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필자가 2009년 6월에 구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Terminator Salvation)


<두둥둥 두둥 특유의 시그널과 함께 등장하는 공포의 대가리>



누군가가 미래에서 나를 죽이러 왔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암살자가 더욱이 인공지능 로봇이라면?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충격적인 스토리로 전 세계 영화광들을 더더욱 미치게 한 문제의 영화 터미네이터. 제임스 카메룬이라는 미치광이 감독이 만든 희대의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의 4번째 시리즈가 우리 앞에 다가왔다. 터미네이터 1편이 1984년 개봉된 이후 실로 25년만의 일이다. 25년 동안 우리는 미래에서 온 로봇 암살자들에게 열광해야 했고, 그 공포에 오줌을 지려야 했다. 더욱이 인류가 피할 수 없다는 심판의 날의 공포. 그 어둡고 절망스러운 미래. 그리고 마침내 그 미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지게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미래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에 대해서 파헤쳐볼까 한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 자장면 2개랑 탕수육 하나 배달요! 빨리!!!>



#1. 터미네이터 3부작 되새김질


먼저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지난 3부작에 대해 짤막하게 훑고 지나가자. 1편은 1984년의 LA를 배경으로, 평범하게 살던 젊은 처자 새라 코너의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이름 모를 헬쓰보이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헬쓰보이의 정체는 현 LA 주지사…가 아니라 2029년 미래에서 새라 코너를 암살하기 위해 보내진 터미네이터라 불리우는 강력한 살인병기 로봇.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라 코너를 지키기 위해 역시 미래에서 카일 리스라는 인간이 패키지로 날아왔다는 것. 새라 코너는 카일 리스를 통해 끔찍한 미래의 모습을 알게 되고, 기계와의 전쟁에서 승리로 이끄는 지도자 존 코너의 어머니가 자신임을 이해하면서 전사로서 각성하게 된다. 결국 최후의 결투에서 새라 코너는 터미네이터를 무찌르지만 카일 리스도 숨을 거두게 된다. 그리고 이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강력한 여전사로 자립 선언한 새라 코너는 카일 리스와의 연정을 통해 얻게 된 아이, 존 코너를 임신한 채 어디론가 떠나고 만다. 


2편은 미래의 지도자 존 코너의 어릴 적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미 10세가 된 존 코너는 싹수가 노랑노랑해서 매일 양아치 짓이나 하고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인 새라 코너는 어찌된 영문인지 정신병원에 갇혀버린 신세. 그러던 중 또다시 미래에서 소환된 헬쓰보이. 하지만 이번에도 패키지는 빼놓지 않았으니, 유동멀티합금이라는 신기술을 탑재한 신형 모델 T-1000 되시겠다. 지난 번에 T-800을 무찌르는데 일개 인간으로서는 부족했다고 판단했던지, 이번에는 T-1000을 무찌르기 위해 T-800을 세뇌해서 보내주는 쎈쓰. 하지만 얼굴이 왜 하필 악당의 얼굴이냐고! (헬스보이를 만난 새라 코너의 누렇게 질린 얼굴을 보라. 누가 그를 보호자로 믿겠는가) 어쨌든 온갖 변신의 재주를 다 보이는 T-1000 앞에서 꿋꿋하게 근육자랑만 하는 T-800은 마침내 두 부자의 보호에 성공하고, 1997년으로 맞춰진 심판의 날을 막기 위해 스카이넷의 개발을 담당하게 되는 사이버다인 연구소까지 박살낸다. 그리고 최후의 증거물인 자신의 두뇌칩마저 소각하는 숭고한 희생정신을 선보이며, T-800 아놀드형님은 이렇게 외친다. 알뷔백!! (I will be back)


<거대 터미네이터 하베스터. 덩치에 비해 임무는 인간 채집하는 아기자기한 것>



3편은 존 코너가 23세가 된 현재를 배경으로 한다. 존 코너가 10년 전 13살 때 터미네이터를 처음 봤다고 하는데, 2편에서는 10살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때부터 존 코너는 왕구라쟁이의 싹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쨌든 이번에도 미래에서 패키지 상품이 퀵으로 발송되고, 스카이넷은 더욱 강력한 암살자로 T-X를, 저항군은 조금 더 개량(말만 개량이지 얼굴은 노화)된 T-850을 보낸다. 과거에 너무 인상 더러운 아저씨들로 보내서 존 코너를 꼬시는데 실패한 스카이넷은 존 코너의 바람둥이 기질을 이용하기 위해 아리따운 여성으로 보냈나 보다. 아무튼 T-X는 닥치는 대로 존 코너의 주변 인물들을 해치우기 시작하고, 노숙자 생활로 일관하던 존 코너는 초딩동창 케이스 브루스터를 만나면서 묘한 인연을 이어나가게 된다. 


