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필자가 2009년 7월에 구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히트 (Heat)
세상에는 선과 악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선하고, 누군가는 악하다. 하지만 선한 사람이 반드시 올바른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며, 악한 사람이 반드시 잘못된 삶을 보여주지만은 않는다. 홍길동과 로빈 후드를 보더라도 그들은 비록 약탈이라는 악한 짓을 했지만, 삶의 방식이나 목적은 참으로 선한 것이었다.
윤리와 도덕이라는 기준 사이에 존재하는 모호한 개념으로 인하여 우리는 이러한 딜레마를 겪게 된다. 무엇이 과연 더 나은 삶일까? 여기 그러한 딜레마를 품고 사는 두 명의 사나이의 이야기가 있다. 범죄라는 악을 처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가정은 파탄지경까지 몰고 가는 열혈 형사와, 비록 먹고 살기 위해 은행을 털지만 낭만적인 사랑도 하고 세상을 똑바르게 바라보고자 하는 정의파 범죄자. 이 두 사나이의 대결과 우정을 그린 초절정 서스펜스 액션 로드무비 <히트>!! 영화 제목처럼 흥행에서도 대박 히트를 친 <히트>를 리뷰하고자 한다.
<뭐가 뜨겁다는 건지 궁금증을 잔뜩 불어일으키는 포스터>
#1. 스토리 - 두 남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우정
그럼 작품을 해부하기 전에 먼저 스토리부터 살펴보자. 어둠이 짙게 깔리고 사람들이 북적대는 모노레일역. 진지한 표정의 중년 남성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닐 맥컬리(로버트 드니로). 그는 이어 근처의 병원으로 들어가 의사인척 흉내를 낸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앰뷸런스를 훔쳐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이번에는 긴 머리를 휘날리는 건장한 사내가 철물점 비슷한 곳에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크리스 쉬헐리스(발 킬머). 그는 이상한 도구들을 구매하고는 그 즉시 자리를 떠난다.
한편 침대에서 뜨거운 정사를 나누고 있는 아저씨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LA 경찰국이 자랑하는 만능범죄해결사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 수사반장이다. 빈센트는 이혼 후 두 번째로 만난 부인 저스틴 한나(다이안 베노라)와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저스틴의 딸인 로렌(나탈리 포트만)에 대해서는 아빠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0점짜리 가장. 빈센트는 늘 업무상 호출이 있으면 만사를 팽개치고 달려가기 바쁘다.
한편, 닐의 동료인 마이클 셰리토(탐 사이즈모어)는 알바로 고용한 와인그로(케빈 게이지)를 데리고 닐이 주도한 작전을 시작하게 된다. 닐, 마이클, 크리스, 트레조(대니 트레조), 그리고 알바생 와인그로가 꾸미는 계획은 바로 현금수송차량 탈취 작전. 완벽한 계획으로 인하여 성공적으로 차량 내에 있던 모종의 채권을 회수하지만, 개념없는 알바생 와인그로가 욱하는 바람에 수송경비원을 사살하는 사고를 치고 만다. 어떠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살인만은 하지 않는 것이 모토인 닐의 작전에 찬물을 끼얹고 만 와인그로는, 이 자그마한 실수가 엄청난 사태를 몰고 올 것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
<천재적인 감각과 냉철한 상황판단은 100점, 하지만 가정관리는 0점인 빈센트 한나>
사건 현장에 도착한 빈센트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감각으로 사건의 세부 항목을 추리하고, 부하인 드러커(마이켈티 윌리엄슨)와 카잘스(웨스 스터디)를 시켜 의심가는 곳을 전부 조사하도록 시킨다. 그리고 사건 당시 주변에 있던 거지로부터 “촉새”라는 호칭을 들었다는 결정적 제보를 얻고 사건의 실마리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한편 작업을 끝낸 닐 일행은 작업판을 깽판으로 만든 와인그로를 작살내려다 순간의 방심으로 놓치고 만다. 와인그로는 그렇게 줄행랑을 치고, 이를 놓친 닐 일행은 결국 각자의 몫을 챙기고 흩어진다. 한편 닐이 신임하는 크리스는 아직 머리에 피도 안마른 개념없는 인간. 그래서 초절정 미인 마누라 샬렌(애슐리 쥬드)을 두고도 매번 개망나니 짓만 하고 다닌다. 그래도 매번 이 둘의 사이를 챙겨주는 것은 따뜻함 마음씨를 가진 닐이었던 것. 그러한 닐이기에 언뜻보면 절대 범죄자처럼 생기지 않고, 젠틀한 아저씨처럼 생겼더랬다. 그래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여인 이디(에이미 브랜먼)를 보고 그만 사랑에 빠져버리고 만다. 이 늙다리 아저씨와 젊은 처자의 만남은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겠지만, 어쨌든 닐은 이게 왠 봉이냐 생각하며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만남을 발전시키게 된다.
