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필자가 2008년 5월에 구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삼국지 - 용의 부활 (三國志 - 見龍卸甲)
중국 고전 사상 최고의 작품을 꼽는다면 그것은 단연 삼국지일 것이다. 위, 촉, 오 삼국이 정립하는 난세의 전장 속에서 이름을 떨친 수많은 영웅 호걸들. 약 50년에 걸친 짧은 역사의 한 순간이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교훈과 영웅담이 존재한다. 그러한 삼국지의 거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영화화하려는 작품이 바로 유덕화의 <삼국지-용의 부활> 되겠다.
<국내판 포스터와 해외판 포스터. 분위기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 작품은 유명 배우를 등장시켜 삼국지를 멋드러지게 영화화했다는 점에 의의가 크겠지만, 아쉽게도 삼국지의 장대한 이야기를 기대한 팬들에게는 실망스런 작품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부제 '용의 부활'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용, 즉 조자룡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삼국지의 원래 주인공인 유비, 관우, 장비를 비롯하여 제갈량, 조조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한 인물들이 이 작품에서는 엑스트라급에 가까울 뿐이다. 그나마 조자룡이라는 무패장군의 영웅담을 중심으로 인간사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꽃피우려 했던 어찌보면 액션영화라기 보다는 철학영화라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액션장면은 많지 않고, 요상한 편집기법을 이용해 재빠르게 넘어가는 특성이 다분하다.
<영화의 두 주인공, 조운과 조영. 같은 조씨끼리 싸운다. 물론 한자는 다르다>
#1. 스토리 - 조자룡의 TV 인생극장
스토리는 조운이 세상에 이름을 날리기 전의 모습부터 출발한다. 유비의 의용군 모집 포스터를 보고 "저 꼭 가고 싶습니다!"를 외치며 의용군에 자원입대한 조운(유덕화). 당시 입영담당관인 나평안(홍금보)은 조운이 상산 출신임을 알고, 자신과 동향인 조운과 가까워지게 된다. 이후 유비(악화)가 난세의 통일을 위해 세력을 확장해 가면서 조운도 일개 군사로 싸워나가게 된다.
유비가 천하의 기재 제갈량(복존흔)을 얻은 직후 일어나게 되는 역사적 사건, 박망파 전투에서 조운과 나평안은 이미 쫄따구로 박망파 사수를 맡고 있었다. 하후돈이 이끄는 초강력 기갑부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속수무책에 빠진 유비군. 이 때 한가롭게 밥이나 퍼먹고 있던 후줄그레한 선비가 유비군에게 쫄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에 유비군은 그 선비를 겁대가리가 가출한 놈이라고 놀리는 가운데, "조조군은 유비군 중한 명을 두려워하므로, 이기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나이트 웨이터라도 되는 마냥 "제갈량"이라 적힌 명함을 보이며 자신을 소개한다. 조운과 나평안이 중심이 된 상산출신 병사들이 적의 한가운데를 돌파하는 별동대가 되어 한 밤중 제갈량의 계책에 따라 적의 진지를 습격하고, 이에 우왕자왕하는 조조군에 좌, 우에서 유비군이 가세하여 개떡을 만들게 된다.
박망파 전투에서의 승리를 뒤로 하고, 뚜껑열린 조조(유송인)가 직접 진두하여 진격하는 대군세에 밀려 난민들을 이끌고 느릿느릿 도망가는 유비군. 박망파 전투에서의 공로를 치하받아 유비군의 핵심 보디가드가 된 상산출신 별동대원은, 조운의 출세를 시기하는 나평안의 띨뻥한 짓거리때문에 유비의 두 와이프를 잃고 만다. 와이프의 생사보다도 민생이 더 중요한 유비에게 조운이 달려가 와이프를 구해올 것을 자청 하고, 어디서 굴러먹던 개뼉다구냐는 둥 싱겁게 쳐다본 관우(적룡)와 장비(진지휘)가 조운보고 꺼지라고 하였으나, 조운은 이들과의 무력 대결로 실력을 인정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유비의 전갑을 하사받는다.
관우와 장비의 도움으로 전장까지 달려나간 조운은, 이후 홀홀단신하며 유비의 두 와이프와 아두를 찾고, 그 전쟁통 속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아두만을 전갑으로 질끈 동여맨 채 조조군과 맞닥뜨리게 된다. 조운의 전설이 되어버린 장판파 전투에서, 조운은 수많은 조조군을 무찌르며 오히려 조조앞으로 돌진 조조의 보물 중 하나인 청홍검을 빼앗으며 그를 조롱하고, 또다시 뚜껑열린 조조 앞에서 껄껄껄 웃어대며 탈출을 하는 조운. 자신의 할아버지가 적의 일개 장수에게 테러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조조의 손녀 조영은 그때부터 복수심을 불태우게 되었다.