다시 아놀드 형님…아니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 존 코너. 존은 이미 심판의 날인 1999년은 지났다고 하면서 미래를 막았다고 호언장담하지만, T-850은 심판의 날이 2003년으로 연기된 것일 뿐이라고 충격적인 말을 해 준다. 여기에 더 충격적인 발언은, 존 코너를 바로 자신이 죽였고, 자신을 잡아다가 세뇌한 인물이 바로 미래의 저항군 부 사령관이자 존 코너의 아내인 케이스 브루스터라고 말한다. 미래의 마누라라는 소리에 순간 급방긋 해주는 존 코너. 그래도 막판에 정신차리고 저항군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심판의 날을 막기 위해 스카이넷이 자리잡고 있는 미공군 기지로 침입하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묘한 인연인지라, 스카이넷 총 책임자가 케이스의 아버지라니. 결국 장인어른 호강 한번 못 시켜드리고 존 코너 일행은 공군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드디어 정체를 드러낸 스카이넷. 처음에는 단순 군사방어프로그램인 줄 알았으나, 어느새 스스로를 인지하고 모든 인류를 말살하고자 엄청난 음모를 꾸미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핵 미사일은 발사되고 만다. T-X를 가까스로 물리치고 살아남은 존 코너지만, 결국 T-850의 목적은 심판의 날을 막는 것이 아니라 심판의 날에 존 코너를 피신시키는 것임을 알게 되면서 미래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미래는 바뀔 수 있다고 거짓말한 어머니를 원망하면서… 


<유상무상무상유상수리무상보장서비스센터가 어딘가요?>



#2. 잘 나가다가 공든 탑에 테러를 가한 3부


1, 2편은 제임스 카메룬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영화역사의 한 획을 긋는 초절정 울트라 스펙터클 메가톤급 블록 버스터로 자리매김하였고, 3편은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이 맡으면서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꼴을 선보였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면 되는데, 그 밥상을 뒤집어 엎다니. 어쨌든 3편에서 스토리를 묘하게 꼬아버리는 바람에 관객들도 어리둥절하였고, 늙어버린 아놀드 형님마저 멍 때렸을 터. 게다가 10살의 나이에도 아낙네들 안구를 정화시키면서 꽃미남 카리스마 풍겨주시던 에드워드 펄롱의 눈부신 연기가 3편에서는 닉 스탈이라는 스타일도 안 사는 배우가 맡아서 양아치로 전락시킨 존 코너의 연기란. 그래도 막판에 심판의 날을 결국 터뜨려줌으로써 미래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것을 되새겨준 것에 대해서는 4편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해해줄 수 있겠다. 하지만 날짜가 뒤죽박죽된 것은 어쩌라고.


어쨌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편이 개봉된 시점에서, 일단은 기대보다는 그 이하라는 평이 많다. 2편에서의 충격적인 영상이 이미 대뇌피질 안쪽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적어도 그 이상의 충격이 다가왔어야 할 터. 하지만 결론적으로 4편으로는 아직 충격의 충자도 전해지지 않은 느낌이다. 대중의 평이 어떠하든 간에 일단 뜯어먹고 보자.



#3. 스토리 - 것잡을 수 없이 꼬여버린 미래,그리고 새로운 전쟁의 시작


스토리부터 차근차근 밟아보겠다. 때는 현재. 어느 교도소에서 마커스 라이트(샘 워싱턴)라는 죄수가 사형을 선고받는다. 사형의 순간에도 사이버다인의 영업은 계속되고, 끈질긴 영업에 결국 자신의 시신을 기증하기로 한 마커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생을 마감한다.  


<잡상인 출입금지랬자나!! 카일 리스와 마커스의 첫 대면>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 2018년의 미래. 2003년에 스카이넷이 핵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인류를 말살하기 위한 심판의 날을 감행하였고, 기계들의 지배에 살아남은 인류는 존 코너(크리스챤 베일)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기계에 저항하여 왔다. 존 코너가 이끄는 붉은 완장의 저항군들은 스카이넷의 핵심 기지를 타격하고, 그 안에서 신형 터미네이터인 T-800의 청사진과, 실험용으로 잡혀져 있는 듯한 수많은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구경도 잠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면서 기지는 송두리째 날라가고 졸지에 부하를 모두 잃게 된 존 코너. 하지만 폭파된 기지의 잔해 안에서 홀로 뛰쳐나오는 나체주의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마커스 되겠다. 


