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필자가 2009년 9월에 구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의 이야기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오래된 교훈이 있다. 맨 처음 당한 놈의 입장에서는 결국 자신이 복수를 해도 다시 복수를 당한다는 참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결국 당하면 참을 수 밖에 없는가라는 묘한 논리를 설파하고 있는데, 사실 우리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나 우리의 착하고 용감한 주인공이 어쩌다 악당에게 당해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 나서 이에 복수하기 위해 들고 일어서 악당들을 쳐죽인다는 내용은 그야말로 유쾌통쾌상쾌 3박자를 고루 갖춘 한여름의 수박화채와도 같은 짭짤한 재미 되시겠다. 그래서 대부분의 외국 영화에서는 일단 착한 놈의 복수는 무조건 당연한 것이고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나름의 법칙이 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에서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깬 아주 독특하고 기괴한 작품이 존재했었더랬다. 장르는 호러, 연출은 하드고어 엽기 잔혹, 스토리는 피칠갑이 난무하는 비극적인 결말, 도저히 뮤지컬로는 구현조차 어려울 것만 같은 독특한 작품이 엄청난 인기를 끌어왔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그리고 드디어 비싼 돈 주고 브로드웨이로 비행기 타고 가서나 볼 수 있었던 그 작품이 극장가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엽기로 똘똘 뭉친 작품 <스위니 토드>가 그 것이다.
<팀 버튼이 크리스마스에 유독 집착하는듯한 느낌이 드는 문제적 포스터>
#1. 스토리 - 어느 이발사의 비극적인 사랑과 복수, 그리고 사필귀정
일단, 시작은 무조건 스토리부터 걸고 넘어지는 것이다. 안개가 자욱이 낀 어두운 바다 위 한 척의 배가 런던을 향하고 있다. 음흉한 날씨와는 달리 런던 가서 신난다고 노래를 불러제끼는 한 청년이 있었으니, 넓은 이마빡을 자랑하는 말라깽이 사나이 안소니(제이미 캠벨 보웬)이다. 하지만 음흉한 날씨에 딱 맞는 또 다른 사나이가 등장하니, 15년만에 런던을 오게 되었다는 스위니 토드(죠니 뎁)라는 똥씹은 표정의 사나이 되시겠다.
런던에 도착한 스위니 토드는 갑자기 안소니에게 옛 이발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아내를 노리던 나쁜 놈에 의해 남자는 어디론가 끌려가버렸다는 이야기. 원래 스위니 토드의 옛 이야기이지만 안소니는 누구 얘기일까 하고 궁금해 한다. 그 와중에 스위니 토드는 작별의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스위니 토드가 플릿 거리를 거닐다가 예전 자신의 이발소가 있었던 집 1층의 빵가게를 들어가게 된다. 겉 모습부터 음침한 그 빵가게는 일대에서 아주 유명한 러빗 부인(헬레나 본햄 카터)의 빵가게였던 것. 무엇으로 유명한고 하니, 바로 위생, 청결, 깔끔, 신선과 전쟁을 선포한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문제아적 점포였던 것이다. 결국 바퀴벌레 양념된 빵을 집어드시고 피자판 만들기 직전으로 급행하시는 스위니 토드. 결국 러빗 부인의 배려로 제대로 된 술로 속을 비운 스위니 토드는 러빗 부인에게 텅빈 2층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종일관 인상만 찌푸리고 사는 스위니 토드와 이마반을 자랑하는 안소니>
러빗 부인은 2층이 비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다가 벤자민 바커라 불리었던 비운의 이발사가 바로 스위니 토드임을 알게 된다. 스위니 토드는 러빗 부인에게 자신의 아내인 루시(로라 미쉘 켈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묻자, 러빗 부인은 그녀가 비소가 든 독을 마시고 죽었다고 얘기해준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하나뿐이었던 딸이 자신을 이렇게 만든 주범 터핀 판사(알란 릭맨)에 의해 입양되었다는 것. 이에 15년간의 억울한 옥살이 끝에 한 줄기 빛과도 같았던 희망이 사라져버린 스위니 토드는 2층에 숨겨두었던 자신의 은빛 면도칼을 치켜세우며 그야말로 복수의 칼을 간다.