이후 전장에서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으며 수많은 공로를 쌓은 조운은 관우, 장비, 황충, 마초와 함께 5호대장군에 임명되고, 수많은 세월이 흐른 가운데, 선제 유비가 죽고 5호대장군도 모두 전사한 가운데, 제갈량의 북벌 출사와 함께 최후의 전투를 치르러 나간다. 아버지의 복수심에 불타는 열혈청년 관흥(오건호)과 장포(정해봉), 그리고 자신의 심복인 등지(안지걸)를 거느리고 진정한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하여 조조군을 향해 진군하는 조운. 제갈량의 계책에 따라 두 패로 갈라진 조운군은, 등지와 함께 봉명산으로 향한다.
봉명산은 조운이 의용군 자원입대를 하였던 추억의 장소. 그 곳에서 일생일대 최후의 적, 어느덧 시집갈 나이가 되어버린 조조의 손녀 조영(매기 큐)과 그녀의 부하인 한덕(우영광) 패밀리들과 만난다. 할아버지를 대신해 조운을 사로잡겠다는 조영의 끈질긴 복수심과, 자신이 북벌의 선봉이 아니고 미끼가 되었음을 알게 된 조운의 비장함 속에서 조운은 다른 쪽으로 돌아간 아군이 도착하기만을 바라며 봉명산을 사수한다.
<백발이 성성한 조운. 유일하게 생존한 5호대장군으로서 북벌에 참가한다>
#2. 역사의 왜곡 - 조자룡 띄어주기
이 영화의 스토리는 실제 역사와 상당부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조운이 유비군에 가담하게 된 경로가 다르다. 역사에서는 조운이 공손찬 휘하에서 카우보이 노릇을 하다가, 공손찬이 원소군에 패한 후 자신이 평소 흠모하던 유비에게 달려가 유비의 장수가 될 것을 자청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애초부터 일개 병사로 자원입대하여 성실히 군복무를 행하다가 박망파 전투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특진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두 번째로, 장판파 전투에서의 활약상이 조금 다르다. 청홍검을 빼앗는 부분이 역사에서는 하후은을 죽이면서 얻게 되는데, 영화에서는 조조가 직접 들고 조운에게 대들다가 조운이 되려 빼앗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역사에서는 장판파때 이미 조운이 유비에게 중용되고 있었으나, 영화에서는 무명의 병사였다가 자청하여 발탁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세 번째로, 봉명산 전투의 내용이 다르다. 봉명산 전투는 제갈량의 북벌 당시 위군과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전투인데, 사실 이 전투에서 조영이라는 인물은 나타나지 않는다. 조영은 영화에서 만들어낸 가상인물로, 실제로는 조운군이 한덕군과 맞서 싸우게 된다. 이 전투에서 물론 제갈량과 조운의 파워에 촉군이 승승장구하게 되지만, 조운은 실제로 전투 중에 전사한 것이 아니라 노환으로 진중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논란거리가 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실제 역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북벌군을 편성할 당시 제갈공명은 조자룡의 나이를 염두에 두어 그에게 임무를 맡기지 않았다. 하지만 촉의 오호장군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제갈량과 함께 남만정벌에 큰 공을 세우기도 했던 조운은 출전을 요청하고 공명도 그의 뜻을 받아들여 등지를 부장에 두고 5천 군사를 주어 그에게 선봉의 임무를 맡긴다. 이에 위의 대장을 맡은 하후무는 자신의 네 아들과 함께 한덕을 선봉으로 삼아 조운에 맞서게 했다. 하지만 결국 영화에서와 같이 한덕의 네 아들은 조운에 의해 제압당했는데 영화와 달리 둘째인 한요는 사로잡았고, 나머지 세 아들인 한영, 한경, 한기는 모두 조운에 의해 죽음을 면치 못했다. 또한 한덕 역시 하후무의 질책에 부끄럼을 참지 못하고 조운과 교합을 벌이지만 결국 그도 창에 찔려 죽었다.
한편, 그 뒤로 봉명산에 진을 친 하후무의 참군 정욱의 아들 정무가 세운 계책에 빠진 조운은 위군의 매복군에 둘러싸여 고립되는 위기에 처했지만 관우와 장비의 아들인 관흥과 장포로부터 구출되었고, 그 뒤로 전투에 앞장서며 혁혁한 공을 세우다 후에 제갈량의 명을 어긴 마속으로 인해 중요한 고지였던 가정(街亭)을 위의 사마의에게 뺏긴 후, 결국 제갈량은 한중으로 귀환했다. 이때 조운은 마지막까지 후방을 사수했으며 후에 제갈량이 직접 이 공을 치하했다. 또한 그 후, 명을 어긴 마속을 문책한 제갈량이 결국 그를 처형하라 명한 뒤 통곡했으며 이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유래가 되기도 했다.
