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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필자가 2009년 8월에 구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2 (Night At The Museum 2: Battle Of The Smithsonian)



#1. 어렸을 적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 영화


어렸을 적 TV와 책으로만 보던 세상의 여러 신기한 것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꿈과 소망이 있었더랬다. 그러한 꿈을 실현시켜주는 유일한 것은 바로 박물관이었고, 필자는 보통 박물관에 가면 남들은 정신없이 뛰어놀기 바쁠 때 혼자 1~2시간씩 박물관의 전시물들을 구경하는데 정신을 쏟아 부어버리곤 하였다. 박물관의 모든 것들은 그야말로 필자의 상상력이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 그 자체였다. 단지 유리창 너머에 놓여 있는 물건들만 바라보더라도 필자의 마음은 벅참과 설렘으로 그득할 뿐이었다. 


그런데, 박물관의 모든 것들이 실제로 살아 움직인다면, 그리고 실제 인물이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말한다면 더더욱 어떤 느낌일까? 그야말로 인류의 역사를 송두리째 뒤집어버릴 수도 있는 이러한 상황이 한 편의 유치 찬란한 영화에서 펼쳐졌으니, 그 작품이 바로 <박물관이 살아있다> 되겠다.


<포스터만 보고 있노라면 허벌나게 화려한 등장인묻들이라고 생각할지도>



이번에 개봉된 <박물관이 살아있다 2>는 지난 1편이 대박 흥행을 기록한 데 힘입어 보다 스펙터클하고 장대한 스케일로 무장하여 제작된 속편이다. 그럼 먼저 1편을 살짝 건드리고 가보자. 1편의 내용은 영화의 주인공 래리 댈리의 드라마틱한 삶의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매일 쓸데없는 아이템 발명만 하다가 쫄딱 망한 래리는 결국 참다못해 집을 나간 아내를 대신해 하나 남은 아들을 위해 직장을 구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러다가 힘겹게 구한 직장은 모두가 기피하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야간 경비원. 커다란 포부를 안고 첫 날 근무를 시작한 래리는, 선배 경비원 3인방으로부터 ‘절대 모든 것들을 박물관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는 아리송한 충고를 듣는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고 치부하고 야간 경비를 시작한 래리.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밤만 되면 박물관 안의 모든 전시물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이 아수라장 속에서 래리는 보릿자루 꿔다 놓은 것처럼 아무 것도 손을 쓰지 못하고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지만,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루즈벨트 밀랍인형의 조언을 통해 서서히 사태를 진정시켜 나가게 된다. 


어째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알고보니 비밀은 저주받았다고 알려진 고대 이집트의 아크렌마의 석판 때문이었다. 그 석판의 저주로 인하여 밤만 되면 모든 전시물이 꼬물딱 댔던 것. 점차 이런 상황에 적응하기 시작한 래리는 이제 완벽한 경비원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바로 선배 경비원 3인방의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 그들은 일부러 래리에게 자리를 내주고 도와주는 척 하면서 사실은 래리의 짓으로 꾸미고 박물관의 물건을 빼돌리려 했던 것. 하지만 래리와 아들의 활약과 전시물들의 도움으로 사태를 해결하고, 래리는 박물관에 다시 평화를 가져온다.


<손전등으로 악당도 때려잡는 능력을 가진 슈퍼경비원 래리>



#2. 스토리 - 더 커진 공간에서 펼쳐지는 더 엉망진창인 전시물 보존 미션


1편에서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황당한 시츄에이션을 참으로 더더욱 어처구니없게도 태연히 받아들이고 적응한 래리의 행동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영화. 이제 그 2편에서는 얼마나 더 어처구니 없고 황당하게 변했는지 살펴보자. 