자신의 부하를 모두 잃은 존 코너는 저항군 본부 상관들에게 하소연을 하지만, 마침 기계들의 정신줄을 놓을 수 있는 시그널을 찾았다는 소식에 급방긋, 바로 증명작업에 들어가주신다. 한편, 거리를 떠돌면서 너무나 확 달라진 도시의 모습에 멍때리고 있는 마커스에게 갑자기 나타난 청년. 그 청년은 자신의 이름을 카일 리스(안톤 옐친)라 소개하고, 기계들에 대항해 싸우는 예비저항군이라고 하며 도움을 청한다. 졸지에 기계들과 한판 붙게 된 마커스는, 이 끔찍해진 미래에 별 갈등없이 동화하면서 카일과 함께 저항군의 지도자 존 코너를 찾으러 떠난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대형 터미네이터 하베스터에게 카일과 그의 동생 스타가 잡혀가고, 구출하려고 노력해보지만 결국 실패하고마는 마커스. 


기계들과 싸우다가 추락한 여조종사 블레어 윌리엄스(문 블러드굿)를 만난 마커스는 그녀가 존 코너의 부하라는 것을 듣고 그녀와 함께 존 코너를 만나러 간다. 여행 도중 난관에 빠지는 블레어를 용감히 구해 준 마커스. 그 모습에 홀딱 반한 블레어는 그 누구보다도 착한 남자라며 작업을 건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저항군 기지. 자석지뢰밭을 건너며 기계들만 뒤진다고 천연덕스럽게 걸어가는 블레어. 하지만 자신의 넓적다리에 척 달라붙는 지뢰를 보며 멍때리는 마커스. 그리고 그 결과는… 꽝!


<반은 인간 반은 기계인 마커스에게서 진심어린 인간성을 보게 된 존 코너>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실체. 오랜 잠에서 깨어나 바라본 세상은 어둡고 참혹한 모습. 인간을 사냥하려는 기계들과, 그에 대항해 맞서는 약자 인간들의 모습. 그러한 현실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실마리를 잡은 마커스. 그리고 커다란 절규. 그는 바로 심장이 뛰고 있는 기계였던 것. 자신을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마커스 앞에서 갈등하는 존 코너. 이미 인간을 사냥하기 위해 T-800을 제조하려는 스카이넷의 음모 앞에서 마커스 또한 또 하나의 침투병기가 아닐까 하고 고뇌하는 존 앞에, 오직 목소리로만 남아있는 어머니 새라 코너의 조언만이 유일한 힘이 되어줄 뿐이다. 그것은 바로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하라”는 것. 


그런 와중에 작업걸기에 종지부를 지을 심산으로 마커스를 구출해주는 블레어. 열심히 도망쳐서 결국 마커스는 빠져나가는데 성공하지만, 수중에서 활동하는 터미네이터 하이드로봇의 위협에 빠진 존 코너를 구하면서 다시금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마커스. 존 코너는 그러한 마커스의 진심을 이해하고 스카이넷에 잠입하여 카일 리스의 생사를 알려달라고 한다. 


한편 기계를 제압할 수 있는 시그널을 대규모적으로 이용하여 기계들을 잠재우고 스카이넷 중앙기지를 파괴하려는 엄청난 작전을 계획한 저항군 지휘본부. 하지만 존 코너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충성스러운 부하가 될 운명을 타고 난 카일 리스를 살리기 위해 이 무모한 작전을 중지해달라고 설파한다. 그리고 홀로 카일 리스를 구출하기 위헤 스카이넷으로 달려가는 존 코너. 같은 로봇이기에 별다른 수속없이 무사통과로 스카이넷 핵심장소로 들어간 마커스. 그는 컴퓨터와의 접속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인류의 과거를 알게 되고 커다란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뒤이어 이어지는 대 반전의 충격적인 전개.


<어따~ 그녀석 무섭게도 생겼네>






<아직은 주민등록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카일 리스>



#4. 떡밥에 낚인 수많은 네티즌들


일단 스토리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반대로 특별하지도 않다. 한 마디로 그저 그런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애초에 티저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많은 팬들이 예상했던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스토리가 펼쳐졌다. 


