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포트만'에 해당되는 글 2건

히트 (Heat)

Movie 2016. 2. 17. 15:14

※ 본 리뷰는 필자가 2009년 7월에 구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히트 (Heat)



세상에는 선과 악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선하고, 누군가는 악하다. 하지만 선한 사람이 반드시 올바른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며, 악한 사람이 반드시 잘못된 삶을 보여주지만은 않는다. 홍길동과 로빈 후드를 보더라도 그들은 비록 약탈이라는 악한 짓을 했지만, 삶의 방식이나 목적은 참으로 선한 것이었다. 


윤리와 도덕이라는 기준 사이에 존재하는 모호한 개념으로 인하여 우리는 이러한 딜레마를 겪게 된다. 무엇이 과연 더 나은 삶일까? 여기 그러한 딜레마를 품고 사는 두 명의 사나이의 이야기가 있다. 범죄라는 악을 처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가정은 파탄지경까지 몰고 가는 열혈 형사와, 비록 먹고 살기 위해 은행을 털지만 낭만적인 사랑도 하고 세상을 똑바르게 바라보고자 하는 정의파 범죄자. 이 두 사나이의 대결과 우정을 그린 초절정 서스펜스 액션 로드무비 <히트>!! 영화 제목처럼 흥행에서도 대박 히트를 친 <히트>를 리뷰하고자 한다.


<뭐가 뜨겁다는 건지 궁금증을 잔뜩 불어일으키는 포스터>



#1. 스토리 - 두 남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우정


그럼 작품을 해부하기 전에 먼저 스토리부터 살펴보자. 어둠이 짙게 깔리고 사람들이 북적대는 모노레일역. 진지한 표정의 중년 남성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닐 맥컬리(로버트 드니로). 그는 이어 근처의 병원으로 들어가 의사인척 흉내를 낸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앰뷸런스를 훔쳐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이번에는 긴 머리를 휘날리는 건장한 사내가 철물점 비슷한 곳에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크리스 쉬헐리스(발 킬머). 그는 이상한 도구들을 구매하고는 그 즉시 자리를 떠난다. 


한편 침대에서 뜨거운 정사를 나누고 있는 아저씨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LA 경찰국이 자랑하는 만능범죄해결사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 수사반장이다. 빈센트는 이혼 후 두 번째로 만난 부인 저스틴 한나(다이안 베노라)와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저스틴의 딸인 로렌(나탈리 포트만)에 대해서는 아빠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0점짜리 가장. 빈센트는 늘 업무상 호출이 있으면 만사를 팽개치고 달려가기 바쁘다. 


한편, 닐의 동료인 마이클 셰리토(탐 사이즈모어)는 알바로 고용한 와인그로(케빈 게이지)를 데리고 닐이 주도한 작전을 시작하게 된다. 닐, 마이클, 크리스, 트레조(대니 트레조), 그리고 알바생 와인그로가 꾸미는 계획은 바로 현금수송차량 탈취 작전. 완벽한 계획으로 인하여 성공적으로 차량 내에 있던 모종의 채권을 회수하지만, 개념없는 알바생 와인그로가 욱하는 바람에 수송경비원을 사살하는 사고를 치고 만다. 어떠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살인만은 하지 않는 것이 모토인 닐의 작전에 찬물을 끼얹고 만 와인그로는, 이 자그마한 실수가 엄청난 사태를 몰고 올 것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


<천재적인 감각과 냉철한 상황판단은 100점, 하지만 가정관리는 0점인 빈센트 한나>



사건 현장에 도착한 빈센트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감각으로 사건의 세부 항목을 추리하고, 부하인 드러커(마이켈티 윌리엄슨)와 카잘스(웨스 스터디)를 시켜 의심가는 곳을 전부 조사하도록 시킨다. 그리고 사건 당시 주변에 있던 거지로부터 “촉새”라는 호칭을 들었다는 결정적 제보를 얻고 사건의 실마리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한편 작업을 끝낸 닐 일행은 작업판을 깽판으로 만든 와인그로를 작살내려다 순간의 방심으로 놓치고 만다. 와인그로는 그렇게 줄행랑을 치고, 이를 놓친 닐 일행은 결국 각자의 몫을 챙기고 흩어진다. 한편 닐이 신임하는 크리스는 아직 머리에 피도 안마른 개념없는 인간. 그래서 초절정 미인 마누라 샬렌(애슐리 쥬드)을 두고도 매번 개망나니 짓만 하고 다닌다. 그래도 매번 이 둘의 사이를 챙겨주는 것은 따뜻함 마음씨를 가진 닐이었던 것. 그러한 닐이기에 언뜻보면 절대 범죄자처럼 생기지 않고, 젠틀한 아저씨처럼 생겼더랬다. 그래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여인 이디(에이미 브랜먼)를 보고 그만 사랑에 빠져버리고 만다. 이 늙다리 아저씨와 젊은 처자의 만남은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겠지만, 어쨌든 닐은 이게 왠 봉이냐 생각하며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만남을 발전시키게 된다. 


닐이 달콤한 사랑에 취해 있을 때 빈센트는 뼈빠지게 고생하고 있으니. 온갖 정보력을 동원해 결정적 제보를 할 수 있다는 사람을 찾아 갖은 협박을 가한다. 그것이 빈센트만의 노하우였던 것. 이번에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깨끗한 인품과 마인드로 완전범죄의 새 지평을 연 또 하나의 천재 닐 맥컬리>



한편 도널드(데니스 헤이스버트)라는 가석방 죄수가 새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햄버거 가게를 찾는다. 이 친구 알고봤더니 닐과 교도소 시절 알고 지냈던 사이. 이제는 손 씻었다며 여친과 함께 새로운 삶을 꾸려나갈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 개과천선형 인간이 되었다. 반면 아직도 개과천선이 까마득한 크리스를 위해 닐은 직접 찾아가서 샬렌과 화해를 시켜주려고 노력하고, 이 과정에서 샬렌이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샬렌도 평범한 삶을 원했던 것. 


노하우를 통해 결정적 제보자를 찾아간 빈센트는 또 협박과 폭력을 행사해서 모종의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지인의 이름이 마이클 셰리토라는 결정적 제보를 얻게 된다. 조사 결과 엄청난 흉악 범죄자였던 것. 이로 인해 닐 일행의 정체를 서서히 밝혀가는 빈센트. 