1편에서 박물관 난동사건으로 홀라당 짤려버린 래리(벤 스틸러)는 새로운 발명품이 대박을 터뜨리자 일순간에 잘 나가는 사장님으로 급부상하였다. 그래도 아직 박물관 친구들이 그리운 래리는 틈만 나면 자연사 박물관에 찾아와 밤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것. 그러던 어느 날 자연사 박물관이 재정위기로 인하여 모든 전시물을 미국 최대, 아니 세계 최대라는(정말?)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이관하기로 결정하고, 모든 전시물들이 꾸러미 신세가 되고 만다. 모두와 작별인사를 하는 래리. 


하지만 꼬마 인형 제레디아(오웬 윌슨)로부터 저주를 달고 사는 아크멘라의 석판이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같이 딸려갔다는 긴급 전화를 받고 래리는 질겁을 한다. 이제 래리는 홀홀단신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향하고, 이미 전시물의 비밀을 알고 있는 아들래미의 도움을 받아 미션 임파서블을 능가하는 작전을 펼치며 스미소니언 박물관 지하 보관실로 잠입하게 된다. 그곳에서 래리는 묘한 상황을 보게 되는데, 어떤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고대 이집트 복장을 한 인형들이 컨테이너를 향해 창을 치켜들고 있었던 것. 그 안을 보니 자연사 박물관 친구들이 아크멘라의 석판을 필사적으로 지키는 형상이었더랬다. 래리가 힘겹게 아크멘라의 석판을 꺼낸 찰나 박물관에 밤이 찾아오면서 순간 모든 전시물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고, 고대 이집트인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인물이 갑자기 래리에게 석판을 달라고 한다. 


자신을 카문라(행크 아자리아)로 소개한 그 인형은, 아크멘라의 석판을 이용하여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더랬다. 하지만 그냥 당할 래리가 아니다. 래리는 특유의 잔꾀를 내어 카문라를 속이고 도망을 친다. 도망을 치던 도중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승리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는 조지 커스터 장군(빌 헤이더)이 나타나 래리를 도우지만, 알고보니 이 인간도 말만 많고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속 빈 강정이었던 것. 오히려 미모의 여인이 나타나 래리를 도와주게 되는데, 그 여인이 바로 최초의 여자 비행사로 이름을 남긴 아멜리아 이어하트(에이미 애덤스)였다.


<소싯적에 까스통좀 배달해 보셨다는 조지 커스터 장군>



한편 카문라는 역사적 악당 또는 폭군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데, 러시아의 차르였던 폭군 이반(크리스토퍼 게스트)과 프랑스의 나폴레옹(알랭 샤바), 그리고 전설의 마피아 알카포네가 카문라의 똘마니들이 된다. 카문라가 전 세계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에 홀라당 부하가 된 세 무리는 카문라의 지시에 따라 래리를 쫓게 된다. 


컨테이너 안에서 죽때리고 있던 자연사 박물관 멤버들은 엉겁결에 끼여든 조지 커스터 장군 때문에 개판 오분전이 되고, 참다 못한 제레디아와 옥타비우스(스티브 쿠건)는 단 둘이 컨테이너를 빠져나가 래리를 도우려하지만, 제레디아는 되려 알카포네의 부하에게 딱 걸려서 카문라에게 끌려간다. 이리 저리 열심히 도망치던 래리도 결국 악당 똘마니 3총사에게 붙잡혀 카문라에게 끌려오게 되고, 카문라는 자신을 도와 세계를 지배하게 해줄 지옥의 사자들을 불러오기 위한 지옥의 문을 열기 위해 아크멘라의 석판을 문 입구에 설치한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지옥의 문을 여는 비밀번호를 까먹었던 것. 결국 카문라는 제레디아를 모래시계에 가두어두고 래리로 하여금 1시간 내로 석판의 비밀번호를 알아오라고 지시한다. 


