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필자가 2009년 5월에 구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엑스맨 탄생 : 울버린 (X-Men Origins : Wolverine)
<엑스맨의 초막강 캐릭터 울버린을 다룬 다큐멘터리 필름?>
#1. 울버린, 그는 원초적으로 고뇌로 가득한 인물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카프카의 ‘변신’ 中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을 보면 주인공 고르고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면서 자신의 몸에 변화가 생겼음을 깨닫게 된다. 하루 사이에 바퀴벌레가 되어 버린 고르고. 그리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게 되는 고통스러운 삶의 이면. 주인공에게 닥친 일련의 신체적 변화가 가져오는 비극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늘 새롭고 신선할 것만 같은 변화가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기도 한다.
미국에서 연재된 마블의 대표적인 만화 엑스맨의 주인공들도 바로 이러한 고르고의 모순을 간직한 인물들이다. 갑작스레 진행된 인류의 유전자 변이. 그로 인해 탄생한 돌연변이 생명체들. 모두가 보통 인간을 뛰어 넘는 특수한 능력을 지녔지만, 사회로부터 차별당하고 소외 당해야 하는 아픔을 지닌 존재들. 결코 화려하지만 않은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의 얘기를 다룬 엑스맨은 우리가 결코 가볍게 보고 넘어가야 할 작품은 아니다.
<형보다 나은 동생 없다지만, 이 두 형제는 동생이 더 낫다>
수 많은 엑스맨의 등장 인물들 중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이중적인 가치를 지니는 인물이 바로 울버린 되겠다. 원작에서는 촌티나는 코스튬과 물불안가리는 성질 머리로 ‘나름 까다로운 캐릭터’ 신세였으나, 울버린이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인간적인 갈등에 나름 삘을 받았던지, 영화에서는 덜커덕 주인공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그러면서 더욱 강화된 인간적 갈등의 면모와 외모. 특히나 휴 잭맨의 섹시한 매력까지 200% 싱크로된 완벽한 캐릭터 울버린. 그의 영화속 숨은 이야기가 모두 파헤쳐진 작품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을 살펴보겠다.
#2. 울버린에 대한 고찰
일단 원작의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고찰을 해보겠다. 원작을 접하기 어려운 한국 팬이라면 영화의 울버린만 보고 원작과 동일하다고 오해할 여지가 상당히 크다. 하지만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축소하고, 게다가 원작의 여러 메인 캐릭터 중 하나인 존재를 영화에서는 오직 하나의 메인 캐릭터로 가져오다 보니 설정 상의 변화가 꽤 존재한다.
<역시 목욕은 반신욕이 최고여!!>
울버린은 원작에서 처음부터 등장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최초 등장은 엑스맨이 아닌 전혀 엉뚱한 작품이었으니, 그것이 바로 인크레더블 헐크였다. 헐크 만화판 181회에서 악당으로 등장하였는데, 정말 쌩뚱맞지 않은가? 늑대같이 난폭한 돌연변이 악당 울버린에 맞서 싸우는 녹색 아저씨 헐크 (참고로 헐크는 회색이 원래 색깔이나 인쇄상의 어려움으로 녹색이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나름 매력을 느꼈던지 원작자인 스탠 리 할아버지가 덜커덕 엑스맨에 등장을 시켜버렸다. 그래서 졸지에 대머리 자비에 교수님의 똘마니들로 구성된 엑스맨의 멤버가 된 것. 우습게도 악당으로 등장했다가 선한 편으로 재등장하게 된 것은 그만큼 울버린의 잠재된 캐릭터적 가치가 컸다는 것일지도. 이후 매그니토를 중심으로 한 브라더후드에 대항하는 선한 세력 엑스맨의 일원으로 대활약하는 울버린은, 때로는 가차없이 난폭한 늑대본성의 사나이로, 때로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뇌하는 인간으로 그려지며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3. 영화 엑스맨 시리즈 되새김질
어쨌든 원작에서도 꽤나 껌 좀 씹어주었다는 울버린이 영화에서는 대체 어떻게 업그레이드된 것일까? 일단 이미 개봉된 엑스맨 1, 2, 3편을 대충 훑어보자. 여기서는 주인공 울버린의 관점으로 핵심만 짚고 넘어가겠다.
