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호크 다운 (Black Hawk Down)
<제목은 블랙호크다운인데 포스터에는 왠 기동헬기가???>
인류가 살아오면서 지난 3000년간 세계가 전쟁을 치르지 않은 기간은 단 268년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종결 후 1945년부터는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단지 3주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토록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전쟁은 수많은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빼앗아버리는 인류만의 독특한 행위이다. 사람을 죽이면 죄를 받아야 하지만, 전장에서는 사람을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 법이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 버리는 전쟁. 필자도 한번도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결과만큼은 참혹함의 정도를 잘 느끼고 있는 전쟁. 하지만 많은 영화들이 전쟁을 미화하면서 현실을 왜곡한 채 전쟁을 마치 전우애와 애국심, 그리고 액션의 마당놀이로 생각하게끔 만들어버렸다.
필자는 사실 람보 식의 주인공의 액션에 쾌재를 부르는 전쟁 영화는 정말 싫어한다. 필자는 남들보다 군생활을 좀 더 길게 했을 정도로 군대와 군인이라는 것에 상당한 애착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지만, 전쟁을 결코 동경하지는 않는다. 전쟁은 곧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잔인하고 멍청한 행위라는 것은 필자가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그래서 가끔은 정말 전쟁이 얼마나 허무하고 잔혹한 행위인지를 보여주는 정통리얼 전쟁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보고나면 무언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전쟁영화를 말이다. 물론 그런 영화는 많지 않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그 신호탄이 되었고, 이후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정점을 찍었으며, 현대전에서는 바로 오늘 소개할 <블랙 호크 다운>이 현존하는 최고의 리얼전쟁영화로 추앙받고 있다. 그럼, 그 장엄하고도 웅장한 블랙 호크 다운의 스토리를 살펴보자.
<어디까지나 시작은 좋았다.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면 안되는 법>
#1. 스토리 - 지구평화를 부르짖는 미국의 참전에 관한 흑역사
때는 1992년. 아프리카의 최빈국 중 하나인 소말리아는 몇 년간의 기근으로 인하여 전 세계로부터 구호물품을 받아 겨우겨우 살아가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군부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는 민중들의 구호물품을 빼앗고 이를 무기로 소말리아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에 UN은 세계평화유지를 위해 미해병대를 투입하여 이 사태를 진정시키려 하였다. 하지만 미해병대가 철수한 직후 아이디드는 남아있던 UN평화유지군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이후 파키스탄군을 사살하는 등의 저항행위를 작렬하였다.
1993년 10월. UN은 결국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다시 미육군 레인저부대와 델타포스를 투입하여 질질 늘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특수작전을 펼치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바로 수도 모가디슈를 기습하여 아이디드의 오른팔인 오스만 애토와 또 한명의 부관을 납치하는 것. 총 책임자인 윌리엄 개리슨 장군(샘 쉐퍼드)은 이 모든 작전이 단 1시간 만에 끝날 것이라 확신하고 최정예 부대원들을 투입시킬 것을 지시한다.
당시 모가디슈로 파병된 미육군 레인저 소속의 맷 에버스만 2등 중사(조쉬 하트넷)는 작전을 앞두고 군기가 빠질대로 빠진 부하들을 챙기며 FM군인으로서의 일장 연설을 내뿜는다. 다들 개소리라고 썩소를 날리고 있을 때, 한편에서 초긴장 상태로 군장을 꾸리는 병사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서기관을 담당하던 특수병 존 그림스(이완 맥그리거)였다. 실전이 처음이지만 기대 만빵이라는 그림스에게 하나하나 천천히 설명해주는 FM상관인 에버스만. 하지만 다른 병사들은 군장이 무겁다고 방탄조끼의 메탈패널을 빼내는 둥, 별의 별 뺑끼를 다 치고 있었다.
<블랙호크에서 하강하는 레인저 대원들. 레골라스가 어이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10월 3일 오후 3시 42분. 드디어 작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19대의 무적의 블랙호크에 몸을 싣고 신나는 락 음악을 들으며 작전지역으로 향하는 레인저와 델타포스 대원들. 하지만 민군 행동대장은 이러한 사실을 꼬맹이 스파이를 통해 단박에 알아채고 만반의 대비를 하게 된다.