일단 래리는 석판을 가지고 다시 나오지만, 문제는 어디에서 석판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가 하는 것.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물어보고 별 짓을 다하지만, 결국 답을 준 것은 아인슈타인 인형. 답을 알아낸 래리. 하지만 이대로 순순히 답을 알려줄 수는 없었으니, 열심히 쫓아오는 카문라의 부하들을 피해 링컨 동상의 도움으로 몸을 숨기게 된다. 하지만 그도 잠시, 계속 쫓기게 되는 래리 일행은 이어하트의 도움으로 종이로 만든 라이트형제의 비행기를 타고 박물관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역사상 가장 작은 정복자로 유명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1편에서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주었던 루즈벨트 영감. 원조교제를 꿈꾸기도 한다>



#3. 어디까지나 어린이 관객들에게 초점을 맞춘 가족 영화


스토리만 봐도 딱 초글링들의 눈높이에 맞춘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아이들에게 동심과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스타일 아니겠는가. 그만큼 볼거리에 있어서 유치쌈뽕할 수 있지만 나름의 재미도 있는 법이다. 일단 재미있는 요소를 찾아본다면, 뭐니뭐니해도 역사적으로 유명한 박물관 인형들이 실제로 살아 움직인다는 요소이겠거니. 이미 1편에서도 테오도르 루즈벨트와 제레디아, 옥타비우스, 칭기즈칸, 인디안 소녀 사카주웨아 등이 그야말로 생(生)쇼를 펼치면서 톡톡한 재미를 안겨주었는데, 2편에서는 여기에 더해서 알 카포네, 나폴레옹, 이반 대제, 이어하트, 커스터 장군 등이 더 심각한 막장 쇼를 선사한다.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모습이 실제로도 그러했을까 라는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이긴 하다. 


또 다른 재미는 영화 속의 모든 상황이 하나같이 초글링스럽다는 것이다. 즉, 진지하고 엄숙하거나 장엄해야 할 상황에서 그 반대로 무척 가볍고 유치한 농담과 개그로 범벅을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형 링컨 동상이 링컨이라는 무게감을 벗어던지고 비둘기 똥에 의한 노이로제로 투덜대는 모습이라던지, 자칭 악당이라는 카문라는 위엄을 보이거나 사악한 기운을 뿜어내야 하는데 철부지 꼬맹이처럼 투덜대고 썰렁한 개그나 날리는 모습이 그렇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동상은 계속 "생각 중, 생각 중”만 외치다가 옆의 여인상을 보고 근육이나 뽐내면서 작업질이나 하는 캐릭터로 나올 정도면 다른 캐릭터들의 짓거리는 안 봐도 감이 빡 오지 않는가? 


래리 댈리 역을 맡은 벤 스틸러의 개그도 여전하다. 벤 스틸러 특유의 능청맞고 여유 넘치는 개그는 이 기묘하고도 괴상망측한 상황에서도 전혀 흐트러짐 없는 형태로 표출된다. 즉, 상식을 뛰어넘는, 아니 엄밀히 말하면 상식에도 낄 수 없는 상황 연출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어른들 입장에서는 기가 차서 웃는 웃음이요, 아가들 입장에서는 지네들 수준에 맞아서 웃는 웃음이 마구 쏟아지는 것이다. 



#4. 스케일은 커졌지만 흥행에서는 비참해진 비운의 속편


뭐 일단 1편이 이러한 요소로 인해 대박을 쳤더랬다. 벤 스틸러 특유의 코믹 스타일과 동심을 자극하는 호기심이 절묘한 조화를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2편에서도 그대로 적용한 그 코드가 과연 또 한번의 대박을 터뜨려주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이다. 늘 그렇듯이 1편의 코드를 그대로 따라하는 2편은 1편만큼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번 2편도 1편의 코드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단지, 악당이라고 불리우는 존재가 등장하고, 스케일도 더 커졌다는 것 정도? 하지만 문제는 늘어난 스케일만큼 개그코드를 발전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자, 이제부터 그 면모를 하나씩 찝어보자.