<영원한 라이벌 세이버투스와 울버린의 오리지널 일러스트. 둘 다 인간이 아니라 괴수 수준이다>
1편에서 세상은 갑작스레 늘어나는 돌연변이들에 의해 시끄러운 상황이 되었고, 인간을 증오하는 매그니토에 의해 돌연변이들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집단이 결성된다. 이에 대항하고자 형성된 또 다른 돌연변이 집단 엑스맨은 매그니토가 울버린에게 접근하자 울버린을 구출하고 액스멘의 일원으로 참여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깡다구 있는 울버린은 계속 안티하게 행동하지만, 나름 매력적인 여성 돌연변이 학자 진의 매력에 푹 빠져 자기도 모르게 엑스맨의 한 축이 되어버린다.
엑스맨 일당은 매그니토가 왜 울버린에 집착하는가에 대해 다같이 고민하지만, 정작 매그니토는 울버린이 아닌 로그에 관심이 있었던 것. 결국 뒤통수 제대로 얻어맞은 울버린은 개분노하고 마침내 매그니토의 음모를 괴멸시키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울버린의 과거는 무엇?
2편에서는 울버린의 과거를 추적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돌연변이라면 닥치는 대로 잡아 없애려고 하는 스트라이커 대령이 등장하면서, 엑스맨과 브라더후드는 공통된 위험에 빠지게 되고, 이를 타계하고자 일시적인 연합 전선을 구축하게 된다. 하지만 울버린 앞에 등장한 스트라이커 대령은 울버린의 과거를 알고 있는 듯이 말하고, 울버린은 이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라이커의 돌연변이 말살 정책이 밝혀지고, 이에 맞서는 용감한 깡다구 사나이 울버린. 결국 자신이 스트라이커 대령의 모종의 비밀 실험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울버린은 자신의 과거를 증오하면서 닥치는대로 박살내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쓰라린 과거에 종지부를 찍으려던 찰나, 엑스맨들을 구하고 숭고하게 희생하는 진을 향해 울부짖는 울버린.
대충 재밌게 흘러가던 시리즈물이 3편에서는 어떻게든 종지부를 찍어야 했기에 극단적인 설정을 가져오고야 말았다. 인류가 드디어 돌연변이 치료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이에 위험을 느낀 브라더후드는 치료약을 없애고 인류를 작살내기 위해 최후의 대결을 벌이게 된다. 밥줄 끊기기 두려운 엑스맨들이기에 역시 브라더후드에 대항하여 인류의 공존과 평화를 선택하게 되고, 악의 화신 피닉스로 부활한 진을 사랑의 힘으로 달래며 최후의 결전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울버린의 대 활약. 그리고 어이없게도 치료약을 맞아버린 매그니토는 그 이후 파고다공원에서 체스나 두는 신세로 전락하고, 세상은 다시 인간과 인간을 지키는 선한 돌연변이들의 세계가 되고 만다. 하지만 사랑했던 여인 진을 잃은 슬픔에 울버린은 다시 여행을 훌쩍 떠난다 (막판에 매그니토의 능력이 부활했음직한 암시를 던져 쓸데없이 속편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밤송이를 까라면 까란 말이다!! 군대가서 개념없다고 줘터지는 두 형제>
자, 이렇게 전개된 3부작이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원작과 많이 틀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2편에서 매우 흥미롭게 다뤄진 울버린의 과거에 대해 많은 팬들의 기대가 한층 커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 원작에서도 울버린이 스트라이커 대령의 실험체였다는 과거가 있었던 만큼, 울버린의 과거에 대한 추가적인 내용이 더 다뤄지기를 필자 역시 간절히 바랬었다. 그러한 기대가 너무나도 컸던 것일까? 마침내 스핀오프격인 이번 작품이 만들어졌으니, 필자를 비롯해 또 얼마나 많은 팬들이 광분했겠는가?