현지 스파이의 도움으로 오스만 애토의 본거지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한 미군. 드디어 작전이 시작되고, 블랙호크에서 하강한 대원들은 기습적으로 건물을 에워싸 포로들을 포획하는데 성공한다. 다만, 민군의 공격으로 헬기가 움직이면서 하강중이던 토드 브랙 병사(올랜도 블룸)가 목을 크게 다치면서 혼수상태에 빠진 것. 지상군을 담당하는 대니 맥나이트 대령(톰 사이즈모어)은 부상자와 포로들을 태우고 장갑차와 트럭을 이용해 모가디슈를 빠져나가려 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작전지역을 육로로 탈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소말리아 민군의 저항은 생각보다 거셌던 것. 생각지도 못했던 바주카 공격으로 상공에 대기 중이던 블랙호크 슈퍼 61이 추락을 하고 만다.
작전에 차질이 생긴 대원들은 계획을 변경하여 추락한 조종사를 수습하는데 우선 목표를 둔다. 단 한 명의 전우도 남기지 않고 가야 한다는 사명으로 똘똘 뭉친 레인저 대원들. 거센 민군의 저항을 뚫고 어렵사리 블랙호크 슈퍼 61의 추락지점에 도착하여 부상당한 생존자와 사망자를 수습하고 탈출하게 된다. 한편 저항은 육로로 이동중인 지상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건물 옥상에서 뿜어대는 무개념 막쏴대기 총질에 미군 병사들이 하나둘씩 목숨을 잃게 되고, 결국 지상군은 계속되는 사망자와 부상자를 실은 채 무사히 미군 주둔기지로 탈출하게 된다. 하지만 포로이송트럭을 제외한 장갑차는 잔존 지상병력을 지원하기 위해 계속 작전지역을 이동하며 사투를 벌이게 된다.
<오우씨! 여기 장난이 아니야!! 소말리아애들 모두 스팀팩 먹었나봐!!>
상황이 힘겨워지는 것을 지켜본 개리슨 장군은 상공에서 대기 중이던 블랙호크 슈퍼 64에게 지상군 지원을 명령하고, 슈퍼 64의 조종사 마이크 듀란트는 자신감없는 표정을 지으며 지상으로 하강한다. 작전지역으로 향하던 도중 지상에서 발사된 민군의 바주카에 꼬리날개를 맞고, 결국 슈퍼 64도 거리 한복판에 추락을 하고 만다. 벌써 2대나 추락해버린 블랙 호크. 두 번째로 떨어진 블랙 호크에 생존자가 없다고 판단한 지휘부는 일단 탈출을 중심으로 작전을 계속하게 된다.
한편 레인저와 델타포스 요원들을 이끌고 계속되는 민군의 저항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레인저 소속 마이클 스틸 대위(제이슨 아이삭스)는 계속되는 부상자를 보호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건물에서 주둔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민군의 저항에서 숨어있기만 하면 다 뒈져버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델타포스의 제프 샌더슨 중사(윌리엄 피츠너)는 스틸 대위의 명령에 정식으로 저항하고, 자기네들만 따로 추락한 블랙 호크로 가겠다고 한다. 이에 4분대에서 왕따신세였던 그림스가 델타 지원사수로 뽑혀 샌더슨 중사를 따라가게 된다.
뿔뿔이 흩어진 대원들은 사투를 벌이며 각자 집결지로 향하고, 계속되는 병력지원 요청에도 불구하고 개리슨 장군은 더 이상의 희생을 볼 수 없다며 병력지원을 거부한다. 결국 남아있는 대원들은 자력으로 어떻게든 버텨내야 하는 상황. 2번째로 추락한 블랙 호크 쪽에서는 수많은 민군들이 저글링처럼 모여들기 시작하고, 겨우 상반신만 움직일 수 있는 조종사 듀란트는 목숨을 걸고 저항한다. 이에 생존자가 있음을 깨달은 상공의 델타소속 스나이퍼 게리 고든과 랜디 슈거트 중사는 상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를 구출하겠다고 자원해서 하강한다. 듀란트를 헬기에서 무사히 빼낸 두 사람은 헬기를 끝까지 사수하며 저항하지만, 정말 쓰리 해처리에서 뿜어내는 저글링만큼 무서운 속도로 들이대는 민군들에게 결국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두 델타포스 요원의 희생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 듀란트는 민군들에게 산채로 잡혀 포로로 끌려가고 만다.