그 후, 한중에서 북벌을 위해 제갈량이 군대를 조직하는 중에 조운은 천수를 다했고, 그가 죽던 날 제갈량의 집 앞뜰 소나무 가지가 부러졌다고 한다. 그 후로 북벌을 거듭하는 제갈량과 그에 맞서는 사마의의 전투가 거듭된다. 한편, 1차 북벌 당시 제갈량은 마속을 잃은 대신 강유를 얻었으며 강유는 훗날 제갈량의 뒤를 잇는다.
추가적으로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조운과 함께 하는 나평안이라는 인물도 실제 존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삼국지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아니며, 영화에서 조운과 함께 최후를 마치는 등지의 경우에도 실제로는 무장이라기 보다는 문관에 가까운 인물로, 제갈량이 중용하였다.
<봉명산에서 최후의 전투를 기다리는 조운과 나평안, 그리고 등지>
영화에서 장수들이 입고 나오는 투구와 전포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국시대의 것들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투구는 1차 대전 영국군의 투구처럼 접시를 뒤집어 엎은 것처럼 생겼는데, 원래 삽화나 이미지에서 나오는 삼국 시대의 투구는 그리스/로마 타입이 아니었던가? 모양이 저렇다보니, 사자투구로 유명한 마초의 투구도 결국 사자대가리는 보이지도 않고 접시에 불과한 것으로 나온다. 실제로 역사적 고증이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은 7월에 개봉될 <삼국지-적벽대전>을 보면 확인될 수 있으리라.
<전투 중 한가롭게 비파나 뚜들기고 있는 조영>
#3.삼국지를 모른다는 매기 큐는 왜 출연한거지?
조조의 손녀 조영 역할을 한 매기 큐는, 사실 이 영화를 찍기 전에 삼국지를 한번도 못 읽었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만들기도 하였다. 어쨌거나, 가상의 인물이었던 만큼 조영 역은 아무렇게나 연기해도 되었으리라. 그렇기에 조영의 모습은 삼국지에서 가뜩이나 등장안하는 여성장수에 대해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겠다. 모습이 귀부인타입이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볼 인물이 아닌 조영. 누구의 자식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조조의 손녀인 이상 지력도 뛰어나고, 무력도 조운과 막상막하일 정도로 뛰어난 여장수이다. 영화에서의 직위는 도독으로, 오군의 마스코트였던 주유와 대등한 직위를 가진 것을 보면, 그만큼 걸출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듯 하다.
영화에서 조영과 조운이 일기토를 벌이는데, 의외로 이 장면은 연출이 뛰어나다. 언월도를 든 매기큐의 연기가 일품인데, 카리스마 짱! 포스 짱! 그야말로 멋지다. 조운도 창을 들고 폼잡는 모습 또한 일품인지라, 일기토 장면만큼은 이 영화의 베스트 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거나 처음에는 냉철하고 침착하며 명석한 모습의 조영도, 일기토에서의 패배와, 청홍검을 돌려주는 조운의 조롱에 분개하여 결국 자신의 부하장수 한덕까지 매몰차게 죽이는 가미가제 전법을 보이는 조영. 역시 조조의 손녀답다는 생각이 든다.
<조운은 뛰어난 창술로 유명하지만, 정작 자신이 애용한 창의 이름은 없다>
#4. 들러리가 된 삼국지의 주인공들
항상 삼국지를 생각할 때 마다 떠오르는 생각은, 관우, 장비, 유비, 제갈량 등의 인물이 실제로는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사로 만들어지는 영화에서는 과연 어떻게 표현되었을까도 큰 관심사인데, 이 작품은 그런 기대에서 조금은 벗어난 면이 없지 않다.
잠깐 등장하는 관우와 장비, 유비는 그야말로 안습. 유비는 대사는 별로 없지만 그나마 근엄한 군주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장비는 털이 숭숭하지는 않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역시 연인장비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관우인데, 관우의 키가 9척에 가깝고 얼굴이 붉으며, 수염이 허리까지 닿았다고 하나 영화에서는 술취한 노숙자로 밖에는 보이지가 않는다. 관우 역을 맡은 배우가 초창기 무술영화에서 이름 날렸다가 <영웅본색>에서 대박을 친 그 유명한 적룡인데, 이제는 그도 늙어서 그다지 뽀대가 나질 않는다. 관우가 이정도인데, 여포가 등장하였다면 얼마나 더 안습이었을까.
