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필자가 2009년 12월에 구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Band of Brothers)



#1. 2차 세계 대전과 이지 중대



<음악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 전우애로 똘똘 뭉친 사나이들의 영웅담>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수천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인류가 전쟁을 치르지 않은 기간은 합쳐봐야 고작 268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것도 자질구레한 내전이나 부족 간의 다툼까지 포함하면 불과 몇 개월만이 온 지구상에 전쟁이 없었던 유일한 시기라고 한다. 그만큼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이다. 전쟁이 있는 곳에는 늘 승자와 패자가 있다. 승자는 거듭나고 패자는 악인으로 내리찍힌다. 그래서 역사는 늘 승자에 대한 찬양과 영광으로 기록될 뿐이다. 


근현대사를 통틀어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전쟁이 있었다면 그 것은 바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2차 세계 대전은 전 세계를 전쟁의 참상으로 내몬 최초이자 가장 잔인했던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 역사의 첫 페이지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중심이 된 제국주의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그 끝에는 아직까지도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미국과 공산주의의 몰락을 딛고 있는 러시아가 있었다. 결국 이 전쟁의 승자는 제국주의에 대항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였지만, 우리의 현재 이데올로기 체제에서는 미국이 진정한 승리자인 것처럼 보인다.


이 승리자들 중에는 대전 당시 유럽에서 가장 혁혁한 공을 이루었던 일개 부대가 존재하였는데, 그 부대의 리얼 스토리를 담아낸 10부작 드라마가 제작되면서 이들은 당시의 영웅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더랬다. 1개의 중대가 만들어낸2차 세계 대전 전쟁의 전설과 영웅담, 현존하는 가장 리얼하다는 전쟁액션 드라마, 바로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이번에 소개할 작품이다.


<생존률이 극히 희박하다는 공수부대에 자원하여 타 부대보다 생존률이 높았던 기적을 보인 대원들>



이 작품을 리뷰하기에 앞서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무려 10부작의 드라마인데다가 2차 세계 대전 및 이지 중대에 대한 배경 지식, 그리고 억수로 많이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도 방대하다보니, 여러 편의 글로 이 리뷰를 장식하겠다는 것. 고로, 앞으로 계속될 후속 리뷰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이번 글에서는 일단 이지 중대와, 그들이 참전했던 2차 세계 대전에 대한 배경 지식 등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먼저 누구나 다 아는 2차 세계 대전을 알아보자.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와 피해를 냈다는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 전쟁은, 1939년 나치가 지배하는 독일이 선전포고 없이 무단으로 폴란드 국경을 넘은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독일은 1차 세계 대전의 주역이기도 하였지만, 패전 이후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보상금을 각 승리국에 지불하느라 거의 무아지경의 상태였다. 하지만 독일의 재건을 주창한 아돌프 히틀러가 정권을 잡으면서 독일은 다시 국력을 회복하게 되었고, 게르만 우월주의에 휩싸였던 히틀러는 마침내 유럽의 정복을 꿈꾸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신호탄으로 옆 오스트리아를 합병하였고, 이후 옆 폴란드를 공격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독일이 최초로 선보인 전격전이라는 전술은 압도적인 공격력과 스피드로 그야말로 불과 몇 주 만에 폴란드를 점령하는 쾌거를 이루고 만다. 이에 유럽의 평화에 위기를 느낀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유럽은 본격적으로 전쟁의 불길로 뛰어들고 만다. 


한편 가만히 눈치보고 있던 소련이 독일의 폴란드 진격에 얼씨구나 하면서 반대쪽으로 폴란드를 진격, 서로 견제하던 두 국가는 상호불가침협정을 맺고 폴란드를 동서로 분할 통치하게 된다. 독일은 가공할만한 전투력으로 삽시간에 프랑스와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주변 국가들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독일과 동맹을 맺은 이탈리아는 무쏠리니의 지휘 하에 남부유럽을 공략하기 시작하였다. 프랑스가 기대를 저버리고 순식간에 점령당하자 영국은 즉각 대응 태세를 갖추었다. 이로 인해 독일이 실시한 영국 본토 점령 작전인 바다사자 작전은 영국의 최신 레이더망과 대공화기로 인하여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다. 결국 독일은 영국을 제외한 전 서유럽을 장악하고, 이내 전선을 남부와 아프리카로 옮긴다. 