<델타포스 요원들의 사망자 수습 작전. 시체 하나 수습하다가 시체가 더 늘어난다>
날이 저물어가면서도 계속해서 공격을 받는 대원들은 건물 안에 몸을 숨긴 채 날이 밝아오기만을 기다린다. 하나둘씩 부상으로 생명을 잃어가는 대원들. 극한의 공포 속에서 대원들은 정신줄을 놓아버리지만. FM군인 에버스만은 그런 부하들을 다독이며 전열을 가다듬는다.
<장군 말년이라도 안 통하는 것은 꼭 있는 법이다>
#2. 지독하리만치 잔인하고 리얼한 전쟁 이야기
필자가 간만에 스토리는 좀 짧게 쓴 것 같다. 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무려 3시간에 달하는 런닝타임을 자랑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짧은 글이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내용이 총알이 날라다니고 피가 튀기는 전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게다가 어찌나 리얼한지 보고 있노라면 실제로 그 전장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스토리를 보면 알겠지만, 이 작품은 1993년에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통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면 조금은 영화에 맞게 바꾸는 구석이 있는데, 이 영화는 철저하게 100% 리얼 고증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상업적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과 다른 단 한가지라면, 바로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한 존 그림스 특수병의 극중 이름 정도? 사실 여기에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존 그림스의 원래 모델은 존 스테빈스인데, 이 친구가 12살 여아 성폭행 혐의로 죄인이 되어버려서, 그의 가족들이 죄인을 미화할 수 없다며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나름 영웅처럼 나오더니, 결국 쓰레기였던 것.
자, 이 작품이 실화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극중에서 보여지는 긴박한 순간이 실제로는 얼마나 더 참혹하게 다가올지를 생각해보자. 내가 대원 중의 한 명인데, 어쩌다가 블랙 호크가 추락하면서 일이 꼬이고, 사방에서는 민군들의 총탄이 날아오면서 나는 겨우 건물 기둥 뒤에 숨어서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실탄은 갈수록 줄어들기만 하고, 밥도 먹지 못한 채 어떻게든 지원병력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 말이다.
끔찍하지 않은가?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그 공포를 느낀 적이 있는가?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여러 경험을 통해 이와 유사한 감정을 많이 느꼈었다. 군대에서도 훈련하면서 느끼기는 하지만, 정말로 내가 다치거나 아프다는 것을 죽음이라는 것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정말 그 공포는 말로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군인들은 전쟁에 나가는가? 맨 마지막의 깁슨 중사의 말처럼, 그 누구도 이해 못하는 자신만의 주관이 있는 것이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옆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쓰려져가는 전우를 바라보는 심정은 어떨까>
아무튼, 전쟁이란 결코 낭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미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도 오프닝부터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초절정 리얼 시츄에이션을 작렬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참혹함에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람보에서 보여주는 잔인무도함하고는 다른 성격의 것이다.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전쟁이란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라는 경고를 날려주는 시그널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암시가 상당히 많이 드러나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아예 의도적으로 음악부터 무언가 허무하고 몽환적인 느낌으로 버무려 버렸다.
#3. 전쟁 리얼리즘의 선두주자 리들리 스콧
여기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을 얘기하지 않고는 말이 안될 것이다. 이 사람이 누구인가? <에일리언>으로 SF영화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고, <블레이드 러너>로 SF철학영화의 신으로 등극한 명감독 중의 명감독이시다. 이 사람은 작품을 만들면서 결코 가볍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일단, 무게감 팍팍 느껴지는 주제의식으로 작품을 도배질하는 사람이고, 음악과 비주얼에서 특유의 느와르를 펼치는 사람이다. 게다가 리얼에 있어서도 결코 뒤지지않은 뛰어난 작품세계를 드러내는 사람이다.
원래 이 작품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의도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리들리 스콧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특유의 철학을 담고자 하였다. 그것은 바로 전쟁의 본질이 무엇이고,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요소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깨달아야 하는가 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군이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부끄러운 역사를 과감히 파헤치며, 모든 전쟁에 있어 승자와 패자는 없다는 전쟁무용론을 펼치고 있다.
