌, 즉 비슷한 능력에 비슷한 본능을 지니고 있다는 데서 라이벌의식이 싹튼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원작에서도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는 있다. 세이버투스가 한 때 울버린의 친 형으로 오해를 받은 적도 있으나,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은 나와있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알려진 사실은 세이버투스가 어떤 미스터리한 부족의 일원이고, 노화방지의 능력이 있으며, 울버린처럼 자연치유의 능력과 동물적인 오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작에서는 훗날 세이버투스도 아다만티움을 소유하게 된다!!). 결국 영화에서의 형제라는 설정은 이미 원작에서 살짝 삼천포로 빠져버린 시츄에이션. 


아무튼 이렇게나 울버린에게 중요한 존재인 세이버투스가 1편에서는 우둔한 짐승으로 등장하였다가 2편부터 영영 스크린에서 사라진 것을 보면, 작품들간의 개연성에 약간의 괴리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원작에서 세이버투스는 울버린과 오랜 기간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협력하는 묘한 관계로 등장하여 나름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데, 영화에서는 2편부터 잠적을 감춘 것은 참으로 크나큰 슬픔이 아닐 수 없다.


<겜빗 "아저씨 일단 앉아서 얘기합시다">



여기에 사이클롭스의 등장은 더욱 큰 괴리를 가져온다. 분명 1편에서 사이클롭스와 울버린은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고, 진을 사이에 둔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서로 으르렁거리게 된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우습게도 어린 청년의 사이클롭스가 등장한다는 것. 비록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울버린을 보지는 못했을 테지만 같이 탈출한 동료 중 누군가가 얘기해주지는 않았을까? 사이클롭스의 얼굴을 본 울버린이야 막판에 기억을 잃어버려서 나중에 사이클롭스를 못 알아본다고는 해도 어쨌든 서로 으르렁대기만 하는 설정하고는 괴리가 크다. 이는 원작과도 사뭇 달라서, 원작에서 행동대장인 사이클롭스가 비록 삼각관계라 하더라도 울버린과 대화는 통하는 수준이므로, 영화에서는 울버린을 너무 격한 캐릭터로 그린 느낌이 적지 않다. 


울버린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안겨 준 실버폭스의 존재도, 정작 3부작에서는 기억을 되찾아가는 울버린에게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정작 기억을 찾았어도 오로지 진만 생각하는 울버린이라니. 실버폭스와의 사랑은 결국 하룻밤의 불장난이었단 말인가? 실버폭스는 자기 한 목숨 다 바치며 울버린을 살려줬는데. 역시 남자들은 다 늑대?? 하긴 울버린은 여러모로 늑대 컨셉이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실버폭스가 연인으로 나오지만, 영화 3부작에서는 전혀 설명이 안되어있다는 것이 아쉬웠다고나 할까 (원작에서도 울버린은 여러 여자를 사모하는 바람둥이로 나온다?).


<정말 빠른건지 아니면 공간이동인지 묘한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레이쓰(오른쪽)>



스트라이커 대령은 3부작의 2편에서는 짜리몽땅 아저씨로 나오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훤칠한 아저씨로 나오는 것은 배우의 변화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치자. 그것만 빼고는 스트라이커의 연결고리는 꽤 훌륭하다. 스트라이커 대령이 어떻게 해서 웨폰 X 실험을 진행하였는지 자세한 셜멍이 돋보였고, 이미 2편에서 이러한 실험의 원인이 자신의 돌연변이 아들 때문이었음이 드러났기에 두 작품을 모두 잘 이해한다면 큰 괴리는 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6. 울버린에 대한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


자, 지금까지는 전작의 3부작과 이번 작품간의 연결고리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주인공 울버린에 대해서 과거가 밝혀진 이상 원작의 설정과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일단, 이미 세이버투스와 울버린의 관계가 다르다는 것은 얘기를 하였다. 좀 더 추가적인 설명을 위해 아래 내용을 참고하겠다. 


울버린(족제비)/ 웨폰X Weapon X (무기 X)

본명: 제임스 하울렛 James Howlett, (가명 로건 Logan)

능력: 보통의 인간보다 월등한 시각과 후각, 청각을 지녔다. 팔뚝에는 격납식의 뼈 손톱들을 갖고 있다. 주먹들 사이에서 이 손톱들을 나오게 할 수 있다 (이때, 주먹들 사이의 피부는 찢어지고 피가 나지만, 자연치유력에 의해 빨리 멎는다.) 

직업: 모험가, (과거에 CIA 요원, 해결사)

소속: X-Men, Avengers (과거에 Yashida 가문, Weapon X Program, Alpha Flight, Team X, Devil's Brigade, X-Treme Sanctions Executive)

출신지: 캐나다

가족: 바이퍼(전 아내)

눈:블루

모발:흑발

첫 등장: INCREDIBLE HULK #181


로건이라는 인물의 개인사는 그가 과거에 배웠던 정보의 많은 것들이 인공적으로 주입되었거나, 함부로 변경되었던 기억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밝혀내기 어렵다. 아직 그가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긴 하지만, 자신이 100년 전에 태어난 제임스 하울렛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주의 병든 아들 제임스는 그의 엄마와 일꾼 로건 사이에서의 태어난 아들일지도 모른다. 로건이 쫓겨났을 때, 그는 복수를 하러 돌아와 하울렛을 죽이고 어린 제임스를 공격했다. 제임스는 자신을 보호하려 뮤턴트의 손톱을 사용하여 로건을 죽이고 도그 Dog라는 로건의 아들을 상처 입혔다. 가정교사는 제임스의 탈출을 돕고, 둘은 앨버타 Alberta의 광산마을에 숨었다. 거기에서 그녀가 제임스에게 로건이라고 불렀고, 제임스는 유년시절을 두려워하는 듯 했다. 도그가 제임스를 추적해왔다. 싸우다가 제임스는 뮤턴트의 손톱이 다시 나왔다. 싸움을 말리려던 가정교사는 제임스의 손톱에 실수로 찔려 죽자, 겁에 질린 제임스는 황야로 도망쳤다. 


로건으로서, 그는 실버폭스 Silver Fox와 사귀고, 캐나다의 군인이 된다. 그는 데블스 브리게이드라는 그룹에서 전쟁에 참전했고, 나중에 프리랜서 정보원이 되었다. 그의 정부 비밀요원들인 팀X로서 매버린 Maverick, 세이버투쓰 Sabretooth와 일 했다. 또한 제 2차 세계대전 전에 아시아 국가 마드리푸어에서 중요한 활동을 하고, 심지어 일본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불사의 닌자 오군 Ogun에게 일본어와 무예를 배웠다. 제 2차 세계대전동안, 로건은 캐나다 군인으로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포함한 많은 전투에 참전했다. 


나중에 로건은 뮤턴트와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웨폰X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여기서 로건의 뼈는 아다만티움 adamantium과 결합되었고, 이것이 아마도 일시적으로 그를 미치게 했거나, 그의 야성적인 분노를 높였다고 보인다. 그는 많은 장비들을 파괴하고 탈출했다. 정신을 잃은 그를 황야를 방랑하며 동물이나 다름없게 행동했다. 


캐나다 정부의 공식요원들인 알파 플라이트의 리더인 가디언 Guardian과 빈디케이터 indicator가 신혼여행 중에 로건의 습격을 받았다. 빈디케이터에 의해 부상당한 로건을 오두막에 감금한 가디언은 로건의 치유능력을 보고, 그를 쓸모있다고 생각했다. 가디언이 스키를 타고 나간 사이에 의식을 찾은 로건은 빈디케이터를 공격하기위해 손톱을 꺼냈다가, 누군가가 바꿔치기 했음을 알고 두려워했다 (사실 가디언은 아다만티움 연구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곳에서 로건을 만날 것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부는 로건을 밤낮으로 간호하며 같이 생활했다. 


로건은 가디언의 데파트먼트 H 프로그램의 창립멤버가 되었다. 캐나다 특수요원이 된 로건은 미 정보요원인 캐롤 댄버스 Carol Danvers(지금은 워버드 Warbird)와도 일했다. 캐나다 정부공인 히어로팀인 알파 플라이트의 리더가 된 로건은 웨폰X라는 코드명을 얻었다. 웨폰X로서 그는 헐크와 웬디고 Wendigo와 충돌했었다. 새비어는 나중에 로건에게 X맨의 새로운 버전에 가입할 것을 요청했다. 로건은 빈디케이터에게 반했으나, 그녀가 남편을 떠나 일이 없을 것이므로 X맨에 들어왔다. 울버린이란 이름으로 X맨이 된 로건은 사이클롭스의 여자 친구인 진 그레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비록 그가 자신의 모험을 하기 위해 이따금 팀을 나가긴 했지만, 오랜 기간동안 X맨에 남아있다. (중략)

<출처 : http://superhero.x-y.net/superframe.htm>


<라이언 일병 구하기 표절??>



#7. 후덜덜한 원작 캐릭터들의 몰락 - 하지만 그들의 오리진을 기대하라


본 출처의 원작 내용을 살펴보면, 영화의 설정이 나름 큰 뿌리는 건드리지 않은 채 조금씩 영화에 맞게 각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완전 색다른 일부 설정을 제외한다면, 울버린과 웨폰 X의 실험에 대한 관계는 원작과 큰 괴리는 없다. 다만, 웨폰 X 프로젝트가 나온 이상 걸고넘어갈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웨폰 XI로 등장하는 데드풀. 