제갈량은 첫 등장장면에서 특유의 여유와 입담을 보여주어 나름 기대에 찼는데, 문제는 북벌 출사를 거행할 때 보여준 모습이 너무도 초라했다는 것이다. 조운에게 북벌에서 나서지 말라고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대사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계책이 관흥과 장포군의 전멸로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부분에서는 제갈량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도 없네~라는 탄식을 만들어버릴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제갈량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필자로서는 분개하지 아니할 수 없는 설정이지만, 어쨌거나 영화 자체가 처음부터 배배 꼬인 허구적 설정이다 보니 그냥 참고 넘어가기로 하겠다.
<촉의 5호대장군으로 임명받는 조운. 흰색 전포가 압권이다>
#5. 조운에 대한 고찰
실제로 조운의 능력은 어땠을까? 삼국지를 게임화한 코에이의 대표작 삼국지 시리즈를 보면 초창기 조운의 능력치는 대략 다음과 같다.
지력 : 83, 무력 : 99, 매력 : 88
그야말로 3박자가 고루 갖춰진 엘리트 장수라고 할 수 있겠는데, 무력의 경우도 관우, 장비와 동급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조운에게 있어 출중한 무력은 가장 큰 장점이고, 그에 못지않게 높은 학문과 사람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조운을 가장 완벽한 장수로 묘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국지 시리즈가 후대로 오면서 조운의 능력에 대해 재평가하는 부분이 많았고, 조운이 분명 장판파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기는 하였으나, 다른 5호대장군들과 달리 쟁쟁한 적장수와 일기토를 벌인 일이 많지 않기에 무력에 대한 능력은 다소 평가절하되어가는 듯하다.
어찌되었건, 게임에서의 수치는 그야말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100% 확실한 자료도 아니기 때문에 그저 게임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겠지만, 5호대장군 중 가장 오래 생존하였고, 가장 많은 공을 세웠으며, 가장 멀쩡하게 최후를 마쳤다는 점에서도 조운은 그야말로 촉군의 장수 중 가장 모범스런 장수의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천하의 제갈량도 조운이 숨을 거두었을 때, "이제 나의 오른팔이 떨어졌으니 그 누구를 믿는단 말인가"라고 탄식을 했겠는가.
<의외로 강렬한 카리스마와 비장한 모습으로 똘똘 뭉친 등지. 이정도 깡다구가 있었기에 손권 앞에서도 꿀리지 않았던가>
#6. 조연 등지의 주연급 활약
영화 후반부에서 상당한 비중을 보여주는 등지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자면, 실제 역사에서 등지가 처음 부각되는 것은 제갈량이 오와 협정을 맺기 위한 사절로 간택하면서부터이다. 선제 유비가 죽은 후 위의 사마의는 무려 5개 진군로를 통해 촉을 공격하게 되는데, 이 때 위와 손잡은 오의 군대를 막기 위해 제갈량은 오와 화촉을 맺기를 결정하나, 당시의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만한 뛰어난 사절을 찾지 못해 고뇌했다고 한다. 이 때 손권의 마음을 바꾸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쉽다는 등지의 달변에, 제갈량은 "등지라면 능히 해낼 것이다"는 말과 함께 등지를 파견하여 결국 오와의 협정을 채결하게 된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등지는 문관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문관이라고 해서 무력이 약하거나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실제 북벌때도 제갈량은 등지를 조운의 부장으로 삼아 보내기도 한다. 그만큼 등지는 촉의 후반부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장수이며, 제갈량에게 인정받은 몇 안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조영에게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맹세하는 한덕>
#7. 캐릭터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시도한 실험적 작품
삼국지를 영화화하는 것은 양날의 검과도 같아, 그 소재 자체는 방대하고 웅장함에도 불구, 잘못된 고증과 스크린화는 오히려 졸작으로 치부받을 수 있다. <삼국지-용의부활>은 그런 점에서 팬들의 기대에 못미친 졸작으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어쨌든 조운이라는 걸출한 역사적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인생의 진리에 대한 철학적 주제를 관철하려고 하였다는 점에서는 나름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액션영화로서는 빵점이지만, 깊은 주제의식을 가진 철학영화로서는 50점 정도 되겠다. 진정한 액션대하서사극으로서의 삼국지를 원한다면 곧 개봉할 <삼국지-적벽대전>을 기대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상산 조자룡의 진정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사진으로, 그의 위대함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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