<아직도 죽음에 대해서 미스테리 투성이인 아돌프 히틀러(왼쪽)>



아프리카는 비록 인류가 살만한 땅은 아니었지만, 기름이라는 자원이 확보되는 곳인지라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격전지였다. 독일은 상당수의 영국 식민지를 지배하였고, 이 때 활약했던 명장이 바로 에르빈 롬멜 장군이었다. 독일은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드디어 무모한 작전을 펼치게 되는데, 전쟁이 시작된 지 불과 2년이 지난 1941년에 시작된 바르바로사 작전은, 훗날 독일의 패망을 야기한 가장 큰 원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전은 마치 실뱀 한 마리가 자기 몸의 10배에 달하는 두꺼비를 잡아 먹으려다가 배가 터져 죽는 것과 유사하게, 겨우 서유럽을 장악하고 신나라 했던 독일이 동쪽 끝까지 뻗어있는 거대한 소련을 잡아먹겠다고 덤벼들었던 무모한 작전이었다. 초기에는 트레이드 마크인 전격전으로 순식간에 모스크바까지 진격하였지만, 이후 펼쳐진 혹독한 추위와 소련의 끝도 없는 예비군 보충력으로 인하여 결국 독일은 1943년 전선을 물러나고 만다. 


소련의 역공과, 아프리카 전선에서의 영국 군에 의한 반격으로 인하여 점차 열세에 몰리던 독일은 연합군에 의해 점령당한 이탈리아로 진격하여 실각한 무솔리니를 다시 복각하고 단독으로 연합군과 맞서 싸운다. 그러다가 1944년 연합군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여 유럽 전선을 회복하려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개시하고, 북부 프랑스 해안선과 일부 내부에서 협공을 당한 독일군은 점차 후퇴를 거듭하여 프랑스, 폴란드 등 초기 점령지를 모두 잃고 만다. 내부에서는 히틀러 암살 시도가 발생하고, 주변국가들이 연합군에 가세하여 전 방위에서 독일을 포위하자, 독일은 최후의 수단으로 V2 로켓과 제트 전투기를 비롯한 최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하지만 소련과 연합군의 양동 작전으로 인하여 수세에 몰린 독일은 최후의 수단이었던 핵무기마저 아인슈타인 박사의 망명 등으로 실패로 돌아가자 전의를 상실, 1945년 4월 소련이 먼저 독일의 심장인 베를린에 진격하고 만다. 이후 무솔리니는 전범자로 군중들에 의해 참수 당하고, 히틀러는 그 이튿날 자신의 지하 요새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그리고 1주일 후 독일은 해군총사령관인 되니츠 제독의 명령으로 소련에 전격 항복을 하면서 유럽의 대전은 막을 내리고 만다.


<2차 대전 당시의 미군들. 간만의 평화에 웃음을 보이는 듯 하다>



약 6년에 걸친 2차 세계 대전에 대해 리뷰를 해 보았는데, 다들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지 않은가? 왜 유럽 얘기만 하고, 아시아태평양 얘기는 하지 않는가 하는 것. 사실 2차 세계 대전의 또 다른 주역인 일본을 빼놓아서는 안되겠지만, 필자가 리뷰할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배경이 유럽 전선인 만큼, 일부러 아시아태평양 전선의 이야기는 제외하였다. 실질적으로 2차 대전이 끝난 결정적 사건은 원자폭탄 2방 쳐맞고 1945년 8월 6일 일본이 전격 항복을 한 것이지만, 어쨌든 유럽 전선은 그 몇 달 전에 종결이 났으므로 여기서는 이 정도까지만 다루겠다. 