음악과 비주얼도 따져보면, 확실히 기존의 전쟁액션영화와는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전투신에서는 시끄럽고 격렬한 음악을 통해 피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것이 다반사인데, 이 작품은 철저하게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극도로 리얼하면서도 장중한 연출로 인하여 전투신이 화끈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비장하고 끔찍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만드는 것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전매특허이기도 한데, <킹덤 오브 헤븐>과 <글레디에이터>의 팬이라면 그의 이러한 특징이 얼마나 잘 살아나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다른 작품들도 유사하게, 전쟁이란, 인간들의 다툼이란 결국 무용한 것임을 시사하는 블랙 호크 다운. 비록 18명의 미군 병사와 1,000여 명의 소말리아인의 죽음을 똑 같은 무게로 다루는 부분에서는 다소 고개가 갸우뚱하긴 하지만, 어쨌든 소말리아인들의 죽음에서도 나름 비장미를 선사한다는 데서 결코 미국제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멜 깁슨이 주연한 <위 워 솔저스>라던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등등의 작품을 보면 상대편의 입장에서도 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결국 전쟁이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 최근 전쟁영화의 주류인 듯싶다.
<나름 레인저라고 델타앞에서 깝죽거리다가 개쪽당하는 존 그리스 특수병>
#4. 엑스트라마저 후덜덜한 역대급 캐스팅
이 작품은 주제의식과 연출, 스토리도 빠방하지만, 주연배우들도 빠방하기 그지없다. 거의 주연역할을 도맡아하는 조쉬 하트넷의 경우 이 당시 아예 드러내놓고 전쟁영화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도 했었더랬다. 특히 <진주만>에서 인기몰이하면서 이번 작품에서도 나름 전쟁에 어울리는 사나이로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헐크로 명성이 높은 에릭 바나도 초특급 베테랑 델타포스 요원으로 등장하여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 이 친구는 인상 자체가 아주 그냥 베테랑이다. 그리고 선하게 생긴 윌리엄 피츠너도 델타포스로 나오면서 의외로 너무 잘 어울리는 연기를 선사하였다.
전쟁 전문 배우하면 톰 사이즈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친구는 어쩌면 이리도 전쟁영화와 인연이 깊은지, 조연만 맡으면서도 감칠맛나는 역할은 죄다 이 친구 몫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도 막판까지 투혼을 발휘하는 역할로 나오더니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배짱으로 똘똘 뭉친 맥나이트 대령으로 나와 감칠맛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멜로 연기의 대부 이완 맥그리거는 사실 다소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초짜 실전요원답게 어설프면서도 나름 활약하는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나저나 꽃미남 엘프 올랜드 블룸이 나오자마자 목잡고 뻗어버리는 신병으로 등장하여 초안습 캐스팅을 보여주고 있어서 나름 눈물을 쥐어내고 있다. <판타스틱 4>의 주인공인 이안 그루퍼드도 존 빌즈 중위로 등장하는데, 그다지 눈에 띄지 않으니 이 또한 안습이라 할 수 있겠다.
<2번째 헬기는 밤이 되어서야 겨우 시체를 수습하게 된다>
#5. 미국 최정예 부대 레인저와 델타포스에 대한 짤막한 지식
이번에는 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필자는 나름 군대에 대해서는 관심도 많고 지식도 조금 있다. 아무래도 남들보다 군대에 오래 짱박혀 있어서 그랬을런지도. 그래서 조금이나마 아는 지식을 풀어보자면, 일단 레인저와 델타포스라는 부대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이게 왜 중요한고 하니, 모르고 보면 마치 우리나라 상록수 부대처럼 어쩌다 착출되어가서 파병근무하는 부대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특수부대들도 당시 작전을 실패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던 초절정 위기였음을 알리고자 하는 차원에서 두 부대의 우수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미육군 75레인저 부대는 미육군 특수전 사령부 소속의 특수부대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예보병부대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비록 보통의 병사들에 비해 엄청나게 힘들고 어려운 훈련을 거쳐 레인저 부대원이 되지만, 다른 특수전 부대들에 비하면 경험이나 실력이 많이 뒤쳐지기 때문이다.
레인저 부대의 특성은 유격대의 것과 동일한데, 쉽게 설명하면 극한 상황에서 디립다 들이대면서 쳐들어가는 것이 유격대의 특징이다. 그래서 레인저 부대는 강행돌파 작전에 많이 투입된다. 이 외에도 델타포스를 도와 그들의 작전을 엄호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상황으로 등장한다.