이러한 사실도 모르는 닐은 일단 지난 번 범죄에서 얻은 채권을 로저 반 잔트(윌리엄 피츠너)라는 자에게 팔 것을 제안한다. 원래 주인이던 반 잔트는 결국 채권회수를 위해 닐과 거래할 것을 약속하지만, 약속장소에 나타난 것은 닐을 죽이려는 반 잔트의 하수인들. 결국 사태를 수습하고 위기에서 탈출한 닐은 반 잔트에게 배신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할 것을 당부한다. 


어쨌든 채권도 그래도, 돈까지 덩달아 챙긴 닐 일행은 돈을 나눠가지며 가족들끼리 회포를 푸는 시간을 마련한다. 모두 가족이 있지만 혼자 홀아비인 닐. 결국 이디에게 전화를 해서 그 외로움을 달랜다. 한편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빈센트와 강력수사반원들. 모든 멤버들의 신원을 파악했지만, 유독 닐에 대해서만은 정보가 없었던지라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놀라운 직감의 빈센트답게, 이 자가 실질적인 두뇌가 아닌가 하고 눈여겨보게 된다.


<만나는 남편마다 어딘가 심히 부족한 비운의 여성 저스틴 한나. 필자의 이상형인 이OO과 심히 닮았다!!>



어쩌다 운 좋게 도망친 와인그로는 여전히 정신줄 못 놓고 콜 걸이랑 놀아 제끼다가 결국 그 성질 못 버리고 콜걸을 살해하고 만다. 이 때문에 빈센트는 사건 현장 분석을 통해 와인그로의 실마리도 잡아가게 된다. 하지만 빈센트를 원하는 또 다른 인물이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빈센트의 새 마누라인 한나. 한나는 갈수록 방황하는 딸 로렌과 겉으로만 맴도는 빈센트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든 여인. 결국 빈센트 앞에서 고민을 털어내고 만다. 이에 빈센트도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위로는 커녕 서로 상처만 주고 만다.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는 닐 일행. 돈이 궁했는지 다시 큰 건수를 하나 시작했다. 야밤에 금고를 터는 일. 이번에도 계획대로 척척 되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빈센트가 몰래 숨어서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금고를 터는 순간 현장범으로 체포할 생각으로 감시를 하고 있었지만, 그만 부하의 실수로 소리가 나게 되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닐이 그대로 작전을 포기하고 돌아가 현장범으로 체포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 일로 인하여 닐도 누군가가 자기들을 쫓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 대상이 누구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사실 알 파치노가 이토록 강인하게 등장한 적은 이 작품 전후로도 없었던 것 같다>



한편 크리스의 마누라인 샬렌의 새 남친을 포획하는 데 성공한 빈센트는 그자를 이용해서 샬렌에게 협조를 권유하고 이를 통해 크리스를 잡을 수 있도록 작전을 꾸민다. 그리고 뒤이어 거대한 컨테이너들이 즐비한 부두에서 모종의 계획을 꾸미는 듯한 닐의 일당들을 몰래 감시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 곳에서 무슨 계획을 꾸몄는지는 몰랐던 빈센트. 그들이 있었던 장소에 가서 나름 롤플레잉을 통해 닐의 생각을 따라가려 하지만, 이내 빈세트는 그것이 닐의 함정임을 알게 된다. 바로 그것은 빈센트의 얼굴과 정체를 알고 싶었던 닐의 감쪽같은 속임수였던 것. 이렇게 해서 드디어 그 둘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그 뛰어난 능력과 직감에 감탄해 마지 않게 된다. 


제대로 뚜껑 열린 빈센트. 이제 까발려질 대로 발려졌으니 잃을 것이 없었던 그는, 기어이 닐의 차를 쫓아 그 뒤를 달리게 된다. 도로에서 닐의 차를 멈춰 세우고 자신을 소개하며 따라올 것을 권유하는 빈센트.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둘은 범죄자와 형사로서의 신분을 뛰어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서 진솔한 얘기를 나누게 되고, 서로의 처지와 고민거리를 솔직히 털어놓음으로써 둘은 어느덧 라이벌로서의 우정이라는 것이 샘솟게 된다. 반드시 닐을 자기 손으로 잡고 말겠다는 빈센트, 그리고 끝까지 잡아보라고 하는 닐. 그 둘은 그렇게 운명적인 만남을 뒤로 한다. 하지만 사무실에 돌아온 빈센트는 그 모든 것이 닐의 계략이었음을 알고, 닐의 일행이 모두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게 된다. 한 방 제대로 먹은 빈센트.


<라이벌이자 친구라는 모순적 관계를 맺게 되는 두 사나이. 어쩌면 둘에게는 서로가 필요했단 사이였는지도>



한편 닐에게 협박으로 시달리는 반 잔트에게 용병 경호원이 나타나는데, 그가 바로 알바 전문 와인그로. 와인그로는 닐을 잘 안다면서 반 잔트를 안심시키고 특별 경호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닐이 빈센트를 속이면서까지 계획했던 작전은 바로 은행 털이. 대낮에 은행에 쳐들어가서 금고에서 돈을 닥치는 대로 긁어 모으고 나온다는 간 큰 작전이었던 것. 양복 차림에 완전군장이라는 엽기 패션으로 은행을 성공리에 턴 닐과 일행들. 하지만 직감적으로 은행을 털 것을 느꼈던 빈센트는 급히 은행으로 향하고, 가장 마지막으로 썩소를 날리며 은행을 나오는 셰리토와 마주치면서 대낮 시가지 총격전이 펼쳐지게 된다.


대테러 진압 작전을 능가하는 무수한 총격적인 이루어지고, 여러 시민과 경찰이 사상하는 가운데, 햄버거 가게 때려치우고 한탕 노리던 도널드가 운전수 역할 하다가 총알 세례를 받고 세상 하직하고, 닐의 일행인 셰리토가 빈센트의 일격에 사망하게 된다. 그리고 크리스도 목에 심각한 부상을 당하게 되지만, 닐의 도움으로 겨우 그곳을 탈출하게 된다. 


병원에서 겨우 응급처치를 받은 크리스는 닐의 말에 따라 샬렌에게 가기로 하고, 닐은 미행때문에 작전에서 빠졌던 트레조를 만나러 갔다가 그가 거의 묵사발이 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트레조를 개떡으로 만든 범인은 바로 와인그로. 닐은 친구 트레조의 고통을 마감시켜 주고, 와인그로에게 복수의 칼날을 세우게 된다. 먼저 목표는 반 잔트. 그의 별장에 침입한 닐은 반 잔트를 친히 자연으로 회귀하게 만들고, 와인그로를 작살내기 위해 뒤를 쫓는다.