이 긴 세월동안 승리국이 된 미국의 참전 시기는 유럽에서만 보면 대략 1년 정도로 매우 짧다. 상대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1941년 진주만 사건부터 본격 개입하여 1945년 원자폭탄 투하까지 꽤 장기간 일본과 대립했음을 보면, 유럽에서의 미국의 공헌도는 극히 적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주인공인 이지 중대원들은 바로 이 유럽전선에서 맹활약한 대원들이다. 약 1년이면 일병이 병장 다는 정도의 소요 기간에 불과하지만, 이들에게는 엄청난 사건과 많은 일들이 있었더랬다. 


대체 이지 중대가 어떤 놈들이었길래 이리도 요란법석하게 떠들어댄단 말인가? 이지 중대(Easy Company). 해석하면 쉬운 중대이지만, 이것은 훼이크이고, 실은 알파벳 순으로 A-B-C-D-E로 해서 5번째 중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통 알파벳을 그대로 읽지 않고, 알파-브라보-찰리-델타 식으로 읽는 것과 유사하다. 당시에는 A가 에이블(Able), B가 베이커(Baker), D가 도그(Dog)로 불리었고, E가 이지(Easy), F가 폭스(Fox)로 불리었으니 어떻게 부르느냐에는 룰은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이지 중대는 미 육군 101 공수사단 506 공수보병연대 제 2대대의 5번째 중대로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서부터 베르히테스가덴 진격까지 수많은 주요 전투에 참가하여 눈부신 활약을 펼친 최고의 중대 중 하나이다. 


<실제 비행기 안에서의 공수부대원들의 모습. 엄청난 군장 때문에 목만 겨우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이다>



이지 중대의 주요 임무는 공수사단이라는 특성 상 적진에 낙하산으로 침투하여 여러 작전을 수행하는 매우 위험한 것들인데, 당시 공수부대는 미 육군으로서는 처음 도입하는 개념이었다. 사실상 최초의 공수부대는 독일군이 창설한 폴쉬름야거로서, 2차 대전이 개시된 이래 그 활약상과 효과가 눈이 부실 정도였다. 이러다보니 미 육군도 공수부대 창설의 필요성을 느껴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101 공수사단과 82 공수사단이 만들어졌으며, 이 중 101 사단의 506 연대는 늘 최전방의 전선에서 활약하는 주요 임무를 띠게 되었다. 


공수부대의 특성상 혹독한 훈련이 필요했던 만큼, 그들의 훈련은 지금의 특수부대에 준하는 힘겹고 험난한 과정으로 유명했으며, 특히 이지 중대만이 시도한 커래히 언덕을 무장구보로 신속하게 오르고 내리는 훈련은 훗날 이들이 전장에서 엄청난 속도로 진격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된다. 


최초의 중대장은 허버트 소블 대위였으나, 참전 직전 직위를 해제당하고 리처드 딕 윈터스 중위에게 중대장 역할이 수여된다. 그리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통해 최초로 세계 대전에 뛰어든 이지 중대는, 이후 마켓가든 작전, 페가수스 작전, 벌지 전투, 베르히테스가덴 작전 등등 연합군의 주요 작전에서 항상 최전방에서 활약하였다. 그 와중에 중대장이 많이 바뀌면서 최종적으로는 로널드 스피어스 대위가 이지 중대를 지휘하며 유럽에서의 전선을 마감하게 된다. 이후 아시아태평양 전선으로 부대 차출이 진행되었으나, 일본의 패망으로 인하여 더 이상의 참전은 없이 부대원들은 해체되고, 일부는 한국 전쟁에도 참전하게 된다.


이지 중대는 101 공수사단의 대표이자 전설로서 존재하였지만, 2차 대전 종결 후 군대 개편이 이루어지면서 101 공수사단은 82 공수사단과 임무가 구분되도록 된다. 특히 1960년대 베트남전에서 헬리콥터를 이용한 가변이동이 가능해지자 미 육군은 101 공수사단의 임무를 에어본(비행기에서 공중으로 낙하산 등을 이용해 낙하)에서 헬리본(헬리콥터에서 밧줄 등으로 지상으로 낙하)으로 바꾸고 101 공중강습사단으로 명칭을 바꾼다. 이후 101 공중강습사단은 걸프전, 이라크전 등에서 헬리본 작전에 대거 투입되면서 맹활약하게 되고, 82 공수사단만이 과거 명성을 이어 여전히 에어본으로 활약하고 있다. 


