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초인들은 고개를 들고 인간은 눈깔을 깔아야 했던 우주평등에 위배되는 문제적 포스터>
#1. 21세기 들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슈퍼맨
맨 중의 맨은 휴 잭맨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지만, 누가 뭐래도 진짜 맨이라 불리는 인물은 바로 슈퍼맨이 아닐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수퍼히어로라는 존재를 떠올릴 때 가장 대표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캐릭터이기도 하며, 오래 전부터 영화와 만화를 통해서도 워낙 상징적인 캐릭터로 군림해 왔기 때문이리라. 특히 1979년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한 <슈퍼맨> 영화는 이후 슈퍼맨의 표본과도 같이 되어버려, 전 지구인들에게 슈퍼맨이란 저런 것이라는 하나의 일관된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리브가 <슈퍼맨 4> 이후로 안타까운 낙마사고로 불구가 되면서 그 뒤를 이을 슈퍼맨 역의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대가 끊기게 될 때에, 외모가 비슷한 브랜든 루스라는 배우가 나타나면서 2006년에 드디어 <슈퍼맨 리턴즈>를 통해 또 다시 슈퍼맨의 이야기가 우리 곁에 다가왔었다. 하지만 기존의 크리스토퍼 리브의 이미지가 강했던 슈퍼맨을 브랜든 루스라는 배우로 바꾸기만 했던 작품의 성격이 강했던지라 팬들의 평가는 기대와 달리 참혹했고, 이를 끝으로 더 이상의 슈퍼맨 영화는 어렵지 않겠냐는 영화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였다. 심지어 니콜라스 케이지가 차기 슈퍼맨이 될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대머리 슈퍼맨의 탄생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과감히 새로운 슈퍼맨에 대한 도전에 발을 디딘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독특한 미장센을 자랑하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었다. 그리고 그는 기존의 슈퍼맨의 이미지를 완전히 박살내는 무모한 시도를 하였던 바, 그것이 바로 2013년 작 <맨 오브 스틸>이었다. 이 작품에서 슈퍼맨은 기존에 크리스토퍼 리브나 브랜든 루스가 보여주었던 액션을 초월하여 그야말로 가공할만한 힘을 가진 외계인의 무차별적인 파괴 액션을 선보였고, 이를 통해 슈퍼맨이 얼마나 전지전능한 캐릭터인지를 시각적으로 확실히 각인시키게 해 주었다.
이렇게 재탄생된 슈퍼맨에게 더 이상의 적수는 없을 것으로만 보였더랬다. 그런데 어느 날 DC는 놀라운 이야기를 꺼낸다. 이러한 신적인 능력을 가진 슈퍼맨에게 일개 인간이 개긴다는 이야기를 그리겠다고.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바로 우주적 파워를 가진 슈퍼맨과 인간을 대표하는 고독한 흑기사 배트맨과의 싸움이 말이다. 팬들은 그야말로 대 환호를 하였고, 그렇게 해서 우리는 3년을 기다려 드디어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을 통해 그 싸움을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바로 그 기념비적 작품에 대한 상쾌한 리뷰 되시겠다.
<그간 참 많이 바뀌었쥬?>
#2. 스토리 – 이유가 있어 싸우는 것인지 싸우려고 이유를 만드는 것인지 모를 말도 안 되는 이종(서로 다른 종족) 격투기
이 작품은 참으로 할 말이 많은데, 일단 155분에 달하는 긴 런닝타임에 녹아든 스토리부터 정리하고 가겠다.
브루스 웨인(벤 애플랙)은 어린 시절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강도에 의해 아버지 토마스 웨인(제프리 딘 모건)과 어머니 마사 웨인(로렌 코헨)을 잃게 되고, 장례식 때 우연히 우물에 빠지면서 박쥐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그 이후 그는 부모를 죽음으로 몬 범죄를 증오하며 범죄자들을 싸그리 박멸하기 위해 박쥐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배트맨으로 각성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새 중년이 된 브루스에게 어느 날 날벼락같은 사건이 터지게 되니, 바로 메트로폴리탄에서 발생한 슈퍼맨(헨리 카빌)과 조드 장군(마이클 섀년)이 이끄는 크립톤인들과의 전투였다. 그리고 이 사건은 브루스나 인류 역사에 있어 최초로 외계인과의 조우가 되었더랬다.
문제는 이 첫 번째 조우가 그야말로 세기말에 가까운 파괴의 연속이었다는 것. 당시 메트로폴리탄에 위치한 웨인 파이낸셜 빌딩으로 향하던 브루스는 부하 직원들의 위험을 직감하고 급히 구하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서 두 외계인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무참히 사망 또는 50% 이상 고도 후유장애를 입게 된다. 이에 브루스는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슈퍼맨이라는 존재가 인류에게 이토록 많은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 정의라는 이름으로 막아야 할 대상임을 결심하게 된다.
그 사건이 있은 후로 18개월. 조드 장군이 타고 온 크립톤 우주선의 잔해가 떨어진 인도양 어딘가에서 원주민들이 묘한 돌을 하나 건져낸다. 그리고 그 돌을 깨보니 안에서는 초록색 빛이 반짝이고 있었던 것. 바로 크립토나이트의 발견이었던 것이다.
<이 업계에서 망토 히어로는 자기가 원조인데 갑자기 슈퍼맨이 나타나 당황하는 배트맨>
한편,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데일리 플레닛 언론사 소속의 로이스 레인(에이미 아담스)이 테러리스트 기지를 방문하여 인터뷰를 따고자 한다. 그런데 카메라맨의 정체가 CIA임이 발각되고, 이로 인해 로이스는 그대로 감금당하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테러리스트 멤버에 속해 있던 백인 요원들이 나머지 토종 흑인 요원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사격을 가한 뒤 오토바이로 튀어버리게 되고, 어찌된 영문인지 곧바로 슈퍼맨이 나타나 로이스를 구해내게 된다.
이 사건 이후 미 의회에서는 슈퍼맨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와서는 그로 인해 자기네 가족들이 죽었다며 탄원을 요청하는 시민들의 제보가 이어지게 되고, 핀치 의원(홀리 헌터)은 이를 통해 슈퍼맨에 대한 제재가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시민들의 슈퍼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는데, 바로 웨인 그룹의 직원이었다가 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전투 때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키프(스쿳 맥네이리)가 슈퍼맨의 동상에 “가짜 영웅이다”라는 낙서를 해서 테러범으로 잡혀가기까지 하였다. 슈퍼맨에서 평소엔 데일리 플래닛 기자로 위장하며 살고 있는 클락 켄트는 이러한 뉴스를 접하며 슈퍼맨의 정의로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는 것에 대해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온 로이스는 샤워 도중 아프리카에서 가져 온 자신의 노트에 당시 백인 테러 요원들이 발포한 총알이 박혀있음을 알게 되고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그런데 이 물건이 기존의 탄두와는 다르게 생겨먹었기에 이상하다고 느끼는 로이스. 마침 그 때 클락이 나타나고, 로이스는 클락에게 아프리카로 구하러 온 것은 무리였다고 꾸중을 한다. 그러자 일단 입술박치기부터 시작하면서 화제 전환을 시도하는 클락.