영화 초장부터 나불대는 주둥아리로 빈축을 사는 쌍칼잡이 웨이드가 바로 데드풀인데, 원작하고는 달리 완전 인조인간 깡통로봇 개념을 탑재한 악역으로 나와 상당히 아쉽다. 원작에서는 나름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괴로워하다 자진해서 웨폰 X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쌍칼잡이 닌자코스튬의 강력한 돌연변이로 탄생했다가 자신의 과거를 되찾으면서 고뇌한다는, 어찌보면 울버린과 비슷한 사연을 품고 사는 강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엽기적인 캐릭터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그 나불대는 주둥아리마저 봉인당한 불쌍한 돌연변이로 등장한다니. 웁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재미있는 사실은, 데드풀이라는 캐릭터가 원작에서 너무도 강렬하고 인기도 많았던 탓에 감독이 삘 받아서 데드풀을 주인공으로 한 다른 작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온갖 돌연변이들의 잡스런 능력을 다 부여받고 막판에 사이클롭스의 눈탱이 레이저까지 쏴대다가 대가리가 잘린 데드풀이 어떻게 해서 되살아나는지, 그리고 대체 어떤 캐릭터로 그려질지가 사뭇 궁금하다.


<총질 하나는 예술인 에이전트 제로. 이퀄리브리엄이 연상된다>



기왕에 데드풀을 주인공으로 한 또다른 작품이 나온다고 하였으니 하는 말인데, 감독이 제대로 삘 받긴 받은 모양이다. 이미 매그니토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도 제작한다는 발표가 나왔으니 엑스맨 캐릭터별 종합 세트가 만들어져가는 듯한 느낌이다. 이미 1편 오프닝에서 매그니토가 어렸을 적 나치 수용소에 끌려가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 이상, 매그니토의 2차 대전 시절 활약상과 인간에 대한 증오로 악당이 되어가는 과정은 그만큼 매력적인 스토리일 수 밖에. 이런 판국이라면 나중에는 또 어떤 캐릭터의 스핀오프가 만들어질 지 궁금해진다. 


어쩌다보니 얘기가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데, 다시 캐릭터의 얘기로 가 보자. 이번 작품에서도 색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겜빗, 에이전트 제로 등이 나름 비중있는 신규 캐릭터일 것이다. 에이전트 제로는 우리의 자랑스런 대한남아(?) 다니엘 헤니가 연기하여 기대가 컸는데, 초반부터 울버린과의 갈등 구도는 좋았으나 중간에 헬리콥터에 끼어 썩소를 날리며 비명횡사해버려서 나름 웁쓰였다는. 사실 에이전트 제로도 원작에서 인기는 없었지만, 여러가지 능력을 보유한 제대로 된 돌연변이로 등장한다. 영화처럼 총질만 해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운동에너지를 흡수하여 이용하거나 광선을 쏴대는 등의 능력도 있다. 게다가 원작에서는 캐나다인이다!! 나름 닌자스러운 코스튬이 자랑이지만 영화에서는 어엿하게 헤니의 조각 같은 쌩얼을 오픈하고 있다. 


겜빗의 경우 원작에서 타짜의 아귀만큼이나 감칠맛 나는 도박쟁이 히어로로 활약하였는데, 이번 영화에서 나름 큰 역할로 나올거라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겜빗만큼 굴욕적인 캐릭터도 없었을 듯. 울버린에게 얻어터지고서 마지못해 비행기로 대리운전해주는 설정은 그야말로 안습 캐릭터의 전형적인 모습. 게다가 대리운전만 해주고 사라졌다가 막판에 끝장 다 보니까 등장하여 울버린을 데리고 다시 본업에 충실해 주시는 쎈쓰는 이름값 제대로 못한 대표적 캐릭터의 비운이라 할 수 있겠다. 원작에서는 울버린과 세이버투스와 모두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인물로 나오는데, 여기서는 고작 대리운전이라니. 


마침 비행기 대리운전 시퀀스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웨폰 X 프로젝트의 비밀 실험실이 외딴 섬이라는 힌트 하나로 어렵사리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바다 한가운데에 울버린을 떨궈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시퀀스만 보면 정말 외딴 비밀 섬인가보다 하는 이해가 드는데, 막상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이건 뭥미? 외딴 섬은커녕 잘 발달된 도시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밤섬과도 같은 섬이 아니었는가! 게다가 육지와 다리로 연결까지 되어 있다니! 그냥 버스나 택시타고 가도 될 곳을 힘들게 밤에 몰래 비행기타고 가서 중간에 헤엄까지 쳐가며 무단침입해야 한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황당 시츄에이션. 


참고로, 엑스맨 오리진 시리즈의 남발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엑스맨 탄생 : 겜빗>도 감독의 머리 속에서 구상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데드풀, 겜빗, 매그니토에 이어 또 어떤 인물들의 외전이 탄생할 지 참으로 궁금하기가 그지없다.


<청년 시절의 사이클롭스. 눈가리고 있어서 아무것도 못봤다는 설정>



#8. 감독은 철학적으로, 제작사는 오락적으로


어쨌든 몇 가지 원작과의 괴리를 빼면 나름 훌륭한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엑스맨 탄생 : 울버린>. 휴 잭맨은 여전히 강렬한 카리스마를 표출하고 있고,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진 몸매는 많은 여성팬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얘기가 있다. 헐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다니엘 헤니도 훌륭한 연기력을 통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고 있고, 앞으로 계속될 엑스맨의 전설에 시발점이 될 이번 작품의 연출력도 꽤 수준높은 평을 내리고 싶다. 


전작 3부작의 1편과 2편을 맡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과, 3편을 맡은 브랫 레트너, 그리고 울버린을 맡은 게빈 후드 3명의 감독 사이에 커다란 괴리 없이 그나마 자연스럽게 통일된 분위기를 이끌어 간 것은 크게 평가할 일이다. 다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 스스로 말했듯이 자신은 처음에 로그를 주인공으로 하여 가장 소외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진정한 가치철학적 문제를 꺼내고 싶었으나 흥행성의 문제로 결국 울버린이 주인공이 되었다는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다고 하니, 2편까지 나름 철학적 주제를 건드렸던 느낌은 3편에서 막장을 보여주고, 이번 울버린에서는 아예 순수 액션활극으로 도배질을 해버린 것에 대해서는 무게감있는 주제의식을 좋아라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라면에 김치가 빠진듯한 약간의 아쉬움으로 다가올 뿐이다. 


이번 영화의 개봉과 맞물려 게임도 제작되었으니 엑스맨 매니아라면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참고로, 게임의 경우 영화의 스토리는 물론 그 이후의 추가적인 스토리가 공개된다고 하니 게임과 원작과의 비교도 커다란 재미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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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덜덜할 정도로 집요하고도 상세하게 스포까지 좔좔좔 유출해 버리는 무시무시한 영화 리뷰 블로그!!! 그러나 주인장은 참으로 게으른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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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 2 (Iron Man 2)

Movie 2015. 11. 10. 17:43

※ 본 리뷰는 필자가 2010년 8월에 구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아이언 맨 2 (Iron Man 2)


이 좁아터진 지구촌에는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수퍼히어로들이 있다. 수퍼히어로의 원조이자 창시자라고 한다면 대부분 수퍼맨이 떠오를텐데, 수퍼맨을 뒤로 해서 별의 별 맨이란 맨이 전부 히어로로서 이 지구를 지키게 되었다. 그런데, 마치 옛 그리스 신화와도 같이, 히어로들 중에도 각자의 개성과 팔자가 존재하고 있는 바, 그 때문에 히어로들마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상당히 쏠쏠한 재미가 있다.

2008년 기존의 히어로의 통념을 깨고 우리 앞에 등장한 깡통 로봇의 업그레이드판 아이언 맨이 2년이 지난 2010년, 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과 이야기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오늘은 바로 <아이언 맨 2>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태권브이의 깡통 로봇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대나 뭐래나...한국명 깡통사나이>



#1. 스토리 - 우리 아이언맨이 달라졌어요


전편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스토리부터 싸잡아보자.


추운 날씨가 자랑거리인 모스크바. 어느 허름한 방 안에 어떤 알코올중독 할아방이 TV를 보고 있다. TV의 내용은 세계 최고의 군수산업회사인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CEO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자신이 바로 아이언맨임을 공개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할아방은 이반 반코(미키 루크)라는 사내를 불러 “너가 아이언맨이 되었어야 한다”는 말을 남기며 숨을 거둔다. 이에 절규하는 이반. 이반은 죽은 할아방이 남긴 설계도 같은 것을 보며 무언가를 열심히 제작하기에 이른다. 무언가 가공할만한 무기 같은 것을.


그로부터 6개월 후. 세계는 아이언맨이 된 토니 스타크에 열광하고 있었다.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지원과 기획으로 열리는 거대 행사인 스타크 엑스포에 등장한 아이언맨은, 자신이 있기에 세계가 평화로울 수 있다며 대중들로부터 열성적인 지지를 받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스타크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창시자인 하워드 스타크(존 슬래터리)의 생전의 영상을 공개한다. 그렇게 쇼를 마치고 나오는 그에게 갑자기 날아온 정부의 소환장. 다음날 소환에 나선 스타크는 스턴 의원(개리 샌들링)으로부터 어이없는 주장을 듣게 된다. 내용인 즉슨, 아이언맨이 바로 정부가 인정하지 않은 불법무기라는 것. 이를 증빙하기 위해 스타크의 베프인 제임스 로즈 중령(돈 치들)까지 불려온다. 로즈 중령은 비록 아이언맨이 불법 무기이므로 미국의 위협이 될 수도 있으나, 효용가치로 볼 때 지금은 스타크가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선입관을 가지고 있던 스턴 의원은 뒷 부분을 무시하고 앞 부분만을 강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정부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또 한 명의 무기전문가를 초빙하는데, 그가 바로 스타크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해머 인더스트리의 CEO 저스틴 해머(샘 락웰)였다. 그는 아이언맨의 기술이 이미 여러 국가에 유출되어 복제품을 만들고 있는 이상 언제든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자 스타크는 자신의 최첨단 스마트폰을 이용해 그러한 주장을 불식시키는 증거 영상을 공개한다. 그리고 그 영상에는 해머가 비밀리에 아이언맨 같은 로봇 병기를 만들다가 실패하는 장면이 들어있다. 결국 해머는 몰래 아이언맨의 기술을 빼앗아 자신이 무기를 만들어 정부에 납품하려는 계획을 품었던 것. 이에 스타크는 향후 10년 이내 아무도 아이언맨을 만들 수 없다고 자신하며 회장을 빠져나간다. 