참고로 당시 베일에 쌓여있던 터미네이터 4의 줄거리에 대해 나름 가장 설득력있었던 추측을 살펴보겠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인 존 코너가 사형대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스카이네트와 터미네이터 군단에 맞서서 인류를 구하기 위해 나선 존 코너는 마지막 기억이 사형대에 올라가는 것으로 멈춰있다. 존 코너와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한 마지막 전투를 벌이기 위해 스카이넷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정체불명의 터미네이터 마커스 라이트도 미래에서 왔는지 과거에서 구출된 것인지 불명확한 것으로 그려진다. 정체불명의 터미네이터 마커스는 범죄자로 2003년 사형됐으며, 그의 시체는 스카이넷과 관련된 프로젝트 엔젤에 기부된다. 그리고 그의 몸은 터미네이터로 만들어지는데 존 코너는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한 전투를 벌이던 도중 패하고 죽음을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를 지도자로 맞아 싸우던 저항군들은 존 코너가 지닌 상징성 때문에 그가 계속 존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터미네이터인 마커스의 피부를 제거해 존 코너의 것을 이식한다. 즉 터미네이터 마커스가 새로운 존 코너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사전 유출되었을 수도 있는 이 기가막힌 스토리에 많은 팬들이 광분하였고, 존 코너의 터미네이터화라는 전대미문의 반전에 엄청난 기대를 했었으리라. 하지만 막상 개봉이 되고 스토리가 공개되자, 우리의 기대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린 듯이 그토록 공허하기만 하였다. 일단, 존 코너가 처음 사형대에 오른다는 설정은 사실 마커스 라이트의 내용이었고, 막판에 존 코너가 터미네이터가 된다는 것은 초절정 구라일 뿐이었다.


<터미네이터 T-800이 양산되기 직전의 모습. 보는것만 해도 끔찍하다>



#5. 전편과 4편의 모순으로 가득 찬 연대기를 한 눈에


아마도 기대만큼 반전스럽지 못했던 스토리와 존 코너의 생각보다 미지근한 활약이 팬들로서는 크게 실망스러웠던 듯. 게다가 미래와 과거의 꼬여버린 설정은 영화를 주의깊게 보신 분들이라면 펄쩍 뛸 정도로 뒤죽박죽인 셈. 4편이 공개된 이후 아직도 뜨거운 논란의 소지로 안주감이 되고 있는 그 뒤죽박죽 섞어찌개식 연관도를 살펴보겠다.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연도별 사건과 개연성을 도식화하였다.




영화 1~3편의 스토리로 추정하면 1984년과 1994년, 그리고 2003년에 각각 터미네이터들이 보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1984년에 최초로 T-800이라는 무시무시한 터미네이터가 등장하여 새라 코너를 암살하려 들고, 이에 보호자로 보내진 카일 리스는 새라 코너를 이해시키기 위해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여기서 그의 말에 따르면 2029년에 지긋지긋한 전쟁의 끝을 보기 위해 존 코너가 마침내 스카이넷을 파괴하기 직전에 이르고, 스카이넷은 최후의 수단으로 T-800을 보냈다고 한다. 결국 새라 코너만 안 죽는다면 미래에 2029년에는 결국 인간이 승리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새라코너가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1994년에 또 다른 터미네이터가 보내진다. 더욱 강력해진 T-1000. 여기서 설정상의 오류가 발생하는데, T-1000은 분명 2029년 이후의 어느 시점에서 보내졌을텐데, 과거의 흐름대로라면 2029년에 스카이넷은 작살났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어떠한 사건이 추가적으로 발생되어 미래의 흐름에 약간의 변화가 왔었다고 하자. 그 대표적 예가 카일 리스가 주장한 1999년의 심판의 날이 2003년으로 연기된 설정. 이것도 말이 안되는 것이, 카일 리스는 분명 미래의 사람인 만큼 심판의 날이 언제인지는 알고있어야 한다. 그게 원래 1999년이었다 하여도 카일 리스는 2003년으로 기억해야 한다. 왜냐하면 카일 리스가 사는 미래의 시점에서는 과거의 실제 사건만이 기억될 뿐이므로. 더욱이 카일 리스는 새라 코너에게 존 코너가 미래에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고 확신하였다. 그런데 3편에서 온 아놀드 형님은 존 코너가 죽는다고 하였다. 그것도 자기 손에. 그렇다면 T-X를 보낸 시점을 T-1000보다 더 개량된 가정하에 더 먼 미래라고 하였을 때, 존 코너의 나이는 아무리 적어도 50세를 훌떡 넘기게 된다. 늙어빠진 존 코너가 미래를 승리로 이끈다고 하였는데, 아놀드 형님에게 죽는다니. 모순이 심각하다.