<양복 차림에 완전 군장이라는 테러 패션의 새 지평을 연 시가지 총격전 장면>






<참 싸가지없게 나오지만 차세대 액션 스타로서의 입지를 마련한 발 킬머>



#2. 두 캐릭터가 선보이는 선과 악의 모호한 설정


장장 180분에 달하는 런닝타임을 자랑하는 히트의 스토리를 알아보았다. 어느 한 부분도 군더더기 없이 핵심적인 내용 위주로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핵심만 간추린다고 해도 상당한 분량이 된다. 그만큼 아주 탄탄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압권인 작품.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겠다. 첫째, 사나이의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와 캐릭터간의 관계, 둘째, 실전을 능가하는 초절정 총격 액션, 셋째, 초호화 캐릭터들의 무더기 등장. 이 중에서 먼저 사나이의 심금을 신라면 저리가라 할 정도로 울리는 스토리를 평가해 보자.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이 작품은 닐과 빈센트라는 너무도 상반되는 두 캐릭터간의 관계를 메인으로 하고 있다. 범죄자이지만 애정많고 마음씨 좋고 젠틀한 닐, 그리고 강력계 형사이지만 0점짜리 아빠에 무뚝뚝하고 과격하기 짝이 없는 빈센트. 참으로 역설적인 두 캐릭터의 갈등은, 범죄자와 형사라는 피할 수 없는 갈등의 연결 고리 속에서도, 서로의 단점을 통해 위안을 삼고 위로해주는 보완적인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특히, 빈센트가 닐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장면에서는, 그 어떠한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오랜 친구 같은 두 사람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듯한 그리운 감정이 느껴진다. 원래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고 하지 않았던가. 애초에 닐을 예의주시했던 빈센트는 그가 역시 보통 범죄자가 아님을 깨닫게 되고, 라이벌의식을 느끼면서 동시에 어떠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닐 역시 자신을 쫓는 빈센트를 통해 긴장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신을 인정해주는 유일한 친구를 만난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닐이 웃으면서 빈센트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래서 늙다리 남자랑 함부로 사귀는 것은 좋지 않다는 교훈을 선사한 이디>



어쨌든 닐은 결국 불행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랑을 하게 된 것이고, 빈센트는 불행 끝에 겨우 희망이라는 단어를 찾게 됨으로써 서로 모두 제로 상태로 수렴하게 되는 듯 하다. 그 때문에 누가 더 잘 났고 못 났는가, 누가 더 행복했고 불행했는가에 대한 논의는 결국 무승부로 나게 된다는 것. 그렇더라도 결국 선이 승리한다는 약간의 논리가 적용되는 것에는 어쩔 수 없었던 처사인 듯. 



#3. 역대 최고의 도심 총격씬


두 번째로 꼽은 초절정 액션 장면은 그야말로 감독인 마이클 만의 주특기. 그 중에서도 <히트>에서 그려진 시내 총격적인 최고의 연출을 자랑한다. 모든 배우들이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감 속에서 연기를 펼쳐냈고, 실제와 동일한 총기를 사용해 실탄이 튀고 차량이나 건물이 부서지는 강렬한 액션을 선보인다. 


게다가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바로 뛰어난 음향효과. 실제 총이 발사될 때의 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크다. 군대 다녀온 대한민국 남아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필자처럼 사격장에서만 살았던 사람으로서는 오히려 그 커다란 총소리가 그리운 법. 아무튼 영화에서는 이러한 총 소리가 너무도 크기 때문에 일부러 줄여서 녹음한다. 그렇기 때문에 총격전 상황에서도 배우들이 떠들고 자시고 하는 등의 엽기적인 행각이 가능하고, 더욱이 관객들이 아주 차분히 액션신을 즐길 수 있었던 것. 하지만 히트에서는 100% 여과없이 실제 현장의 소리를 담았기에 엄청나게 울려퍼지는 총 소리를 정말 실감나게 들을 수 있다. 5.1채널 돌비 서라운드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그야말로 내가 시가전의 현장 한 가운데에 있을 정도의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준. 히트의 액션신은 이후에도 능가하지 못했던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손꼽히는 정말 대단한 명장면이다.


<당시 미모로 따지면 베스트 순위에 드는 애슐리 쥬드>



#4. 엑스트라마저 후덜덜한 캐스팅


세 번째로, 초호화 캐릭터들의 벌떼스러운 캐스팅. 배트맨 다크나이트에도 유명 배우들이 벌떼같이 등장하지만 그처럼 까메오 연출은 아닌 순수 메인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것이 <히트>의 매력. 


카리스마 배우로 양대 산맥을 자랑하는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함께 등장하는 것만 해도 이미 이 작품은 기가톤급 블록버스터였더랬다. 거기에 당시 차세대 스타로 떠오르고 있던 발 킬머를 비롯해 초절정 조연배우 탐 사이즈모어와 개성파 배우 대니 트레조가 등장하고, 미모 하면 저리가라 할 정도의 애슐리 주드와 나탈리 포트만이 여성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남자들의 눈동자를 즐겁게 해줬더랬다. 여기에 존 보이트, 다이엔 베노라, 웨스 스터디, 윌리엄 피츠너, 톰 누난 등이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감칠맛나는 연기까지 모두 개성있게 소화해줘 그야말로 조연마저도 빛나는 영화로 평가받게 되었다. 


이 작품이 배우들에게 끼친 영향도 매우 큰 것 같다. 이 작품에서 알 파치노가 보여준 독선적이고 강렬하면서 냉철한 형사의 모습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던지, 이후의 액션 영화에서 알 파치노가 보여주는 역할이 빈센트 한나와 거의 비슷하다. 냉철하고, 놀라운 본능적 직감을 가지고 있으며 초절정 카리스마로 일을 처리하는 무서운 탈을 쓴 선의 집행자. 알 파치노를 명 배우로 탈바꿈시켜 준 <대부>에서도 이토록 차갑고 무서워보이지는 않았더랬다. 하긴 그때는 이토록 빼빼마르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차가워지고 강렬해지는 눈빛과 카리스마는 알 파치노를 필자의 3대 명 배우 중 한명으로 꼽게 만든다. 


로버트 드니로도 요새는 푸근한 아버지 역할로 자주 나오는 듯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덕에 이후에도 종종 비슷한 열혈 캐릭터를 많이 맡았더랬다. 하지만 확실히 알 파치노와는 달리 어딘가 정감있고 여유있는 카리스마를 보여줌으로써 확실히 <히트>에서 서로 상반되는 두 캐릭터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범죄자라고 감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하고 인정많은 닐>



#5. 액션+우정+감성 = 대박 히트


히트는 90년대를 대표하는 액션 영화 중 가장 감각적인 스토리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특히나 엔딩 장면을 수놓은 닐과 빈센트의 공항 신은 최고의 엔딩장면 베스트 순위에 뽑히기도 하였을 정도로 감각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다. 싸움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이라는 단어를 여자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쨌든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이보다 더 진하고 감동적인 우정은 없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서 왠지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은 그 진하고도 안타까운 우정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지도.