한편, 어느 저택에서 경찰들이 수사를 벌이게 되고, 그 곳에서는 배트맨이 범죄자를 처단하고 있었다. 배트맨은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고, 남겨진 범죄자에게는 배트맨의 낙인이 찍혀있었다. 이러한 배트맨의 파격 행보에 대해 언론에서 다루게 되고, 클락은 이를 통해 고담시의 시민과 경찰들이 법 위에서 활동하는 배트맨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며 정의롭지 못한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배트맨은 왜 그러면 이러한 추노 놀이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고담시로 핵폭탄이 유입된다는 소문이 돌아 그 진상을 파헤치기 위함이었다. 관계된 범죄자들에게 배트맨 낙인을 찍어놓고 하나씩 추적해 나가는 중이었으나 아직까지는 소득이 없었던 것. 그러다가 마침내 아나톨리(칼란 멀베이)라는 놈이 중책임을 알게 되고, 그에게 접근을 시도하게 된다. 사실 아나톨리는 슈퍼맨이 아프리카로 로이스를 구하러 가기 전 흑인 토종 테러 요원들을 사살한 문제의 백인 집단의 우두머리이나, 배트맨이 이 사실을 알리는 없을 터.
<브루스가 만날 이 여인은 훗날 배트맨에게 정말로 심쿵을 선사한다>
브루스는 격투기 도박장에서 아나톨리를 보게 되고, 일부러 그의 심기를 건드리며 접근에 성공한다. 그렇게 해서 그의 핸드폰 내용을 복사하는 데 성공한 브루스는, 통화내역을 통해 “화이트 포르투게스”라는 단어와 통화 대상자가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임을 알게 된다. 그러자 렉스 루터를 조사할 필요가 있어진 브루스. 하지만 배트맨으로 접근을 시도하려고 할 때 알프레드(제레미 아이언스)는 이미 브루스 웨인으로 초대를 받았다면서 배트맨 수트를 입지 말 것을 충고한다.
고담시에 웨인 그룹이 있다면, 그 옆동네(서울과 분당같은 관계)인 메트로폴리스에는 렉스코프라는 초거대 기업이 있었는데, 바로 그 렉스코프의 사장이 렉스이다. 렉스는 마침 자신의 기업을 방문한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모종의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는데, 바로 크립톤 우주선 잔해에서 떨어진 초록색 조각에 대한 연구였다. 렉스는 크립토나이트라 불리는 그 조각을 연구한다면 앞으로 슈퍼맨을 통제하는 데 필요한 무기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인도양에서 발견된 크립토나이트 원석의 정식 수입 허가를 요청한다. 그러나 방문 멤버에 속해 있던 핀치 의원은 허가해줄 수 없다고 저항하고, 렉스는 대신 다른 의원을 꼬셔 딜을 하며 추가로 크립톤 우주선에 대한 접근 권한과 조드 장군의 시체를 요구한다.
그날 밤 렉스의 저택에서 칵테일 파티가 열리게 되고, 여기에 브루스와 클락이 참석하게 된다. 브루스는 렉스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알프레드의 도움을 받으며 지하 서버실로 내려가 몰래 해킹 장치를 설치하고 잠시 시간을 벌고자 다시 파티장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 곳에서 우연히 아름답고도 오묘한 자태의 여인(겔 가돗)을 보게 된다. 한편 클락은 브루스와 알프레드의 무선 통신을 우연히 엿듣게 되고, 이를 통해 브루스가 배트맨임을 직감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브루스의 행동에 대해 의심하게 되는 클락. 결국 클락은 브루스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누며 배트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쌩뚱맞은 질문을 하게 되고, 브루스는 비록 클락의 정체는 모르는 상태였지만 오히려 슈퍼맨이야말로 위험한 존재라며 서로 신경전을 피게 된다. 그 때 마침 렉스가 나타나 서로를 인사시키고는 클락이 힘이 좋다며 “둘이 서로 싸우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사라진다. 이후, 새마을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끓이는 데 필요한 시간만큼이나 해킹 시도에 필요한 7분이 지나고 다시 해킹장치를 회수하려 브루스가 지하로 향하게 되고, 클락 역시 뒤를 쫓게 된다. 그런데 마침 멕시코에서 화재사건이 터진 소식을 보게 된 클락은 브루스 추적을 포기하고 만다. 브루스는 해킹장치를 회수하려 서버실에 왔는데, 이게 웬 일? 해킹 장치가 사라진 것이 아닌가. 이윽고 아까 파티장에서 본 오묘한 여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눈 앞에서 사라지고, 브루스가 쫓아가지만 그렇게 그 여인은 차를 타고 도망가버린다. 죽 쒀서 개 준 꼴.
<셋이서 모두 한 꺼번에 대면하는 것은 이 장면이 유일>
한 편 멕시코로 날아간 슈퍼맨은 무사히 화재사고에서 인명 구출에 성공하게 되고, 그 곳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마치 신처럼 떠받드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언론에서는 계속해서 슈퍼맨의 의미에 대해 갑론을박을 피게 된다. 누군가는 슈퍼맨을 신이면서 구세주라고 보는가 하면, 누군가는 외계인일 뿐이며 언제든 인류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핀치 의원은 여전히 슈퍼맨의 무고한 행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이에 대해 슈퍼맨은 자신의 정의로운 행동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대립하는 것에 대해서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게 된다.
어느 박물관에서 브루스는 문제의 도둑녀를 다시 만나게 되고, 훔쳐간 물건을 돌려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너도 훔치려 하지 않았냐며 기세 등등하게 나오는 도둑녀. 그리고 그녀는 자신 역시 렉스의 비밀 정보가 필요하다면서, 렉스가 자신의 소유인 사진 하나를 가져가서 그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브루스는 당신 같은 여자 허벌나게 만나봤다고 자랑하지만, 나 같은 여자는 처음일거라며 한 방 먹이는 도둑녀. 그리고 이내 시크하게 해킹 장치를 돌려주고는 자리를 떠난다.
배트케이브로 돌아 온 브루스는 해킹장치를 해독하게 되는데, 그 사이 잠시 꿈을 꾸게 된다. 꿈 속에서 황량한 사막 같은 곳에 바바리 코트 입고 나타나는 배트맨. 그리고 그에게 어느 집단이 나타나 물건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함정에 빠지는 배트맨과 그를 추종하는 집단들. 슈퍼맨 마크를 단 집단이 떼거지로 몰려 들고 뒤이어 하늘에서는 날개달린 요상한 괴생명체까지 합세한다. 결국 핀치에 몰린 배트맨은 그렇게 잡히게 되고, 마침내 슈퍼맨이 등장하여 그의 앞에 서게 된다. 배트맨은 타락하여 악하게 변해버린 슈퍼맨을 비난하고, 슈퍼맨은 배트맨에게 “그녀는 나의 전부였는데, 네가 그것을 앗아갔다”며 울분을 토한다. 그리고 기어이 슈퍼맨은 배트맨에게 사망 선고를 내린다. 순간 쇼크로 꿈에서 깨어난 브루스. 그런데 이번엔 자기 앞에 웬 짝퉁 아이언맨 같은 놈이 나타나서는 뜬금없이 “너의 그에 대한 생각이 옳았다. 너의 뜻대로 행해라. 그리고 그녀를 찾아라. 로이스 레인이 키이다. 내가 너무 빨리 왔나?”라는 괴랄한 말만 지껄이고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또 꿈에서 깨어나는 브루스. 알고보니 몽중몽을 꾸었던 것.