#4. 스토리 - 울버린에 대한 뼈아픈 과거의 폭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 작품에 대해 들어가보자. 일단 스토리부터 살짝 살펴보자. 스포일러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설정이니 읽는 분들은 알아서 조심스레 읽어주시길.
<그 무엇으로도 부술 수 없는 아다만티움 최초 탑재인간이 바로 울버린 되시겠다>
때는 바야흐로 1880년대. 나름 막장드라마틱한 분위기의 가정에 불어닥친 괴이한 사건. 그것은 바로 늘 병약하기만 하던 소년 제임스(트로예 시반/훗날의 울버린)가 욱하는 성질에 그만 손에서 삐져나오는 가시로 자신의 의붓 아버지를 살해한 것. 자신의 돌연변이 성질을 들킨 제임스는 자신의 형 도그(마이클-제임스 올슨/훗날의 빅터)와 함께 줄행랑을 친다.
형제가 모두 돌연변이의 능력을 갖게 된 그들은 이후 30세에서 성장을 멈춘 듯 영원불사로 삶을 살게 된다. 형제이기에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자고 굳게 맹세한 두 사나이는 이후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면서 전장 속에서 맹활약을 하게 된다. 하지만 돌연변이는 결국 인간으로부터 두려움을 사게 되고 소외당하게 되는 것이 진리.
그러던 와중 돌연변이들로만 구성된 특수부대를 편성하고자 하는 스트라이커(대니 휴스턴)의 권유에 두 형제도 힘을 합하게 된다. 하지만 작전을 수행하면서 스트라이커의 분별없는 무차별 작전에 크게 실망한 제임스(휴 잭맨)는, 갈수록 살인의 희열에 빠져드는 형 빅터(리브 슈라이버)의 모습에 반감을 가지고 결국 생이별을 하게 된다. 세월은 흐르고 이름을 제임스에서 로건(휴 잭맨)으로 바꾼 후 어느덧 애인도 만들어 버젓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도끼청년 로건. 하지만 과거 돌연변이 특수부대 멤버들이 하나둘씩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그 마수가 마침내 로건에게까지 뻗쳐지게 된다.
마수의 정체는 다름아닌 빅터. 로건의 애인 카일라(릴 콜린스)는 빅터에 의해 살해당하고 이에 분개하는 로건. 오로지 복수심에 불타 빅터와 한판 대결을 펼치지만 빅터에 패하고 결국 자신의 팔뚝 이쑤시개마저 두동강이 나는 굴욕을 당하게 된다. 이 때 굿 타이밍으로 등장하는 스트라이커 대령. 절규하는 로건에게 빅터를 이길 초강력 파워를 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그를 자신의 비밀실험인 웨폰X 실험실로 초대한다.
<네일케어가 절실히 필요한 세이버투스. 코딱지 팔 때 정말 조심해야...>
실험의 목적은 돌연변이를 대상으로 초강력 합금이라는 아다만티움을 주입하여 가장 강력한 돌연변이를 만들어 내는 것. 로건의 특수 능력인 재생능력이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스트라이커 대령의 시도였고, 절망의 분노 속에서 새롭게 눈을 뜬 로건은 울버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아다만티움으로 튜닝한 초강력 돌연변이 생물체가 되었다. 하지만 동물적 감각이 뛰어난 개코와 고양이 귀로 이 모든 실험이 실은 빅터와 스트라이커가 짜고치는 고스톱을 벌여 자신을 실험체삼아 더 강력한 돌연변이 웨폰 XI를 만들려는 스트라이커의 음모임을 알게 된다.