<거의 띠동갑 커플이지만 둘은 은근히 잘 어울린다. 어쩌면 티격태격해도 그것이 천생연분일지도>



어쩜 이토록 멋진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면, 그 중심에 마이클 만 감독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친구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도 있겠지만, 워낙 많은 작품을 만든 헐리우드의 유명 감독이긴 하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이 친구의 작품은 대부분이 범죄자와 형사 혹은 특수요원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퍼블릭 에너미>, <콜래트럴>, <FBI>, <인사이더> 등의 작품을 보면 우습게도 <히트>와 비슷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풀어나가는 내용이나 구조는 전혀 다르지만, 이 감독은 서로 갈등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간의 관계에서 갈등이 아닌 다른 요소로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을 재미로 삼고 있는 듯싶다. 


그리고 <라스트 모히칸>을 비롯해 몇몇 액션신이 강렬한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감독의 특징 중 하나가 정말 리얼한 액션이다. 일단 밋밋한 액션은 절대 배제를 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마이클 만이 만드는 작품이라면 액션에 있어서는 기대해 볼만 하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에는 <핸콕>을 만들어서 이 친구 SF와 코미디에도 일가견이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원래 태생은 철저한 드라마를 추구하는 감독이다. 특히 <알리>에서 보여준 감동 실화는 이 감독이 어떠한 작품을 만들던지 나름의 감동 철학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감동과 여운이 남는 감각적인 액션영화가 되는 것이다.


<보면 볼수록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시가지 총격전 장면. 정말 대단하다!!!>



#6. 오직 사나이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


이 작품을 필자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멋진 야경과 고독한 선율이 울리는 영상미. 고독과 야경이라는 두 가지 코드를 너무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이 두 가지 요소는 그야말로 백미라고 할 수 평할 수 있겠다. 닐과 이디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라던지, 고독한 느낌을 듬뿍 선사해주는 야경의 시퀀스는 그야말로 환상적. 이 때문에 더더욱 사나이들의 고독을 필자가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빈센트가 닐을 쫓기 위해 헬기로 도시의 밤 하늘을 나는 시퀀스는 그 감각적이고 고독한 특유의 연출 탓에 <공각기동대>에서 오시이 마모루가 차용했을 정도로 매우 감각적인 영상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빈센트의 고독이 물씬 풍기는 시퀀스. 한편 오밤중에 코리아타운 나들이 인증하고 있는 빈센트>



일생을 살면서 과연 나에게는 닐과 빈센트의 관계 같은 특별한 친구가 있을까? 필자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늘 고민해 본다. 옛말에 “인생에 있어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한 명의 친구라도 만든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고 하였다. 관중과 포숙아의 관포지교의 고사도 그러한 것을 말하고 있을 정도이다. 닐과 빈센트도 서로의 신분과 처지를 초월하여 서로를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었기에 둘은 마지막에 진정한 친구로 남을 수 있었다. 필자도 그러한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것을 하나의 소망으로 삼는다. 아니, 그보다도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엑스맨 탄생 : 울버린 (X-Men Origins : Wolverine)  (0) 2016.02.18
더 레슬러 (The Wrestler)  (0) 2016.02.18
8인: 최후의 결사단 (十月圍城: Bodyguards And Assassins)  (0) 2016.02.15
팬도럼 (Pandorum)  (0) 2016.02.02
레옹 (Leon)  (0) 2016.01.08
블로그 이미지

미까

후덜덜할 정도로 집요하고도 상세하게 스포까지 좔좔좔 유출해 버리는 무시무시한 영화 리뷰 블로그!!! 그러나 주인장은 참으로 게으른 것이 함정!!!!!!!!

,

레옹 (Leon)

Movie 2016. 1. 8. 14:47

※ 본 리뷰는 필자가 2009년 7월에 구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레옹 (Leon)



#1. 한 편의 고독한 시를 연상케 하는 감성적 영화


서쪽 하늘 붉은 빛의 구름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해질 무렵 도시의 빌딩 숲 사이를 걸어본 적이 있는가?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하고 웅장하고 촘촘히 서 있는 빌딩 숲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을 따라 길게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보았는가? 바삐 돌아가는 세상, 쉴새 없이 움직이는 군중들, 시끄러운 소리를 내뿜으며 지나가는 자동차들. 하지만 그 가운데 서 있는 나는 과연 무엇 때문에 그 곳에 있던 것일까? 고독하다. 나는 고독하다. 도시의 화려한 모습 속 차디찬 구석에서 숨 쉬고 있는 나는 고독한 존재이다. 


필자는 저녁 노을을 좋아한다. 특히나 빌딩 사이에서 드리워지는 붉은 빛의 서쪽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더욱 좋아한다. 그 순간만큼 고독하면서도 아름다운 적은 없다. 이러한 느낌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오직 나만이 알 수 밖에 없는 그런 것일지도. 하지만 이러한 느낌을 영상을 통해 뿜어낸 작품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뤽 베송 감독의 걸작 <레옹> 되겠다. 


<독수리를 연상시키는 저 뽀죡한 코가 단연 압권인 레옹의 자태>



레옹은 확실히 액션 영화이다. 하지만 필자가 받은 영감은 단순한 액션만은 아니었다. 주인공 레옹이 드러내는 고독한 도시인의 삶과, 평범하지 못한 사람이 평범하게 되기까지 겪게 되는 고독한 싸움, 그리고 고독한 결말. 여기에 감성을 자극하는 비주얼과 음악은 이 영화를 최고의 감성 영화로 인정받게 만든다. 



#2. 스토리 - 고독한 킬러의 인생개조 이야기 "우리 킬러가 달라졌어요"


필자가 어린 시절 미약했던 감성을 심연의 깊고 어두웠던 바다 속에서 수면 위로 끌어올리게 된 결정적인 대작, 레옹에 대해 먼저 스토리를 알아 보자. 


뉴욕의 어느 거리. 이탈리아 스타일의 어느 식당에서 두 남자가 대화를 하고 있다. 우유 한잔을 시원하게 들이키며 살인청부 의뢰를 받는 동그랑땡 선그라스의 털보 사나이 레옹(장 르노)과, 그의 청부업무 중계책이자 식당 중인인 토니(대니 앨로). 토니는 어느 뚱뚱한 남자의 사진을 건네며 모종의 작업을 요청하고 레옹은 그 자리에서 수락한다. 