<101 공수사단의 상징인 부대 마크, 스크리밍 이글>



이지 중대의 유니폼 어깨를 보면 부대 마크가 붙어 있는데, 검은 바탕에 흰색 독수리가 울부짖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일명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로 불리우는 그 마크는 101 공수사단의 사단마크로서, 미 육군 1 기병사단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부대마크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인하여 수많은 밀리터리 매니아가 생기면서 가장 구하기 힘든 부대마크가 되었고, 2차 대전 당시 실제 쓰였던 실물은 개당 십만 원에 가까운 고가로, 그것도 매우 희귀하게 거래되고 있을 정도이다. 


공수사단은 공수 임무의 특성상 특수 전투복을 입고 전장에 투입되었는데, 낙하산을 이용한 강하 후 바로 적진에서 전투를 치러야 했기 때문에 일명 M-42 점프 수트라고 불리우는 전투복을 입었다. 패션계에도 점프 수트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원피스형 수트를 이르는 점프 수트와, 공수사단이 입었던 점프 수트와는 다르다. 원조가 공수사단의 점프용 전투복으로서, 초기에는 원피스가 아니라 상하의가 구분된 전투복이다. 다만, 상의가 당시의 보병용 전투복인 M-41 야전상의에 비해 기장이 길었고, 허리쪽과 가슴에 두터운 주머니가 달려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는 대전초기형과 후기형으로 나뉘는데, 주머니의 형태가 조금씩 다른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전투화도 각반이 달린 보병용 전투화와는 달리 코코란 점프 부츠라고 불리운 갈색 가죽의 단단한 전투화를 착용하였다. 


기본 무장은 병사의 경우 M-1 개런드 소총을 장비하고, 지휘관 이상은 M-1 톰슨 기관총, 또는 M-1 카빈 소총을 무장하였다. 그리고 개인 화기로는 단도와 콜트에서 제조한 M1911 45구경 권총이 지급되었다. 이러한 장비는 흔히 뮤젯백이라고 불리우는 배낭에 넣어져서 점프시 몸에 매달고 뛰어내렸는데, 실제로 점프 도중 충격이 거세어 뮤젯백을 많이 잃어버렸다고도 한다. 군장을 포함한 모든 장비의 무게는 약 60kg에 달했기 때문에, 비행기에 오를 때에도 타인의 부축이 없으면 일어서기조차 힘들 정도였고, 일부 병사들은 너무 무거운 나머지 강하 전에 일부 짐을 일부러 빼놓기도 했다고 한다. 낙하산에 쓰인 하얀 천은 매우 질기고 구하기가 힘들어서 많은 대원들이 종전 후 천으로 옷을 해입거나 팔아서 돈을 벌기도 했다고 한다. 


이지 중대는 당시 암구호를 “플래쉬”와 “썬더”로 통일하였는데, 암구호가 불가능할 때에는 일명 똑딱이라고 불리우는 집게 같은 도구를 이용해 딸깍딸깍 소리를 2번씩 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한다. 


<공수낙하를 마스터하게 되면 달아주는 공수기장. 낙하횟수에 따라 상위 레벨의 기장이 부여된다>



이지 중대는 매우 용맹한 부대이기도 하였지만, 그만큼 늘 시끄러운 부대이기도 하였다. 작품에서는 아무래도 영웅담만 묘사되고 있지만, 생존자들의 회고록을 보면 그들이 결코 소설 속의 영웅처럼 대범하거나 인간적이지는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그들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 이후 영국에서 휴가를 가질 무렵 런던 시내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영국 경찰들과 매번 시비가 붙었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들 모두가 영웅이 될 수는 없었겠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딱 한 명의 영웅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인 듯싶다. 그가 바로 이지 중대의 역대 지휘관 중 리더로서, 그리고 한 명의 군인으로서, 가장 훌륭했다는 리처드 딕 윈터스 소령이다. 그는 입대 당시 신임 장교로서 소위 계급장을 달고 소블 대위 밑에서 매우 험난한 장교 수련 과정을 거치지만, 소블 대위의 직위해제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이지 중대를 맡은 이래 많은 공을 세우면서 초특급 진급을 기록하며 대전 중에는 소령으로 진급하여 2대대장을 역임하게 된다.