한편 홀로 런던거리에서 똥폼 잡고 간지좀 내고 있던 안소니는 우연히 건물 안에서 창문 밖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여인을 보게 된다. 둘이 제대로 눈이 맞아버린 청춘남녀.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있던 여인은 이내 모습을 감추고, 안소니는 지나가던 거리여인에게 미모의 여인에 대해 물어본다. 터핀 판사의 양녀 조안나(제인 와이즈너)라고 알려준 거지여인은 절대로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사라지지만, 개념없이 계속 찝적대다가 터핀 판사에게 딱 걸리고 만다. 결국 죽도록 쳐맞고 쫓겨난 안소니는 계속 조안나를 훔친다는 범죄적 가사를 읊조리며 자리를 떠난다.
러빗 부인과 함께 거리로 나온 스위니 토드는, 광장에서 우연히 터핀 판사의 똘마니인 비들(티모시 스펄)을 보게 된다. 당장이라도 가서 때려죽이고 싶지만 이를 말리는 러빗. 마침 광장에서는 북치고 장구치며 요란스럽게 짝퉁 약을 파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일명 피렐리의 기적의 약이라는 발모제였는데, 짝퉁 티가 확 나다보니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은 바로 때려치우라고 한다. 이 때 이에 발끈하고 등장하는 사내가 있었으니, 바로 피렐리의 기적의 약을 직접 제조하고 판매하는 콧수염 사나이 아돌프 피렐리(사차 아론 코헨)이다. 나름 VIP의 면상만 상대했다는 피렐리에게 급제안을 하는 스위니 토드. 누가 더 깔끔하게 이발을 하는지 내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대충 이 모습만 봐도 "앗! 저 배우!!!"하고 무릎을 탁 칠 수 있겠다. 대체 댁은 뉘기??>
드디어 세기(?)의 대결이 펼쳐지고, 피렐리는 온갖 오도방정을 다 떨면서 특유의 주둥아리를 나불대며 이발을 하지만, 정말로 5초도 안 걸리고 끝나버린 스위니 토드에게 제대로 카운터어택을 당하고, 그 자리에서 내깃돈도 잃고 개망신만 당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졸지에 이발사로서의 능력을 재평가받게 된 스위니 토드. 갑자기 사람들이 이발소가 어디있냐고 물어보고, 비들도 그 능력에 탄복해 조만간 찾아간다고 얘기한다. 이게 왠 굴러들어온 떡! 이제 신장개업을 준비하고 있는 스위니 토드. 그때 안소니가 찾아와서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자기가 조안나라는 가엾은 여자를 데리고 도망을 가려고 하는데, 마차가 올 때까지 잠깐만 이발소에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부탁을 받아들인 스위니 토드. 안소니는 좋아라 하고 달려나가고, 이내 첫 손님이 찾아온다.
첫 손님은 다름아닌 짝퉁 물약의 제조범 피렐리. 친히 쪼수 토비어스(에드 샌더스)까지 데리고 왕림하시어 스위니 토드에게 은근슬쩍 협박을 가한다. 어린 토비어스가 러빗 부인에게 이끌려 맛 드럽게 없는 빵조가리로 습관성복부허탈감을 해결하고 있는 동안, 2층에서는 피렐리와 스위니 토드의 신경전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게 웬일! 피렐리가 스위니 토드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것. 결국 스위니 토드는 더 이상의 위험을 막기 위해 복수의 뜻을 담았던 은빛 면도날을 피렐리의 목에 살포시 테스트해본다. 전격 피렐리 사망. 이 사실을 모르는 토비어스는 엄마처럼 따뜻한 온정을 베푸는 러빗 부인에게 서서히 감화되어 간다.
<맨 얼굴 자체가 가장 호러틱한 인물인 조안나>
한편 법정에서 닥치고 사형만 외치는 개념없는 악질 판사 터핀이 오늘도 어김없이 개념머리 없는 판정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찰나에, 비들의 제안으로 신정개업한 이발소에 들러 이발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뜬금없이 마주치게 된 스위니 토드와 터핀. 스위니 토드는 이 아닌 밤 중의 홍두깨 선생님스러운 시츄에이션에 므흣한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은빛 면도날로 터핀 판사의 목덜미의 털을 베어 나가기 시작한다.