한편 갈수록 아이언맨에 푹 빠져 있는 스타크가 답답해 그를 쪼아보려는 수석 비서 페퍼 포츠(기네스 팰트로우)는 따지는 과정에서 황당하게도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CEO 자리를 제안받게 된다. 스타크는 회사의 경영에 신경쓰기에는 너무도 갑갑하다고 느낀 나머지 포츠에게 모두 떠넘겨버렸던 것. 그것은 한편으로는 스타크가 장착하고 있는 그의 생명원인 펠리듐이 시간이 갈수록 독성을 증가시켜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는데 따른 부담감 때문이기도 하였다. 회사경영권이 포츠에게 이양되기 위한 공식 절차를 받기 위해 회사에 들른 스타크는, 그곳에서 법무팀 소속 미모의 직원인 나탈리(스칼렛 요한슨)를 보고 한 눈에 빠져버리고 만다. 스타크는 대놓고 꼬셔보겠다고 하면서 새로운 CEO인 포츠의 수석 비서로 임명해 버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도도한 자태를 뽐내는 나탈리.


<집에 아이언맨 수트 하나쯤은 있어야 행복한거잖아요? 없으면 불행한거잖아요?>



한편 모스크바에 있던 이반은 모나코로 향하기 위한 위조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받고 무언가 음모를 꾸미게 된다. 대체 모나코에는 무슨 일로 가려는 것일까? 모나코에서는 매년 F1 그랑프리 대회가 열리는데, 세계 최고의 억만 장자인 스타크가 소유한 F1 머신도 이 대회에 출전한다. 이를 참관하기 위해 스타크는 포츠와 함께 모나코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마주치기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해머를 또 만나게 된다. 포츠는 신임 CEO로서 비즈니스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만, 스타크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갑자기 땡기는 대로 사는 쿨한 사나이인 것. 그래서 그는 갑자기 예정에도 없이 자신의 머신을 직접 몰고 F1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그런데, 모나코에는 또 한 명의 사나이가 있었으니, 바로 모스크바에서 날아 온 이반 반코. F1 대회가 시작되고 머신들이 으르렁거리며 광속의 질주를 하자, 이반은 슬금슬금 트랙으로 발을 디뎌놓는다. 그리고는 갑자기 자신의 웃옷을 훌렁 태워재끼며 그 속에 감춘 가공할만한 무기를 드러낸다. 일명 휘플래시로 불리우는 자신의 무기를 드러낸 이반은 달려오는 머신을 향해 전기채찍을 휘두르자 머신이 그야말로 아쌀하게 두동강이 나고 만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모나코.
화면으로 이 장면을 보고 있던 포츠는 스타크의 운전 기사이자 경호원인 호건(존 파브로)과 함께 긴박하게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위기에 처한 스타크를 구하기 위해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휴대용 가방형 아이언맨 수트 Mark5를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한편 앞에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을 전혀 모르는 스타크는 열심히 레이싱을 펼치다 갑자기 앞에 서 있던 이반의 채찍에 얻어맞아 머신이 박살나면서 차량이 전복되고 만다. 전복된 차량에서 겨우 빠져나온 스타크는 이반의 공격을 피하며 겨우 목숨을 건지고 있던 찰나, 순식간에 돌입한 호건이 스타크의 자가용인 롤스로이스로 이반을 들이받는다. 이에 겨우 목숨을 건지는 스타크. 그런데, 정신줄 놓은 줄 알았던 이반이 다시 깨어나면서 전기채찍으로 롤스로이스를 박살낸다. 이에 긴박하게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스타크는, 이반과 드디어 맞짱을 뜨게 된다. 초반에는 전기채찍의 힘에 밀려 고전하지만, 충격을 딛고 격전을 벌인 끝에 이반의 가슴에 꽂혀 있던 에너지원을 빼버리고 그를 무력화하는데 성공한다.
이반은 이내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아이언맨은 습득한 에너지원을 분석한 뒤 그대로 부셔버린다. 이반은 끌려가면서 스타크에게 어설픈 영어 발음으로 “너가 진거다”라는 말을 남긴다.

<전치 12주 전신골절진단 받았을 때 아주 유용하다는 바로 그 문제의 갑옷>


나중에 스타크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이반을 만나게 된다. 감옥에서 이반과 단 둘이 대화를 나누게 된 스타크는, 이반에게 에너지원이었던 아크 원자로의 출력이 다소 낮았다는 충고를 해 준다. 거기에서 이반은 스타크에게 스타크 때문에 자신의 가문이 몰락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싸움은 스타크가 진거라는 얘기를 한다. 그리고 스타크의 비밀인 펠리듐의 독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내는 이반. 스타크는 깜놀하지만 일단 개무시하고 만다. 전세기로 돌아오는 길에 스타크는 자신의 시한부 인생에 대한 비밀을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동료 포츠에게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만, 엉망이 되어버린 경영 때문에 일 생각만 하는 포츠와 또 티격태격하게 된다. 단순한 사랑 싸움일까? 아니면 정말 코드가 안 맞아서? 

한편, 감옥에 갇혀 있던 이반에게 프리즌 브레이크를 능가하는 탈옥의 기회가 찾아온다. 자신과 똑 같은 옷을 입은 죄수를 방 안에 넣고 죽은 것으로 처리한 다음 유유히 탈출하는 이반. 그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바로 다름아닌 해머 인더스트리의 CEO 저스틴 해머였다. 해머는 이반에게 스타크를 이기고 싶다며, 그의 천재적인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다. 대신, 그 조건으로 아이언맨을 능가할 무기를 만들어 스타크를 아작 내버려 달라는 것. 이에 굿뜨~하는 이반. 

세상이 이따구로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자신의 생일잔치 챙길 생각만 하는 스타크. 결국 그는 미모의 비서 나탈리에게 껄떡대면서 자신의 마지막 생일이라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물어본다. 그러자 대답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이에 삘받은 스타크는 자신의 생일 잔치에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채로 온갖 꼴갑쇼를 선보인다. 술에 취해 흥청대는가 하면, 수트 안에다 쉬야~를 하기도 한다. 이를 참다 못한 포츠는 스타크를 진정시키려 하지만, 계속 말 안듣고 개판 5분 전 시츄에이션을 연출하는 스타크. 이 때 베프인 로즈 중령이 파티장을 찾는다. 정부가 계속 아이언맨 수트의 강제 이관을 요청하고 있어, 이에 대한 타협을 보기 위해 로즈 중령이 직접 중재에 나선 것. 하지만 스타크가 이따구로 흥청망청하고 있는 것을 보자 열받은 나머지 그는 멋대로 지하 기지로 들어가 아직 시험개발 중인 은색의 아이언맨 수트를 입어버린다. 그리고 파티장에 난입하는 로즈 중령. 결국 스타크와 로즈 중령은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채로 서로 치고 박고 싸운다. 게스트들은 공포에 질려 모두 도망가고, 아이언맨 수트를 벗으라는 스타크와, 망나니 히어로는 수트를 입을 자격이 없다고 대드는 로즈 중령은 마침내 서로 펄스충격파를 쏴대고, 충격파가 중첩되면서 엄청난 폭발력으로 집이 풍비박산이 나고 만다. 결국 로즈 중령은 그대로 도망가버리고, 스타크는 허탈감에 사로 잡혀버린다.

<그거 7.99% 금리로 36개월 특별 할부해주는 거니까 연체하지 말고 잘 갚아라>


한편 해머의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된 이반은, 해머가 만들다 만 유인전투로봇 드론을 보며 모든 것이 엉망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이에 해머는 뭐든 지원해주겠다고 하고, 이반은 자신이 기르던 새를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그는 본격적으로 해머를 위해 강력한 무기 개발에 임하게 된다. 

집도 날리고, 친구도 날리고, 개념도 날려버린 스타크는, 꼬질꼬질한 채로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얼굴만 내민 채 이곳 저곳을 방황하게 된다. 그러다가 애꾸눈이 트레이드 마크인 쉴드 국장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를 만나게 되는 스타크. 다방에서 차 한잔 하면서 쉴드 국장은 스타크에게 상태가 심각하다고 얘기한다. 그것은 이미 쉴드 국장이 스타크의 펠리듐 중독을 알아채고 있었던 것. 이에 몸매 작살인 스판덱스를 입은 나탈리가 갑자기 나타나고, 스타크의 목에 무슨 주사를 놓는다. 펠리듐의 독성을 어느 정도 중화해주는 약효가 있는 주사였던 것. 스타크는 나탈리의 정체가 뭐냐고 묻고, 쉴드 국장은 나탈리가 실은 쉴드 멤버의 요원으로서 스타크를 감시하기 위해 보낸 나타샤 로마노프 요원이라고 얘기해준다. 스타크는 어차피 자기가 곧 죽을거라고 하지만, 쉴드 국장은 펠리듐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에너지원을 찾으라고 한다. 스타크는 자기가 아는 모든 자원을 가지고 실험해 보았지만,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자 쉴드 국장은 아직 스타크가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고 얘기한다. 다시 집에 돌아온 스타크에게 쉴드 국장은 이상한 박스를 하나 건내준다. 바로 스타크의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의 물건이 들어있다는 박스. 그리고 쉴드 국장은 로마노프 요원을 계속 측근으로서 회사에 남게 하고, 스타크가 펠리듐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꿈쩍도 못하게 감시 요원으로 필 콜슨 요원(클락 그레그)을 붙여놓는다.