이후 전개는 뻔할 뻔자. 닥치는대로 박살내고 도망가는 울버린.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스트라이커의 충실한 쪼수 에이전트 제로(다니엘 헤니). 하지만 에이전트 제로도 필사의 추적 끝에 울버린의 저항에 황천길로 비명횡사하시고, 울버린은 이후 복수심 하나만으로 웨폰X 실험을 끝장낼 것을 다짐한다.
빅터와 스트라이커를 박살내기 위해 과거의 동료들을 찾은 울버린. 거기에서 빅터가 스트라이커의 명령으로 돌연변이 청소년들을 어떤 섬으로 납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섬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돌연변이 겜빗(테일러 키취)을 만나 피터지게 싸우며 속사정을 듣고 난 후, 겜빗과 함께 정의를 행사하고자 외딴 섬(비행기로 이동했는데 알고보니 도시 옆에 붙어 있다)으로 향한다.
<울버린의 가슴 속 깊은 사랑 실버폭스. 너무나 깊어 나중에는 기억도 안 난다는..>
<그노무 주둥아리 때문에 인생 망치는 안습의 데드풀>
#5. 전작 시리즈와 이번 작품의 모호한 연결 고리
스토리만 놓고 보면 전작의 3부작 시리즈와 적절히 연결이 되는 느낌이다. 감독이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조금씩 바뀌기는 하였지만, 영화 본연의 느낌은 그대로 지속되는 느낌이라서 그런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로 기획된 듯한 간결한 느낌이다. 사실 감독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이미 전작에서 충분히 울버린의 과거에 대한 청사진을 전면에 잘 깔아놓았었기 때문에 짜집기만 잘하면 되는 멍석 깔아주기 시츄에이션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울버린 외의 인물들, 즉 울버린의 잃어버린 과거에 한 부분을 차지하는 다른 캐릭터들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였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필자의 입장에서 다소 논란의 요소가 있다고 본다. 이번 작품과 전작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세이버투스, 사이클롭스, 그리고 막판에 얼굴만 합성해서 비춰주는 막장 쎈쓰의 자비에르 교수 되겠다. 이중 세이버투스는 엑스맨 3부작 중 1편에서 등장하여 정말 원작의 세이버투스다운 면모를 보여주면서 나름의 조연 역할을 잘 했다가,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격으로 격상되는 영광을 맛본 행운의 캐릭터.
하지만 연결고리는 사뭇 이해가 쉽지 않다. 이번 작품에서 세이버투스와 울버린의 설정은 바로 피를 나눈 형제지간이라는 것. 둘이 같은 돌연변이 능력을 타고 났고, 10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하다보니 그 형제애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증오도 깊다는 설정인데, 정작 3부작의 1편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세이버투스는 더 띨뻥해진 짐승으로 나오고, 울버린이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해도 세이버투스는 울버린이 자기 동생이라는 것을 기억할텐데도 그런 묘사가 전혀 안 나온다. 그런데 스핀오프에서는 둘이 지겹도록 의지하며 살아오고 배신도 하고 복수심에 불타 치고받고 싸우는 것으로 묘사되고, 더욱이 세이버투스가 너무나도 인간적이지 않은가!!
<완전 시골 촌동네 타짜로 전락한 겜빗. 대리운전까지 하며 먹고사는 팔자..>
실제 원작을 살펴보면 세이버투스는 울버린과 형제 관계가 아니다. 둘은 치열한 라이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앙숙의 관계는 거부할 수 없는 형재라는 운명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가 알게 된 너무나도 서로가 비슷한 느낌, 즉 비슷한 능력에 비슷한 본능을 지니고 있다는 데서 라이벌의식이 싹튼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원작에서도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는 있다. 세이버투스가 한 때 울버린의 친 형으로 오해를 받은 적도 있으나,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은 나와있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알려진 사실은 세이버투스가 어떤 미스터리한 부족의 일원이고, 노화방지의 능력이 있으며, 울버린처럼 자연치유의 능력과 동물적인 오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작에서는 훗날 세이버투스도 아다만티움을 소유하게 된다!!). 결국 영화에서의 형제라는 설정은 이미 원작에서 살짝 삼천포로 빠져버린 시츄에이션.