별 희한한 꿈도 다 있겠거니 싶을 때 마침 해독 작업도 마무리 되어 브루스는 이내 렉스코프의 비밀 자료들을 보게 된다. 거기에서 발견한 “화이트 포르투게스”는 바로 사람이 아닌 배였던 것. 고담항으로 입항 예정인 이 배에는 크립토나이트가 실려 있었고, 그 돌은 크립톤인의 세포에 반응할 경우 그 세포를 무력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 이것으로 브루스는 슈퍼맨을 막기 위해서 반드시 이 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는 한편 여러 폴더 중에 아쉽게도 ‘직박구리’는 없었지만 ‘메타휴먼’이라는 므흣한 폴더를 발견하는 브루스. 그리고 그 폴더 안에 보니 제목 미상의 므흣해보이는 동영상이 4개나 있었던 것. 그 중 하나를 클릭해보니 동영상에는 바로 문제의 도둑녀가 최근에 CCTV에 포착된 것이었는데, 아래로 주욱 내려가보니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뚜들기는 시츄에이션? 1918년이라고 찍혀있는 사진에도 떡하니 그녀가 포스 작렬하며 등장해 있었던 것. 자신이 작업걸었던 미모의 여인이 알고보니 100살 넘은 할머니라 충격먹은 듯한 브루스.
<훗! 날 이렇게 곤란하게 만든 존재는 너가 처음이야 슈퍼맨군~>
한편 핀치 의원은 렉스의 집을 찾아가 그에게 속셈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며 크립토나이트의 수입을 절대적으로 막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렉스는 그녀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협박성 태도를 취하게 되고, 자신의 집에 놓여있는 ‘천사 대 악마’의 그림을 보여주며 그녀를 이름 그대로 핀치로 몰아붙인다.
또 한편, 로이스는 자신이 건진 총알이 CSI의 조사에서도 정체불명으로 나오자, 이 것이 국방부에서 개발하고 있는 신형 탄도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진상 조사를 위해 자신의 상사인 데일리 플래닛의 악마 페리 국장(로렌스 피시번)에게 헬기 타고 국방부로 보내달라고 조르고, 마침내 로이스는 국방부 소속 스와닉 장군(해리 레닉스)을 만나 탄두를 보여주며 진상을 밝혀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단 씹히고 마는 로이스.
고담항에 문제의 화이트 포르투게스 배가 입항하는 밤에 배트맨은 하역장에 잠입하여 크립토나이트를 실은 트럭에 추적기를 달고 배트모빌을 타고 추적하게 된다. 본래 계획은 도로 상에서 강탈하려던 것이었는데, 적들의 저항이 거세 쉽게 빼앗지 못하게 되고, 겨우 겨우 마지막 차안스에 돌입한 그 때 갑자기 슈퍼맨이 나타나 한눈 판 배트맨에게 교통 사고를 유발시킨다. 드디어 맨과 맨으로 만난 두 사람. 슈퍼맨은 배트맨에게 “자비심이 있을 때 살려줄 테니 더 이상 깝치지 말고 배트시그널 떠도 숨어 지내라”고 협박하고, 배트맨은 되려 “너도 피를 흘리냐”며 개겼다가 개무시당하게 된다. 그러자 배트맨은 반드시 피를 흘리게 해주겠다며 결의를 다짐한다.
<슈퍼맨은 데뷔한 지 고작 18개월 만에 글로벌 슈퍼스타로 자리잡는다. 반면 배트맨은 한 평생 활약했건만....>
겨우겨우 배트케이브로 귀환한 배트맨은 추적장치를 통해 크립토나이트 원석이 렉스코프 연구단지로 향했음을 알게 된다. 왜 그 물건은 그 곳으로 향했을까? 렉스는 바로 이 크립토나이트 원석을 이용해 조드 장군의 시체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심지어 조드 장군의 지문피부까지 떠버리는 요상한 짓을 하는 렉스.
한편 그간 슈퍼맨 동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구치소에 있었던 키프가 누군가의 보석금으로 풀리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렉스의 계략이었던 것. 렉스는 키프에게 새로운 삶을 주겠다고 하고선 한 가지 부탁을 한다. 바로 슈퍼맨을 타락한 영웅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스스로 증인이 되어버리라는 것. 이에 키프는 핀치 의원을 찾아가 자신이 슈퍼맨을 비판할 수 있는 증인이 되겠다며 나서고, 핀치 의원은 이에 힘을 얻어 슈퍼맨에 대한 대대적인 청문회를 열어버린다. 그녀는 슈퍼맨에게 청문회에 나타나서 인류의 구원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슈퍼맨의 입장에 대해 설명할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사태가 지속되자 가치관에 심각한 혼란을 느끼게 된 슈퍼맨은 자신을 길러 준 양어머니 마사(다이안 레인)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러자 늘 착하고 정의롭게 행동하라는 전형적인 엄마스러운 잔소리만 늘어놓고 있는 마사. 결국 슈퍼맨은 청문회에 참석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로 결정하고, 로이스는 그런 슈퍼맨을 막아서지만 끝내 그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택배 왔습니다~ 핵미사일 시키신 분?>
드디어 워싱턴 DC에서 역사적인 슈퍼맨의 청문회가 열리고, 실시간으로 언론에서 다루어지자 이를 보던 브루스는 그 곳에 증인으로 자신의 부하직원이었던 키프가 있음을 알고 이것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며 그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궁금해 연금 지급 내역을 조회해본다. 그러자 모든 연금이 반환되었고 고지서에는 계속해서 브루스를 비난하는 글들만 적혀 있었던 것. 그 와중에 마침내 슈퍼맨이 청문회장에 나타나고, 밖에서는 시민들이 ‘외계인 고 홈’을 외치는 비난 속에서 당당하게 핀치 의원 앞에 선다. 핀치 의원은 이내 슈퍼맨에게 질문을 시작하지만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받고 계속 말을 더듬는 그녀. 그것은 바로 청문회 직전 만나게 된 렉스로부터 받은 협박성 멘트가 정말로 위협이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순간 폭탄이 터지면서 불사의 슈퍼맨을 제외한 청문회장 내 모든 인원들이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린다. 이에 전 세계는 충격에 빠지고, 슈퍼맨 역시 이 안타까운 상황에 고개만 떨굴 뿐이다. 그리고 이 사건을 지켜보던 브루스 역시 배트맨을 반드시 죽여버리겠다는 각오를 더더욱 다지게 된다.
이 사건은 훗날 키프의 자살폭탄테러로 판명나지만 그 배후에는 슈퍼맨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루머가 퍼지고, 결국 슈퍼맨에 대한 인류의 태도는 급속도로 차가워지고 있었다. 이에 충격먹은 슈퍼맨은 그대로 잠수를 타게 되고, 마사와 로이스는 그런 그를 걱정하게 된다.
한편, 렉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렉스코프 연구단지가 쑥대밭이 되어버리는데, 알고보니 배트맨이 크립토나이트를 훔쳐간 것. 배트맨은 드디어 크립토나이트를 구해서 각종 공정 작업을 통해 슈퍼맨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기 시작하고, 그 역시 스스로도 슈퍼맨에 대항하기 위해 육체적 훈련에 돌입한다.
로이스는 그간 스와닉 장군을 꼬셔서 탄두를 통한 진상 조사에 돌입하게 되고, 마침내 그 탄두가 국방부가 아닌 다른 민간기업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렉스코프. 그러자 로이스는 왜 렉스코프가 이 탄두를 아프리카에서 쐈을까 하고 의심하다가 이내 이 것이 슈퍼맨을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기 위한 렉스의 계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뒤늦게 머리에 전구가 켜진 로이스.
한편, 렉스는 조드 장군으로부터 검출한 지문 피부를 이용해 크립톤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안에서 우주선을 가동시켜 크립톤인들이 축적했던 우주 10대 문명의 모든 지식들을 습득하게 된다. 이 것을 토대로 렉스는 조드 장군의 시체를 이용해 새로운 생명체로 탄생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되고, 크립톤 우주선의 인공지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피를 직접 조드에게 주입시키면서 그야말로 분노와 파괴본능에 가득찬 괴물을 탄생시키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설정상 천재인데 오히려 지체장애와 언어장애가 있어보이는 렉스 루터>
#3. 참 대단한 영화인데 어딘가 모르게 쌈마이 같기도 한 느낌은 무엇일까?