<나름 악당인데 어째 이리도 유치쌈뽕한지... 요근래 보기 힘든 최악의 악당>



먼저, 카문라부터 시작하겠다. 카문라, 이 친구가 나름 악당 중의 악당 되시겠다. 그런데 하는 짓은 초글링이다. 서두에서도 잠깐 언급은 하였지만, 처음 등장부터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정말 악당 맞아? 하는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겨준다. 지옥의 문을 연답시고 석판을 끼어넣고서는 비밀번호 까먹었다고 투털대는 모습은 그야말로 터미네이터가 배터리 떨어졌다고 편의점에서 건전지 사는 꼴하고 똑 같은 참담한 수준이다. 대사도 끝내주게 유치한데, 어째 잘 나간다 싶으면 꼭 끝에서 썰렁 개그를 작렬하시어 역사상 가장 불쌍한 악당으로 전락시키는 추태를 보여주고 계신다. 


카문라가 이 정도인데 그 밑에 있는 띨방 악당 3인방은 어떠할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복자라 불리우던 나폴레옹은 어쩌다가 악당 무리로 편입이 되어서, 작은 키 때문에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정말 대한민국 초딩스러운 존재로 전락했단 말인가. 폭군으로 평가받는 이반 대제도 그러하다. 카문라의 복장에 대해 왜 남자가 치마를 입느냐는 둥, 그걸 자기도 입어야 하냐는 둥 어디 하나 러시아 황제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가장 악당스러운 알 카포네는 나름 기관총 부여잡고 폼을 재어 주시지만, 이 역시 특유의 카리스마는 사라지고 유치찬란한 애들 장난질만 일삼는 존재로 부각된다. 


악당이 멍청하다고 해서 그럼 아군은 똑똑한가? 그것도 아니다. 나름 폭주족스러운 포스로 장렬한 등장을 보여준 조지 커스터 장군은 횡성수설에 제정신이 아닌 듯한 존재로 나오더니, 아예 막판에는 겁쟁이 소심쟁이로 묘사된다. 비록 몸은 작지만 정신 하나는 제대로 박힌 듯이 등장했던 제레디아와 옥타비우스도 이번에는 하는 짓이 가히 더블 카운터 수준이다. 옥타비우스는 제레디아를 구한답시고 칼을 빼들고 들판을 가로지르는데, 아…이걸 어떻게 웃어야 하나… 참담하다. 나중에는 다람쥐를 보고 무시무시한 짐승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이 영화도 이제 막장이구나 하는 한숨이 나온다.


<아인슈타인 인형들. 이것들만 합쳐도 IQ가 1,000이 넘겠지만 그런 효과는 절대 기대하기 어렵다>



2편에서 가장 실질적인 도우미로 등장하는 존재는 에밀리아 이어하트인데, 사실 도와준다기보다는 짐에 가깝다. 말괄량이 무개념 여편네로 등장하는가 싶더니, 아무런 개연성 없이 래리를 사랑하게 되고, 그러구서는 밀랍인형 주제에 캐나다로 떠난다고 비행기 타고 사라진다. 살짝 무개념인지라 혼자 사건 해결하기도 힘든 래리에게 계속해서 장애물로 등장하는데, 그나마 비행실력 때문에 막판에 비행기로 활약하는 장면이 있으니 그나마 실질적인 도우미로 꼽은 것이다. 


1편에서 막판 대활약했던 래리의 아들래미는 2편에서 초장부터 대활약의 낌새를 보이지만, 막상 집에서 인터넷으로 지도나 뚜들겨 찾고 핸드폰으로 정보나 알려주는 신세가 된다. 즉, 그 이후에는 아예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이다.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래리라는 초강력 울트라 슈퍼 경비원의 독고다이 활약 때문에 사건을 해결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벤 스틸러는 어째서 1편의 성공과 달리 2편을 이토록 참혹하게 만들었을까? 아니, 참혹한건 맞는 걸까? 사실이다. 필자의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미국에서 개봉 이후 엄청난 혹평이 쏟아졌었다. 모 평론가들은 '상영 내내 시계만 봤다', '1편보다 더 멍청한 영화' 등등 가혹한 평가를 내렸을 정도이다.