아무튼 이렇게나 울버린에게 중요한 존재인 세이버투스가 1편에서는 우둔한 짐승으로 등장하였다가 2편부터 영영 스크린에서 사라진 것을 보면, 작품들간의 개연성에 약간의 괴리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원작에서 세이버투스는 울버린과 오랜 기간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협력하는 묘한 관계로 등장하여 나름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데, 영화에서는 2편부터 잠적을 감춘 것은 참으로 크나큰 슬픔이 아닐 수 없다.
<겜빗 "아저씨 일단 앉아서 얘기합시다">
여기에 사이클롭스의 등장은 더욱 큰 괴리를 가져온다. 분명 1편에서 사이클롭스와 울버린은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고, 진을 사이에 둔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서로 으르렁거리게 된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우습게도 어린 청년의 사이클롭스가 등장한다는 것. 비록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울버린을 보지는 못했을 테지만 같이 탈출한 동료 중 누군가가 얘기해주지는 않았을까? 사이클롭스의 얼굴을 본 울버린이야 막판에 기억을 잃어버려서 나중에 사이클롭스를 못 알아본다고는 해도 어쨌든 서로 으르렁대기만 하는 설정하고는 괴리가 크다. 이는 원작과도 사뭇 달라서, 원작에서 행동대장인 사이클롭스가 비록 삼각관계라 하더라도 울버린과 대화는 통하는 수준이므로, 영화에서는 울버린을 너무 격한 캐릭터로 그린 느낌이 적지 않다.
울버린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안겨 준 실버폭스의 존재도, 정작 3부작에서는 기억을 되찾아가는 울버린에게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정작 기억을 찾았어도 오로지 진만 생각하는 울버린이라니. 실버폭스와의 사랑은 결국 하룻밤의 불장난이었단 말인가? 실버폭스는 자기 한 목숨 다 바치며 울버린을 살려줬는데. 역시 남자들은 다 늑대?? 하긴 울버린은 여러모로 늑대 컨셉이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실버폭스가 연인으로 나오지만, 영화 3부작에서는 전혀 설명이 안되어있다는 것이 아쉬웠다고나 할까 (원작에서도 울버린은 여러 여자를 사모하는 바람둥이로 나온다?).
<정말 빠른건지 아니면 공간이동인지 묘한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레이쓰(오른쪽)>
스트라이커 대령은 3부작의 2편에서는 짜리몽땅 아저씨로 나오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훤칠한 아저씨로 나오는 것은 배우의 변화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치자. 그것만 빼고는 스트라이커의 연결고리는 꽤 훌륭하다. 스트라이커 대령이 어떻게 해서 웨폰 X 실험을 진행하였는지 자세한 셜멍이 돋보였고, 이미 2편에서 이러한 실험의 원인이 자신의 돌연변이 아들 때문이었음이 드러났기에 두 작품을 모두 잘 이해한다면 큰 괴리는 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6. 울버린에 대한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
자, 지금까지는 전작의 3부작과 이번 작품간의 연결고리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주인공 울버린에 대해서 과거가 밝혀진 이상 원작의 설정과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일단, 이미 세이버투스와 울버린의 관계가 다르다는 것은 얘기를 하였다. 좀 더 추가적인 설명을 위해 아래 내용을 참고하겠다.
울버린(족제비)/ 웨폰X Weapon X (무기 X)
본명: 제임스 하울렛 James Howlett, (가명 로건 Logan)
능력: 보통의 인간보다 월등한 시각과 후각, 청각을 지녔다. 팔뚝에는 격납식의 뼈 손톱들을 갖고 있다. 주먹들 사이에서 이 손톱들을 나오게 할 수 있다 (이때, 주먹들 사이의 피부는 찢어지고 피가 나지만, 자연치유력에 의해 빨리 멎는다.)