#2. 아이언맨 오리진 - 그의 탄생 비화


일단 스토리는 살펴봤지만, 무엇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그만큼 아이언맨에 대해서 꺼낼 얘기가 수두룩하다. 원작과의 비교도 빠질 수 없겠고, 빠방한 캐스팅에 대해서도 늘어놓을 말이 많고, 아이언맨이라는 캐릭터의 설정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하지만 필자가 답습하기에는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너무도 방대한 것이 사실. 전문가도 아니고, 매니아도 아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은 많아도 참으로 조심스럽다. 고로, 필자가 모르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먼저 아이언맨의 기원에 대해 알아보자. 영화 1편의 스토리를 되새김질 해보면, 천재 과학자이자 잘 나가는 군수무기 사장 토니 스타크가 자신의 무기를 팔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한 지역을 방문했다가 테러를 당해 납치당한다. 스타크는 사고의 충격으로 심장에 금속 파편이 박히지만, 인질로 잡혀있던 중동인 박사에 의해 자기장으로 금속 파편이 심장에 가지 못하도록 몸에 커다란 배터리를 연결하여 그를 살려놓는다. 그런 그에게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협박하는 테러 집단의 리더 라자. 하지만 스타크는 그 곳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위한 무기가 아닌, 세계 최초의 깡통 로봇 아이언맨을 만들어 무사히 탈출에 성공한다. 


이후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더 이상 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그는 정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정의는 미사일이나 탱크로부터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어야 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해서 아크 원자로를 개량하여 자신의 가슴에 이식하고, 갑옷도 최첨단 하이테크 기술을 이용해 강력한 무기로 탈바꿈시킨다. 그렇게 해서 아이언맨이 된 스타크는 이후 전 세계를 누비며 테러 집단을 분쇄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무리들과 싸우게 된다. 물론 자신의 회사를 꿀꺽하려는 공동창업자 스탠까지도.


아니, 도대체 토니 스타크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이기에 테러범들에게 인질로 잡혀있는데도 최첨단 깡통 로봇을 만들고, 이도 모자라 아이언맨으로까지 직접 활약한다는 말인가. 이미 공개된 바로는, 토니 스타크는 모든 히어로를 통틀어 가장 부유한 히어로로 기록되어 있다. 그 이전에는 배트맨으로 활약하던 웨인 기업의 총수 브루스 웨인이 가장 부유했지만, 스타크는 이보다 2~3배는 더 많다고 한다. 그런데 둘은 일단 원작 차원에서 소속이 다르다. 스타크는 마블 소속이고,

브루스는 워너 브라더스 소속이니까 이 부분은 앞으로도 비교해볼만한 가치가 상당히 높겠다. 


토니 스타크의 설정으로는, 어렸을 적부터 비상한 두뇌를 가진 천재 아이였다. 게다가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마저 초절정 천재이다. 그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본인이 직접 천재 과학자로서 별의 별 과학 기술을 죄다 발명한다. 그래서 아이언맨도 본인이 직접 개발하는 셀프 서비스 정신을 선보인다. 토니 스타크의 탄생에 대한 비화는 영화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원작에서 다소 황당한 전개로 이루어진다. 스타크의 어머니는 하워드 스타크의 연구원이었는데, 뇌세포를 증진시키는 모종의 실험을 하다가 감염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사망 직전에 아이를 낳게 되는데, 그가 바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였다. 스타크는 어머니를 따라 그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지만, 공교롭게도 뇌 세포만 증진되는 것이 아닌, 온 몸이 뇌세포처럼 활동하는 그야말로 뇌세포 덩어리로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온 몸이 도마뱀처럼 재생이 된다는 황당 설정. 이 때문에 아버지 하워드는 스타크의 몸을 보호할 특수 생체 갑옷을 만드는데, 이 갑옷이 푸른 박테리아로 만들어져서 스타크의 겉 모습이 시푸르둥둥하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혹자는 스머프가 아니었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성장하게 된 스타크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온 몸을 보호할 초강력 하이테크 바디 아머인 아이언맨을 개발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원작이 더 복잡하지만 가볍게 볼 사람은 그냥 영화만 보라규>



사실 탄생에 대한 위의 원작 내용은 최근에 다른 작가에 의해 쓰여진 아이언맨 이야기 <얼티밋 아이언맨>에서 나오는 설정이다.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마블의 히어로들은 대두분이 스탠 리라는 미국 만화계의 대부로부터 탄생한 아해들이다. 이미 <엑스맨 오리진 : 울버린>에서도 언급했지만, 스탠 리 할아버지는 몇 시간을 얘기해도 할 얘기가 많은 분이다.

그 분이 <테일즈 오브 서스펜스>라는 만화책에서 아이언맨을 처음 등장시킨다. 미스테리하게도 그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스탠 리 본인이 직접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이후 그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아이언맨은 줄곧 그의 향후 행적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일단 원작에서의 아이언맨에 대한 기원을 필자가 아는 한에서 정리해 보겠다. 토니 스타크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천재 신동으로, 15세에 MIT에 합격할 정도로 엄친아 중의 엄친아였다. 그리고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는 유명 전자제품기업인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총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가 모두 운전 중 브레이크 사고로 인하여 운명을 달리하게 되고, 졸지에 외톨이가 된 스타크는 그렇게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받게 된다. 스타크는 천재적인 두뇌 덕분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첨단 전기제품 개발과 함께 훌륭하게 경영을 키워 나가 단시간에 세계 최고의 전기제품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국방성에서는 스타크의 기술력을 이용해 첨단병기화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게 되고, 당시 스타크가 개발한 최첨단 트랜지스터가 적용된 무기로 인해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의 생존률이 급격히 높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스타크는 현장 시찰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게 된다. 베트남에서 재수없게도 부비트랩으로 인해 중상을 당한 채 베트콩들에 의해 납치된 스타크는, 가슴에 박힌 금속 파편이 심장 쪽으로 조금이라도 쏠리게 되면 죽게 되는 절체 절명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그런 와중에 베트콩들은 스타크에게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주면 살려주겠다고 제의를 한다.


하지만 그 곳에서 만난 또 다른 인질 호인센 교수를 만나게 된 스타크는, 그와 합심하여 자신의 목숨도 유지해주고 이 곳에서 탈출까지 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를 개발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최초의 아이언맨이 탄생하게 되지만, 조악한 환경 탓에 배터리를 충전해야만 하는 시츄에이션이다보니, 결국 충전시간 기다리느라 호인센 교수가 희생한다. 어쨌든 덕분에 배터리 만땅 채우고 피범벅을 뿌리며 무사히 탈출하는데 성공하는 스타크. 이 때 결정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바로 훗날 베프가 되는 로즈이다. 이후 미국으로 귀환한 스타크는 아이언맨을 개량하여 본격적으로 아이언맨의 시대를 도래하게 한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았던 그는, 아이언맨을 자신의 비밀 경호원이라고 세간에 공개하고는 비밀리에 정의 수호 임무를 계속하게 된다. 더욱이 스타크 인더스트리는 최첨단 무기를 그득하게 만들어 그야말로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요것이 최초로 아이언맨이 탄생하게 된 바로 그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어이쿠 밋밋하여라>



스타크가 아이언맨이 되는 과정은 원작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배경이 다르다. 원작 만화는 오래 전인지라 배경이 냉전 시대이다. 그 때 아이언맨이 탄생하여, 이후에도 주로 싸우는 적이 소련이나 중국 등 공산주의 세력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영화화되는 지금 시점에서는 냉전이라는 테마는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살짝 비틀어서 테러집단으로 변경하였다. 실제로도 최근에 다른 작가들에 의해 그려진 <아이언맨 익스트리미스>에서는 아이언맨의 회상 장면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납치와 탈출을 그리고 있다. 즉, 영화는 오리지널 스토리보다는 최근에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구성된 후자의 작품 설정을 많이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3. 닥치고 악역이 되어버린 비운의 사나이 이반 반코


다음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휘플래시 이반 반코에 대한 설정이다. 이반 반코는 영화에서 초반에 등장해서 몇 마디 못하고 출연 끝나는 알코올 중독 할아버지의 아들이다. 그 할아버지의 이름은 안톤 반코. 영화에서 그는 토니 스타크 가문 때문에 몰락한 소련의 천재 과학자라고 나온다. 정확하게는 묘사가 되지 않지만, 아마도 하워드 스타크와 안톤 반코는 동업을 했다가, 안톤 반코가 첨단 기술력을 돈벌이로 사용하려고 하자 하워드가 안톤을 해고하고 추방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베리아로 쫓겨난 안톤은 그 후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서 비참하게 살다 갔다는 설정이다. 즉, 이반 반코가 휘플래시가 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억울한 아버지와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복수심일 뿐이다.