스토리 설명이 너무 길어진 점에 사과를 드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155분의 런닝타임을 자랑하는데, 이 시간도 모자라서 정말 많은 내용들이 핵심 내용만 마구잡이로 풀어재껴지는 식이다. 위의 스토리 흐름을 잘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스토리 상의 사건들이 갑자기 전환하기를 밥 먹듯이 해버린다. 어떤 장면이 뜬금없이 약 10초간 나오다가 다시 전혀 다른 장면이 또 짧게 나오는 식으로 정말 번개 같은 스토리 전환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오로지 기억에 의존하여 스토리를 정리해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엄청난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 위 내용 중 일부는 분명 잘못 된 순서로 기술되었을 수도 있으니 양해 바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너무 작은 주머니에 너무 많은 것들을 담으려 한 욕심 때문이리라. 알다시피 이 작품은 단순히 슈퍼맨과 배트맨의 싸움만을 다룬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이후에 펼쳐질 ‘저스티스 리그’라는 DC코믹스를 대표하는 수퍼히어로 집단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는 작품이기에 그에 대한 설명들이 모두 녹아들어 있었어야 했다. 애초에 잭 스나이더도 이 작품은 본래 4시간 분량의 스토리였다고 하는데, 아마 상영시간과 흥행을 고려해야 했기에 부득이하게 155분으로 줄여야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불가피하게 각 핵심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줄 서브 스토리들이 죄다 빠져버리면서 그야말로 뜬금없이 스토리가 진행되는 비교적 허접한 편집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야 슈퍼맨! 태양 가리지마! 일광욕 방해되잖아!!>
사실 이러한 편집과 연출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작에 크리스토퍼 놀란, 각본에 데이빗 고이어, 그리고 감독에 잭 스나이더까지. 그야말로 후덜덜한 제작진들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누구이던가? 바로 배트맨 트릴로지로 배트맨 영화 역사는 물론 다크히어로 무비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명감독이 아니던가. 여기에 헐리우드 최고의 각본가 중 하나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데이빗 고이어가 각본을 썼으니 스토리도 완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잭 스나이더는 앞서 설명했듯이 자신만의 미장센을 기반으로 다크한 분위기를 아주 잘 뽑아내는 액션영화의 거장 아니던가. 그래서 이들의 조합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수퍼히어로 무비가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안겨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본 현 시점에서는 이들의 조합이 시너지는커녕 서로의 개성을 갈아먹은 느낌밖에 들지 않고 있다. 단지 <맨 오브 스틸>에서 보여주었던 시각적 충격을 조금 더 긴 이야기로 늘여놓은 기분이랄까? 그도 그럴 것이 크리스토퍼 놀란은 <맨 오브 스틸> 때부터 자기는 바지사장만 하고 전권을 잭 스나이더에게 위임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잭 스나이더의 의지대로 가게 된 경향이 큰데, 문제는 잭 스나이더 특유의 미장센마저도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이전의 <300> 시리즈와 <서커 펀치>, 그리고 필자가 베스트로 꼽는 <왓치맨>에서 보여주었던 느와르적이면서도 장중하게 펼쳐지는 슬로우 액션 비주얼이 이번 작품에서는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 이미 <맨 오브 스틸>에서 그런 조짐이 보여 실망이 다소 있었는데, 이번에서도 그러한 아쉬움을 답습했다는 점에서 더 실망감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잭 스나이더 특유의 미장센은 액션이 아니라 영화 초반부와 막판의 장면에서 과도하게 연출되면서 무언가 통일성이 결여된 느낌이기도 하다.
#4. 배트맨 대 슈퍼맨의 승자는 마블이다?
일단 영화의 연출적인 면에 대해서는 스톱하고, 지금부터는 이 작품이 평가를 받는 데 결정적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는 사안에 대해 다루어 보겠다. 바로 미국 수퍼히어로 만화 계에서 라이벌 관계를 맺고 있는 DC와 마블을 대표하는 작품들간의 비교 되시겠다.
<우리가 싸우는 동안 옆 동네 마블 애들이 인기를 더 얻었다니>
알다시피 마블은 오래 전부터 마블의 모든 수퍼히어로를 모아서 지구는 물론 우주 평화를 지킨다는 어벤져스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고, 벌써 2편의 어벤져스 영화가 개봉된 상태이다. 물론 흥행에서는 계속해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대박 작품이 되었으며, 스토리, 캐릭터, 연출, 액션 등등 모든 면에서 그야말로 대표 코드가 되어가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DC에서도 뒤늦게 발동이 걸려 어벤져스에 대항하기 위해 저스티스리그 프로젝트를 가동하게 된다. 저스티스리그는 어벤져스처럼 DC의 수퍼히어로들이 죄다 모여서 만든 우주 평화를 수호하는 집단이라고 보면 되겠다. 양 집단의 컨셉부터 성격까지 모든 것이 동일하기 때문에 이 둘의 영화화는 필연적으로 대결 구도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먼저 테이프를 끊은 마블의 경우는 철저하게 가족 영화 컨셉으로 만들어냈다. 우주적인 스케일을 다루었지만 인간과 외계인의 조우는 그다지 놀라운 것이 아니었고, 지구에 위협이 되는 사건도 그다지 절망적인 수준까지 보여지지는 않았다. 캐릭터들은 모두 막강하지만 늘 여유를 잃지 않았고, 심지어 각자의 개성을 담아 개그까지 선사하면서 시종일관 재미를 선사하였다. 특히 액션과 드라마의 강약 조절이 매우 잘 되었고, 캐릭터들 간의 스토리가 촘촘히 짜이면서 연출 상의 허점도 거의 없었다. 인간과 신, 외계인, 인조인간 들로 다채롭게 구성된 캐릭터들 간의 밸런스도 큰 차이 없이 그려졌다. 주제는 늘 권선징악이었고, 악당조차도 나름의 사연이 있어서 애정이 가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후발주자로 나선 DC는 조금 달랐다. 어차피 마블을 따라가봤자 캐릭터만 다를 뿐 차별화가 될 것이 무엇이겠느냐며 전혀 다른 노선을 취했는데, 그것이 바로 철저하게 사실주의적이고 장엄하며 무거운 주제로 다크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DC를 대표하는 배트맨 캐릭터가 이미 배트맨 트릴로지를 통해 어마무시하게 다크하고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방향성은 충분히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는 잭 스나이더가 추구하는 방향성하고도 아주 잘 들어맞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배트맨 트릴로지와 저스티스리그는 다르다는 것을 제작진들은 간파하지 못했던 듯하다. 배트맨은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철저하게 인간적인 캐릭터이다. 과거에 대해 고민하고, 인간이기에 고통을 느끼며 싸운다. 또한 늘 정의를 추구하지만 법 위에 서야 하기 때문에 모두로부터 쫓기는 그야말로 다크 나이트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감수하면서 외롭게 싸우는 존재이다.