<나름 인간흉내 낸답시고 마스크를 뒤집어 쓴 T-600. 인간포로를 감시 중>



모순은 계속된다. 4편에서 스카이넷은 카일 리스를 알고 있다. 아예 암살순위 1순위로 지정해 놓은 상태. 그것은 카일 리스가 과거에 새라 코너를 보호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그게 말이 되나? 카일 리스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아있을 텐데. 게다가 그 때는 스카이넷도 개발되기 전이다. 따라서 스카이넷은 당연히 카일 리스를 몰라야 한다. 물론 스카이넷도 핑계는 있다. 4편에서 이런 멘트가 나온다. “지금까지 수많은 터미네이터들을 보내봤지만 암살에 실패하였다”라는 스카이넷의 대사가 있다. 이 말을 직설적으로 해석하자면 마커스 이전에 구형 T-600으로 기를 쓰고 존 코너를 꼬셔봤지만 실패하였다는 말이라고 볼 수 있지만,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자면 과거로 여러 터미네이터를 보내봤지만 암살에 실패했다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카일 리스를 알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렇담 위에서 본 것처럼 T-800보다 더 최신 기종을 T-800 양산 이전에 보낼 수 없다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스카이넷은 왜 카일 리스를 살생부 1순위로 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설정을 통해 관객들을 납득시킬 감독의 의무가 있겠다.


<양아치들도 함부로 못 탄다는 쑝카형 터미네이터>



#6. 이젠 아예 대놓고 속임수를?


그리고 4편 막판에서 깜짝 출현해주시는 아놀드 형님. 3편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존 코너의 어릴적 추억 때문에 접근하기가 쉬웠고, 그래서 암살할 수 있었다는 터미네이터의 회고록 시퀀스가 있다. 그렇다면 아놀드의 얼굴을 본 존 코너는 기뻐 날뛰거나, 혹은 무언가 혼란에 사로잡혀야 했을 설정이다. 하지만, 4편에서 아놀드를 보자마자 존 코너는 별 생각없다는 듯이 치고받고 싸운다. 이거 너무 싱겁지 않은가? 게다가 T-800은 왜 죄다 아놀드의 얼굴이란 말인가. 분명 1편에서 미래를 회상할 때 여러 인간 모습을 한 터미네이터들이 등장하는데, 굳이 초기형부터 아놀드의 마스크를 덮어씌운 것은 왜일까. 스카이넷이 선호하는 얼굴형인가? 


또 한가지 설정 상의 오류를 말하자면, 존 코너의 나이이다. 2편에서 존의 나이는 10살로 나오는데, 3편에서는 13살 때 처음 터미네이터를 봤다는 존 코너의 회고가 나온다. 얼래? 어디서 왕구라를… 심판의 날 지났다고 술만 퍼마시며 띵까띵까 놀더니 이제 기억마저 희미해진 게냐. 아무튼 3편부터 살짝 맛이 간 스토리라인이 4편에서 왕창 뒤죽박죽 되었음은 피할 수 없는 과오. 이 때문에 더더욱 팬들은 실망을 하나보다.


<멀리서 보면 섹시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전형적인 줌마스타일인 문 블러드굿>



#7. 앞으로도 2편이나 남은 새로운 시리즈


어쨌든 이런저런 문제점은 이제 그만 두고, 앞으로 이어질 5, 6편에 대해 전망을 해 보자. 맥지 감독이 3부작을 반드시 완성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한 이상, 5편은 보다 세련되고 충격적이고 빈틈없는 스토리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때문에 2018년과 2029년 사이의 공백을 채울 내용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케이스 코너의 임신이 암시하는 바에 따라 존 코너의 자녀가 메인 캐릭터로 등장하지 않을까도 싶다. 그리고 막판에 나름 인간미 날려주신 마커스 라이트. 그냥 죽기에는 안타깝지 않은가. 분명 5편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져다 줄 어떠한 장치로 보인다. 카일 리스의 성장과, 그를 과거로 보내야하는 존 코너의 갈등, 그리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스러운 고뇌는 율도국을 능가하는 이상향을 통해 승화될 것만 같은 이 느낌. 어쨌든 이번에는 소문만 무성하지 말고 제발 기대만큼 제대로 된 작품으로 나왔으면 한다. 