그런데, 원작에서는 안톤 반코가 다르게 묘사된다. 안톤 반코는 본래 소련의 천재과학자였고, 당시 소련의 적이었던 미국의 아이언맨을 무찌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언맨의 대항마인 크림슨 다이나모 개발에 투입되었었다. 하지만 명예와 정의를 알던 안톤은 크림슨 다이나모로 아이언맨과 싸우다가 아이언맨의 속임수에 넘어가 소련을 등지고 스타크와 함께 일하게 된다. 그 때 안톤 반코는 토니 스타크가 가지고 있던 기술과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된다. 결론적으로 스타크와 안톤은 서로 다른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고, 서로 대립관계가 아닌 협동을 발휘했다는 것. 이는 원작에서 안톤의 최후가 바로 아이언맨을 살리기 위함이었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다른 캐릭터들은 어떨까? 1편부터 스타크를 도와준 S급 비서 페포 포츠와, 충실한 운전기사 해피 호건은 원작에서 어떻게 그려졌을까? 역시 원작에서도 비서와 운전기사로 등장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둘이 원작에서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모나코의 자동차 경주 씬이다. 원작에서도 자동차 경주 당시 사고가 난 스타크를 구하기 위해 포츠와 호건이 등장하는데, 원작에 대한 오마쥬인지 이번 2편에서 이 부분이 적절하게 묘사되고 있다.


<한때 여왕이었으나 이제는 비서로 전락해버린 기네스양. 그래도 S급 비서이지 않은가!!>



#4. 원작과 영화의 비교 - 내게는 너무도 가벼운 영화


원작의 설정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스타크와 포츠의 관계에 대한 답이 나오기 때문에 조금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일단 둘은 서로 호감을 가지는 관계로 발전하기는 하지만, 결국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황당하게도 포츠는 호건과 눈이 맞아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렇다면 호건은? 호건은 운전기사로 활약하다가 몇 번의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이상한 전파에 노출되어 변이를 일으키기도 하는 등 나름 스펙터클한 삶을 살다가 비명횡사하고 만다. 원작에서도 나름 개그 캐릭터인데, 막판에는 너무 무리하신 듯.


나타샤 로마노프의 등장인 조금 의외였다. 어쨌든 그도 원작에 등장한다. 하지만 많이 다르다. 나타샤는 본래 소련의 스파이로, 빼어난 매모를 이용해 스타크를 유혹하고 아이언맨 기술을 훔치고 그의 조력자이자 소련의 배신자인 안톤 반코를 암살하는 것이 임무였다. 하지만 임무 실패로 인해 소련으로부터 혹독한 징계가 예상되자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가 되어 방랑하게 된다. 그러다가 <얼티밋 아이언맨>에서 다시 등장하는 블랙 위도우는 몇 가지 놀라운 점을 선보인다. 먼저 블랙 위도우는 원래 복장이 영화에서처럼 쫄쫄이 스판덱스가 아니고 정말 미망인(위도우)처럼 검은 드레스를 입고 다니며 추파를 던지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점점 전투력이 상승하면서 최근에야 비로소 쫄쫄이 스판덱스로 갈아 입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블랙 위도우가 바로 스타크의 공식 최초 애인으로 나온다는 것. 블랙 위도우 입장에서는 스타크를 속이기 위한 일종의 미인계이기도 하였지만, 어쨌든 둘은 결혼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태생이 스파이이다 보니 결국 나중에 스타크를 배신하지만, 그 대가로 처참한 죽음을 당하게 된다. 과연 영화 속편에서 이 설정을 따를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다.


영화 내내 허당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어설픈 악당 저스틴 해머도 원작에 등장한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원작에서는 이 친구 정말 무시무시한 존재이다. 전투력이 아니라, 바로 기업가로서 스타크의 회사를 철저하게 두들겨 부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비록 말아먹으려고 노력했다가 도리어 경찰에 잡히는 신세가 되었지만, 원작에서는 알코올 중독으로 나락에 떨어진 스타크를 향해 거침없는 공격적 경영으로 결국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망하게 한다. 역시 영화 막판에 두고보자는 말을 던졌으니, 그 약속을 지킬지 지켜보는 것도 역시 또 다른 재미일 듯싶다.


계속해서 원작과 영화의 비교가 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가장 큰 화두인, 제 2의 아이언맨에 대해 비교해보자. 작품에서는 베프인 제임스 로즈가 아이언맨 갑옷을 제멋대로 입고서는 해머의 도움을 받아 워 머신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막판에 아이언맨을 도와 세상을 구하고는 다시 사라진다. 향후 워 머신의 활약을 예고하는 설정이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로즈가 워 머신으로 거듭나는 것은 상당히 시간이 지난 후의 이야기이다. 그는 그 이전에 먼저 정말 아이언맨으로서 활약하게 된다. 사정은 이렇다. 스타크가 해머의 농간으로 인해 경영이 엉망이 되어 회사를 잃을 지경에 이르고, 이 충격으로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된다. 이에 스타크는 아이언맨 수트를 로즈에게 주고 대신 활약하게 한다. 하지만, 수트 자체가 스타크의 뇌파에 셋팅되어 있다 보니 뇌파가 다른 이유로 로즈의 정신이 붕괴되기에 이른다. 마치 에반게리온처럼 폭주를 하게 된 로즈를 보고 스타크는 다시 최첨단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로즈와 대결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스타크가 승리하고, 다시 정신을 차린 로즈는 다시 베프가 된다.


<이봐 자네, 꼭 그러고 있으니 깡통 뒤집어 쓴 고릴라 같구먼 허허>



이후 다시 아이언맨으로 활약하다가 스타크가 그만 에너지원이 신경계를 자극하여 죽음에 이르는 지병으로 인해 사망하기에 이르자, 로즈는 정말로 스타크가 죽은 줄 알고 아이언맨 갑옷에 중무장을 하여 워 머신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때가 비로소 워 머신이 탄생하게 된 시점이다. 하지만 이후 죽은 줄 알았던 스타크가 사실은 죽은 척 하고 잠수탔다는 것을 알고 심하게 배신감을 느낀 로즈는 이후 스타크와 결별하여 독자적인 히어로로 활약하게 된다. 참고로 스타크는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경영권을 로즈에게 넘겨주기도 한다. 


늘 그렇지만, 원작과 영화가 조금씩 다른 설정과 분위기로 간다는 것은 매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가 보다. 만화는 꾸준히 나오지만, 영화는 몇 년에 한번씩 만들어서 대박 히트를 쳐야 하지 않은가. 이 때문에 아이언맨 영화도 원작에 비해 상당히 가벼운 느낌이다. 


실제로 스타크가 아이언맨으로서 가지는 가치관을 보자. 그는 영화에서 시종일관 여유롭고 껄렁대는 이미지이다. 특히 바람둥이 기질을 확확 뿜어내는 포스가 압권이다. 바람둥이 기질은 사실 원작에서도 드러나는 점이지만, 시종일관 껄렁대는 것은 다소 의외이다. 이는 스탠 리의 히어로들이 모두 그렇듯이 자기네들만의 나름의 고민과 가치관적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을, 영화에서는 싹 다 무시하고 아주 가벼운 오락물로 다가왔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원작에서는 스타크가 그토록 부자이고, 아이언맨이라는 초강력 무기를 통해 그야말로 수퍼히어로 계열에 들어서게 되지만, 그는 그런만큼 엄청난 고뇌를 겪게 된다.


원작에서 스타크의 말로는 결국 알코올 중독자였다. 왜 그는 알코올 중독에 사로잡히게 되었을까? 거기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존재한다. 스타크가 몸 담게 되는 세계 평화를 위한 거대 비밀 조직 쉴드가 바로 스타크를 속이게 되기 때문이다. 나중에도 얘기 하겠지만, 쉴드에 의해 탄생되는 어벤저스라는 조직의 초대 멤버이자 리더가 되는 아이언맨이었지만, 쉴드는 나중에 바로 그 아이언맨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꾸미게 된다. 그것은 쉴드가 바로 스타크만이 아는 아이어맨의 기술력을 차지해서 군사력을 키우려는 욕심이 있었던 것. 스타크는 결국 쉴드가 몰래 자신의 기술을 훔쳐가려고 했다는 사실과, 자신을 암살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엄청난 충격을 받고 그 이후 술고래가 되고 만다. 더욱이 쉴드는 자기도 모르게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주식을 사들여 자신을 대주주에서 쫓아내려 까지 한다. 


이후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더 발생하게 된다. 바로 해머의 등장으로 인해 스타크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게 된다. 해머는 아이언맨의 소프트웨어를 해킹하여 원격통제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아이언맨이 공식석상에서 외교관을 만날 때 원격조정을 하여 그 외교관을 죽여버린다. 스타크는 이러한 사실도 모른 채 이것이 갑옷의 오작동으로 오인하고 만다. 이 사건으로 아이언맨의 위험성을 인식한 정부는 아직까지도 정체를 밝히지 않은 아이언맨에 대해 당사자의 해명을 요구하지만, 이를 설명할 수 없는 스타크의 답답함. 게다가 스타크는 어벤저스의 리더로서 살인을 저지른 죄책감 때문에 리더 자리를 내놓는다. 이후 그는 아이언맨 수트가 없으면 그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술과 더욱 가까이 하게 된다. 