닐이 달콤한 사랑에 취해 있을 때 빈센트는 뼈빠지게 고생하고 있으니. 온갖 정보력을 동원해 결정적 제보를 할 수 있다는 사람을 찾아 갖은 협박을 가한다. 그것이 빈센트만의 노하우였던 것. 이번에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깨끗한 인품과 마인드로 완전범죄의 새 지평을 연 또 하나의 천재 닐 맥컬리>
한편 도널드(데니스 헤이스버트)라는 가석방 죄수가 새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햄버거 가게를 찾는다. 이 친구 알고봤더니 닐과 교도소 시절 알고 지냈던 사이. 이제는 손 씻었다며 여친과 함께 새로운 삶을 꾸려나갈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 개과천선형 인간이 되었다. 반면 아직도 개과천선이 까마득한 크리스를 위해 닐은 직접 찾아가서 샬렌과 화해를 시켜주려고 노력하고, 이 과정에서 샬렌이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샬렌도 평범한 삶을 원했던 것.
노하우를 통해 결정적 제보자를 찾아간 빈센트는 또 협박과 폭력을 행사해서 모종의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지인의 이름이 마이클 셰리토라는 결정적 제보를 얻게 된다. 조사 결과 엄청난 흉악 범죄자였던 것. 이로 인해 닐 일행의 정체를 서서히 밝혀가는 빈센트.
이러한 사실도 모르는 닐은 일단 지난 번 범죄에서 얻은 채권을 로저 반 잔트(윌리엄 피츠너)라는 자에게 팔 것을 제안한다. 원래 주인이던 반 잔트는 결국 채권회수를 위해 닐과 거래할 것을 약속하지만, 약속장소에 나타난 것은 닐을 죽이려는 반 잔트의 하수인들. 결국 사태를 수습하고 위기에서 탈출한 닐은 반 잔트에게 배신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할 것을 당부한다.
어쨌든 채권도 그래도, 돈까지 덩달아 챙긴 닐 일행은 돈을 나눠가지며 가족들끼리 회포를 푸는 시간을 마련한다. 모두 가족이 있지만 혼자 홀아비인 닐. 결국 이디에게 전화를 해서 그 외로움을 달랜다. 한편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빈센트와 강력수사반원들. 모든 멤버들의 신원을 파악했지만, 유독 닐에 대해서만은 정보가 없었던지라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놀라운 직감의 빈센트답게, 이 자가 실질적인 두뇌가 아닌가 하고 눈여겨보게 된다.
<만나는 남편마다 어딘가 심히 부족한 비운의 여성 저스틴 한나. 필자의 이상형인 이OO과 심히 닮았다!!>
어쩌다 운 좋게 도망친 와인그로는 여전히 정신줄 못 놓고 콜 걸이랑 놀아 제끼다가 결국 그 성질 못 버리고 콜걸을 살해하고 만다. 이 때문에 빈센트는 사건 현장 분석을 통해 와인그로의 실마리도 잡아가게 된다. 하지만 빈센트를 원하는 또 다른 인물이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빈센트의 새 마누라인 한나. 한나는 갈수록 방황하는 딸 로렌과 겉으로만 맴도는 빈센트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든 여인. 결국 빈센트 앞에서 고민을 털어내고 만다. 이에 빈센트도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위로는 커녕 서로 상처만 주고 만다.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는 닐 일행. 돈이 궁했는지 다시 큰 건수를 하나 시작했다. 야밤에 금고를 터는 일. 이번에도 계획대로 척척 되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빈센트가 몰래 숨어서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금고를 터는 순간 현장범으로 체포할 생각으로 감시를 하고 있었지만, 그만 부하의 실수로 소리가 나게 되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닐이 그대로 작전을 포기하고 돌아가 현장범으로 체포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 일로 인하여 닐도 누군가가 자기들을 쫓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 대상이 누구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사실 알 파치노가 이토록 강인하게 등장한 적은 이 작품 전후로도 없었던 것 같다>
한편 크리스의 마누라인 샬렌의 새 남친을 포획하는 데 성공한 빈센트는 그자를 이용해서 샬렌에게 협조를 권유하고 이를 통해 크리스를 잡을 수 있도록 작전을 꾸민다. 그리고 뒤이어 거대한 컨테이너들이 즐비한 부두에서 모종의 계획을 꾸미는 듯한 닐의 일당들을 몰래 감시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 곳에서 무슨 계획을 꾸몄는지는 몰랐던 빈센트. 그들이 있었던 장소에 가서 나름 롤플레잉을 통해 닐의 생각을 따라가려 하지만, 이내 빈세트는 그것이 닐의 함정임을 알게 된다. 바로 그것은 빈센트의 얼굴과 정체를 알고 싶었던 닐의 감쪽같은 속임수였던 것. 이렇게 해서 드디어 그 둘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그 뛰어난 능력과 직감에 감탄해 마지 않게 된다.