<인간 배트맨이 초능력 외계인 슈퍼맨을 상대로 어떤 싸움을 할 수 있을지는 늘 큰 관심사였다>
그런데, 여기에 애초부터 출신 성분이 다른 슈퍼맨이 등장하게 되면 말이 달라진다. 슈퍼맨은 태생부터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이며, 가뜩이나 초고도 문명과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태양의 후예, 유시진…이 아니라 크립톤 종족이기 때문이다. 설정부터 넘사벽인 이 외계 캐릭터가 사실적이라 해도 얼마나 사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사실 잭 스나이더는 <맨 오브 스틸>에서 그러한 사실적인 슈퍼맨을 그리기 위해 이들이 싸우면 적어도 이 정도로 풍비박산이 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다보니 전투 중의 여유는 없고 오로지 사력을 다해 닥치는 대로 싸우는 것뿐이다. 이 과정에서 수십 아니 수 천명이 죽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즉, 배트맨이 정말 헥헥거리며 범죄자 한놈 한놈을 정성들여 따잡수다가 슈퍼맨이 나타나 눈깔에서 히트빔 한방으로 수천명이 싸그리 몰살당해 버리는 장면이 나오면 관객들은 어떠한 느낌을 받을 것인가? 그야말로 너무도 현실적인 밸런스 차이 때문에 오히려 작품이 비현실적이라고 느끼는 심리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
사정이 이러한데 여기에 DC는 시종일관 무겁게 가겠다고 했으니, 관객들은 영화 내내 인상을 찌푸리며 박살나고 부서지고 줘터지고 묵사발되는 장면만 보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전지전능한 슈퍼맨이라도 단 한번도 여유를 부리는 적이 없이 늘 진지하게 전투에 임한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늘 정의를 실천해야 하는 사명이 있으니까. 정의라는 이름 앞에서 여유와 웃음은 사치일 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는 배트맨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슈퍼맨보다도 더 심각한 캐릭터가 배트맨이다. 배트맨은 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해도 그야말로 묵사발이 날 수 있다. 게다가 하고자 하는 짓은 엄청나게 중요한 것들이라 늘 부담을 스스로 지고 다니며 싸움에 임한다. 한 마디로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 엄청난 책임감과 정의감, 그리고 사명감에 불타며 매사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도 현실적인 나머지, 이러한 캐릭터들에 팬들은 거부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어벤저스와 저스티스리그에서 등장하는, 또는 등장할 예정인 주요 히어로들에 대한 능력치도 차이가 상당하다. 어벤저스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서 서로를 보완해주는 느낌이 강하다. 그만큼 팀웍이 중시될 수 밖에 없도록 연출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캐릭터의 능력치를 약하게 설정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 출신인 토르도 묠니르가 없으면 아이언맨에게 두들겨 맞을 정도이며, 캡틴 아메리카도 비브라늄 방패가 없다면 총알 몇 발에 그대로 숨질 수 있는 인간 육체를 가졌을 뿐이다. 헐크도 불안한 심리가 약점이어서 선과 악을 왔다리 갔다리 할 수 있는 리스크를 지니고 있고, 아이언맨도 수트빼면 그냥 바람둥이 중년 신사일 뿐이다. 더욱이 호크아이와 블랙위도우는 어떤가? 이 친구들은 수퍼히어로도 아니다. 그저 인간 중에서 보통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발탁된 특수 요원에 가까운 개념이다.
하지만, 저스티스리그는 히어로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후덜덜하다. 슈퍼맨 자체만으로도 이미 지구 평화가 가능하고 어지간해선 우주도 상당 부분 커버가 가능한 초초초초초능력자이다. 설정상 불사에 가까우며 태양빛만 있으면 언제든 힘과 에너지가 철철 넘쳐 흐른다는 먼치킨 캐릭터이다. 여기에 원더우먼이 가세하였는데, 원더우먼은 태생이 신이며 이미 나이가 5,000살이 넘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만큼 오랫동안 지구에 살면서 인류를 지켜왔기에 힘과 능력 모든 것이 지구 최강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앞으로 등장할 주요 멤버들 중 하나인 플래시는 너무나도 빠른 나머지 시간보다도 빨라서 과거와 미래를 출퇴근할 수 있는 수준이고, 아쿠아맨은 원더우먼과 막상막하의 실력을 가진 바다의 수호자이다. 여기에 보통 인간인 배트맨이 끼긴 하는데, 이번 작품이 참으로 현실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빙하는 것이, 둠스데이랑 싸울 때 배트맨이 줄기차게 도망치는 장면이 그것이다. 너무나도 현실적이었기에 안구가 촉촉해지는 장면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러한 넘사벽 캐릭터들이 주구장창 나와버리니 마블처럼 아기자기한 맛이 싹 없어지고, 일단 반경 몇 십 미터는 잿가루로 만들고 시작하는 싸움이 줄을 이으니 시원시원하면서도 동시에 허무한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 좋아는 해 주는데 어째 팬들의 상태가 이상하다? 이 것이 이 작품의 진짜 결과를 암시하는 것이 될 줄이야>
#5. 저스티스리그에 대한 떡밥 고찰
기왕 바로 앞에서 저스티스리그 멤버들에 대해 얘기가 나왔으니, 이번 작에서 등장하는 여러 떡밥들에 대해 살펴보겠다. 그 전에 이 작품이 마블과 비교되는 또 하나의 차이점을 언급하자면, 바로 이러한 떡밥들을 뿌리는 방식의 차이이다. 마블은 떡밥들을 엄청나게 뿌려대는데, 이것들은 마블 덕후가 아닌 이상은 그냥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형식으로 뿌려댄다. 거의 이스터에그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그만큼 관객들이 매니악하게 빠지게끔 만드는 수를 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DC는 떡밥을 다소 친절하게 드러내주고 있어서 대충 사전 지식만 알고 있다면 충분히 알게 되는 방식이다. 게다가 중요한 것들만 떡밥을 뿌리기 때문에 괜히 덕후스럽게 달라붙을 필요가 없다.
자, 그럼 가장 궁금한 것이 바로 앞으로 나올 저스티스리그 멤버들에 대한 소개일 것이다. 이미 동영상에서 이들에 대한 소개가 다 끝났다는 것이 함정인데, 이름만 안 나왔을 뿐이지 각자 특성이 다 소개되어버려 사실상 떡밥이라고 보기도 민망하다. 하나씩 소개를 해보자면, 바다에서 캐스팅된 인물은 아쿠아맨으로, 인간명은 아서 커리이며, 인간과 아틀란티스 종족 간에 태어난 혼혈이다. 아틀란티스 종족은 바다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 능력을 이어받아 바다 속에서는 천하무적에 가까우며 넵튠의 창이라는 삼지창을 이용하여 물을 이용한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는 아틀란티스의 왕으로서 벌어먹고 살고 있다. 본래 바다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이고 인간과의 인연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간 세상과 동떨어져 살다가, 희대의 빌런이 등장하면서 지구가 박살날 위기에 처하자 일단 살고 보자는 식으로 합류할 것으로 여겨진다.