작업에 착수하는 레옹. 조직의 보스로 보이는 뚱뚱한 사내의 건물에 도착한 레옹은 전화로 도착완료를 공지하며 재깍재깍 부하들을 죽여나간다.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 뚱뚱한 사내는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급하게 몸을 숨기려 하지만, 레옹은 인기척도 없이 뒤에서 뚱뚱한 사내의 목을 칼로 죈다. 이윽고 의뢰자의 메시지를 전달한 레옹은 목표를 완수한 후 그렇게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일을 마친 레옹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귀가하지만, 오늘도 복도에는 부모에게 실컷 얻어터진 옆 집 꼬마소녀 마틸다(나탈리 포트만)가 기다리고 있었다. 얻어터진 꼴이 불쌍한 지 조심스레 걱정해주는 레옹. 마틸다는 이윽고 레옹과 인사를 나누게 된다. 마틸다의 집안은 콩가루 집안의 대명사. 아버지는 마약이나 몰래 빼돌려 팔고, 어머니는 매춘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요염하게 차려입고 다닌다. 게다가 언니는 다이어트에 목숨건 채 마틸다를 괴롭힌다. 마틸다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라고는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하나뿐인 남동생. 마틸다는 늘쌍 가족들에게 얻어터지고 욕을 먹지만 남동생만큼은 끔찍하게도 아낀다.


<어리지만 당돌한 마틸다. 이런 여동생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고>



그러던 어느 날, 마약단속국 소속 형사 노먼 스탠스필드(게리 올드만)가 마약 단속이라는 명분으로 마틸다의 아버지를 협박하지만, 사실은 스스로가 마약쟁이였던 비리 형사 스탠(동료 형사들이 스탠스필드를 스탠이라 줄여 부름)이 자신의 마약을 마틸다의 아버지가 몰래 빼돌렸다고 생각하여 되찾으러 온 것이다. 마틸다의 아버지는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고, 스탠은 다음 날 12시에 다시 올 테니 그때까지 잘 생각하라고 경고한다. 레옹은 문의 열쇠 구멍으로 이러한 모든 정황을 보지만, 고독한 청부업자였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자신을 단련시키는 데 매진한다. 


이윽고 다음 날이 되고, 일이 없어 극장에서 영화나 보고 백수처럼 돌아다니다 귀가한 레옹은 오늘도 어김없이 마틸다와 마주친다. 매일 집 앞 슈퍼에서 우유를 무더기로 사오는 레옹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마틸다가 대신 우유를 사오겠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마틸다는 심부름을 위해 밖으로 나가고, 레옹은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마침 12시가 되던 시점. 스탠이 마약단속국 부하들과 함께 마틸다의 집에 방문해 주시고, 이윽고 처절한 살육이 자행된다. 뻘짓하다가 한 방 맞은 스탠이 뚜껑 열려서 집안의 일원을 모조리 살육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우유를 사가지고 오는 마틸다가 그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순간 일이 났음을 직감한 마틸다는 슬기롭게도 아무일도 아닌 척 지나친 후 레옹의 방 앞에 서서 노크를 한다. 레옹은 이에 어찌할 바를 모르지만, 마틸다의 처절한 도움 요청에 결국 레옹은 문을 열어준다. 


마틸다는 자신을 살려 준 레옹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지만, 레옹은 마틸다를 매몰차게 대한다. 하지만 마틸다는 레옹이 킬러임을 알게 되고 자기의 남동생을 죽인 범인들을 모두 죽여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오로지 돈에 의해서만 청부살인을 하는 레옹은 이를 거절하고, 마틸다는 기어이 자신이 킬러가 되겠다고 깽판을 친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짐짝이 생긴 레옹은 마틸다를 제거할 생각도 하지만, 이 여린 어린아이를 어찌할 지 모르는 레옹은 결국 마틸다와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트러블도 많았지만, 레옹이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글을 가르쳐 주겠다는 등의 호의적인 자세로 대하여 서서히 레옹의 마음을 돌리게 한다.


<매일 우유만 먹고 사는 레옹. 그래서 그런지 키는 엄청 크다>



레옹은 결국 마틸다에게 킬러의 기술을 전수해주게 된다. 칼, 권총, 소총, 심지어 수류탄까지 쓰는 법을 알려주는 레옹. 그리고 막돼먹은 개념으로 열심히 따라오는 마틸다. 레옹은 이제 마틸다를 제어하려 하고, 그런 레옹에게 아직은 사춘기 소녀에 불과한 마틸다는 반항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티격태격 하면서도 어느덧 둘은 가까운 사이가 되고, 마틸다가 레옹을 이성으로서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에 레옹은 깜짝 놀라면서도 무언가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어느덧 마틸다가 소중하게 느껴지게 된 레옹.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청부살인을 하지만, 마틸다가 마음에 걸린 나머지 예전 같은 날카로움을 잃고 만다. 사소한 실수로 이제 총까지 맞는 입장. 하지만 아픔을 숨기고 마틸다에게는 예쁜 옷을 사다주는 등 호의를 베푼다. 그리고 레옹은 오랜 친구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이 세계로 끌어들인 토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마틸다를 책임져달라고 부탁을 한다. 


한편 마틸다는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예전의 참혹한 현장을 살펴보면서 남동생의 죽음을 되새기게 되고, 마침 현장 조사를 위해 방문한 스탠을 피해 몰래 숨어서 스탠에 대한 정보를 엿듣게 된다. 그리하여 그가 마약단속국 4602호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마틸다.


이후 마틸다는 레옹에게 끝없이 킬러가 되고 싶다고 징징대고, 유명한 캐릭터들에겐 항상 사이드킥이 있었다고 강조하며 자신을 사이드킥으로 써달라고 요청한다. 이것만큼은 레옹도 수긍이 가는지 받아들이게 되고, 이후 마틸다에게 타켓들의 문을 따도록 연기를 시키거나 타겟을 붙잡아서 사격 연습을 시키는 등 조금씩 킬러로서 양성을 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레옹은 마틸다에게 마지막 일만 처리하고 이제 둘이 떠나자고 이야기를 하고, 이에 마틸다는 아직 복수를 하지 못한 스탠을 처리해야 한다며 돈을 주고 청부의뢰를 한다. 그러나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마틸다에게 총과 탄약을 주고는 정 원한다면 너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냉대하는 레옹.