드디어 하이라이트의 순간!!! 하지만, 깜놀 들이닥친 안소니로 인해 복수가 실패하고, 안소니와 스위니 토드가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된 터핀 판사는 화를 내며 그대로 돌아가버린다. 다 된 밥에 재뿌린 안소니만 또 죽어라 욕 얻어먹고 쫓겨나게 되고, 열받은 스위니 토드는 이제 본격적으로 복수의 화신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고깃덩어리로 보이기 시작한 스위니 토드. 이발 의자를 개조해서 사형집행대로 만들어 버리고, 찾아오는 손님들마다 모두 지옥행 급행열차를 태워보낸다. 하루 하루 죽어나가는 시체가 많을 수록 희한하게도 1층 빵가게에서는 구수하고 먹음직스러운 빵굽는 냄세가 거리를 가득 메워 사람들을 꼬이게 한다. 거기에 어느 새 러빗 부인의 쪼수로 직장을 옮긴 토비어스가 호객 행위를 해서 런던에서 가장 형편없던 빵 가게는 한 순간에 런던에서 가장 맛있는 빵 가게로 탈바꿈하게 된다.
<신동엽의 러브러브 하우스를 보듯 놀라운 변신을 하게 되는 러빗 부인의 빵 가게>
잘 죽이고, 잘 팔리는 세상이 도래하게 된 두 주인공. 결국 러빗 부인은 스위니 토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까지 하자고 프로포즈한다. 사태가 점점 러브러브 모드로 흐를 즈음, 갑자기 안소니가 찾아와 터핀이 조안나를 정신병원에 가둬버렸다는 사실을 알린다. 이에 정신병원 잠입 노하우를 전수하는 스위니 토드. 그리고 토비어스를 불러서 터핀에게 한번 보자는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토비어스 이 놈도 갑자기 러브러브 모드로 돌변하여 띠동갑을 제곱으로 해도 모자를 연상의 여인 러빗 부인에게 대뜸 사랑 고백을 해버리고 만다. 이 어이없는 시츄에이션에 일단 러빗 부인이 입을 틀어막고자 토비어스를 며느리도 모른다는 빵 맛의 비밀인 지하 제조실로 데리고 간다.
<저렇게 얌전했던 개기름 좔좔 헤어가 어쩌다 폭탄맞은 것처럼 변했지?>
#2. 엽기적인 소재의 뮤지컬과 엽기적인 두뇌의 감독이 만난 엽기적인 호러무비
이 영화는 피로 시작해서 피로 끝나는 영화이다. 인트로부터 피가 주룩주룩 흘러서 온 천지를 피칠갑으로 만들더니, 엔딩 장면에서도 피가 줄줄 흐르면서 그 끔찍한 결말을 더욱 비장하게 만든다. 그만큼 이 영화가 추구하는 장르는 엄연히 호러이다. 중간 중간 펼쳐지는 피의 향연은 정말 역겨울 정도로 리얼하고 잔인하다. 사람 목을 그어버릴 때 사방으로 피가 튀고 찢겨진 살이 다 드러나 보이는 장면은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애들, 그리고 심장이 약한 분들은 절대 보지 않을 것을 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무섭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그것은 이 영화가 다른 호러영화와 다른 2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바로 이 영화의 원작이 뮤지컬이라는 것. 그런데 영화도 놀랍게도 뮤지컬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즉, 원작의 무대를 단지 스크린으로만 옮겼다고 보면 된다. 이미 뮤지컬을 베이스로 한 여러 명작들이 존재했더랬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시카고, 헤어스프레이 등이 그것인데, 이 작품도 그에 결코 뒤지지 않은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배우들의 노래 실력과 춤, 연기 등등 그야말로 뮤지컬을 보는 그대로이다. 그러면서도 보다 더 웅장하고 완벽한 무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무섭다는 느낌 보다는 뮤지컬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숨소리가 느껴진다. 게다가 아무리 무섭더라도 일단 노래 부르고 춤추고 하면 그게 어디 공포인가? 그야말로 활기 넘치는 무대가 되는 것 아닌가?