직업: 모험가, (과거에 CIA 요원, 해결사)
소속: X-Men, Avengers (과거에 Yashida 가문, Weapon X Program, Alpha Flight, Team X, Devil's Brigade, X-Treme Sanctions Executive)
출신지: 캐나다
가족: 바이퍼(전 아내)
눈:블루
모발:흑발
첫 등장: INCREDIBLE HULK #181
로건이라는 인물의 개인사는 그가 과거에 배웠던 정보의 많은 것들이 인공적으로 주입되었거나, 함부로 변경되었던 기억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밝혀내기 어렵다. 아직 그가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긴 하지만, 자신이 100년 전에 태어난 제임스 하울렛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주의 병든 아들 제임스는 그의 엄마와 일꾼 로건 사이에서의 태어난 아들일지도 모른다. 로건이 쫓겨났을 때, 그는 복수를 하러 돌아와 하울렛을 죽이고 어린 제임스를 공격했다. 제임스는 자신을 보호하려 뮤턴트의 손톱을 사용하여 로건을 죽이고 도그 Dog라는 로건의 아들을 상처 입혔다. 가정교사는 제임스의 탈출을 돕고, 둘은 앨버타 Alberta의 광산마을에 숨었다. 거기에서 그녀가 제임스에게 로건이라고 불렀고, 제임스는 유년시절을 두려워하는 듯 했다. 도그가 제임스를 추적해왔다. 싸우다가 제임스는 뮤턴트의 손톱이 다시 나왔다. 싸움을 말리려던 가정교사는 제임스의 손톱에 실수로 찔려 죽자, 겁에 질린 제임스는 황야로 도망쳤다.
로건으로서, 그는 실버폭스 Silver Fox와 사귀고, 캐나다의 군인이 된다. 그는 데블스 브리게이드라는 그룹에서 전쟁에 참전했고, 나중에 프리랜서 정보원이 되었다. 그의 정부 비밀요원들인 팀X로서 매버린 Maverick, 세이버투쓰 Sabretooth와 일 했다. 또한 제 2차 세계대전 전에 아시아 국가 마드리푸어에서 중요한 활동을 하고, 심지어 일본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불사의 닌자 오군 Ogun에게 일본어와 무예를 배웠다. 제 2차 세계대전동안, 로건은 캐나다 군인으로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포함한 많은 전투에 참전했다.
나중에 로건은 뮤턴트와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웨폰X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여기서 로건의 뼈는 아다만티움 adamantium과 결합되었고, 이것이 아마도 일시적으로 그를 미치게 했거나, 그의 야성적인 분노를 높였다고 보인다. 그는 많은 장비들을 파괴하고 탈출했다. 정신을 잃은 그를 황야를 방랑하며 동물이나 다름없게 행동했다.
캐나다 정부의 공식요원들인 알파 플라이트의 리더인 가디언 Guardian과 빈디케이터 indicator가 신혼여행 중에 로건의 습격을 받았다. 빈디케이터에 의해 부상당한 로건을 오두막에 감금한 가디언은 로건의 치유능력을 보고, 그를 쓸모있다고 생각했다. 가디언이 스키를 타고 나간 사이에 의식을 찾은 로건은 빈디케이터를 공격하기위해 손톱을 꺼냈다가, 누군가가 바꿔치기 했음을 알고 두려워했다 (사실 가디언은 아다만티움 연구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곳에서 로건을 만날 것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부는 로건을 밤낮으로 간호하며 같이 생활했다.