결국 마틸다는 혼자서 피자배달부로 가장하여 마약단속국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간 스탠을 따라 복수를 위해 화장실에 들어선 마틸다. 하지만 이미 낌새를 눈치채고 기다리고 있었던 스탠. 스탠은 마틸다를 총으로 위협하여 왜 자신을 죽이려 하는지를 묻는다. 남동생의 복수를 위해서라는 마틸다의 대답에 어이없어 하는 스탠. 마틸다를 죽일지 말지 시소게임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스탠을 찾아 온 부하 형사. 그는 스탠에게 다른 부하가 어떤 남자에게 살해당했다고 얘기한다. 마틸다가 스탠을 따라갔을 때 레옹은 나름대로 스탠의 흔적을 찾아 그의 부하들을 하나둘씩 제거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것이 바로 레옹이 말한 떠나기 전 마지막 일이었던 것. 그리고 뒤늦게 마틸다가 복수를 위해 마약단속국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옹은 마약단속국으로 쳐들어가 그 자리에서 스탠의 부하들을 골로 보낸다. 그리고 마틸다를 구출해 나오는 레옹.


<마틸다에게 킬러 중 가장 핫바리들이 사용한다는 스나이퍼건에 대해 강의하는 레옹>



부하들이 뜬금없이 죄다 골로 가자 또다시 뚜껑 열린 스탠은 자신을 노리는 범인에 대해 알기 위해 토니의 식당으로 쳐들어가 토니를 협박한다. 결국 레옹의 거처를 알게 된 스탠은 모든 경찰력을 동원하여 레옹이 거주하는 건물을 둘러싸고 만다. 레옹은 마틸다에게 우유를 부탁하며, 들어올 때 조심하라고 자기들만의 노크 암호를 공유한다. 하지만 마틸다는 우유를 사가지고 오다가 SWAT팀에게 붙들리고, 마틸다를 이용하여 레옹의 방으로 다가가게 된다. 하지만 마틸다의 총명함으로 레옹은 SWAT이 들이닥쳤음을 알고 환영만찬 준비를 완료한 상태.





<자신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살아날 것을 당부하는 레옹과 절규하는 마틸다>



#3. 다양한 색깔을 뿜어 내는 뤽 베송


필자가 스토리를 정리하는 이 순간에도 필자의 마음이 울컥하여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심정이다. 레옹이 마틸다만을 생각하며 밖으로 나가는 길을 향해 어둡고 긴 지하통로를 걸어나갈 때 스탠에게 총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은 정말 가슴을 치고 싶을 정도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 마틸다가 외치는 대사는 레옹의 죽음이 있기에 더더욱 슬프고 애절한 장면이다.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 


사실 뤽 베송 감독은 묘한 감독이다. 그가 보여주는 작품은 때에 따라 성격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장르의 감독이라고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레옹에서 보여준 감성적인 면은 뤽 베송 감독의 여타 작품과 비교하면 완전 납득 불가능한 수준. 특히나 헐리우드로 진출하면서 보여준 작품들은 철저하게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어 감성적이라기 보다는 액션이나 보여주는 것에 치중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뤽 베송이 초장부터 보여준 작품을 살펴보면 그의 태생은 감성적인 면에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1988년작 <그랑 블루>와 1990년작 <니키타>는 뤽 베송이 추구하는 감성터치가 아주 잘 녹아든 작품이다. 


뤽 베송이 어떤 면에서 감성적이냐 하면, 바로 주인공들간 내면적 아픔과 상처,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희망이라는 코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랑 블루에서는 라이벌 관계에 있는 두 주인공을 통해 갈등과 아픔, 그리고 희망이라는 요소가 바다라는 미지의, 그러면서도 어머니의 품과도 같이 아늑한 공간을 통해 투영되었고, 니키타에서는 주인공이 과거를 딛고 특수요원이 되지만 아픔을 간직한 채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자신만의 길을 걷게 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주인공의 연기와 스토리도 이를 뒷받침 해주지만, 뤽 베송의 이러한 감성을 대표하는 공통 코드는 바로 파란 색이다. 파란 색은 차가우면서도 우울한 느낌을 전해주지만, 죽음과 재생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슬픔 뒤의 희망을 암시하기도 한다. 뤽 베송은 이 파랑색을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작품에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데, 그랑 블루의 모든 시퀀스를 관통하는 푸른 바다가 그 예이고, 니키타에서도 조명이나 주변의 빛을 이용해 파란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레옹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SWAT팀이 들이닥쳤을 때의 빛도 파란 색으로 우울과 죽음을 암시하고,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지하 통로를 걸어나갈 때 비치는 빛도 파란 색으로 처리하여 희망을 암시하고 있다.


<마틸다 때문에 이곳 저곳 이사철 메뚜기 신세가 되는 레옹>



세 작품의 공통점은 이러한 감성적 터치 외에도 레옹 역을 맡은 장 르노와 모두 함께 작업을 했다는 점이 있다.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뤽 베송 감독의 눈에 장 르노는 자신의 아바타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니키타에서 등장하는 장 르노는 레옹의 프로토타입과도 같은 묘한 관계에 놓여 있다. 니키타에서 장 르노는 주인공 니키타를 돕는 침묵의 특수요원 빅터로 등장하여, 마지막에 니키타를 살리고 고독하게 죽는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의 임팩트가 매우 강해서 그랬는지, 레옹에서 거의 동일한 컨셉으로 재등장하고 있는 것. 어쨌거나 뤽 베송 감독이 자신의 감성을 장 르노라는 걸출한 배우와 신예 마틸다를 통해 뿜어낸 레옹은 세 사람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바로 이 작품을 계기로 뤽 베송은 헐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였고, 이후 헐리우드식 대중영화를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처럼 뽑아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이러니칼하게도 뤽 베송은 헐리우드 진출 이후 자신의 감성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상업성을 극대화한 오락 영화를 만들게 된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레옹 이후의 뤽 베송은 솔직히 기대보다 못 했지만, 어쨌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것 저것 다양한 테마와 주제로 뛰어난 영화를 만드는 실력은 높이 살만 하다.



#4. 레옹과 마틸다로 대변되는 인생의 소중한 가치


작품의 내면적인 요소로 들어가 보자면, 레옹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던져주고 있는 의미는 단순한 액션 그 이상이겠다. 레옹은 철저하게 독립적이고 고독한 존재이다. 하는 일이라고는 오로지 살인청부밖에 없다. 그는 도시에 살면서 한편으로는 도시에서 소외된 존재이다. 아무도 하지 않는 어두운 일을 하고, 스스로를 홀로 존재하게 한다. 그런 레옹에게 유일한 삶의 낙이라면 매일 물을 주고 햇빛을 비쳐주어야 하는 화분. 이토록 고독한 레옹에게도 소박하나마 삶의 희망이 있다는 의미이다. 화분이 암시하는 것은 레옹과 마틸다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레옹은 마틸다를 살리면서 화분까지 꼭 가지고 가도록 한다. 자기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더라도 화분은 자기를 대신해 희망을 심어줄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레옹에게 화분보다 더 실질적으로 다가온 희망이 있다면 바로 마틸다이다. 