또 다른 특징은 이 작품의 감독이 바로 팀 버튼이라는 것. 팀 버튼, 이 인간이 누구인가? <배트맨>, <비틀 쥬스>, <가위손>, <화성 침공>, <슬리피 할로우>, <빅 피쉬>,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 신부>, <크리스마스 악몽> 등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보여준 엽기 감독의 대명사 중 대명사 아니겠는가. 늘 정상과 비정상을 뒤집어버리고, 공포를 유머로, 유머를 공포로 바꾸어 버리는 천재적인 감각을 소유한 감독, 게다가 늘 고정관념을 깬 독특한 시각과 연출로 늘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감독이 아니던가. 그러다보니 스위니 토드도 팀 버튼식 해석에 충실하여 상당히 그로태스크하고 엽기적이면서도 잔인하기 짝이 없지만, 기괴한만큼 유머스럽고 해학적이며 어딘가 모르게 동화 같은 느낌이 들어버리고 만다.
<저 암울하고도 환상적인 런던의 모습을 보라. 팀 버튼만이 가능한 연출이다>
이 2가지 요소가 필자에게는 무척 매력적임이 틀림없다. 일찌감치 필자의 리뷰를 접해온 분들이라면 필자가 필시 정상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무튼 필자는 팀 버튼식 세계관을 좋아라한다. 늘 새롭고 이채로우며 기괴한 현실, 그리고 상상을 불허하는 유머와 호러의 절묘한 짬뽕. 그야말로 동화 속에서나 상상할 수 있었던 세상이 눈 앞에 그려진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것도 유별나고 무섭기까지 한 공포의 동화라면? 팀 버튼 감독은 삶 자체가 기괴한 인물이다.
#3. 영화 역사상 가장 독특한 개성과 작품의식을 가지고 있는 팀 버튼 감독
얼마 전 방송매체를 통해서도 팀 버튼의 일대기를 광고 형식으로 언급하면서 성공하는 자의 자세를 그린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만큼 팀 버튼은 천재 감독들이 즐비한 영화계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확고히 자리매김한 슈퍼 울트라 감독 중의 한 명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문제는 어렸을 적부터 괴상한 사고방식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 당하고 집단 괴롭힘도 당하며 우울증까지 시달렸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꿈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여 그 꿈을 이룬 지금의 팀 버튼의 모습은 정말 존경받을 경지가 아닌가 싶다.
대체 팀 버튼이 어떻길래 이상하다는 것인가? 하고 궁금하시다면, 그의 몇몇 대표작들을 보면 하나같이 공통된 코드가 있음을 금새 알 수 있다. 동화 같은 스토리와 주인공들, 그리고 동화 같은 배경, 게다가 동화 같은 이색적인 연출까지. 마치 아직도 어릴 적 꿈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어린 아이의 동심을 보는 듯하다.
그의 이러한 컬러는 심지어 전혀 동화스럽지 않은 작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 대표적 작품이 바로 <배트맨>인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액션 히어로물임에도 불구하고, 팀 버튼 특유의 꽈배기 버릇이 제대로 녹아들어서 그야말로 컬트식 배트맨이 탄생하게 되었다. <화성침공>도 보면, 분명 원작 소설은 동해안 오징어처럼 생긴 외계잡것들이 무시무시한 침공을 감행한다는 얘기인데, 팀 버튼은 외계인을 너무도 징그러우면서도 귀엽고 익살맞게 그려서 배꼽을 잡아야 할 지 소름이 돋아야 할 지 알 수 없는 초특급 딜레마를 선사했더랬다.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도 분명 소름끼칠 정도로 잔인하고 엽기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같이 노래를 따라부르며 칼질하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난 일단 망가져야 대박난단 말이다>
#4. 팀 버튼의 페르소나들로 꽉꽉 들어찬 편식쟁이를 위한 맞춤형 도시락 같은 영화
이토록 독특한 컬러의 팀 버튼인 만큼, 주연 배우를 고르는 데도 상당히 엄격한 기준이 있다. 그래서 팀 버튼에게는 그의 페르소나 격인 배우가 존재한다. 바로 이 시대 최고의 섹시가이 죠니 뎁.