제대로 뚜껑 열린 빈센트. 이제 까발려질 대로 발려졌으니 잃을 것이 없었던 그는, 기어이 닐의 차를 쫓아 그 뒤를 달리게 된다. 도로에서 닐의 차를 멈춰 세우고 자신을 소개하며 따라올 것을 권유하는 빈센트.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둘은 범죄자와 형사로서의 신분을 뛰어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서 진솔한 얘기를 나누게 되고, 서로의 처지와 고민거리를 솔직히 털어놓음으로써 둘은 어느덧 라이벌로서의 우정이라는 것이 샘솟게 된다. 반드시 닐을 자기 손으로 잡고 말겠다는 빈센트, 그리고 끝까지 잡아보라고 하는 닐. 그 둘은 그렇게 운명적인 만남을 뒤로 한다. 하지만 사무실에 돌아온 빈센트는 그 모든 것이 닐의 계략이었음을 알고, 닐의 일행이 모두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게 된다. 한 방 제대로 먹은 빈센트.
<라이벌이자 친구라는 모순적 관계를 맺게 되는 두 사나이. 어쩌면 둘에게는 서로가 필요했단 사이였는지도>
한편 닐에게 협박으로 시달리는 반 잔트에게 용병 경호원이 나타나는데, 그가 바로 알바 전문 와인그로. 와인그로는 닐을 잘 안다면서 반 잔트를 안심시키고 특별 경호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닐이 빈센트를 속이면서까지 계획했던 작전은 바로 은행 털이. 대낮에 은행에 쳐들어가서 금고에서 돈을 닥치는 대로 긁어 모으고 나온다는 간 큰 작전이었던 것. 양복 차림에 완전군장이라는 엽기 패션으로 은행을 성공리에 턴 닐과 일행들. 하지만 직감적으로 은행을 털 것을 느꼈던 빈센트는 급히 은행으로 향하고, 가장 마지막으로 썩소를 날리며 은행을 나오는 셰리토와 마주치면서 대낮 시가지 총격전이 펼쳐지게 된다.
대테러 진압 작전을 능가하는 무수한 총격적인 이루어지고, 여러 시민과 경찰이 사상하는 가운데, 햄버거 가게 때려치우고 한탕 노리던 도널드가 운전수 역할 하다가 총알 세례를 받고 세상 하직하고, 닐의 일행인 셰리토가 빈센트의 일격에 사망하게 된다. 그리고 크리스도 목에 심각한 부상을 당하게 되지만, 닐의 도움으로 겨우 그곳을 탈출하게 된다.
병원에서 겨우 응급처치를 받은 크리스는 닐의 말에 따라 샬렌에게 가기로 하고, 닐은 미행때문에 작전에서 빠졌던 트레조를 만나러 갔다가 그가 거의 묵사발이 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트레조를 개떡으로 만든 범인은 바로 와인그로. 닐은 친구 트레조의 고통을 마감시켜 주고, 와인그로에게 복수의 칼날을 세우게 된다. 먼저 목표는 반 잔트. 그의 별장에 침입한 닐은 반 잔트를 친히 자연으로 회귀하게 만들고, 와인그로를 작살내기 위해 뒤를 쫓는다.