로건은 가디언의 데파트먼트 H 프로그램의 창립멤버가 되었다. 캐나다 특수요원이 된 로건은 미 정보요원인 캐롤 댄버스 Carol Danvers(지금은 워버드 Warbird)와도 일했다. 캐나다 정부공인 히어로팀인 알파 플라이트의 리더가 된 로건은 웨폰X라는 코드명을 얻었다. 웨폰X로서 그는 헐크와 웬디고 Wendigo와 충돌했었다. 새비어는 나중에 로건에게 X맨의 새로운 버전에 가입할 것을 요청했다. 로건은 빈디케이터에게 반했으나, 그녀가 남편을 떠나 일이 없을 것이므로 X맨에 들어왔다. 울버린이란 이름으로 X맨이 된 로건은 사이클롭스의 여자 친구인 진 그레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비록 그가 자신의 모험을 하기 위해 이따금 팀을 나가긴 했지만, 오랜 기간동안 X맨에 남아있다. (중략)
<출처 : http://superhero.x-y.net/superframe.htm>
<라이언 일병 구하기 표절??>
#7. 후덜덜한 원작 캐릭터들의 몰락 - 하지만 그들의 오리진을 기대하라
본 출처의 원작 내용을 살펴보면, 영화의 설정이 나름 큰 뿌리는 건드리지 않은 채 조금씩 영화에 맞게 각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완전 색다른 일부 설정을 제외한다면, 울버린과 웨폰 X의 실험에 대한 관계는 원작과 큰 괴리는 없다. 다만, 웨폰 X 프로젝트가 나온 이상 걸고넘어갈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웨폰 XI로 등장하는 데드풀.
영화 초장부터 나불대는 주둥아리로 빈축을 사는 쌍칼잡이 웨이드가 바로 데드풀인데, 원작하고는 달리 완전 인조인간 깡통로봇 개념을 탑재한 악역으로 나와 상당히 아쉽다. 원작에서는 나름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괴로워하다 자진해서 웨폰 X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쌍칼잡이 닌자코스튬의 강력한 돌연변이로 탄생했다가 자신의 과거를 되찾으면서 고뇌한다는, 어찌보면 울버린과 비슷한 사연을 품고 사는 강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엽기적인 캐릭터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그 나불대는 주둥아리마저 봉인당한 불쌍한 돌연변이로 등장한다니. 웁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재미있는 사실은, 데드풀이라는 캐릭터가 원작에서 너무도 강렬하고 인기도 많았던 탓에 감독이 삘 받아서 데드풀을 주인공으로 한 다른 작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온갖 돌연변이들의 잡스런 능력을 다 부여받고 막판에 사이클롭스의 눈탱이 레이저까지 쏴대다가 대가리가 잘린 데드풀이 어떻게 해서 되살아나는지, 그리고 대체 어떤 캐릭터로 그려질지가 사뭇 궁금하다.
<총질 하나는 예술인 에이전트 제로. 이퀄리브리엄이 연상된다>
기왕에 데드풀을 주인공으로 한 또다른 작품이 나온다고 하였으니 하는 말인데, 감독이 제대로 삘 받긴 받은 모양이다. 이미 매그니토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도 제작한다는 발표가 나왔으니 엑스맨 캐릭터별 종합 세트가 만들어져가는 듯한 느낌이다. 이미 1편 오프닝에서 매그니토가 어렸을 적 나치 수용소에 끌려가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 이상, 매그니토의 2차 대전 시절 활약상과 인간에 대한 증오로 악당이 되어가는 과정은 그만큼 매력적인 스토리일 수 밖에. 이런 판국이라면 나중에는 또 어떤 캐릭터의 스핀오프가 만들어질 지 궁금해진다.
어쩌다보니 얘기가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데, 다시 캐릭터의 얘기로 가 보자. 이번 작품에서도 색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겜빗, 에이전트 제로 등이 나름 비중있는 신규 캐릭터일 것이다. 에이전트 제로는 우리의 자랑스런 대한남아(?) 다니엘 헤니가 연기하여 기대가 컸는데, 초반부터 울버린과의 갈등 구도는 좋았으나 중간에 헬리콥터에 끼어 썩소를 날리며 비명횡사해버려서 나름 웁쓰였다는. 사실 에이전트 제로도 원작에서 인기는 없었지만, 여러가지 능력을 보유한 제대로 된 돌연변이로 등장한다. 영화처럼 총질만 해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운동에너지를 흡수하여 이용하거나 광선을 쏴대는 등의 능력도 있다. 게다가 원작에서는 캐나다인이다!! 나름 닌자스러운 코스튬이 자랑이지만 영화에서는 어엿하게 헤니의 조각 같은 쌩얼을 오픈하고 있다.