두 번째 영상으로 나오는 인물은 플래시로, 본명은 배리 앨런이다. 본래 센트럴시티 소속 경찰 감식반이었다가 입자가속기의 폭발 사고로 전기를 맞고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포스 능력을 얻게 되었다. 이후 시간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별의 별 능력들을 구사할 수 있게 되는데, 놀랍게도 시간까지 거슬러서 미래와 과거도 다녀올 수 있게 된다. 영화 중간에 배트맨의 몽중몽 장면에서 갑자기 아이언맨 짝퉁처럼 튀어나와 괴랄한 말을 지껄이던 친구가 바로 이 플래시로, 왜 여기에서 등장했는지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다시 고찰해 보겠다. 그리고 그 이유 때문에 플래시 역시 저스티스리그에 가입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까지 스크린을 통해 데뷔할 멤버로는 (왼쪽부터) 아쿠아맨, 그린랜턴, 원더우먼, 슈퍼맨, 배트맨, 플래시, 사이보그>
마지막에 나온 인조인간 로봇 같은 존재는 바로 사이보그이다. 본명은 빅터 스톤으로, 원래 미식축구 선수였다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자 그의 아버지이자 스타 연구소 수석 연구원인 사일러스 스톤 박사가 온 몸을 기계로 대체 후 모종의 기술로 살려내는데 성공하면서 기계인간으로 활약하게 된다. 사이보그답게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는 자체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서 매우 유용하며, 기계를 이용한 다양한 기술 구사가 가능한 캐릭터이다. 영상에서 사이보그를 가동시키는 데 쓰인 박스 같은 물질이 원작에서 등장하는 마더박스라는 물체로 여겨지고 있다. 이 친구는 아마 늘 와이파이를 필요로 하는 배트맨에 의해 강력하게 가입추천 받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들은 모두 메타휴먼이라고 불리는데, 메타휴먼은 말 그대로 휴먼을 초월한 존재라는 뜻이다. DC에서는 메타휴먼은 이들과 같이 보통 인간의 상태를 뛰어넘은 능력을 보유한 인간 출신 히어로들을 지칭하고 있다. 다만, 원더우먼이 본래 신인데 영화에서는 메타휴먼에 소속되어 있어서 나중에 설정상 신인지 인간인지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이 부분은 곧 개봉될 <원더우먼> 독립작품에서 자세하게 다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초반에 슈퍼맨이 바라보는 그의 사이드킥 로빈의 수트. 이 역시 조커와 그에게 죽임당한 로빈에 대한 떡밥 투척이다>
그렇다면 저스티스리그는 왜 뭉치게 되는 것일까? 이것은 마치 어벤저스가 뭉친 계기가 스크럴이라는 외계인 집단이 로키에 의해 지구로 침공하게 되면서 이를 막기 위해 뭉친 것과 매우 유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다크사이드라는 우주 최강의 빌런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그럼 대체 다크사이드는 무엇인가? 정작 이 작품에서는 다크사이드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떡밥들을 던져주고 있다. 첫 번째로 렉스가 막판에 말하는 “그가 온다”는 부분이다. 렉스가 크립톤 우주선 안에서 방대한 우주의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다크사이드의 존재를 알아챘을 것이고, 다크사이드 역시 지구의 존재를 알고 언젠가 우주 정복을 위해 지구로 올 채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렉스는 두려움에 떨며 이미 늦었다고 말했던 것이고, 이는 향후 저스티스리그가 뭉쳐야 할 원인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다크사이드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데, 약간 설명을 하자면 DC에서 존재하는 우주 최강의 빌런이라고 보면 되겠다. 마블에서 이미 어벤저스 3부작의 끝을 우주 끝판왕 타노스와의 대결로 그리고 있는데, 이러한 기조에 응하듯 DC역시 초장부터 초강력 빌런인 다크사이드를 내세웠다는 예측이다. 흥미롭게도 마블의 타노스는 DC의 다크사이드를 본떠서 만든 캐릭터이다.
이러한 예측에 힘이 실리는 것은 바로 배트맨의 몽중몽과 렉스의 그림에서 등장한 날개달린 악마와 같은 괴생명체 때문이다. 이 괴물들이 뜬금없이 왜 튀어나올까 싶었을 텐데, 이들은 바로 다크사이드가 이끄는 페러데몬이라는 괴물 무리이다. 이것을 통해 다크사이드의 부하들이 지구에 와서 타락한 슈퍼맨과 손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모습이 꿈에서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 즉, 다크사이드가 끝판왕으로 등장할 것이 매우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러 캐릭터들의 독립 작품에서 이 다크사이드에 대한 떡밥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여진다.
<왼쪽 기둥에 퀘스쳔 마크가 보이는가? 이 것은 배트맨의 숙적 중 하나인 리들러의 상징>
#6. 이해가 다소 어려웠던 몇몇 장면에 대한 필자만의 의견
자, 그럼 이제 플래시가 중간에 배트맨의 꿈에 나타난 이유와, 바로 그 직전에 꾼 배트맨의 꿈 내용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차례이다. 사실 이 부분은 많은 관객들이 너무 개연성없는 장면 아니냐며 항의를 할 수도 있을 텐데, 이제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설명해 보고자 한다.
먼저 배트맨의 꿈에서 등장하는 황량한 사막 같은 곳은 미래의 고담이나 메트로폴리스라고 보면 되겠다. 사실 이 장면은 꿈이라기 보다는 평행이론으로 설명 가능한 미래의 다른 시간 축이라고 보면 되는데, 미래에서 결국 슈퍼맨이 타락하여 다크사이드와 손을 잡고 악의 주축이 되어버리며, 배트맨은 여기에 대해 끝까지 정의를 지키며 악에 대항하는 현실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플래시가 브루스에게 나타난 것은, 이러한 미래를 플래시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보았던 것이고, 이를 통해 플래시는 다시 시간축을 되달려 현재의 배트맨에게 와서 경고하는 것이다. 그래서 “배트맨, 너의 그에 대한 생각이 옳았다”는 것은, 배트맨이 계속 의심하던 슈퍼맨의 타락 가능성에 대해서 미래에서 실현됨에 따라 옳았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플래시가 개그를 하나 치는 것이 “내가 너무 빨리 왔나?”라는 대사인데, 사실 이 시점에서 배트맨은 아직 슈퍼맨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플래시가 타이밍을 못 맞추고 좀 더 앞선 시대로 거슬러와서 너무 일찍 말했기 때문에 했던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플래시가 했던 다른 말을 유의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녀를 찾아야 해. 그리고 로이스 레인이 키가 될 것이다”라는 말인데, 여기서 대부분은 ‘그녀’가 바로 로이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여기서 지칭한 ‘그녀’는 실은 로이스가 아니라 다른 존재라는 생각이다. 바로 수퍼맨의 양어머니인 마사. 이 뿐만 아니라 몽중몽에서 슈퍼맨이 배트맨에게 던진 “그녀가 나의 전부였는데, 네가 앗아갔다”라는 말에서의 ‘그녀’ 역시도 대부분 로이스라고 생각하겠지만 마사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것은 이 작품에서 최종적으로 슈퍼맨이 타락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는 사건에 연루된 그녀를 지칭하는 것일 텐데, 아무리 봐도 그럴만한 인물이 로이스보단 마사에 가깝기 때문이다.
자, 이제부터 스포일 수도 있으니 더 이상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이 부분을 스킵하길 바란다. 아니라면 계속해서 읽어보시기를. 그럼 왜 마사라는 말인가? 렉스가 마사를 납치했을 때 슈퍼맨은 마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을 대표하는 태도로 바뀔 수 밖에 없었다. 오로지 마사를 살리기 위해서 선택한 필수불가결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배트맨이 의외로 꼼수를 잘 써서 슈퍼맨을 죽일 정도로 몰아부치게 되는데, 여기서 결국 슈퍼맨은 렉스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마사가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평행이론에 의해 분기가 생기는데, 만약 배트맨이 슈퍼맨의 부탁을 거절하고 마사를 죽게 내버려뒀다면 슈퍼맨은 분명 배트맨에 대한 증오를 가지게 되고 타락하여 악의 대변자가 될 것이다. 반면 배트맨이 마사를 살리게 된다면 슈퍼맨의 타락을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플래시가 강조한 ‘그녀’와 슈퍼맨의 ‘그녀’ 모두 마사라는 것이다.