#8. 알고 보면 재미있는 사실들


마지막으로 이번 4편의 몇몇 감칠맛 나는 재미를 찾아본다면, 먼저 새라 코너의 목소리 되시겠다. 이미 쭈그렁탱이 할머니가 된 린다 헤밀턴이니 만큼, 전격 출연이 불가능하여 결국 목소리 더빙으로 출연을 해주셨다. 아놀드 주지사님도 마찬가지여서, 그 늙으죽죽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결국 남의 탱탱한 몸매에 CG처리로 대타처리해주시는 쎈쓰. 5편 이후에도 등장을 해주셔야 할텐데 CG만 등장해도 출연료를 받을지 궁금하다.


<존재감 제로에 가까운 케이스 코너. 근데 어째 3편보다 젊어졌다???>



T-600과 T-800의 진화과정도 재미있다. T-800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은 약간 소름끼치기도 한다. 처음에 여러 터미네이터들의 컨셉 이미지가 공개되었을 적에 T-800과 T-600을 비교하여 올린 이미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 이해했던 경우가 있었다. 필자가 본 대부분의 블로그나 사이트에서는 T-800과 T-600을 서로 잘못 표기했던 것. T-800은 덩치가 크지만 그대신 운동성도 떨어지고 눈에 쉽게 발각되기 때문에 효과가 없었던 바, 겉에 인간의 피부를 덮어씌울 용으로 인간 사이즈로 줄이고 운동성도 개선한 T-600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덩치가 더 큰 T-600이 더 개량된 모델인 줄 알고 T-800으로 착각했던 듯.


<오른쪽의 은색 몸체가 최신형 T-800이다. 그 옆의 마커스타입이 따로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9. 후덜덜한 배우들과 액션으로 중무장한 미래저항군 멤버들


배우들의 연기는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크리스찬 베일은 이미 다크 나이트를 통해 지상 최고의 매력남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이번 작품에서도 거친 인상과 인간미적인 느낌 모두를 느끼게 하는 저항군의 리더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마커스 역의 샘 워싱톤도 흠잡을 데 없는 발군의 연기를 보여줌으로써 주연 같은 조연으로 빛나고 있으며, 오히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 아니냐는 감탄사까지 받을 정도이다. 


그 외에도 많은 조연들이 활약하지만, 블레어 중위 역의 한국계 배우 문 블러드굿의 활약이 살짝 짧았던 점에 아쉬움이 있다. 카일 리스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안톤 옐친이 크게 활약할 요소는 없었지만, 그래도 기계에 맞서 용감히 저항하는 모습은 나름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하지만 3편에 비해 한없이 설 자리가 좁아진 케이스 코너는, 배우도 바뀐 탓인지 화면에서 몇 번 보이지도 않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배우들의 명 연기와 더불어 웅장한 스케일의 액션도 나름 괜찮은 수준. 거대한 터미네이터 하베스터와 대결은 살짝 트랜스포머를 패러디한 듯 하지만 그래도 흠잡을 데 없었고, 모터사이클형 터미네이터와의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 액션씬은 2편의 오마쥬인 듯 강렬하였다. 다만, T-600이 개떼로 등장하지 않아서 오히려 백병전의 묘미는 그려지지 않았던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5편에서 양산화되는 T-800의 개떼들과의 전투가 기대된다. 참고로 T-600은 나름 실탄을 마구 갈려서 부술 수 있었다지만, T-800은 실탄은 우습게 날려버리기 때문에 본격 레이저전쟁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1편에서 이미 미래의 모습은 레이저쇼의 도가니탕이었다.


<나 이대로 출연 끝나는겨? 시방 고렇게 쉽게 죽진 못허지~!! 알뷔백!!!>



단순한 액션 영화로만 놓고 보면 수작인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하지만 전작과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기대보다 못한 터미네이터 4. 하지만 아직 시작일 뿐이라고 말 하는 맥지 감독의 말이니만큼, 앞으로 개봉될 5, 6편을 잔뜩 기대해보자.

블로그 이미지

미까

후덜덜할 정도로 집요하고도 상세하게 스포까지 좔좔좔 유출해 버리는 무시무시한 영화 리뷰 블로그!!! 그러나 주인장은 참으로 게으른 것이 함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