<양복 차림에 완전 군장이라는 테러 패션의 새 지평을 연 시가지 총격전 장면>
<참 싸가지없게 나오지만 차세대 액션 스타로서의 입지를 마련한 발 킬머>
#2. 두 캐릭터가 선보이는 선과 악의 모호한 설정
장장 180분에 달하는 런닝타임을 자랑하는 히트의 스토리를 알아보았다. 어느 한 부분도 군더더기 없이 핵심적인 내용 위주로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핵심만 간추린다고 해도 상당한 분량이 된다. 그만큼 아주 탄탄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압권인 작품.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겠다. 첫째, 사나이의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와 캐릭터간의 관계, 둘째, 실전을 능가하는 초절정 총격 액션, 셋째, 초호화 캐릭터들의 무더기 등장. 이 중에서 먼저 사나이의 심금을 신라면 저리가라 할 정도로 울리는 스토리를 평가해 보자.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이 작품은 닐과 빈센트라는 너무도 상반되는 두 캐릭터간의 관계를 메인으로 하고 있다. 범죄자이지만 애정많고 마음씨 좋고 젠틀한 닐, 그리고 강력계 형사이지만 0점짜리 아빠에 무뚝뚝하고 과격하기 짝이 없는 빈센트. 참으로 역설적인 두 캐릭터의 갈등은, 범죄자와 형사라는 피할 수 없는 갈등의 연결 고리 속에서도, 서로의 단점을 통해 위안을 삼고 위로해주는 보완적인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특히, 빈센트가 닐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장면에서는, 그 어떠한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오랜 친구 같은 두 사람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듯한 그리운 감정이 느껴진다. 원래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고 하지 않았던가. 애초에 닐을 예의주시했던 빈센트는 그가 역시 보통 범죄자가 아님을 깨닫게 되고, 라이벌의식을 느끼면서 동시에 어떠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닐 역시 자신을 쫓는 빈센트를 통해 긴장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는 자신을 인정해주는 유일한 친구를 만난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닐이 웃으면서 빈센트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래서 늙다리 남자랑 함부로 사귀는 것은 좋지 않다는 교훈을 선사한 이디>
어쨌든 닐은 결국 불행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랑을 하게 된 것이고, 빈센트는 불행 끝에 겨우 희망이라는 단어를 찾게 됨으로써 서로 모두 제로 상태로 수렴하게 되는 듯 하다. 그 때문에 누가 더 잘 났고 못 났는가, 누가 더 행복했고 불행했는가에 대한 논의는 결국 무승부로 나게 된다는 것. 그렇더라도 결국 선이 승리한다는 약간의 논리가 적용되는 것에는 어쩔 수 없었던 처사인 듯.
#3. 역대 최고의 도심 총격씬
두 번째로 꼽은 초절정 액션 장면은 그야말로 감독인 마이클 만의 주특기. 그 중에서도 <히트>에서 그려진 시내 총격적인 최고의 연출을 자랑한다. 모든 배우들이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감 속에서 연기를 펼쳐냈고, 실제와 동일한 총기를 사용해 실탄이 튀고 차량이나 건물이 부서지는 강렬한 액션을 선보인다.
게다가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바로 뛰어난 음향효과. 실제 총이 발사될 때의 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크다. 군대 다녀온 대한민국 남아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필자처럼 사격장에서만 살았던 사람으로서는 오히려 그 커다란 총소리가 그리운 법. 아무튼 영화에서는 이러한 총 소리가 너무도 크기 때문에 일부러 줄여서 녹음한다. 그렇기 때문에 총격전 상황에서도 배우들이 떠들고 자시고 하는 등의 엽기적인 행각이 가능하고, 더욱이 관객들이 아주 차분히 액션신을 즐길 수 있었던 것. 하지만 히트에서는 100% 여과없이 실제 현장의 소리를 담았기에 엄청나게 울려퍼지는 총 소리를 정말 실감나게 들을 수 있다. 5.1채널 돌비 서라운드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그야말로 내가 시가전의 현장 한 가운데에 있을 정도의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준. 히트의 액션신은 이후에도 능가하지 못했던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손꼽히는 정말 대단한 명장면이다.
<당시 미모로 따지면 베스트 순위에 드는 애슐리 쥬드>
#4. 엑스트라마저 후덜덜한 캐스팅
세 번째로, 초호화 캐릭터들의 벌떼스러운 캐스팅. 배트맨 다크나이트에도 유명 배우들이 벌떼같이 등장하지만 그처럼 까메오 연출은 아닌 순수 메인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것이 <히트>의 매력.
카리스마 배우로 양대 산맥을 자랑하는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함께 등장하는 것만 해도 이미 이 작품은 기가톤급 블록버스터였더랬다. 거기에 당시 차세대 스타로 떠오르고 있던 발 킬머를 비롯해 초절정 조연배우 탐 사이즈모어와 개성파 배우 대니 트레조가 등장하고, 미모 하면 저리가라 할 정도의 애슐리 주드와 나탈리 포트만이 여성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남자들의 눈동자를 즐겁게 해줬더랬다. 여기에 존 보이트, 다이엔 베노라, 웨스 스터디, 윌리엄 피츠너, 톰 누난 등이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감칠맛나는 연기까지 모두 개성있게 소화해줘 그야말로 조연마저도 빛나는 영화로 평가받게 되었다.