<1편에서 나름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 제레디아는 2편에서 하는 일이 없다>



#5. 벤 스틸러의 주특기는 역시 양키식 저질 개그


사실 벤 스틸러는 이토록 멍청한 배우는 아니다. 최근 헐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코미디 배우이자, 감독이자, 연출자이기도 한 나름 멀티플레이어 되시겠다. 이 친구가 출연했다 하면 일단 미국아해들은 배꼽잡고 나가떨어지는 건 기본이라는데, 그만큼 미국식 코미디를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친구라도 보면 되겠다. 필자가 본 벤 스틸러의 출연작 중 가장 양키스러우면서 웃겼던 것은 그가 악당으로 등장한 <피구의 제왕>이라는 영화인데, 벤 스틸러는 이 작품으로 인해 그해 MTV 최고의 악당상에 뽑히기도 하였다. 이뿐일까? 벤 스틸러는 아무튼 여러 작품을 통해 MTV 어워드의 단골손님이 될 정도로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왜 이번에는 이런 졸작을 만들고야 말았을까? 애초에 시도 자체는 참신하고 훌륭했다. 1편에서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장소를 환상의 공간으로 만든 데 성공하여, 2편에서는 아예 지금까지 단 한번도 영상으로 공개된 적이 없다는 세계 최대의 박물관인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촬영하는데 성공했을 정도이다. 그만큼 미국 전체가 이 작품에 거는 기대가 컸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아크멘라의 석판에 대한 본격적인 비밀이 밝혀진다는 점도 이게 더 이상 단순한 밤장난은 아니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더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저 밤장난에 불과했다. 단지 장소가 좀 더 컸을 뿐. 결론적으로 박물관이 살아있다 2는 '개그코드는 죽어있다'라는 부제를 달아야 할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평가이지만, 필자가 기대했던 만큼의 벤 스틸러다운 개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마도 그의 개그코드가 너무 양키스러워서 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이미 <트로픽 썬더>에서부터 필자가 어느 정도 느껴왔던 부분이다 (트로픽 썬더도 미국에서는 대박흥행을 쳤지만 국내에서는 코드가 안 맞아서 쪽박을 찼다). 



#6. 등장인물들의 실재 이력에 대한 친절한 부가설명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간략하게 실제 약력을 소개할까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잘 모르는 인물들도 등장하고, 더욱이 하는 꼬락서니가 완전 초딩레벨이라 많은 관객들이 실제 인물의 역사적 평가에 대해서 오해를 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참고로 1편의 등장인물들까지 기술하겠다.


<치고받고 싸우다 정이 들어버린 제레디아와 옥타비우스. 본격적인 우정이 펼쳐진다>



[테오도르 루즈벨트]

1900년대 초기에 미국을 이끈 대통령. 어렸을 적부터 심약한 육체를 타고났던 그는 하버드 재학시절 불굴의 노력 끝에 신체적 약점을 극복할 수 있었고, 결혼 후 닥친 어머니와 아내의 동시 사망이라는 좌절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여 1901년 2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국회의원, 전쟁의용군 장군 등으로 활약하면서 미국의 평화에 이바지한 바가 매우 크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루즈벨트는 현재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조언자로 평가받기도 하다. 현재 그는 러시모어 산의 대두 4인방 중 한 명으로 유명하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모습은 미국-스페인전쟁 당시 참전 모습으로 여겨진다.