겜빗의 경우 원작에서 타짜의 아귀만큼이나 감칠맛 나는 도박쟁이 히어로로 활약하였는데, 이번 영화에서 나름 큰 역할로 나올거라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겜빗만큼 굴욕적인 캐릭터도 없었을 듯. 울버린에게 얻어터지고서 마지못해 비행기로 대리운전해주는 설정은 그야말로 안습 캐릭터의 전형적인 모습. 게다가 대리운전만 해주고 사라졌다가 막판에 끝장 다 보니까 등장하여 울버린을 데리고 다시 본업에 충실해 주시는 쎈쓰는 이름값 제대로 못한 대표적 캐릭터의 비운이라 할 수 있겠다. 원작에서는 울버린과 세이버투스와 모두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인물로 나오는데, 여기서는 고작 대리운전이라니.
마침 비행기 대리운전 시퀀스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웨폰 X 프로젝트의 비밀 실험실이 외딴 섬이라는 힌트 하나로 어렵사리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바다 한가운데에 울버린을 떨궈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시퀀스만 보면 정말 외딴 비밀 섬인가보다 하는 이해가 드는데, 막상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이건 뭥미? 외딴 섬은커녕 잘 발달된 도시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밤섬과도 같은 섬이 아니었는가! 게다가 육지와 다리로 연결까지 되어 있다니! 그냥 버스나 택시타고 가도 될 곳을 힘들게 밤에 몰래 비행기타고 가서 중간에 헤엄까지 쳐가며 무단침입해야 한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황당 시츄에이션.
참고로, 엑스맨 오리진 시리즈의 남발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엑스맨 탄생 : 겜빗>도 감독의 머리 속에서 구상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데드풀, 겜빗, 매그니토에 이어 또 어떤 인물들의 외전이 탄생할 지 참으로 궁금하기가 그지없다.
<청년 시절의 사이클롭스. 눈가리고 있어서 아무것도 못봤다는 설정>
#8. 감독은 철학적으로, 제작사는 오락적으로
어쨌든 몇 가지 원작과의 괴리를 빼면 나름 훌륭한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엑스맨 탄생 : 울버린>. 휴 잭맨은 여전히 강렬한 카리스마를 표출하고 있고,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진 몸매는 많은 여성팬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얘기가 있다. 헐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다니엘 헤니도 훌륭한 연기력을 통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고 있고, 앞으로 계속될 엑스맨의 전설에 시발점이 될 이번 작품의 연출력도 꽤 수준높은 평을 내리고 싶다.
전작 3부작의 1편과 2편을 맡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과, 3편을 맡은 브랫 레트너, 그리고 울버린을 맡은 게빈 후드 3명의 감독 사이에 커다란 괴리 없이 그나마 자연스럽게 통일된 분위기를 이끌어 간 것은 크게 평가할 일이다. 다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 스스로 말했듯이 자신은 처음에 로그를 주인공으로 하여 가장 소외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진정한 가치철학적 문제를 꺼내고 싶었으나 흥행성의 문제로 결국 울버린이 주인공이 되었다는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다고 하니, 2편까지 나름 철학적 주제를 건드렸던 느낌은 3편에서 막장을 보여주고, 이번 울버린에서는 아예 순수 액션활극으로 도배질을 해버린 것에 대해서는 무게감있는 주제의식을 좋아라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라면에 김치가 빠진듯한 약간의 아쉬움으로 다가올 뿐이다.
이번 영화의 개봉과 맞물려 게임도 제작되었으니 엑스맨 매니아라면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참고로, 게임의 경우 영화의 스토리는 물론 그 이후의 추가적인 스토리가 공개된다고 하니 게임과 원작과의 비교도 커다란 재미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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