어쩌다 섹시가이가 팀 버튼의 페르소나까지? 재미있게도 죠니 뎁이 데뷔한 작품은 호러물인 <나이트메어>였는데, 이후의 작품은 모두 자신의 시건방적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청소년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바로 팀 버튼 감독의 괴상한 영화였는데, 손에는 티타늄 가위가 장착되고 헤어스타일은 수세미 꼬부라진 것 같으며, 눈썹 하나 없고 창백한 표정으로 닥치는 대로 가위질만 해대는 에드워드 역으로 나온 <가위손> 되겠다. 위노나 라이더의 예쁘장한 미모도 대단했지만, 에드워드로 분한 죠니 뎁의 독특한 연기와 캐릭터는 그를 일약 스타의 덤으로 올려놓게 되었다.
그 이후 팀 버튼과 죠니 뎁은 배창호 & 안성기 듀엣의 찰떡궁합에 준하는 놀라운 궁합을 선보이게 된다. <슬리피 할로우>와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또 다른 기괴한 캐릭터를 맡아 팀 버튼 특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실력을 보여주었고, 곧 개봉 예정인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도 또 한번 개성넘치는 연기를 선 보일 예정이다.
어쨌든 팀 버튼 때문에 죠니 뎁은 일단 괴상한 분장을 해야 대박 터뜨린다는 속설까지 생긴 터이니, 멀쩡한 얼굴로 등장하는 마이클 만 감독의 <퍼블릭 에너미>가 얼마나 대박 성공을 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겠다.
말이 나온 김에, 필자가 좋아하는 배우인 죠니 뎁에 대해서 몇 마디 더 재미있지만 쓸데없는 말을 하자면, 죠니 뎁이 스위니 토드 역을 맡아서 당해 MTV 최고의 악당상을 뽑히기도 했었다는 사실. 아니, 주인공 역을 맡고 나서 악당상을 받아? 정말 우스운 결과가 아닌가? 또한 죠니 뎁은 <캐러비안 해적>의 잭 스패로우 연기를 통해 MTV 최고의 코미디 연기상을 타기도 했다. 정말 기괴한 역할 만큼이나 엉뚱한 상을 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스위니 토드로 남우주연상을, 캐러비안 해적으로 남우연기상과 최고의 연기상을 타기도 했으니, 연기력도 단연 일품인 것이 바로 죠니 뎁의 매력인 것이다.
<연기와 노래, 춤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죠니 뎁. 필자는 그의 노래실력에 깜딱 놀랬다! (알고보니 죠니 뎁은 과거 밴드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었다는...)>
어찌보면 엉뚱해 보이면서도 섹시한 매력이 있는 죠니 뎁. 그런데 그를 영화계로 끌어들인 베프가 누군지 아는가? 바로 케서방, 니콜라스 케이지라고 한다. 억!!!! 전~~~혀 안 어울리는 두 사람이 베프라니. 엽기 아닌가? 그리고 죠니 뎁의 취미가 놀랍게도 담배피기이다. 말보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피운다는 대단한 말보로 매니아이다. 아마 폐 안쪽에 말보로라고 거멓게 그을려 있을지도 모르겠다.
팀 버튼에겐 죠니 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화의 주인공에 남자만 있어서 될까? 팀 버튼의 여성 페르소나, 바로 헬레나 본햄 카터가 존재한다. 일단 팀 버튼의 작품에서 단골손님은 바로 이 인물이다. 그다지 예쁘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영국에서는 가장 영국적인 여성이라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 절정인 히로인다.
이 여자도 사실 개성 하나는 왓따!이다. 죠니 뎁 못지 않게 분장했다 하면 엽기라는 찬사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배우이다. 그런데, 어째서 멀쩡한 여자가 팀 버튼 영화만 출연하면서 죄다 망가지는 건가? 그것은 바로 이 여자가 팀 버튼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으하하하~ 그럼 말 다했지. 사고방식이 비슷한 것인지 아무튼 최고의 스타커플인 것 같다. 만약 팀 버튼의 작품에서 헬레나 본햄 카터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부부싸움했으리라 짐작하면 될 듯.