계속해서 모든 일들이 스타크를 더욱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그럴수록 스타크는 알코올과 베프가 된다. 그 때 베서니 케이브라는 여자가 스타크를 감싸안아주게 된다. 그녀는 성심성의껏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게 도와주고, 스타크는 그렇게 조금씩 상태가 나아지게 된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타크 인더스트리 대주주는 결국 그의 손에서 떠나가 버리고, 그는 하루 아침에 알거지가 되면서 또 한번 기가톤급 정신적 데미지를 입게 된다. 그래도 케이브는 그런 스타크에게 끝까지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게 된다.


<이봐, 간만의 포스팅인데, 댓글은 좀 달아주구려~>



위 내용은 원작의 일부를 발췌하여 알코올 중독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룬 <아이언맨 : 병속의 악마>라는 에피소드에 소개된 내용이다. 그만큼 스타크는 작품 속에서 그 어느 인건 못지 않게 심각한 고뇌와 좌절을 겪게 된다. 우리가 지금 영화에서 보는 긍정적이고 쿨하며 까불까불한 스타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향후 영화가 이러한 설정을 따라갈지는 미지수이지만, 감독의 취향 상 원작을 따라갈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참고로, 아주 재미있는 사실은,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 된 실존 인물 하워드 휴즈와 토니 스타크, 그리고 이를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모두 공통적으로 실제 알코올 중독자였다는 것. 그래서 그런지 싱크로율이 대박이다.



#5. 비록 소속사는 다르지만 어딘가 닮은 두 친구 - 배트맨과 아이언맨


자, 이제 스타크의 실제 모습을 봤으니 이번에는 배트맨과 비교를 해볼까 한다. 배트맨도 원작에서는 매사 고민만 달고 사는 노이로제 쟁이이다. 그는 특히 자신의 부모의 죽음에 대해 상당한 심적 장애를 겪고 있다. 그 공포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마련한 장치가 바로 배트맨이라는 껍데기일 정도이다. 그는 매번 정의를 위해 싸우지만, 그러면서도 늘 고민을 달고 있다. 정의란 반드시 밝아야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는 정의로운 존재이면서도 경찰들에게 쫓긴다. 

바로 다크 나이트로서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원작의 숙연하고도 무거운 주제 의식은 사실 초반의 영화 배트맨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팀 버튼이 만든 <배트맨> 1, 2편에서는 아주 쬐끔 이러한 내면적 갈등을 선보이지만, 팀 버튼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이 풍부했던 나머지 이상한 나라의 배트맨이 되어버리고 말았더랬다. 그러다가 포에버와 리턴즈에서는 아예 킬링타임용 오락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아동용으로. 이는 현재의 아이언맨과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다. 초기의 배트맨이 순수한 오락물로 다가섰던 것처럼, 아이언맨도 현재는 순수한 오락물에 불과한 느낌이다. 2편에서 중간에 다소 멍때리는 표정으로 고뇌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원작만큼 무거운 수준은 결코 아니다.


배트맨과 아이언맨은 유사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그들은 히어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철저하게 인간 베이스로 간다. 수퍼맨이나 엑스맨, 스파이더맨, 헐크 등등 다른 히어로들은 전부 무언가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그들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존재이다. 하지만 배트맨과 아이언맨은 그러한 능력이 없다. 오로지 재력과 기술력,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히어로의 계열에 들어선 인물이다. 결국 돈 없거나 특별한 능력 없으면 히어로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이긴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느낌이다.


<여기 짜장면 3개, 짬뽕 2개, 탕슉 대짜로...아 그리고 군만듀도 플리이즈>



둘은 또한 상당한 재력가이면서 기업가라는 점도 동일하다. 게다가 모두 사고로 부모를 일찍 잃었다. 다만 그 충격을 극복하는 데는 차이가 있다. 브루스 웨인은 평생을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지만, 스타크는 일찌감치 극복하고 자기만의 세상을 산다. 둘이 여자를 밝힌다는 것도 똑같다. 다만, 브루스는 배트맨과 다른 자아의 삶을 위한 거짓된 삶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반면 스타크는 갑옷을 입어도 여전히 여자만 보면 헤벌레이다. 가면을 쓰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히어로라는 점에서도 동일하다. 원작에서도 역시 둘은 계속 정체를 숨긴다. 이는 이미 배트맨에서도 주구장창 거론되었던 가면 속과 밖의 서로 다른 자아에 대한 고뇌적 장치이다. 아이언맨도 위에서 언급했듯이 알코올 중독으로 가는 지름길로 바로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밖에 없는 고뇌를 꼽고 있다. 아주 재미있게도, 코스튬을 상당히 자주 바꾼다는 공통점도 있다. 브루스 웨인도 툭하면 배트맨 갑옷을 개량한다. 아이언맨도 비롯 금속 기계 장치라는 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코스튬을 보유하고 있다. 영화에서도 이미 Mark1 이후로 벌써 4차례 이상 개량된 버전을 선보인다. 실제로 원작에서는 Model과 Mark로 식별되는 여러 단계를 거쳐 실버센츄리온, 헐크버스터, 스킨, 틴맨 등 다양한 개량 갑옷을 선보이게 된다. 심지어는 원작에서 어느 코스튬을 입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장면도 나올 정도이다. 이게 모두 돈이 빠방하기 때문에 가능한 소리이다. 수퍼맨은 맨날 단벌 빤스로만 먹고 살았는데 말이다. 둘에게는 훌륭한 조력자도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채 친구 없기로 유명한 브루스 웨인에게도 알프레도라는 훌륭한 집사이자 조력자가 있었다. 스타크에게는 비록 로즈와 같은 베프가 있긴 했지만, 그에게도 알프레도 버금가는 명 집사가 있었다, 바로 자비스. 영화에서는 자비스가 인공지능 로봇으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집사이다. 그 역시 스타크를 위해 헌신하지만, 스타크가 술고래가 되었을 때 막말을 해서 그 길로 사표를 내고 빠빠이한다. 


이토록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어쩌면 아이언맨은 향후 계속해서 시리즈가 나오더라도 다른 분위기로 새로운 시리즈로 영화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는 이미 배트맨이 보인 행보이기 때문이다. 배트맨은 4편까지 말아먹다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의해 진지한 배트맨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를 통해 그야말로 원작의 느낌 그대로 무겁고 어둡고 현실적인 히어로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미 스탠 리의 다른 히어로 캐릭터가 이러한 차원에서 재탄생하게 된 사례가 있다. 바로 <인크레더블 헐크>. 에릭 바나가 분한 헐크가 헐리우드스러웠다면, 에드워드 노튼의 헐크는 사뭇 진지하였다. 바로 고뇌할 수 밖에 없는 이중인격 히어로 헐크의 진지한 모습이 잘 살아났던 것. 게다가 이 헐크에서 어벤저스를 암시했다는 부분은 앞으로 마블 히어로들의 성격이 원작에 충실하게 흐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물론 감독의 성향에 따라 확확 달라지긴 하겠지만 말이다.


<애꾸눈이 특징인 쉴드 국장은 50년전에도 지금도 저 모습니다. 한 마디로 늙지 않는다는 소리>



#6. 슈퍼 히어로들의 계모임 - 어벤저스


어벤저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제 어벤저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해 보겠다. 어벤저스는 마블 코믹스에서 등장한 수많은 히어로들을 한데 모아 만든 집단 조직 히어로패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 배후에는 쉴드라는 비밀 단체가 있는데, 여기의 수장은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애꾸눈 퓨리 국장이다. 쉴드의 창설 멤버로 스타크의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는 원작과 영화에서도 모두 드러나고 있다. 다만, 어벤저스에 대해서는 영화에서는 그저 떡밥 수준으로 던져주고만 있는 실정인데,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매우 재미있는 떡밥임에 틀림없다.


먼저 어벤저스의 초대 멤버들을 보자면, 초대 리더이자 막강한 자금줄로 바로 아이언맨이 선정된다. 그리고 녹색 크리쳐 헐크와, 곤충을 패러디한 앤트맨과 와스프가 속한다. 게다가 켈트족 신화의 기운을 타고 난 토르가 함께 한다. 이들은 원래 처음에 서로 치고박고 하다가 어쩌다보니 호흡이 맞아서 엉겁결에 어벤저스를 결성하게 된다. 하지만 콩가루 조직답게 곧이어 헐크가 이탈하고 만다. 그러다가 2대 리더가 되는 캡틴 아메리카가 합세하게 된다. 이후 아틀라스가 되는 파워맨이 합세하고, 스칼렛 윗치, 퀵 실버, 호크아이, 비전, 블랙팬서 등이 줄줄이 합세하면서 어벤저스 거대 조직이 탄생한다.