[칭기즈칸]

한국 사람이라면 칭기즈칸을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니, 유럽 사람들도 전부 다 알고 있다. 단지 이미지가 다를 뿐. 아시아에서는 가장 위대한 정복자로 유명하지만, 유럽에서는 가장 포악한 정복자로 그려져 있다. 본래 이름은 테무진으로, 어렸을 적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몽골족의 내전을 통일하고 대족장으로 즉위하여 1206년 칸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후 초강력 몽골기병을 이끌고 영토를 확장하여 동으로는 고려까지, 서로는 지금의 독일지역까지 쳐들어갔을 정도로 역사상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던 인물이다. 원 나라의 태조이기도 한 그는, 한 지역을 정복한 후 조금이라도 거역하면 씨를 남기지 않고 모조리 전멸시켰기 때문에 가장 잔혹한 정복자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는 너무 무식하게 등장하는데, 이는 아마도 잔혹한 정복자라는 이미지가 서양인들에게 깊이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옥타비우스]

아우구스투스로 더 유명한 로마의 초대 황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율리우스 케사르가 초대 황제가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케사르 본인이 인정했듯이 그는 공화제를 채택하였다. 케사르의 양자였던 옥타비우스는 케사르가 부르트스에게 암살당한 이후 케사르의 유언에 의해 그 뒤를 이어받는다. 총명하고 박학다식했던 옥타비우스는 여론을 이용하여 부르트스를 제거하고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와 함께 제 2 삼두정치를 펼친다. 이후 레피두스를 유배보내고, 클레오파트라와의 러브배틀로 유명한 악티움 해전에서 라이벌 안토니우스를 영원히 골로 보내고 실질적인 지배자가 된 옥타비우스는 원로원의 만장일치로 로마제국 최초의 황제로 등극한다. 이후 '존엄한 자'라는 뜻의 아우구스투스란 칭호를 받은 옥타비우스는 경제, 정치, 산업, 교통, 외교 등 전분야에서 뛰어난 통치를 펼쳐 ‘PAX ROMANA’ 시대를 연 로마 역사상 최고의 황제이기도 하다. 이토록 훌륭한 인물이 영화에서는 띨뻥하게 나온다니 말 다 했다.


<여성부에서 좋아라 할 여성인권의 개척자 에밀리아 이어하트>



[사카주웨아]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생소한 인물인데, 이 여자는 미국 역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800년대 미국은 아직 인디안들이 거주하고 있던 서부지역은 개척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이 때 루이스와 클락이라는 두 군인이 제퍼슨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서부지역의 항로를 개척하던 중 만난 인디안 여인이 바로 사카주웨아인데, 당시 사카주웨아는 프랑스인에게 팔려 프랑스인과 결혼한 상태였다. 사카주웨아는 남편과 함께 탐험대에 편입되어 통역요원으로 활약하였고, 이후 인디안과의 갈등 없이 태평양연안 탐험의 성공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본래 쇼숀족이었던 사카주웨아는 히다스타부족에게 납치된 사연이 있으며, 프랑스 남편과의 결혼에세 태어난 혼혈 아이를 등에 업고 탐험을 한 사진으로 지금까지 기록에 남아있다. 


[제레디아]

그냥 카우보이이다. 아마도 미국의 서부개척 시대에 기여를 했을 인물로도 보이지만 어떠한 역사적 사료도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가공의 인물이지 않을까 싶다. 이 인물에 대해 아시는 분은 손~!!! 


[카문라]

이 인물은 가상의 인물이다. 아크멘라 역시 가상의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니 아무리 찾아봐도 역사적 사료를 찾을 수 없다. 착각하지 않도록!! 


[에밀리아 이어하트]