<팀 버튼의 마누라인 헬레나 본햄 카터. <유령 신부>의 그 유령 신부 같지 않나?>
이 작품에는 죠니 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 말고도 또 한 명의 개성 폭발하는 배우가 등장한다. 바로 멋진 콧수염을 자랑하는 아돌프 피렐리 역으로 등장하는 사차 바론 코헨. 이 사람이 누구이던가? 바로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문화 빨아들이기>라는 기발한 소재의 영화에서 카자흐스탄의 뉴스 기자 보랏 역을 맡아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그 친구이다. 그는 이 영화로 인해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LA비평가협회, 시카고 비평가협회, 토론토 영화제 등 영향력 있는 시상식에서 최우수 배우상을 한꺼번에 휩쓰는 영광을 안기도 한 놀라운 배우이다. 그만큼 센세이션 하나로 똘똘 뭉친 사내가 역시 개성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다.
<좀 굵직하다 싶으면 죄다 악당인 역할로 나오는 이 아저씨. 한스 그루버라는 이름이 너무도 친숙하다>
터핀 판사 역을 맡은 알란 릭맨도, 비록 노래는 남들에 비해 조금 딸리는 듯하지만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맘마미아>의 피어스 브루스넌보단 낫다). 그런데 이 사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 크리스마스만 되면 지상파에서 사정없이 재탕해먹는 추억의 명작 영화 <다이 하드>에서, 악당 한스 그루버 역으로 나온 바로 그 배우이다. 재미있게도 다이 하드가 데뷔작이었다는 이 배우는 그 이후에 악당 이미지가 고정되어서 죄다 악당 역으로 나온다. 캐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로빈 후드>에서도 악당 노팅햄으로 등장하는 괴력을 보여주다가 역시 이번 작품에서도 또 악당. 그래도 필자는 악당 치고 매력있는 악당만 골라 맡은 괜찮은 배우라고 여겨진다.
#5. 18세기 런던의 시대적 고증(심지어 우울함까지도)이 훌륭하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은 영국 런던인데, 재미있게도 18세기에 실제로 스위니 토드 같은 인물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다. 아직 확실한 것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있었다는 설과 거짓이라는 설이 팽팽하다고 한다. 어쨌든, 런던이 배경인 만큼 배우들도 런던의 암울한 느낌을 정말 잘 살리고 있다. 배경 연출도 대단하지만, 배우들의 표정도 그렇고, 의상도 훌륭하다. 나름 스위니 토드가 오토바이 타다가 하이바를 갓 벗은 듯한 23세기 지향적 헤어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외 등장인물들은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다 할 수 있겠다.
필자가 놀랍다고 생각한 것은 죠니 뎁의 영국식 발음인데, 이 친구 원래 미국물 먹고 자랐으면서 어째서 영국 발음을 밥 먹듯이 잘 하나 신기하다. 보면 다른 작품에서도 영국식 발음을 구사하는데, 어렸을 적부터 이렇게 자랐나?
엽기를 떠나고서라도 필자가 이 작품에서 크게 동감하는 부분은 바로 스위니 토드가 아주 비극적인 운명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말했듯이, 시작이 곧 끝이라는 결말. 즉, 피로 시작된 복수는 결국 자신마저 피로 물들이고 만다는 비극적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오로지 복수심에 불타올라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마저 몰라보고 죽이는 현실 하며, 자신의 딸 조차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스쳐지나가는 운명이란. 그렇기 때문에 스위니 토드의 마지막 결말은 비록 잔인한 결말이라 하더라도 나름 또 한편의 슬픔을 안겨주기도 한다. 무언가 끝이 계속되는 여운으로 돌돌 감싸진 영화인 만큼, 정말 딱 필자의 취향인 것이다.
<궁합도 안보고 결혼...아니, 파트너를 맺었다는 팀 버튼과 죠니 뎁>
비록 잔인하고 엽기적이며 피칠갑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B급 냄새의 호러 영화이지만, 팀 버튼 특유의 놀라운 감각과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뮤지컬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춤과 노래의 향연이 완벽을 보여줌으로써 21세기 최고의 뮤지컬영화로 추앙받고 있는 스위니 토드. 도무지 머리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팀 버튼의 머리 속에서 무려 10년이나 가까이 구상에 대한 목표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는 이 작품. 아직 작품을 보지 못한 독자라면 한번쯤 꼭 보기를 원한다. 물론 시청 전에 우황청심환은 하나씩 먹어두길. 참고로, 영상미만 감상하지 말고 음악도 꼭 주의깊게 감상해 보자. 음악 자체만으로도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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