마틸다도 가정의 불화와 학교생활의 적응 실패로 나름 나락의 삶을 살고 있었지만, 그녀에게도 남동생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레옹의 화분과 같이 마틸다에게는 남동생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틸다의 희망은 무참히 깨지고 만다. 스탠스필드에 의해 살해당한 남동생으로 인해 마틸다는 희망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또 다른 희망이 다가왔으니, 그것이 바로 레옹이었던 것.


<악역전문배우 게리 올드만의 명 연기가 일품인 레옹>



마틸다가 울먹이며 레옹에게 제발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대목에서 주의깊게 봐야 하는 것은, 레옹이 문을 열어줄 때 환한 빛이 마틸다의 얼굴을 반긴다는 것이다. 환한 빛은 일종의 새로운 희망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장치는 마지막에 레옹에게도 나타난다. 레옹이 마틸다라는 새로운 희망을 통해 삶의 행복과 의미를 깨닫게 되고, 최후의 싸움에서 오로지 마틸다 하나만을 생각하며 힘겹게 탈출하여 어두운 지하 복도를 걸어나갈 때, 레옹의 눈 앞에는 어둠 끝에서 빛나는 밝은 빛만이 보일 뿐이다. 그리고 그 끝에 다다랐을 때 레옹의 눈은 환한 빛으로 뒤덮이게 된다. 


레옹은 마틸다로 인해 점점 변해가는 일상에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것이 곧 또 다른 행복임을 깨닫게 된다. 늘 신경을 곤두세우며 총을 손에 쥔 채 자던 레옹이 처음으로 침대에서 코를 골며 잤을 때, 레옹은 그 한번의 경험으로 이내 침대를 행복이라 느끼게 된다. 재미있게도 마틸다도 반작용처럼 레옹에 의해 일상이 변하기 시작한다. 아직 주민등록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꼬마숙녀가 레옹에게 킬러의 기술을 배우게 되면서 킬러로서 변해가는 모습에서, 마틸다 역시 처음에는 어려운 적응을 보이지만, 나중에는 레옹을 놀라게 할 정도의 과감한 직업정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서 서로는 서로가 알지 못했던 세상에 대해 이해하고 다가서게 되고, 이윽고 둘 사이에는 나이를 떠나 친구로서, 그리고 이성으로서 순수한 우정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둘의 관계는 어찌보면 유치하고 어수룩하지만, 그 순수함에 오히려 더 큰 애절함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에 레옹이 스탠스 필드에게 ‘마틸다가 주는 선물’이라면서 최후의 선택을 하는 장면은 끝까지 레옹의 순수함이 마틸다에게 깃들어있음을 보여주어 더욱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홀로 남게 된 마틸다는 다시 고독한 도시의 이방인이 되어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드는 뉴욕 거리를 홀로 걸으며, 이 세상에서 믿고 의지할만한 희망이 없어진 고독한 모습을 너무나도 감성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공원에서 레옹의 화분을 묻으며 그녀 역시 레옹에 대한 순수한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과 함께 감미롭게 울려퍼지는 스팅의 Shape of My Heart는 이 작품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5. 최고의 킬러와 최고의 악당을 탄생시킨 명 배우들


고독한 킬러로서 완벽하게 변신한 명 배우 장 르노. 원래 그는 프랑스의 국민 배우이자 코미디 배우이다. 태생이 코미디는 아니지만,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벙 뜬 듯한 표정과 말투는 코미디적 요소를 200% 뻥튀기시킨 듯한 그만의 매력. 그래서 그런지 프랑스산 코미디 영화에 장 르노가 상당히 많이 출연한다. <핑크 팬더>에서도 몸개그를 펼치는 어리버리 형사로 등장하였고, <비지터>에서도 시대감각 제로의 덜떨어진 중세 기사로 등장하여 재미를 선사하였다. 하지만 니키타에서 고독한 킬러로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 데 힘입어 레옹에서 주연으로서 발군의 연기를 선보였기에, 장 르노는 필자가 손에 꼽는 명 배우의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이 장 르노를 프랑스인으로 알고 있는데, 실은 그는 스페인혈통이며 모로코 태생이다. 본명은 에스파뇰답게 후안 모레노 이 에레라-히메네즈(Juan Moreno y Herrera-Jiménez). 부모님이 모두 스페인인이며, 어렸을 적 가족이 프랑코의 독재를 피해 프랑스로 이주하면서 이후 프랑스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그때부터 배우 경험을 쌓게 되었다. 참고로 그는 스페인어, 프랑스어, 영어에 능통하다.


장 르노 못지 않게 필자가 명 배우로 손에 꼽는 배우가 이 작품에 한 명 더 등장한다. 바로 노먼 스탠스필드로 악역을 소화해낸 게리 올드만. 이 배우가 누구던가? 헐리우드의 악역 전문 배우 되시겠다. 태생적으로 까칠해 보이는 얼굴과 표정, 그리고 광기어린 연기는 그를 헐리우드 최고의 악역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본래 영국 빈민가 출신의 노동계급으로 태어나 불우한 과거사를 가진 게리 올드만은 자신이 배우의 길을 걷게 되면서 영국의 연극/영화 산업계에 뿌리박힌 계급차별에 대한 부당함으로 인해 일찌감치 헐리우드로 도피한 영국출신 배우이다. 태생적으로 비참했던 과거, 지독한 차별, 거기에 알코올 중독까지 아주 다양하게 어두운 경험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그의 연기에는 다크한 기운이 매우 잘 묻어나기도 한다.


이 배우가 맡는 악역은 신기하게도 독특한 매력이 있다. 광기어린 악역에서 나름의 카리스마와 매력을 뿜어낼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은데, 게리 올드만이 바로 그러한 명 배우이다. 그래서 작품 내내 마약에 찌들어 비리를 저지르고 악행을 일삼은 스탠스 필드도 왠지 모르게 미워할 수 없는 마력을 뿜어내고 있다. 게리 올드만의 연기 특징을 보면 진지하고 긴박한 상황에서도 정말 싸이코가 아니고서는 행할 수 없는 한결 같은 여유와 뜬금없는 표정과 대사 되시겠다. 최근에는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을 도우는 착한 형사 고든 역을 맡아 자신의 필모그라피에 최고의 선한 역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게리 올드만은 금세기 최고의 악역 전문 배우로 인정받을 만하다. 참고로 고든 역을 맡았을 때 이제 선한 역에 캐스팅되었다며 온 가족이 울었다고 한다.