<만약 '그녀'가 원더우먼이었더라면 모든 남성 캐릭터들이 더 열심히 행동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플래시가 말한 ‘로이스가 키가 될 것이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바로 이 대사 때문에 ‘그녀’가 로이스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실제로 ‘그녀’인 마사를 구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주는 인물이 바로 로이스였다. 배트맨이 계속 슈퍼맨에게 왜 마사라는 이름을 말하냐고 다그칠 때 혜성같이 나타나 진실을 말해 준 인물이 바로 로이스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트맨이 그 순간 망설이다가 슈퍼맨을 죽이지 않은 것은 로이스의 말 한마디로 이루어졌다고 봐도 되겠다.
그런데, 또 한가지 궁금해지는 것이 배트맨은 과연 그 순간에 단지 마사라는 이름이 자신의 어머니 이름과 같다는 이유로 살인을 포기한 것일까? 필자 생각에는 아니라고 본다. 여기에는 충분한 영화적 설명이 있지는 않았지만, 플래시가 말했던 ‘그녀’라는 의미와 몽중몽의 내용에 대해 깨우치게 된 배트맨이 “옳거니. 여기서 나는 플래시의 말대로 마사를 살려야 하는구나”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슈퍼맨이 타락하지 않도록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어머니 마사에 대한 안타까움도 작용했겠지만, 이 것은 그저 부수적인 장치였다라고만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 직후 배트맨이 되려 마사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날아가는 장면에서 앞서 말한 두 가지 이유가 모두 크게 작용을 해서 나타난 행동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다시는 엄마를 죽게 둘 수 없다는 유년시절의 트라우마와, 미래를 위해 플래시의 경고대로 ‘그녀’를 죽게 둘 수 없다는 의무감 모두가 작용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 외에도 다른 몇몇 장면들도 이해가 어려웠던 요소가 있었다. 예를 들어, 왜 아프리카에서 렉스의 부하들은 슈퍼맨을 궁지로 몰기 위해 그딴 짓을 한 것일까 등이다. 사실 이를 더 깊게 파고들면 결국 렉스는 왜 슈퍼맨과 배트맨이 서로 싸우도록 이간질 시켰는가 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영화에서 전혀 설명이 안되었다고 보여진다. 표면적으로는 슈퍼맨이 너무 전지전능해서 인류의 위협이 될 수도 있으니 막아야 한다는 것을 주창하지만, 그렇다면 처음부터 배트맨을 도울 것이지 왜 나중에는 배트맨까지 죽이려 했는가 하는 부분에서 모순이 생긴다. 물론 원작에서 렉스는 수퍼빌런은 아니지만 천재적인 지능 때문에 다른 수퍼빌런들을 지휘할 정도의 무서운 능력을 갖추고 있는 빌런이고, 그는 미국을 지배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긴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렉스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고, 왜 그가 이런 짓을 꾸몄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그가 계속 노래처럼 불러재꼈던 타락한 힘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그의 동기를 설명하기엔 터무니없었다고 보여진다. 또한 단순하게 다크사이드의 지시였다고 보기도 어려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훗날 다른 작품을 통해 여러 모로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7. 원작의 캐릭터와 배우들간의 싱크로
자, 이제 너무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 하고, 원작 캐릭터와 작품에서 투영된 캐릭터의 차이, 그리고 이를 열연한 배우들간의 싱크로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먼저 슈퍼맨은 이미 <맨 오브 스틸>에서 나왔듯이 기존의 슈퍼맨과 확연히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쫄쫄이 스판까지 바뀌었지 않은가. 더 이상 파란 내복 위에 빨간 팬티를 입지 않는 슈퍼맨이라니,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아무튼 잭 스나이더식 슈퍼맨은 조금씩은 최근의 원작 컨셉을 따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생소한 슈퍼맨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를 연기한 헨리 카빌 역시 기존의 슈퍼맨에 대한 상식을 깨는 캐스팅이기도 하였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정립한 외모와 분위기가 사실 브랜든 루스를 통해 대물림되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헨리 카빌이라는 배우가 나타나 오로지 근육질 몸매 하나로 슈퍼맨을 꿰차게 되어버리니 팬들의 질타가 어마어마할 수 밖에.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간 미국의 상징이었던 슈퍼맨을 영국 출신의 헨리 카빌이 맡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센세이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진짜 힘있어 보이는 슈퍼맨을 보여주기 위해 4개월간의 피나는 노력으로 근육질 바디를 완성시킨 헨리 카빌의 슈퍼맨이 등장하자 우려는 기대로 바뀌며 새로운 슈퍼맨의 등장에 환호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하였다. 마치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기존의 통념을 깨고 다니엘 크레이그로 바뀌면서 007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던 것처럼, 슈퍼맨 역시 헨리 카빌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원작 그대로 살리려 했다면 원더우먼은 더 섹시하게, 둠스데이는 더 거칠게 나왔어야 할 터>
배트맨은 사실상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배역이다. 그것은 이전의 배트맨 트릴로지에서 보여준 ‘벳신’ 크리스챤 베일의 명연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작품으로 배트맨은 크리스챤 베일이 아니면 안 된다는 사조가 형성되었는데, 갑자기 벤 애플렉이라는 바람둥이 배우가 캐스팅되어버리니 다시 과거 조지 클루니 사태와 같은 흑역사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컸었더랬다. 그러나 DC는 각고의 노력 끝에 가장 원작에 가까운 비주얼과 캐릭터의 해석이었다며 벤 애플렉의 연기를 칭찬하였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크게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은 캐스팅이었다는 평이다. 이는 작품에서 등장하는 배트맨의 느낌이 배트맨 트릴로지에서의 배트만과 아주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일단 배트맨이 전작의 영화에서 등장했던 모습과 달리 꽤 폭력적이고 총까지 난사하는 등 전투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배트맨 트릴로지에서의 배트맨은 가능한 적들에게 물리적 피해를 줄이되 행동불능으로 만들어 체포되게끔 만드는 것이 특징이었고, 주로 맨손 격투를 선호했다. 그러나 이번 작에서 배트맨은 일단 죽기 직전까지 적들을 무차별적으로 제압해버리고 필요하다면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는 등 살인까지도 할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번 작에서는 배트맨의 탐정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보다 부각되었다고 보여지는데, 아무래도 타 히어로들에 비해 능력이 딸리니 자신의 주특기를 좀 더 살리는 쪽으로 연출이 된 것으로 보인다.
원더우먼은 이번 작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캐릭터인데, 이 역시 처음 프로젝트가 발표되었을 때 우려가 컸었더랬다. 왜냐하면 1970년대에 TV와 영화로 만들어진 <원더우먼>에서 린다 카터라는 배우가 원더우먼의 캐릭터를 확고히 정립했기 때문이었다. 슈퍼맨 못지않게 너무나도 미국적이고 마치 바비인형처럼 예쁜 외모에 잘록한 허리를 자랑하던 원더우먼의 이미지를 과연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당연했을 것이리라. 그런데 막상 캐스팅이 되고 컨셉이 공개되니 이 역시 기존의 원더우먼과 전혀 다른 캐릭터였던 것이다. 더 이상 원더우먼은 미국을 상징하는 코스튬을 입지도 않았고, 외모는 그야말로 카리스마로 점철되었으며, 액션은 슈퍼맨 저리가라할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를 연기한 겔 가돗은 미스 이스라엘 출신으로, 알다시피 여군이 의무인 이스라엘인답게 강렬한 카리스마와 놀라운 액션을 능수능란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오리엔트와 옥시덴트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미모 때문에 고대 신이면서 아마존의 전사다운 이미지가 아주 잘 드러났던 것. 이 때문에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팬들이 원더우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환호와 박수를 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러한 원더우먼의 컨셉은 기존의 원더우먼이 가지고 있던 여성성을 과감히 제거함으로써 패미니즘에 보다 가까워진 재해석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제 원더우먼은 더 이상 남성들을 위해 예뻐야 하고 귀여워야 하며 알록달록한 코스튬을 입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며, 이는 슈퍼맨 못지 않은 능력이라는 설정과 맞물려 이제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위치를 얘기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원더우먼.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렉스 루터라는 캐릭터는 원작에서도 그러했고 기존의 슈퍼맨 영화에서도 그러했듯이 사실상 대머리 중년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놀랍게도 대머리가 아닌 금발머리 촬랑거리는 청년으로 등장한다. 이 또한 기존의 통념을 깨는 설정인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러한 설정은 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 연기한 제시 아이젠버그는 시종일관 표정변화와 잔동작이 많은 캐릭터로 열연을 했는데, 이것이 과연 캐릭터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렉스 루터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청년 이미지가 아니라 카리스마 넘치고 배짱이 있으며 사악한 지략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 범죄자의 이미지가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기존 작품에서도 이러한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슈퍼맨에 대항해 맞설 수 있는 사악한 보통 인간이라는 느낌이 쉽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러한 무게감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막판에 특유의 대머리 컨셉을 선보이고 있으니, 향후 시리즈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재등장할 지 기대해보는 것이 좋겠다.