레인저 코스는 어느 누구나 군인이라면 받을 수 있지만 통과 자체는 결코 쉽지가 않으며, 레인저 과정을 이수하면 어깨의 부대마크 위에 레인저 마크가 추가로 부여된다. 국내에서는 이와 비슷한 것으로 유격코스를 이수하는 자들에게 가슴에 레인저 마크를 달아주지만, 강도나 의미 면에서는 미군의 레인저와는 상상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 참고로 레인저 부대는 미육군 내에서도 군기가 엄청 빡쎈 부대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는 당시 보급된 레인저 전용 장비를 차고 등장하는데, 당시 새롭게 지급된 사막3색 BDU와 케블라 헬멧, 방풍고글, LC-2 장비와 M16-A2를 기본으로 무장하였다.
델타포스 부대는 미육군의 대표적인 특수부대인 그린베레의 델타 분견대이다. 대대급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특수 중의 특수 요원들로 똘똘 뭉쳤다고 보면 되겠다. 실제 작전 투입시에도 저글링 수준이 아니라 300명 미만의 소규모 요원들로 침투해서 특수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며, 미육군은 늘 델타포스를 병기의 첨단화 1순위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델타포스의 탄생 배경은 놀랍게도 영국의 SAS를 본 따온 것인데, 당시 대테러진압의 최고 실력을 자랑하던 SAS에 삘받아 SAS교육을 받고 온 그린베레 대원이 창설하였다고 한다. 이후 존재 자체가 비밀로 붙여지다가 1980년 테헤란 작전에서 어이없게도 대원을 태운 수송기와 헬기가 충돌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델타포스 대원들은 레인저와는 달리 철저하게 기존의 베테랑 군인들 중에서 착출하여 고된 훈련을 거친 후에 임명한다. 그래서 병사 중심의 레인저와는 달리 델타포스는 부사관과 장교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는 레인저와 달리 당시 첨단 장비를 선보이며 등장하는데, 사막3색 BDU를 기본으로, 프로텍 크래쉬 헬멧과 D.O.A.V. 시스템 베스트, R.A.P.T.O.R 백팩, M733 코만도 소총으로 무장하여 기동성을 극대화하였다.
자, 이 정도면 사실 우리나라에서 대출 뺑끼칠 생각이나 하고 있는 일반 병사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군인들임을 알 수 있다. 객관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델타포스 정도면 사실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특수부대라고 보면 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세계최상급 특수부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그들이 고생 바가지로 해가며 생사를 넘나들었던 소말리아 모가디슈 작전이 얼마나 긴박하고 위험한 상황이었는지 느껴보시라.
<캐리어라고 해서 못 때려잡는 것은 아니다. 골리앗 개떼의 위력은 테란유저가 잘 안다>
#6. 영화를 통해 배우는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소말리아 민군도 대단한 것이, 이러한 특수부대를 상대로 전혀 쫄지 않고 밀어붙였다는 것이 놀랍다. 비록 많은 사망자가 나긴 했지만, 1,000여 명이 전부 민군은 아니고 민간인도 섞여 있다. 정말 깡말라서 총 하나도 줍기 힘들 정도의 한민관스러운 소말리아인들이 총질해대며 미군들을 압박하는 것을 보면 그것도 나름 또 하나의 공포이기도 하다. 소말리아 민군들이 조금만 더 체계적으로 무장하고 교육받았더라면 아프가니스탄 게릴라만큼 무서운 존재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그런걸 보면 오사마 빈라덴이란 인물이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아프가니스탄을 그토록 게릴라 천국으로 만든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6.25라는 끔찍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는 아직도 휴전 중이다. 즉,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잠시 쉬고 있다는 의미이다. 요즘들어 북한의 서프라이즈 도발도 정도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늘 한편으로는 정말 전쟁이 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혹자들은 그깟 전쟁 나버려라, 그러면 1주일만에 전쟁 끝난다, 그게 속편하다 라고 외치지만, 그것은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무개념 사고라고 생각한다.
내가 전장 속에서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총탄에 맞아 죽는다고 생각해보라. 그 누가 전쟁을 겪고 싶을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 났다고 무조건 도망쳐서도 안 된다. 우리는 깁슨 중사의 말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전쟁이 났다면 그 전쟁을 하루 빨리 멈추게 하는 것이 군인들의 의무이자 사명인 것이다. 그 사명을 잊지 말자. 내 한 목숨이 희생해서라도 전쟁의 종결을 앞당겨 수백, 수천명의 목숨을 건질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가치있는 일인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바로 깁슨이 말한 남들은 이해 못하는 나만의 의미인 것이 아닐까? 필자는 아직도 예비군 훈련을 가면 군복을 깨끗하게 다려입고 제대로 복장갖춰 훈련을 받는다. 나는 늘 언제나 군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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