이들의 월급과 복지는 아이언맨인 스타크가 대주게 된다. 원작에서도 후덜덜한 히어로들이 떼거지로 등장하는 이 조직이, 오래전부터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공표되어 많은 마블덕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더랬다. 그런데, 어째 지금까지 캐릭터들이 따로 노는 분위기이다. 이를 정리하려고 하는지, 계속해서 각 작품에 어벤저스에 대한 떡밥을 던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 예로, <아이언맨> 1편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잠깐 등장한다. 스타크가 아이언맨 갑옷을 제대로 만들어 입는 장면에서 뒤쪽에 어렴풋이 캡틴 아메리카의 상징인 별무늬 방패가 보인다. 이는 2편에서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바로 원자가속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 방패가 직접적인 도움을 주게 되는 것. 그런데 우습게도 수평을 맞추기 위한 받침대로 쓰이다니, 잠자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가 알게 되면 난리날 일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방패 뿐만 아니라 그 모습까지 슬쩍 비춘다. 바로 <인크레더블 헐크>의 오프닝 씬에서 남극 장면이 보이는데, 얼음 속에 캡틴 아메리카로 보이는 물체가 흐릿하게 보인다. 이는 단순한 암시가 아닌데, 왜냐하면 실제로 캡틴 아메리카는 2차 대전 당시 활약했다가 냉동되어 잠자게 된 후, 남극 지역에서 냉동이 풀리면서 어벤저스에게 발견되어 어벤저스 멤버가 되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헐크에서는 단순히 극지방으로 보여주었지만, <아이언맨> 2편에서는 하워드 스타크의 소지품에서 바로 남극 지도가 보여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어딘가 표시되어있는 듯한 형태로. 또한 스타크가 쉴드 본부에서 브리핑받고 있을 때 뒤에 비춰지는 스크린에 보면 지도가 나오는데, 아프리카를 빨간 점으로 가리키고 있는 그 지도는 바로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의 원료가 되는 비브라늄이라는 운석이 떨어진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그 어떠한 무기로도 부술 수 없다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스타크가 가지고 있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원작에서는 나중에 스타크가 캡틴 아메리카를 위해 방패를 개량해서 주게 된다. 물론 써보니 형편없어서 다시 반품요구 하지만, 어쨌든 스타크가 이미 어벤저스의 일에 손을 대고 있었다는 것을 증빙하는 자료로 보여진다. 


참고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는 묘한 관계에 놓이게 되는데, 둘은 어벤저스에서 절친한 동료가 되기도 하지만, 서로 으르렁대는 사이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는 최근의 새로운 작품에서 나오는 설정으로, 두 사람의 가치관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라고나 할까? 요새 나오는 새 시리즈는 지극히 무겁고도 캐릭터의 심적 주제 의식을 깊게 가져가는 것이 특징이다.


조금 황당한 캐릭터인 토르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암시하고 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마지막에 나오는 짤방을 보면, 중간에 어디론가 비밀임무로 인해 사라진 콜슨 요원이 뉴멕시코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번개신 토르의 주무기인 묘르닐이다. 즉, 토르의 부활을 암시하는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장치인 것이다. 이미 <아이언맨> 1편에서도 엔딩크레딧에서 똑 같은 떡밥을 던졌고, 그것이 어벤저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이 드러났다. 바로 스타크가 헐크를 거론하는 장면이었다. 어벤저스 프로젝트는 이미 공표되었고, 심지어 어벤저스의 멤버들인 캡틴 아메리카와 토르에 대해서도 따로 영화화한다고 공표되었다. 이미 구체적인 제작 계획까지 나왔고, 배우까지 캐스팅될 정도이니 조만간 그들의 이야기도 극장에서 볼 수 있겠다. 


참고로, 이미 개봉한 <인크레더블 헐크>와 이번에 개봉한 <아이언맨 2>가 동시대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임을 알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있다. 마지막에 쉴드 본부에서 역시 뒤에 나오는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겠는데, 바로 헐크가 블론스키 장군과 대학교에서 싸우는 장면이다. 알다시피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나온 이 장면은, 결국 스타크가 어벤저스 프로젝트를 고심하고 있을 때, 헐크가 난리부르스를 치면서 유명해졌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이래뵈도 어벤저스에서도 꾸준히 활약하는 껌댕이미망인(블랙 위도우)이라규>



#7. 실컷 던져 놓은 떡밥들 - 3편의 예고


이번에는 어벤저스가 아닌, <아이언맨 3>에 대한 암시도 찾아보자. 1편에서 스타크를 사지로 몬 테러리스트의 두목 라자를 기억하시는가? 이 친구가 1편에서 스타크가 남기고 간 아이언맨 Mark 1 마스크를 보면서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남겼었다. 게다가 그는 1편에서 스타크에게 징기스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것이 배우의 증언에 따르면 결코 단순하게 설정된 대사가 아니라고 한다. 원작에서 아이언맨의 최대의 적으로 등장하는 징기스칸의 후예, 바로 만다린을 암시하는 것이다. 


만다린은 원작에서 유럽인과 중국인의 혼혈로 태어난 친구로, 원래 기업가인데 어쩌다가 외계인의 비상한 반지를 발견하게 되어 엄청난 능력을 가지게 된 인물이다. 이후 자신을 징기스칸의 후예라고 하면서 스타크를 압박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어쨌든 능력으로 보면 사우론 저리가라할 정도로 절대 반지 10개를 끼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바로 그가 3편에서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인데, 이는 이미 라자의 발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만다린의 반지를 연상케하는 반지가 라자와 해머가 각각 1개씩 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라자가 만다린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한번 지켜보자. 다만, 만다린은 마치 알라딘의 자파를 연상케하는 전형적인 간신배 모습인데, 대머리 라자는 좀 매칭이 안된다.

추가적으로, 2편에서 이반 반코에게 위조 여건을 건네주는 동양인은 다름아닌 만다린 조직의 일원이라고 한다. 이는 감독의 증언이기도 하니, 확실히 만다린이 향후에 등장하여 어떻게든 아이언맨을 괴롭힐 공산이 크다.



#8. 배우들마저 슈퍼 히어로에 버금가는 후덜덜한 캐스팅


워낙 방대한 마블 히어로의 설정이다 보니 얘기가 길어졌다. 이번에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해보자.


먼저 토니 스타크로 순식간에 최고의 액션 배우가 되어버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원래 어린 나이에 배우로 데뷔한 스타이지만, 뛰어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잠깐 인생을 망친 친구였다. 필자는 <인 드림스>에서 거의 무아지경에 빠진 광기의 악당 연기에 감탄을 쏟아내었는데, <찰리 채플린의 인생, 그리고 예술>이란 작품에서 자신만의 연기를 선보이며

영국 아카데미상을 받게 된다. 그 이후에도 TV 시리즈 등을 통해 자신만의 프리스타일 연기를 구축해 나가지만, 너무 흥청망청 했을까? 앨범 판매까지 하는 무리수를 두다가 그만 알코올 중독까지 가는 막장 인생을 선보였다. 그러다가 공포영화 <고티카>로 재기하여 다시 연기생활에 시동을 걸더니, 마침내 2008년 <아이언맨>을 통해 인생 최고의 인기 절정을 맛보게 된다. 이후 그는 영국과 미국 모두를 사로잡은 수퍼스타가 되고, <솔로이스트>, <셜록 홈즈>, <트로픽 썬더>등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액션, 코미디, 공포, 드라마, 멜로 모든 분야에서 독특한 연기를 뽐내며 이 시대 최고의 중년 수퍼 연기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의 연기를 보면 어딘가 모르게 가끔씩 멍때리는 듯한 연기를 보이는데, 슬쩍 조니 뎁의 정신나간 연기같기도 하지만, 잘 보면 알코올 중독증세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실생활에서 터득한 자기만의 연기 스타일이랄까.


세계적인 섹시 스타 스칼렛 요한슨은 남자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명 배우. 그녀는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일약 차세대 헐리우드 스타로 발돋움하였다. 그녀는 그렇게 많은 작품을 섭렵하지는 않았지만,  <프레스티지>, <아일랜드>, <블랙달리아>등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과 섹시미를 마음껏 뿜어내었더랬다. 이번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섹시함으로 똘똘 뭉쳐 남정네들의 눈을 희망차게 만들어주었던 바, <아이언맨 3>와 <어벤저스>에서도 계속해서 등장할 예정이라고 하니 또 한번 기대해보자. 참고로 스칼렛 요한슨이 <나홀로 집에 3>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참고로 그 영화는 망나니 컬킨이 안나와서 쫄딱 망했다.


이번에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 미키 루크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미 <더 레슬러>에서도 그에 대해 사정없이 얘기를 한 터라 그리 길게 말할 것은 없겠지만, 어쨌든 이 사람을 얘기하면서 늘 가슴 뭉클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주름살 자글자글한 낼모레 60세 할아버지인데도 불구하고, 이토록 강렬한 액션 연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원래 미키 루크는 이런 이미지가 아니라 전형적인 섹시 심볼이었는데, 어쩌다 그만 스스로 인생을 망쳐 지금은 그나마 이 컨셉으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약물 중독과 권투 중독이 바로 그 범인. 90년대에 거의 인생 망쳐먹고 전전긍긍하다가 2005년 <씬 시티>라는 작품에서 마브 역으로 출연하면서 정말 놀라운 재기를 보여주었더랬다. 그야말로 TV인생극장에 나올 법한 감동 휴먼 스토리라고나 할까? 그는 망가질대로 망가진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채 이제는 섹시스타가 아닌, 살아숨쉬는 휴머니즘 캐릭터가 되어 우리들 곁에 돌아왔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담은 명작 <더 레슬러>가 탄생하였고, 이후 미키 루크는 헐리우드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할아버지 섹시스타가 되어버렸다. 그는 60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몸관리로 이반 반코라는 강렬한 카리스마 악당 역을 꿰찰 수 있었고, 현재 <람보 5>와 <익스펜더블>, <징기스칸>에도 액션 연기로 등장할 예정이다. 참고로 <징기스칸>에서는 서양인 징기스칸을 연기한다고 하니, 이건 뭥미?