1897년에 태어난 에밀리아 이어하트는, 여성 최초의 단독 비행사라는 타이틀로 유명하다. 본래 간호사였으나, 1차대전 당시 병원에 위문공연 온 곡예비행팀에 매료되어 그 길로 간호사를 때려치우고 비행학원을 입학한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 편견은 여성이 감히 남성의 영역에 도전할 수 없었던 시기. 그래서 이어하트는 발만 동동 구르다가, 남편의 도움으로 드디어 대서양을 비행기로 횡단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당시의 비행은 단지 뒷좌석에 타서 구경만 했던 것. 이에 더 큰 도전의식을 불태운 이어하트는 1928년 최초로 비행기를 타고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데 성공한다. 뒤이어 1932년에는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단독 비행하는데 성공하고, 1937년에는 세계일주라는 원대한 계획을 품고 이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주를 시작한 지 1달 후 남태평양 부근에서 “연료가 부족하다”는 교신을 끝으로 영원히 착륙하지 않게 된다. 당시 이어하트의 실종에 대해서 잔해라던지 추측할만한 자료가 없어서 현재까지도 세계 7대 미스터리로 꼽히기도 한다. 이어하트는 단지 여성이 최초로 비행기로 대서양을 횡단했다는 사실보다도, 여성의 인권을 상승시킨 상징적 인물로 더욱 존중받는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는 도전의식이 넘치는 여성으로 보이지만, 너무 촐싹맞게 나오는 것 같아 조금 안습이기도 하다.


<띨방한 똘마니 악당 3인방. 왼쪽부터 폭군 이반, 알 카포네, 나폴레옹. 알 카포네는 당시 흑백필름 시대여서 색깔이 없다는 황당한 설정>



[나폴레옹]

나폴레옹 모르면 간첩 아닐까? 아니, 술이 아니라… 아무튼 나폴레옹은 칭기즈칸 못지않은 역사상 위대한 정복자이자 지도자이다. 격동의 18세기 프랑스에서 태어나 섬 출신이라는 엄청 딸리는 빽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군인이 되어 전쟁에서 대활약, 이후 프랑스1제국 초대 황제로 등극하기까지 한다. 집요할 정도로 고집스럽고, 깡다구 기질이 강해서 나폴레옹의 인격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들이 많은데, 특히 그가 작은 키에 가진 열등감은 많은 역사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다만, 실제로 키가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니었다고 하는데, 주변 경호원들이 모두 190cm에 육박하는 초대박 사이즈였기 때문에, 가뜩이나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나폴레옹 입장에서는 그 또한 엄청난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나폴레옹의 또 한가지 특징은 그의 초상화에서 늘 한쪽 손으로 배를 만지고 있다는 것인데, 전문가들 말로는 나폴레옹이 격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위염을 앓지 않았나 하고 여기는 근거이기도 하다. 당시 프랑스를 열강들 사이에서 초강력 국가로 성장시킨 나폴레옹이었지만, 무리한 러시아 및 영국 원정과, 주변국가들의 연합공격으로 인하여 다구리를 당하고, 넬슨 제독의 전사로 유명한 트라팔가 해전과 라이프치히 전투에서의 대패로 인하여 전세가 기울어 1814년 마침내 엘바섬으로 유배당하고 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탈출하여 다시 왕권을 잡은 나폴레옹은 이듬해 다시 전쟁을 벌이지만, 워털루 전투에서 웰링턴 장군과 블뤼허 장군의 연합에 대패하여 또다시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당한다. 이후 나폴레옹은 그 곳에서 비소중독 등 건강악화로 1821년에 사망하고 만다. 나폴레옹은 생전에 알프스 산맥을 넘으면서 ‘내 사전에 실패란 없다’는 말을 남겨 유명하며, 세계 최초로 깡통 통조림 개발, 초콜렛 개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반 대제]