그는 실질적으로는 초기의 이지 중대장으로서만 활약하였지만, 그가 이지 중대에 끼친 영향은 종전까지도 계속되었고, 그를 존경했던 부대원들이 지금까지도 그를 이지 중대의 영웅이라고 평가할 정도이다. 


지금도 생존하여 그 당시의 추억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윈터스 예비역 소령은, 다른 생존 부대원들과의 회고를 통해 한 편의 소설로 영웅으로서 거듭나게 된다. 그 소설이 바로 전쟁소설가로 유명한 스티븐 앰브로스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바탕으로 10부작 드라마를 제작한 이는 다름 아닌 영화계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행크스. 


그 둘은 이미 1998년작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기존의 전쟁 영화를 뒤엎는 뛰어난 사실 묘사와 휴먼 스토리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몰고 왔었다. 기존의 전쟁 영화가 적군을 무찌르는 아군의 화려한 액션과 짜릿한 쾌감이 존재했다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쟁의 참혹함과 허무함만이 존재하였더랬다. 그리고 그 정신을 계승하여 보다 완벽한 리얼리티로 무장한 장편 드라마, 아니 홈무비라고 해도 무방할 10편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탄생하면서, 이지 중대원들의 이야기는 전쟁 당시의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극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


<베트남전에서는 헬기에서 뛰어내렸으나, 지금은 마냥 편하게 타고 다니기만 하는 101 공중강습사단>



제작기간 3년, 제작비 1,500억 원, 500여 명의 출연자와 1만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이 초대작은, 방영 당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마음에 감동의 쓰나미를 선사하였고, 일반 관객들에게도 영화를 능가하는 퀄리티를 제공함으로써 엄청난 감동과 충격을 선사하였다. 이러한 인기몰이를 등에 엎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에미상 1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미니시리즈 최우수 작품상(Outstanding Miniseries)", "미니시리즈, 영화, 특별기획물 캐스팅 상(Outstanding Casting for a miniseries, Move, or a Special)", "미니시리즈, 영화, 특별 기획 드라마물 감독상 (Outstanding Directing for a Miniseries, movie, or a Dramatic Special"을 포함한 6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또한 2002년 골든글로브상 TV 미니시리즈 부분 최우수 작품상과 AFI(American Film Institute) TV 영화/미니시리즈 부분 최우수 작품상 수상을 수상하였으며, 또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운 자들을 위한 새로운 헌정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피바디 상을 수상하였다. 수상한 상 이름만 나열해도 혀가 꼬부라지는 느낌이다.


아무튼 이토록 어마어마한 작품을 필자가 리뷰를 하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단한 영광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필자에게 주는 가치는, 단순히 볼 거리가 많고 재미있는 10편의 전쟁드라마가 아니라, 필자가 한 명의 군인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정말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필자도 윈터스 소령처럼 군대를 좀 길게 다녀왔기 때문에, 한 부대의 지휘관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군인으로서 어떠한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윈터스 소령을 통해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그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표본일 정도이다. 이지 중대장들 중에는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윈터스만큼 가장 숭고한 위치에 오른 인물은 없어 보인다. 그것은 그가 작품을 통해 보여준 군인으로서의 정신과 인간됨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설령 윈터스 소령이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하더라도, 작품에서 보여지는 윈터스라는 인물은 정말 배울 것이 많은 인물이다. 


<실제 당시의 이지 중대원들의 단체 사진. 가슴에는 공수기장, 머리의 개리슨캡에는 공수마크가 자랑이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함께 생사를 나눈 이지 중대원들이 펼치는 1년 간의 짜릿한 인생 이야기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 배경 지식 없이 봤다가 “어라? 음악 밴드 얘기가 아니네?”하고 완전 개망신 당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길 바라며, 이 다음부터는 10편에 달하는 각각의 스토리를 훑어보고, 각 인물들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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