<내가 좀 없어보이긴 하지..사실 이 영화 출연 이유도 딸래미 학자금 대주기 위해서라능>



1편과 2편 배우가 서로 다른 비운의 캐릭터는 제임스 로즈는 2편에서는 돈 치들이 맡게 되었다. 1편에서는 보다 듬직한 체구와 인상의 테렌스 하워드가 맡았었는데, 개런티 문제로 무산되고 싼 값에 돈 치들이 되었다고 한다. 딱 봐도 알겠지만, 이 친구 저렴하게 생겼더랬다. 테렌스의 1/2 사이즈로 등장하여 동정어린 눈물샘을 자극하며 워 머신으로 활약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안습. 그래도 연기력은 알아주는 친구이니 그냥 눈감아 주자. <오션스 일레븐>과 <오션스 트웰브>에서 멤버 중 한명으로 등장하였고, <스워드 피쉬>와 <러시아워2>에서도 등장하였더랬다. 참고로 <블루 데블>로 최우수 남우조연상까지 휩쓴 친구이다. 앞으로도 <어벤저스>에도 등장한다고 하니 얼마나 활약하는지 지켜보자.


수석 비서관 페퍼 포츠 역은 조금 안어울리는 기네스 팰트로우가 맡았다. 1편에서도 왜 이 여편네일까 하고 의아했는데, 단지 집이 제작사와 가까웠다고 하니 작업상 편이성으로 인해 캐스팅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때는 거식증으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의 질타를 받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라 다행이다. 그녀는 <후크>에서 어린 나이에 웬디 역을 맡았는데, 그 때만 해도 미모가 장난 아니었다. 그 이후 <쎄븐>과 <위대한 유산>에서 명연기를 펼쳤고, 그녀를 최고의 배우로 만들어 준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는 매력적인 연기와 함께 알몸을 드러내는 파격 연기로 뭇 남성들의 눈동자를 촉촉하게 만들었더랬다. 그 이후 거식증 때문에 몸매가 많이 망가져서 지금도 여전히 조금은 안쓰러운 몸매를 보이고 있지만, 어쨌든 역시 계속 토니 스타크와 함께 등장한다고 하니 그녀의 활약을 지켜 보자. 어디 한번 원작대로 호건과 결혼하나 두고보자!


시종일관 어벙한 악당 저스틴 해머 역의 샘 락웰. 이 친구 어디서 많이 봤다 싶더니, 바로 얼마 전 개봉한 저예산 명작 <더 문>의 주인공 셈 벨 역으로 등장한 친구이다. 필자가 리뷰까지는 안 했지만, 리뷰해도 참 할 말 많은 명작이었던 <더 문>에서 1인 2역을 아주 훌륭하게 연기한 친구이다. 게다가 필자가 엄청 재밌고도 의미깊게 본 명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도 잽호드 비블브록스라는 허당 200%의 우주대통령으로 등장한다. 은근 허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인 듯. 그러고보니 표정도 사뭇 진지하진 못하다. 그런 이 친구가 앞으로 스타크를 사지로 몰아넣을 악덕 기업가가 된다고 하니,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원작만큼의 파괴력을 기대했다면 대 실망인 저스틴 해머. 하지만 캐스팅은 훌륭하다!!>



쉴드 국장 역의 사무엘 잭슨은 이 시대가 인정한 최고의 조연이다. 이 친구가 나온 유명 영화는 셀 수도 없이 많아 문제이다. 가장 먼저 떠오로는 작품은 뽀글머리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었던 <펄프 픽션>. 그 작품에서 우스꽝스럽게도 철학적 고뇌를 하는 살인청부업자로 등장하여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과 골든 글로브 남우 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이 때부터 그의 조연 연기 인생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이후 <정글 피버>와 <타임 투 킬>, <다이하드 3>, <롱 키스 굿나잇>, <좋은 친구들>, <패트리어트 게임>, <쥬라기 공원>, <딥 블루씨>, <스네이크 온 어 플레인>, <아프로 사무라이>, <점퍼>, <트리플 엑스>, <킬빌>, <언브레이커블>, <원초적 무기>, <패트리어트 게임> 등 무수한 작품에서 조연으로 등장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를 있게 만든 걸작 <스타 워즈>에서는 제다이 메이스 윈두 역으로 등장하여 젊은 날의 화려한 연기 인생을 펴기도 하였다. 하여간 이 친구가 받은 남우조연상이 너무 많아 조연 중 가장 몸값이 비싼 조연으로 인정받을 정도이다. 쉴드 국장으로서 계속해서 마블 히어로 시리즈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하워드 스타크 역의 존 슬래터리는 주로 TV시리즈에서 활약한 배우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위기의 주부들>과 <섹스 앤 시티>에도 등장한 분이다. 그리고 콜슨 요원 역의 클락 그레그는 <AI>와 <유주얼 서스펙트>에 출연한 친숙한 느낌의 아저씨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픈 인물은 바로 해피 호건 역의 존 파브로. 이 친구 조연으로서도 한 몫 하지만, 실은 이 영화의 감독이다! 감독치고 너무 뻔뻔하게 조연으로 등장하지 않는가? 생긴것도 참 친근하게 생겼는데 감독이라니. 게다가 이런 엄청난 블록버스터 대작을!! 그만큼 이 아저씨 능력있는 사람이다. 원래는 배우로 먼저 활약했다. <베리 배드 씽>과 <딤 입팩트>, <리플레이스먼트>, <배트맨 3>, <프렌즈> 등에 배우로 출연했다가, <러브 앤드 섹스>를 통해 주연, 작가, 감독의 3역을 혼자서 싹쓸이하였다. 여기에 재미를 붙였는지, 아무튼 이 친구가 시나리오나 감독을 맡은 작품에는 여지없이 그가 등장한다. 향후 제작되는 그의 작품에도 역시 등장한다고 하니 나름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셈. 참고로 존 파브로 감독은 2008년 <아이언맨>의 성공 이후 곧바로 2009년에 <캡틴 아메리카>를 연출하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이미 곳곳에 캡틴 아메리카의 떡밥을 던져놓았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다가 어벤저스 프로젝트로 인해 일단 이 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 이 후덕한 뱃살의 아저씨가 감독이라면 믿겠는가? 믿으라, 그것이 진리이다>



#9. 더 화려해지기는 했는데, 무언가 액기스는 빠진 느낌?


이제 작품의 가치를 평가해 보자. 1편이 상당히 센세이션하고 완벽했다는 부분에서 <아이언맨>은 확실히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사실이다. 화려한 액션과 아이언맨의 디테일한 그래픽, 그리고 빠방한 캐릭터들의 훌륭한 연기와 스토리. 모두 빠질 것 없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그런 기대를 이어 이번에 공개된 2편의 평은 어떨까? 의외로 현재까지는 많은 호평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1편이 너무 완벽해서였을까? 2편에 걸었던 기대가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액션에서는 확실히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스토리가 다소 지루해졌다는 평이다. 초반과 중반에 캐릭터들간의 질질 늘어지는 대화 씬이 작품의 속도감을 죽였다는 평이다. 게다가 막판에 휘플래시가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너무 싱겁게 끝난 것이 아니냐는 혹평이다. 잔뜩 기대하고 봤던 미키 루크의 액션 장면이 생각보다 너무 짧았던 것은 필자도 느끼는 부분이다.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고 하지만, <다크 나이트>처럼 전편을 능가하는 작품이 되기에는 <아이언맨 2>는 확실히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느낌이다.


평은 이렇지만, 어쨌든 디테일에 있어서는 가히 완벽하다. 그래픽도 매우 정교하고, 로봇들과 펼치는 액션은 실사를 방불케한다. 게다가 이제는 휴대용 가방으로 소지하고 다니다가 훌떡 입어버리는 아이언맨 수트에서 펼쳐진 연출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원작과는 달리 시종일관 재미있는 분위기로 이끈 개그 코드는 나름 칭찬해줄 만하다. 존 파브로 감독이 코미디에도 재능이 있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낸 듯 하다. 스타크가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채 술에 취해 흥청망청대는 장면도 매우 우스웠고, 특히 ‘이혼한 마누라’ 미사일의 충격적인 결말은 필자의 배꼽을 약 5.84초간 분실케 하는 시츄에이션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분위기를 이어나간다면, <어벤저스>를 존 파브로 감독이 맡게 되면 수퍼히어로들의 개그콘서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같은 기대도 해본다. 


이 작품에는 고가의 승용차가 많이 등장한다. 1편부터 꾸준히 등장한다. 하긴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에서도 재력가답게 브루스 웨인의 고급 승용차들이 줄기차게 나오는 것을 보면, 역시 재력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일단 수퍼카가 나와야 하나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아이언맨>에서 등장하는 모든 차들이 아우디 모델이라는 것이다. 스타크가 애용하는 수퍼카도 아우디의 고성능 수퍼카인 R8이다. 그런데, 사실 가격으로 따지고보면 브루스 웨인의 람보르기니에 비하면 R8은 나름 저렴하다. 세계 최고의 재력가가 왜 하필 비싸고 많은 차를 두고 R8을 타고 다닐까? 부가티나 벤츠 SL65 AMG나 쾨닉세그, 페라리 등 참 많은데. 실은 이 영화가 아우디의 협찬을 받아서이다. 그래서 R8을 비롯해 S, A, TT등 많은 아우디 시리즈가 등장한다. 그나마 스타크가 타는 차중에 롤스로이스가 등장한 것은 다행이다. 적어도 재력가라는 느낌이 나는 차이니까 말이다.


<초기 버전에서부터 계속 개량된 모델들이 전부 전시되어 있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



간만에 정말 장대한 리뷰가 되어버리고 만 <아이언맨 2>이다. 정말 돈만 있으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고 나름 고민도 해보는 필자이지만, 역시 뒤에는 뛰어난 과학 기술이 있어야 함을 통감하며 실제로는 당분간 불가능하겠거니 싶다. 뭐 일부에서는 사람이 옷처럼 입는 컴퓨터가 개발되기는 하였지만,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재해야지만 인간다워지는 것이려니. 기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토니 스타크는 그련 면에서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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