이미 <맨 오브 스틸>에서 전사한 조드 장군은 여기서 거론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를 매개로 탄생한 둠스데이는 원작과의 설정을 가능한 높게 맞춘 캐릭터라는 평이다. 원작에서 둠스데이는 슈퍼맨의 숙적으로 등장하는데, 그만큼 슈퍼맨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외계 생명체이기도 하다. 원작에서 슈퍼맨이 한번 죽임을 당하는데, 그 장본인이 바로 둠스데이이기도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작에서도 비슷한 연출을 보여주니 원작에 나름 충실한 해석이었다는 느낌이다. 다만, 그 막강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번 작품에서 한 번만 출연하도록 스토리가 짜인 부분에서는 아쉬움도 있는 바, 차라리 다른 차원으로 가두어두는 식으로 해서 차기 시리즈에서의 등장을 암시하는 것도 괜찮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이 남자는 슈퍼맨은 이겼을 지 몰라도 크리스챤 베일은 이길 수 없었다>
이제 로이스 레인이라는 캐릭터 차례인데, 알다시피 슈퍼맨의 연인이다. <맨 오브 스틸>에서 원작과는 달리 클락이 슈퍼맨이라는 것을 클락의 데일리 플래닛 입사 이전부터 알고 있게 된다는 설정으로 나왔으며, 이 작품에서는 시종일관 배트맨을 들었다 놨다 하는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필자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왜 하고많은 미녀 배우 중에 다 놔두고 나이많은 로이스 레인을 캐스팅했는가 이다. 이 분은 1974년생으로 헨리 카빌보다 무려 9살이나 많은 연상이시다. 그렇다고 예쁘거나 개성이 넘치는 것도 아니어서 참으로 애매한 캐릭터라는 느낌이다.
이 외에도 히어로나 빌런은 아니지만, 배트맨의 평생 조수인 알프레드 역을 맡아 중요한 역할을 보여준 제레미 아이언스는 생각보다 가벼운 느낌이었다는 평이다. 아무래도 배트맨 트릴로지에서 명연기한 마이클 케인의 알프레드 이미지가 너무도 강했던 나머지, 시종일관 배트맨의 혼사 걱정이나 하고 가볍게 푸념만 내뱉는 알프레드의 이미지는 배트맨의 중심을 잡아주던 조력자로서의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생각이다. 그 외 <맨 오브 스틸>에 이어 켄트 부부 역으로 등장한 케빈 코스트너와 다이안 레인은 짧지만 좋은 연기를 보여주면서 좋은 작품이 되도록 기여하였다고 보여진다. 참고로, 토마스 웨인으로 등장한 제프리 딘 모건은 잭 스나이더의 <왓치맨>에서 코미디언으로 등장하였던 이력이 있는데, 아마도 그 인연 때문인지 비록 조연이지만 오랜만에 등장해서 필자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였다.
#8. 정의에 대해 과연 진지한 고민이 되었던가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처음에 내세웠던 주제의식에 대해 씹어보겠다. 바로 “싸움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왜 슈퍼맨과 배트맨은 싸워야만 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그들이 주구장창 설파하는 ‘정의(Justice)’가 각자의 기준에 따라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슈퍼맨은 약자를 구하는 것이 정의라면서 매번 범죄자들을 못살게 구는 배트맨의 방식에 대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반면, 배트맨은 슈퍼맨의 지구를 지키려는 행위가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이끌었다며 어떠한 경우이든 인류에게 악이 될 가능성이 있는 힘은 통제해야 하는 것이 정의라고 설파한다. 그러나 우습게도 두 명이 설파하는 정의는 모두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핀치 의원이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넘어가고 있는데, 이 때문에 결국 어느 한 쪽이 맞고 틀리다라는 답을 던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실, 정의(Justice)에 대한 정의(Definition) 문제는 잭 스나이더의 전작 <왓치맨>에서 보다 심도있게 다룬 주제이다. 그 작품 역시 그래픽노블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그래픽노블 자체가 매우 무거운 작품이다 보니 영화 역시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완성도 있는 무게감과 주재의식을 선보였었다. 그러한 면에서 필자는 이 작품을 베스트 작품 중 하나로 꼽기도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정의라는 것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모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충격적으로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왓치맨>에서도 배트맨과 슈퍼맨 각각의 정의와 유사한 정의를 강조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배트맨의 경우는 로어셰크와 매칭이 되는 듯하고, 슈퍼맨의 경우는 오지맨디아스와 유사하다. 이에 대해서 더 자세한 이야기는 훗날 <왓치맨> 리뷰를 통해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정의가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닌데 다 큰 어른들이 이런 날에 꼭 싸워야 쓰것냐>
아무튼 <왓치맨>에서는 히어로들끼리 서로 다른 정의로 인해 투닥투닥대다가 중립적인 위치에서 사건을 정리하는 식의 인물이 등장해서 나름 찝찝한 타협점을 보여주는데,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도 이러한 역할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원더우먼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원더우먼은 정의라는 것은 개나 줘버리고 일단 지구를 구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는 식으로 독고다이 자세를 보인다. 이러한 카리스마를 뿜내니 솔직히 슈퍼맨과 배트맨이 깨갱할 수 밖에. 그도 그럴 것이 원더우먼은 5,000년이나 살아 온 존재이기에 이미 이러한 이슈에 대해서는 달관하고도 남았을 것이리라.
이무쪼록 이번 작품은 결론적으로 <왓치맨>만큼의 무거운 주제의식을 보여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화 본연의 목적이 철학적 논쟁이 아니라 저스티스리그라는 이야기의 거대 예고편에 가깝기 때문에, 너무 주제의식을 가져갔다가는 더 큰 혹평에 빠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 작품이 어디까지나 저스티스리그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고, 비슷한 컨셉의 마블 어벤져스와 비교되다 보니 여러모로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저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히어로무비 팬들이 이미 성공적으로 구축해 놓은 마블식 히어로 영화 분위기에 흠뻑 취해있는 상태이고, 팬들은 결국 이러한 기준으로 DC의 작품을 평가하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무리 DC가 독립적인 방향성으로 독자적 노선을 간다고 하더라도, 이미 팬들에게는 늦어버린 행보가 아닐 수 없겠다. 따라서 앞으로 DC가 주구장창 내놓을 저스티스리그의 부속 작품들에 대해서는 더욱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크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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