이 작품이 배우들에게 끼친 영향도 매우 큰 것 같다. 이 작품에서 알 파치노가 보여준 독선적이고 강렬하면서 냉철한 형사의 모습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던지, 이후의 액션 영화에서 알 파치노가 보여주는 역할이 빈센트 한나와 거의 비슷하다. 냉철하고, 놀라운 본능적 직감을 가지고 있으며 초절정 카리스마로 일을 처리하는 무서운 탈을 쓴 선의 집행자. 알 파치노를 명 배우로 탈바꿈시켜 준 <대부>에서도 이토록 차갑고 무서워보이지는 않았더랬다. 하긴 그때는 이토록 빼빼마르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차가워지고 강렬해지는 눈빛과 카리스마는 알 파치노를 필자의 3대 명 배우 중 한명으로 꼽게 만든다.
로버트 드니로도 요새는 푸근한 아버지 역할로 자주 나오는 듯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덕에 이후에도 종종 비슷한 열혈 캐릭터를 많이 맡았더랬다. 하지만 확실히 알 파치노와는 달리 어딘가 정감있고 여유있는 카리스마를 보여줌으로써 확실히 <히트>에서 서로 상반되는 두 캐릭터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범죄자라고 감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하고 인정많은 닐>
#5. 액션+우정+감성 = 대박 히트
히트는 90년대를 대표하는 액션 영화 중 가장 감각적인 스토리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특히나 엔딩 장면을 수놓은 닐과 빈센트의 공항 신은 최고의 엔딩장면 베스트 순위에 뽑히기도 하였을 정도로 감각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다. 싸움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이라는 단어를 여자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쨌든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이보다 더 진하고 감동적인 우정은 없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서 왠지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은 그 진하고도 안타까운 우정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지도.
<거의 띠동갑 커플이지만 둘은 은근히 잘 어울린다. 어쩌면 티격태격해도 그것이 천생연분일지도>
어쩜 이토록 멋진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면, 그 중심에 마이클 만 감독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친구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도 있겠지만, 워낙 많은 작품을 만든 헐리우드의 유명 감독이긴 하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이 친구의 작품은 대부분이 범죄자와 형사 혹은 특수요원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퍼블릭 에너미>, <콜래트럴>, <FBI>, <인사이더> 등의 작품을 보면 우습게도 <히트>와 비슷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풀어나가는 내용이나 구조는 전혀 다르지만, 이 감독은 서로 갈등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간의 관계에서 갈등이 아닌 다른 요소로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을 재미로 삼고 있는 듯싶다.
그리고 <라스트 모히칸>을 비롯해 몇몇 액션신이 강렬한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감독의 특징 중 하나가 정말 리얼한 액션이다. 일단 밋밋한 액션은 절대 배제를 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마이클 만이 만드는 작품이라면 액션에 있어서는 기대해 볼만 하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에는 <핸콕>을 만들어서 이 친구 SF와 코미디에도 일가견이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원래 태생은 철저한 드라마를 추구하는 감독이다. 특히 <알리>에서 보여준 감동 실화는 이 감독이 어떠한 작품을 만들던지 나름의 감동 철학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감동과 여운이 남는 감각적인 액션영화가 되는 것이다.
<보면 볼수록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시가지 총격전 장면. 정말 대단하다!!!>
#6. 오직 사나이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코드
이 작품을 필자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멋진 야경과 고독한 선율이 울리는 영상미. 고독과 야경이라는 두 가지 코드를 너무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이 두 가지 요소는 그야말로 백미라고 할 수 평할 수 있겠다. 닐과 이디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라던지, 고독한 느낌을 듬뿍 선사해주는 야경의 시퀀스는 그야말로 환상적. 이 때문에 더더욱 사나이들의 고독을 필자가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빈센트가 닐을 쫓기 위해 헬기로 도시의 밤 하늘을 나는 시퀀스는 그 감각적이고 고독한 특유의 연출 탓에 <공각기동대>에서 오시이 마모루가 차용했을 정도로 매우 감각적인 영상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빈센트의 고독이 물씬 풍기는 시퀀스. 한편 오밤중에 코리아타운 나들이 인증하고 있는 빈센트>
일생을 살면서 과연 나에게는 닐과 빈센트의 관계 같은 특별한 친구가 있을까? 필자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늘 고민해 본다. 옛말에 “인생에 있어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한 명의 친구라도 만든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고 하였다. 관중과 포숙아의 관포지교의 고사도 그러한 것을 말하고 있을 정도이다. 닐과 빈센트도 서로의 신분과 처지를 초월하여 서로를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었기에 둘은 마지막에 진정한 친구로 남을 수 있었다. 필자도 그러한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것을 하나의 소망으로 삼는다. 아니, 그보다도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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