<그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늘 쓸쓸해 보인다>



레옹으로 데뷔하여 일약 스타덤에 오른 나탈리 포트만은 당시 나이가 14살. 수많은 오디션 끝에 뽑혔다는 나탈리 포트만은, 뤽 베송의 말을 빌리자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소유한 흙 속의 진주 같은 존재라고 하였다. 실제로 작품을 보면 이 말을 100% 동감할 수 있을 듯. 14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발적이고 카리스마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그래서 많은 아저씨 팬들이 이때부터 원조교제에 눈을 떴는지도 모르겠다. 나탈리 포트만은 출연 당시 흡연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를 부모가 매우 반대했다고 하여 결국 담배를 가지고만 있지 피지는 않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한다. 게다가 출연 이후 수많은 성인 남성들로부터 성적 혐오감이 강한 팬레처들을 너무나도 많이 받아서 어린 나이에 정신적 후유증이 매우 컸다는 후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정신줄 놓지 않고 잘 자란 덕에 미모도 으뜸이고 두뇌회전까지 으뜸이라서 하버드 대학에 입학하는 그야말로 엄친녀스러운 매력을 발산해주는 나탈리 포트만. 아무리 엠마 왓슨이 어린 나이에 강렬한 매력을 뿜어냈다고는 하지만, 필자 생각으로는 나탈리 포트만만큼 큰 임팩트는 없었다는 느낌이다. 


참고로, 재미있는 사실 하나 얘기하자면, 뤽 베송이 영화의 한 장면에 깜짝 출연한다. 토니의 레스토랑 밖으로 보이는 거리에서 서성이는 남자 중 한 명이 뤽 베송 자신이니, 한번쯤 유심히 살펴보는 재미도 있겠다. 



#6. 한국과 악연이 되어버린 레옹


레옹이 개봉되던 시기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극장 상영시간에 맞춘다는 핑계로 대폭 삭제된 버전이 상영되었는데(실제로는 미성년자가 살인 기술을 배운다는 내용이 심의에 걸렸기 때문), 레옹과 마틸다가 킬러업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하는 약 26분의 장면이 통째로 날라갔더랬다. 이러한 처사 때문에 당시 뤽 베송이 한국 영화산업에 적잖게 실망을 하였다는 후문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뤽 베송의 다음 작품인 <택시>에서는 한국인이 매우 추잡하게 그려지며 등장하는데, 아마도 복수의 목적이 있지 않은가 하는 소문이 많았다. 어쨌거나 뒤이어 디렉터스컷으로 26분이 추가되어 완전판이 다시 나왔고, 이를 보고서야 뒤늦게 레옹과 마틸다가 어찌 그리 급 친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애초부터 완전판이 개봉되었던 일본과 홍콩에서는 초대박이 나서, 각종 아류작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였고, 특히나 주성치의 <홍콩 레옹>은 레옹의 대표적 패러디물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꼬마돼지 레옹>도 있는데, 이는 안 보느니만 못하니 예외로 하겠다. 



#7. 프랑스 영화 음악의 거장 에릭 세라


이 작품에서 또 하나 엄지손가락을 높게 치켜세우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음악. 감성적인 비주얼도 대단하지만 감성적인 음악도 그야말로 빤타스틱하다. 그 중심에는 바로 감성OST의 대표 주자 에릭 세라가 있다. 에릭 세라는 뤽 베송과 <그랑 블루>, <니키타> 등을 작품을 통해 함께 하면서 비주얼과 음악의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내 왔던 뤽 베송 사단의 숨은 명장이다. 레옹에서도 중간 중간 녹아드는 감성적인 선율은 어쩌면 이토록 도시의 고독한 일면을 잘 드러내고 있는지 싶을 정도로 놀라울 따름이다. 


레옹 OST는 지금은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정말 반드시 소장해야 하는 영화 OST 타이틀 중 하나일 것이다. 엔딩 크레딧에서 주옥 같은 음악으로 전 세계 팬들을 눈물 바다로 지었던 스팅의 Shape of My Heart은, 원래 스팅의 앨범에서 그리 큰 빛을 보지 못한 음악인데 이 영화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오죽하면 스팅의 스 자도 모르던 국내 팬들이 이 노래는 전부 알고 있을 정도이다. 참고로, 레옹 OST 앨범에는 스팅의 이 노래는 삽입되어 있지 않으므로, Shape of My Heart를 듣고 싶으면 스팅의 앨범을 따로 사서 들어야 한다. 


레옹이 개봉된 이후 그 놀라운 인기에 편승하여 <레옹 2>가 개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레옹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원제는 <와사비>라는 작품이다. 장 르노가 등장하지만 레옹 같은 킬러가 아니고, 형사로 등장하여 일본에서 마틸다 비스무리하게 컨셉잡은 여자애와 만나 어쩌구 저쩌구 한다는 내용이다. <레옹 2>라는 제목은 그야말로 떡밥에 불과하니 절대 원 작품과 연계하여 보지 말 것을 권한다.


<저녁 노을이 비추는 도시의 소리없는 그림자처럼 고독하기 그지없는 레옹>



#8. 영화를 통해 고독을 느끼다


우리는 오늘도 또 힘든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내가 지금 어디를 걷고 있는지,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내가 왜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수많은 군중 속에 파묻혀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상실감을 느끼고 고독이 온 몸을 사무칠 때, 빌딩숲 사이의 저녁 노을을 바라보라. 레옹이 그러했듯, 마틸다가 그러했듯, 극도의 정말과 고독 속에서도 우리는 아주 자그마한 삶의 희망이라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고, 결말도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이라 할 지라도 절대 희망을 포기하지는 말자. 레옹이 마틸다에게 비추어 준 밝은 빛과도 같은 그 무언가가 우리를 반겨줄 테니.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인: 최후의 결사단 (十月圍城: Bodyguards And Assassins)  (0) 2016.02.15
팬도럼 (Pandorum)  (0) 2016.02.02
허트 록커 (The Hurt Locker)  (0) 2016.01.08
엽문 (葉問)  (4) 2016.01.07
셔터 아일랜드 (Shutter Island)  (0) 2016.01.05
블로그 이미지

미까

후덜덜할 정도로 집요하고도 상세하게 스포까지 좔좔좔 유출해 버리는 무시무시한 영화 리뷰 블로그!!! 그러나 주인장은 참으로 게으른 것이 함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