16세기 러시아제국을 통치한 황제로서, 본명은 이반 4세 바실리예비치이다. 흔히 폭군 이반, 이반 뇌제로 알려져 있는데, 뇌제라는 단어는 ‘잔혹한’이라는 러시아어를 오역한 명칭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황제를 일컷는 ‘차르’ 혹은 ‘짜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인물로 기록되어 있지만, 유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 말기의 막장 엽기 행각으로 인하여 잔혹한 군주라는 악플에 시달려야만 하였다. 러시아 최초의 법전 편찬, 영국과의 통상외교 시행, 시베리아 정복 등의 업적을 남겼지만, 평소 신경질이 심하고 의심이 많았기 때문에 주변인들을 못살게 굴었다고 한다. 특히 말년에 며느리를 유산시키고, 자신의 아들래미인 바실리 황태자를 때려죽이는 초엽기 행각을 벌이기도 하였다. 아들 살해 후 뒤늦게 정신차리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자 수도자의 길을 걷지만 3년 후 눈을 감는다. 그의 뒤를 이은 표도르 2세, 그리고 그 뒤를 이은 표도르 1세가 러시아의 새 왕조를 열고 훗날 표도르 대제가 통치하는 태평시대를 열게 된다. 그리고 먼 훗날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라는 60억분의 1의 사나이를 탄생시킨다는… (거짓은 거짓을 낳는다)


[알 카포네]

<대부>라는 영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 희대의 갱스터이자 마피아. 1920년대와 1930년대 미국은 금주령이라는 엽기적인 정책이 시행되면서, 암흑루트를 통한 주류 유통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여 암흑가 최고의 물건으로 떠오르게 된 인물이 바로 알 카포네이다. ‘밤의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들으며 암흑가를 주름잡았고, 얼굴의 흉터로 인해 ‘스카페이스’라는 닉네임도 가지고 있었다. 영화 <대부>에서 그려졌던 마피아간 대학살극이었던 ‘발렌타인데이 대학살극’으로 인해 당시 최고의 마피아로 등극하지만, 끈기로 똘똘뭉친 수사요원 엘리엇 네스(언터쳐블의 그 주인공)에 의해 탈세혐의로 기소되어 이후 7년간 공포의 알카트래즈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석방된 후에는 이미 매독으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았고, 이후 시름시름 앓다가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영화에서는 말대가리 형상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알 카포네는 푸짐하고 둥그스런 외모를 가지고 있다. 


[조지 암스트롱 커스터 장군]

19세기 미국 전쟁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본래 머리도 썩 좋지 않고 인간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던 커스터는 짤릴 위기 속에서도 사관학교를 어렵사리 졸업하고 겨우겨우 장교가 된다. 이후 20대의 나이로 전쟁을 누비며 활약하다가, 남북전쟁에서 남군의 영웅 로버트 리 장군과 대결하여 승리를 거두고 북군의 최종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커스터는 24세의 젊은 나이에 장군의 직책을 부여받은 초대박 로또를 터뜨리고 만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쟁통 속에서 임시 계급장이 난무하던 시대였던지라 결국 전쟁 종결 후 대령으로 강등된 커스터는 이후 제 7 기병연대를 이끌고 인디언들과의 전쟁을 지휘하였다. 1876년 인디언 압박 정책에 의하여 리틀빅혼 강 인근에서 거주 인디언들을 쪼아댈 계획을 짰던 커스터는, 인디언들을 너무 얏본 나머지 인생 최대의 실수를 하고 만다. 당시 인디언들은 ‘수’와 ‘코만치’족이었는데, 가뜩이나 용맹한 이들 부족에게 ‘웅크린 황소’와 ‘미친 말’이라는 이름 그대로 무시무시하고도 뛰어난 지도자가 있었다. 결국 상대를 얏본 커스터 장군과 기병연대는 그야말로 개박살이 나고 생존자 한명 없이 모두 전멸하고 만다. 당시 전사한 커스터 장군의 나이는 34세이다. 어찌보면 참으로 가볍게 살다 간 사람 같은데, 이 영화에서도 비슷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그나마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인물이 아닌가 싶다. 


이 외에도 최초로 우주에 나간 원숭이 에이블, 최초의 흑인 비행사 유진 불라드, 최초로 달 탐사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 등이 등장하지만, 어쩌다가 한 컷 정도 나오는 수준이라 이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제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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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까

후덜덜할 정도로 집요하고도 상세하게 스포까지 좔좔좔 유출해 버리는 무시무시한 영화 리뷰 블로그!!! 그러나 주인장은 참으로 게으른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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